00345 제 87 장 - 대 능력자 혈전(血戰) =========================================================================
눈부신 금발을 휘날리는 천사같이 아름다고 고결한 화이트 아머를 걸친 미녀였다.
하지만 소울의 눈에는 단 한 점의 욕망도 찾아볼 수 없었다.
아니 오히려 차가운 살기가 은은하게 흘러나왔다.
‘크레센트 온!’
소울은 크레센트를 꺼내 시위를 잡아당기면 마나를 부어넣었다.
무영시가 나타나 시위에 걸렸다.
동시에 썬더가 소울의 몸을 날카로운 시미터로 가르고 지나갔다.
‘순간이동!’
스팟!
하지만 썬더는 그의 몸을 베지 못했다.
소울이 사용한 순간이동으로 원래 있던 곳에서 왼쪽으로 10m 옆으로 이동해있었기 때문이다.
핑!
시위를 놓았다.
그리고 바로 고개를 돌려 썬더를 향해 그리스 마법을 사용했다.
‘그리스!’
무영시는 자신이 생각한 대로 무서운 속도로 공간을 단축하며 빠르게 날아갔다.
어두운 밤에 투명한 상태에서 쏜 투명한 무영시를 보고 막을 수 있는 능력자는 아마 찾기 힘들 것이다.
불행하게도 미국이 자랑하는 최정예 능력자가 열 명이나 되는 이 파티 안에는 막는 것은 고사하고 위험을 감지하는 놈조차 없었다.
그 정도로 전혀 위기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퍽!
소리는 그리 크지 않았다.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있는 미녀의 얼굴에 띈 미소도 그대로였다.
겉으로 보기엔 마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 같았다.
다만 그녀의 이마에 붉은 꽃이 피기 시작했다.
피는 그녀의 이마에서 흘러 내려와 볼을 타고 흘렀다.
그리고는 만지면 새하얗게 분이라도 묻어날 것 같은 크고 육감적인 그녀의 가슴 위로 똑똑 떨어져 내렸다.
“엔젤!”
누군가 그녀를 보고 절규를 했다.
계곡이 쩌렁쩌렁 울릴 정도의 큰 목소리다.
소울은 다시 고개를 돌려 직접 확인을 하지 않아도 그녀가 즉사했다는 것을 직감했다.
‘천사같이 생긴 얼굴을 가진 년의 이름이 엔젤이었군. 이로써 생존율이 20%는 올라갔구나.’
소울이 괜히 그녀를 제일 먼저 공격한 것이 아니다.
척 봐도 한눈에 힐러라는 것을 알 수 있을 만큼 그녀는 자신의 직업에 대한 자부심이 너무 컸다. 그래서 대놓고 힐러처럼 장비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전투에 있어서 하등에 쓸모도 없는 자부심일 뿐이다.
몬스터들이야 눈으로 봐도 힐러가 누군지 몰라서 집중공격 대상이 되지 않겠지만 같은 능력자 사이에 전투가 일어난다면 당연히 힐러가 제1의 척살 대상이 된다.
그런 기본적인 상식조차 무시한 채 자신을 죽이려고 왔으니 그녀는 아니 엔젤이란 년은 당연히 죽어 마땅했다.
꽈당!
“어이쿠!”
썬더는 소울이 쓴 그리스 마법에 걸려 바닥으로 나동그라지며 놀란 비명을 질렀다.
[까뮤, 저놈을 잡아 죽여라.]
[네.]
까뮤는 이미 주변에 사린가스를 왕창 살포하고는 수리검으로 변해 썬더를 향해 날아갔다.
그때부터 썬더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쫓기는 자의 공포를 맛보게 됐다.
물론 쉽게 잡히지는 않았다. 괜히 그의 이름이 썬더가 아니다.
썬더의 능력은 벼락을 치는 것이 아니라 번개처럼 빠르게 움직이는 초스피드다.
‘문신강체, 실드, 실드, 실드…….’
소울은 그 사이 상급 문신강체술을 펼쳐서 자신의 힘과 방어력을 증폭하고, 실드를 중첩해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다.
“이놈!”
네이트가 눈처럼 새하얀 풀 플레이트 갑옷에 역시 새하얀 방패와 메이스를 들고 본을 향해 달려들었다.
팔라딘의 능력을 각성한 네이트는 근거리 딜러와 보조 탱커를 맡고 있는 A급 능력자로, 공격과 방어가 균형을 이루고 각종 버프로 자신의 힘을 뻥튀기하는 독특한 스킬체계를 가지고 있었다.
캉 차차창 창창 캉캉캉…….
본은 어렵지 않게 네이트의 공격을 방어하고 오히려 대검을 휘둘러 네이트를 밀어 붙였다.
네이트는 지금 자신이 사랑하고 있는 엔젤이 죽었다는 사실이 이성을 잃은 상태였다.
그래서 본은 네이트를 공략하며 계곡일대를 연막으로 가득 채워갔다.
연막은 주변으로 퍼져나가 점점 계곡 위를 타고 올라가다 어느 순간 하늘 위로 벽을 쌓더니 이내 계곡 전체를 덮어버렸다.
“어? 엔젤이 죽었다.”
“네이트가 이성을 잃었어.”
“썬더가 뭔가에 쫓기고 있어.”
“모두 헥사곤(hexagon) 대형으로!”
그제야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은 썬더의 파티원들은 즉시 육각형 모양의 진형을 이루며 전투모드에 들어갔다.
전면에 무쇠거인의 모양으로 변신을 한 티나와 전신(全身)을 화강암 화(化)한 로키가 포진했다.
두 명의 탱커가 더블로 자리를 잡자 그들의 뒤로 원거리 딜러인 투창마스터 세이렌과 보우마스터 로빈슨이 섰다.
원래 근거리 딜러인 썬더와 네이트가 탱커들의 좌우에 서야했지만 썬더는 뭔가에 쫓겨 다니고 있었고, 네이트는 다크나이트 하나와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고 있어서 진형에서 이탈해있었다.
하지만 둘을 제외한 헥사곤 대형은 곧 파티원들의 신속한 움직임으로 완성됐다.
세이렌과 로빈슨의 뒤로 써니가 상급 소환수인 아이스퀸을 소환했고, 브리즈가 상급 바람의 정령인 실라이론을 소환했다.
써니와 브리즈 사이에 바론과 엔젤이 들어가야 했지만 엔젤은 이미 땅바닥에 쓰러져 싸늘한 시신이 된 상태라 누커인 바론만 땅속에서 라바(용암)을 끌어 올리며 이를 갈고 있었다.
‘뭐야 이거? 상급 소환사와 정령사가 있었잖아? 여왕처럼 생긴 저 얼음은 뭐지? 얼음여왕이라도 되는 건가? 그리고 저건 상급 바람의 정령인 실라이론이 분명하다.’
자신이 B+급 소환사라 그의 눈에 써니가 소환한 아이스퀸과 브리즈가 소환한 실라이론이 제일 먼저 눈에 띠었다.
척 봐도 만만한 놈들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자 소울은 더 이상 자신의 모습을 숨긴 상태로는 승리를 장담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기습과 암습, 의외의 변칙적인 공격으로 승부를 본다.’
정면승부를 하게 되면 절대 이길 수 없다는 견적이 바로 나왔다.
그렇다면 이길 수 있는 전투를 해야 한다.
[본, 스켈레톤 기병단을 소환하고 전력을 다해 저들을 공격해라.]
[예스, 마이로드.]
본은 소울의 의지에 화답을 하며 네이트를 강하게 앞으로 밀어냈다.
그리고는 연막 속으로 숨어들어 스켈레톤 기병단을 바로 소환해냈다.
카드득 카드득 카라라라라라…….
거대한 뼈 뭉치가 쏟아져 나오며 스켈레톤 기병단이 순식간에 일어나 정렬했다.
연막 속에서 시야가 차단당한 썬더 파티는 듣기만 해도 소름끼치는 뼈 부딪치는 소리에 극도로 긴장했다.
“실라이론, 이 안개를 걷어줘!”
브리즈가 상급 바람의 정령, 실라이론을 움직이자 실라이론은 한손을 들어 가볍게 휘저었다.
그러자 그들의 시야를 가린 안개가 실라이론의 손짓에 따라 좌우로 퍼져나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안개는 조금씩 다시 그들의 주변으로 몰려왔다.
“안개가 흩어지질 않고 있어. 수상한 안개야. 분명히 다크나이트와 연관이 있는 것 같아.”
“아이스퀸, 안개를 얼려서 얼음을 만들어 버려!”
이번에는 소환사 써니가 아이스퀸에게 명령을 했다.
얼음으로 만들어진 것 같은 여왕은 써니를 보고 씽긋 미소를 짓더니 요염하게 입술을 오므려 입김을 불었다.
휘이이이잉!
고개를 좌우로 휘두르며 아이스퀸이 입김을 불자 곧바로 주변의 온도가 영하로 내려가더니 안개가 얼음이 되어 땅으로 떨어져 내렸다.
하지만 그들은 본의 연막을 안개라고 착각하는 커다란 오해를 하고 있었다.
아무리 아이스퀸이 안개를 얼려서 얼음으로 만들어도 본이 건재한 이상 연막은 계속 만들어졌다.
써니와 브리즈가 차례로 연막을 상대로 수작을 부리고 있는 동안, 소울도 가만히 보고만 있지 않았다.
[푸티나, 소환!]
[꾸잉!]
푸티나가 그의 바로 앞에 소환되어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까뮤, 본, 렉시만으로도 모자라 개성에 있는 푸티나까지 소환했다.
‘나도 앞에 탱커가 있어야 제 실력이 나오는가 보다.’
그는 푸티나의 머리를 한번 쓰다듬어 주고는 곧바로 한손을 치켜들었다.
[푸티나, 저놈들이 우리의 적이다. 모두 쓸어버리자.]
[꾸잉!]
일단 소울은 푸티나에게 적에 대해 보여주고는 곧바로 크레센트를 꺼내들었다.
‘크레센트 온!’
그의 왼팔에 크레센트가 나타나자 소울은 지체 없이 시위에 마나를 불어 넣고는 무영시를 날리기 시작했다.
피피핏 피피핏 피피핏…….
더블 샷을 속사처럼 쏘아대자 기관총같이 무영시가 썬더 파티를 향해 쏟아졌다.
팅팅팅 팅팅팅 팅팅팅…….
하지만 소울의 연막속의 기습공격은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썬더 파티원들은 연막으로 인해 시야가 가려져 있지만 상급 소환수인 아이스퀸과 상급 바람의 정령인 실라이론은 소울이 날린 무영시를 감지하고 전면으로 나와 방어를 한 것이다.
‘일단 아이스퀸과 실라이론을 제거하던가, 아니면 이들로부터 떼어내야겠구나.’
쌩 쌔앵!
핑 핑 핑 핑!
무영시를 쏜 것에 대한 화답인지 소울을 향해 재블린과 화살이 연속으로 날아왔다.
소울은 슬쩍 옆으로 미끄러지듯 이동하여 피해버렸다.
하지만 어떻게 알았는지 재블린과 화살은 계속 자신을 따라왔다.
아이스퀸과 실라이론이 위치를 가르쳐주고 있는 것이다.
[본, 전면전을 펼쳐야겠다.]
[예스, 마이로드.]
서로 한 번씩 공격을 주고받으며 간을 봤으니 이제는 본격적으로 전투를 시작하기로 했다.
우두두두두두!
우두두두두두!
스켈레톤 기병단이 일제히 썬더 파티의 주변을 원형으로 돌면서 파상공세를 펼치기 시작했다.
스켈레톤 호스아처가 빠르게 원을 그리며 뼈 화살을 날렸고, 스켈레톤 용기병들이 기병도로 순간적으로 치고 들어왔다가 빠져 나갔다.
스켈레톤 사먼과 위저드는 외각에서 저주와 디버프를 쏟아부었고, 스케레톤 나이트와 엘리트는 헥사곤 진형을 깨기 위해 돌파를 시도했다.
스켈레톤 센추리온 셋과 맘모스 열다섯은 빈틈이 생기면 바로 돌격을 하기 위해 제일 바깥에서 슬슬 말을 몰고 있었다.
열 명도 되지 않는 썬더 파티는 240명이나 되는 스켈레톤 기병단의 공격으로 인해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360도 전 방위에서 날아드는 화살을 막는 것만으로도 정신 줄이 다 날아갈 것 같았다.
다행히 그들에게는 아이스퀸과 실라이론이 있어서 이런 기적 같은 일을 가능케 했다.
진형을 깨기 위해 돌파를 하는 스켈레톤 나이트와 엘리트는 스켈레톤 호스아처의 화살을 두려워하지 않는 티나와 로키가 견제를 했다.
세이렌과 로빈슨도 소울을 향해 날리던 투창과 화살을 거두고 당장 눈앞에서 공격해오는 스켈레톤 기병단을 향해 쏘기 시작했다.
옆에서 보다 못한 바론이 결국 자신의 권능을 끌어올렸다.
“이얏!”
누커인 바론의 권능은 바로 라바(용암)를 땅속에서부터 끌어내어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것이다.
촤아아악!
치이이익!
스켈레톤 엘리트 몇이 바론이 뽑아낸 라바에 맞아 땅바닥에 나동그라졌다.
스켈레톤 엘리트를 태우고 있던 해골마의 온몸이 라바로 인해 새까맣게 타들어갔다.
이히히히히힝!
이이이이히힝!
해골마가 고통스런 비명을 지르면 땅에 쓰러져 발버둥을 쳤다.
그로인해 스켈레톤 기병단의 공격이 잠시 주춤거렸다.
“썬더, 네이트, 돌아와! 여기서 다 같이 죽자는 거야?”
“알았어. 대신 내 뒤 좀 막아줘!”
“으으으, 알았다.”
썬더는 무서운 속도로 스켈레톤 기병단의 사이를 뚫고 들어와 헥사곤 진형의 한쪽을 맡았다.
역시 비슷한 속도로 따라온 수리검이 썬더를 노리자 실라이론이 돌풍을 만들어 후려쳤다.
상급 바람의 정령의 권능으로 인해 수리검에 들어간 까뮤는 더 이상 썬더를 공격할 수가 없었다.
[까뮤, 그냥 돌아와라!]
[네, 주인님.]
까뮤가 소울에게 돌아가자 네이트도 본과의 결투를 멈추고 뒷걸음을 치더니 썬더의 파티로 돌아가려고 했다.
하지만 본은 네이트를 쉽게 놓아주지 않았다.
본은 네이트를 놓아주는 척 하더니 곧 무서운 속도로 네이트에게 달려들어 그의 뒷목을 대검으로 갈랐다.
“헉!”
네이트는 서늘한 살기가 뒷목을 향해오자 놀라서 그 자리에서 굴러 옆으로 피했다.
본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네이트에게 다가가 대검으로 마구 후려 팼다.
캉캉캉 카카캉 캉캉캉…….
네이트는 넘어진 상태로 정신없이 본의 공격을 막았다.
그 모습을 본 소울은 슬그머니 네이트에게 다가가며 푸티나에게 명령했다.
[푸티나, 이놈 지져!]
[꾸잉!]
파츠츠츠츳!
“으아아악!”
네이트는 온몸의 뼈마디가 다 녹아버릴 것 같은 충격에 자신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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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유쾌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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