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OULNET-343화 (343/492)
  • 00343  제 86 장 - 300  =========================================================================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몬스터로 변신을 하려면 변신할 대상이 있어야 한다.

    최소한 처음 변신할 때 제물로 사용할 대상이 없다면 몬스터 변신주술서는 아무런 쓸모도 없는, 무용지물이 된다.

    ‘어디 가서 몬스터를 구하지?’

    막막했다.

    지상에서는 소울의 시체라도 꼭 찾겠다는 건지 주한미군 특수전사령부 소속 특수부대 요원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들의 눈을 피해 몬스터를 구해오는 것은 절대 쉽지 않다.

    아니 불가능에 가까웠다.

    한숨을 쉬던 소울의 눈에서 갑자기 기광이 흘러나왔다.

    [그래, 본이 있었구나. 본, 몬스터를 하나 만들어봐.]

    [네? 정확히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습니다.]

    [아, 미안. 내가 너무 서둘렀군. 나에게 몬스터로 변할 수 있는 몬스터 변신주술서가 있다. 하지만 눈앞에 반드시 몬스터가 하나 있어야 한다.]

    [저는 언데드 몬스터만 가능합니다.]

    [그게 더 좋아.]

    [하지만 로드에게 좀비나 스켈레톤은 어울리지 않습니다.]

    본의 단호한 말에 소울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맞다. 아무리 급해도 좀비나 스켈레톤이 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그럼 뭐가 좋을까? 적이 나라는 것을 알지 못하게 변신할만한 언데드 몬스터의 이름을 대봐라.]

    [아무래도 로드와 급을 맞추려면 최소한 리치나 데스나이트는 되어야 합니다.]

    [설마, 너 리치나 데스나이트를 만들 수 있다는 말이야?]

    리치나 데스나이트만 만들 수 있다면 소울은 당장이라도 밖으로 나가 대놓고 쓸어버릴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본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당장은 불가능합니다.]

    [그, 그래?]

    소울은 실망이 컸다.

    하지만 당장은 불가능하다는 말은 다른 말로 표현하면 언젠가는 만들 수도 있다는 말이 된다.

    [저와 같은 스켈레톤 커맨더나 스켈레톤 센츄리온, 스켈레톤 나이트 중에 하나가 어떻겠습니까?]

    [음, 아니야. 네 모습은 이미 저들이 알고 있을 수도 있어. 다른 모양으로 하는 것이 좋겠어.]

    [그렇다면 다크나이트나 다크워리어는 어떨까요?]

    [그게 좋겠다. 다크나이트! 그리고 너도 다크나이트로 변신해야해.]

    [저는 얼마든지 모습을 바꿀 수 있습니다.]

    [그래? 좋아. 그럼 다크나이트 트윈 브라더스(twin brothers)로 가기로 하자.]

    [예스, 마이로드.]

    소울의 말에 본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즉시 입을 악어 입으로 만들어서 뼈 뭉치를 토해냈다.

    소울도 자신이 장비하고 있는 둠 플레이트를 전신에 찰싹 달라붙는 타이즈 형식의 갑옷으로 형태변환을 시켜놓았다.

    까드득 까드득 덜컹 따다닥…….

    뼈가 부러지며 맞춰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곧 한 마리의 다크나이트가 뼈 뭉치 속에서 솟아났다.

    다크나이트는 어떻게 보면 데스나이트와 모습이 비슷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데스나이트처럼 어둠의 기운이 강하지 못하고 대신 다크나이트가 장비하고 있는 갑옷과 검에 어둠의 기운이 집중되어 있었다.

    본은 간혹 데스나이트 중 특별한 존재가 또 다른 심연의 기운을 흡수하여 각성을 하고 진화를 하면 진정한 의미의 다크나이트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이런 존재를 ‘다크나이트 킹’이라고 하는데 데스나이트 몇이 협공을 해도 이기기 어렵다고 한다.

    소울은 다크나이트 킹이 되려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다크나이트로 변신하는 것으로 만족했다.

    몬스터 변신주술서는 중급 스킬이라서 소울이 사용하기에 무리가 없었다.

    자신의 바로 앞에 서 있는 다크나이트를 향해 두 손을 내밀어 빠르게 수인(手印)을 맺으며 변신주술을 사용하자 다크나이트의 몸이 가루처럼 부서져 내리며 소울의 전신으로 달라붙었다.

    우웅 우웅 우웅!

    작은 진동에 몸이 살짝 흔들리고 나자 소울의 모습이 바뀌어 다크나이트로 변신했다.

    인벤토리에서 작은 거울을 꺼내 직접 확인하다가 진짜 다크나이트가 나타난 줄 알고 깜짝 놀랐다.

    [호오, 이거 내가 놀랄 정도로 완벽하구나.]

    [로드께서 장비하신 둠 플레이트 위에 다크나이트의 갑옷이 만들어졌습니다. 아마 방어력이 상당히 올라갔을 것으로 기대가 됩니다.]

    [그런 기능도 있어?]

    [네, 이제 이걸 사용하시면 완벽합니다.]

    본은 다크나이트가 휘둘렀던 검은 색의 대도를 꺼내 줬다.

    손으로 잡아보니 묵직한 것이 균형이 잘 잡혀 있었다.

    [본, 이걸 그냥 사용하면 안 되잖아. 다크나이트처럼 어둠의 기운을 사용해야지.]

    [로드께서는 아마도 사용이 가능할 것입니다.]

    자신을 높이 평가하는 건지 아니면 그냥 무조건 믿는 것인지 구별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본의 말에 힘을 내서 머리를 굴려봤다.

    그러자 내단에 흡수한 마기가 생각났다.

    ‘그렇군. 내단을 오른손으로 옮긴 뒤에 마기를 뿜어내봐야겠구나.’

    스으윽!

    소울은 자신이 하고도 믿어지지가 않았다.

    묵직한 대도에 마기가 어리자 어둠의 기운이 뭉클 흘러나왔다.

    그것을 보니 확실히 소울은 더 이상 인간이 아닌 다크나이트처럼 보였다.

    스스슥!

    이번에는 본이 변신을 했다.

    본에게 스켈레톤 커맨더에서 다크나이트로 변신하는 것은 정말 일도 아닌 모양이다.

    자신이 잡아 죽인 다크나이트와 조금도 다른 점을 찾지 못할 정도였다.

    딱하나 다른 점이 있다면 다크나이트의 눈빛과는 다른 시퍼런 광망이 쏟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어찌 보면 그런 점이 본을 더욱 무시무시한 모습으로 보이게 했다.

    [가만, 밖으로 나가면 렉시가 눈에 띄겠는데?]

    [주인님, 렉시는 피닉스 새끼에요. 당연히 얼마든지 사람의 눈에 안보이게 은신할 수 있어요.]

    [그래? 그럼 당장 사람의 눈에 안보이게 만들고 까뮤를 따라다녀라.]

    [빠아!]

    렉시의 모습이 서서히 흐릿하게 변해가더니 이내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하지만 소울의 눈에는 렉시의 모습이 너무나도 또렷하게 잘 보였다.

    역시 렉시의 소환사로 가지는 보정인 모양이다.

    [사람의 눈길이 닿지 않는 곳으로 올라가도록 하자.]

    [네, 주인님.]

    까뮤는 소울의 바로 앞에 구멍을 만들기 시작했다.

    땅의 중급정령을 흡수한 까뮤라서 토굴을 만드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소울이 느긋하게 걸어가는 속도에 맞춰서 까뮤는 땅의 권능을 발휘하여 동굴을 만들어갔다.

    그러다가 주한미군 소속의 특수부대들과 조금 떨어진 곳이 나오자 위쪽으로 구멍을 하나 뚫었다.

    휙 휘익!

    차착 착!

    소울과 본은 가볍게 동굴을 뛰어 올라 지상으로 올라갔다.

    “후우!”

    그는 일단 길게 심호흡을 했다.

    아직도 공기 중에는 뭔가 타는 냄새가 진하게 섞여 있었다.

    그래도 소울은 토굴보다 지상의 공기가 좋다고 생각했다.

    몇 차례 심호흡을 길게 한 소울은 상공 100m 위에 올라가서 주변을 살펴보고 있는 까뮤와 감각공유를 시도했다.

    단번에 까뮤와 감각을 공유한 소울은 곧 싸늘한 눈동자로 자신을 죽이러 온 주한미군 소속 특수부대원들을 노려봤다.

    소울은 오늘 제대로 피를 볼 생각이었다.

    이미 탄도미사일까지 맞아 죽을 뻔한 상황에서 적에게 자비를 내린다는 것은 언제 도살되어 죽을지 모르는 배부른 돼지 같은 생각이다.

    제대로 당했으니 이제 제대로 갚아줄 차례였다.

    최후에는 오라클을 잡아서 사지를 끊어내야 하겠지만 그녀를 돕고 있는 배후세력도 모조리 찾아내어 반드시 응징을 할 것이다.

    하지만 당장은 눈앞에 움직이는 살수(殺手)들을 정리해야했다.

    [본, 하늘 위에 드론이 떠 있다. 그것을 감안해서 조용히 기습으로 정리하자.]

    [예스, 마이로드.]

    본도 지금 같은 상황에서 결투나 벌이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무엇보다 기습은 적이 먼저 시작했다는 것을 잘 기억하고 있는 본이었다.

    소울과 본은 양쪽을 갈라졌다.

    탄도미사일로 인해 폐허가 된 곳으로 나가 굳이 몸을 드러내진 않았다.

    그보다는 소울을 죽이러 온 놈들이 차려놓은 베이스캠프가 더욱 먹음직스러웠다.

    스스슷 스스슷!

    풀잎이 스치는 소리가 들리며 소울의 몸이 어둠속에 묻혀 들었다.

    쉐도우 스텝을 밟아 어둠에서 어둠으로 이동하는 그의 몸은 겨울바람에 날리는 가랑잎처럼 가볍고 빨랐다.

    -알파조, 흔적을 발견했나?

    “전혀 흔적을 찾을 수 없습니다. 탄도미사일에 맞아서 아마 분해된 것 같습니다.”

    -아니다. 죽었다면 반드시 한 점의 살점이나 쓰던 무기라도 나올 것이다. 타깃은 어떤 희생을 감수해서라도 반드시 죽여야만 한다. 죽었다는 증거가 나올 때까지 계속 수색하라.

    “로저!”

    카루소 원사는 무전을 끊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벌써 몇 번이나 이 주변을 샅샅이 수색했다. 하지만 아무것도 찾을 수 없었다.

    이미 산은 해가 지고 밤이 되었다.

    오늘은 이만 철수하고 내일 날이 밝는 대로 다시 수색을 해도 될 것 같은데 주한미군 특수작전사령부 사령관, 닐 에릭 준장의 의지는 단호했다.

    하늘 위에 떠 있는 구름 같은 높이의 계급을 가진 사령관의 명령이라서 카루소 원사는 이를 악물고 알파조를 이끌고 다시 한 번 주변을 샅샅이 수색했다.

    아마 자신의 조 말고도 현장에 나와 있는 300여명의 특수부대 요원들은 오늘 편하게 잠을 자기는 글렀다고 판단했다.

    서걱! 풀썩!

    묘한 소리를 들은 카루소 원사는 갑자기 목이 싸해지는 느낌이 들며 심장이 마구 뛰기 시작했다. 즉시 생체실드 중화탄이 담긴 탄창으로 가득한 총을 들고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주변을 살펴봤다.

    그의 행동에 놀란 알파조가 덩달아 주변을 살펴보며 초긴장 상태로 빠져 들었다.

    서걱! 풀썩!

    또다시 멀지 않은 곳에서 묘한 소리가 들렸다.

    “어? 로버트가 안보입니다.”

    “찰리도 없습니다.”

    카루소는 분명히 뭔가 있다는 느낌이 들어 자신의 이어폰을 톡톡 치면서 작게 속삭였다.

    “로버트, 찰리, 어디 있나? 대답하라.”

    카루소는 두 번을 똑같이 물어보고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리고 고개를 들은 순간, 자신의 주변에 아무도 서있는 자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급히 자신의 총을 들어 올리며 뒤를 돌아보는 순간, 갑자기 세상이 뒤집히는 경이로운 모습이 눈에 보였다.

    서걱 풀썩!

    데구루루!

    목이 잘려 대가리만 남은 카루소는 그렇게 두 눈을 부릅뜬 상태로 다시는 눈을 감지 못했다. 카루소의 잘린 목에서 피분수가 터져 나오고 있었다.

    아마 카루소는 죽어서도 알 수 없을 것이다.

    이미 그의 주변은 알파조의 주검으로 가득한 것을 말이다.

    저벅 저벅 저벅!

    카루소의 머리 옆으로 소울이 걸어갔다.

    그러다가 문든 카루소가 들고 있던 소총에 시선이 갔다.

    그는 카루소의 시체에서 소총 하나를 집더니 탄창을 뽑았다.

    철컥!

    ‘이런 개새끼들!’

    소울은 속에서 절로 욕이 쏟아져 나왔다.

    자신이 오너로 있는 회사에서 만든 생체실드 중화탄, 그것도 C급 생체실드 중화탄이 가득담긴 탄창으로 무장한 특수부대 요원들이 자신을 죽이러 온 것이다.

    아니 이게 무슨 닭 잡아먹고 오리발 내밀, 아이러니란 말인가?

    그의 뇌리에 어디선가 들어봄직한 구절이 떠올랐다.

    ‘칼로 일어선 자, 칼로 망한다.’

    그럼 생체실드 중화탄으로 돈 번 자신은 생체실드 중화탄으로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이란 말인가?

    생체실드 중화탄을 대량으로 만들어 판 것은 중대형 몬스터 웨이브를 상대로 싸워 인류의 생존을 지키라는 의미지 이렇게 자신에게 총부리를 겨누라는 의미는 아니었다.

    그런데 지금 자신은 잘못하면 생체실드 중화탄에 맞아 생을 달리 할 뻔했다.

    아무리 좋은 의미라고 해도 역시 쓰는 놈이 누구냐에 따라 결과는 천차만별이 된다.

    그는 지극히 간단하고도 눈에 띄는 확실한 교훈을 얻었다.

    ‘앞으로 맛있는 것은 혼자만 먹어야겠구나. 내가 나가면 생체실드 중화탄 가격을 10배 이상으로 올리고 말겠다.’

    이를 바득바득 간 소울은 까뮤를 불렀다.

    소총과 방탄복, 배낭 등 각종 장비를 모조리 수거하고 입고 있는 특수복까지 홀딱 벗겨버리게 했다.

    그리고 모든 기운을 흡수하여 해골과 뼈에 가죽만 남겨놓으라고 했다.

    이렇게 해놓으면 아마 유령이나 망령 같은 몬스터가 나타나 정혈을 빨린 줄로 알게 될 것이다.

    소울과 본은 철저하게 숲이 우거진 곳에서만 작업을 해서 그런지 한참이 지나도 발각되지 않았다.

    하지만 영원히 발각되지 않고 넘어갈 수는 없었다.

    “으아아악!”

    드디아 누군가 끔찍한 시체를 발견했는지 비명이 들려왔다.

    타타탕 타타탕 타타탕!

    타타탕 타타탕 타타탕!

    아무리 특수부대 요원들이라고 해도 인간인 이상 공포가 없을 수는 없었다.

    공포에 질린 몇 놈이 총을 쏘기 시작하자 곧 사방에서 총을 쏘아대면 난리를 쳤다.

    ============================ 작품 후기 ============================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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