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OULNET-341화 (341/492)
  • 00341  제 86 장 - 300  =========================================================================

    “으음.”

    헤일리는 아차 하는 심정이었다.

    안천수의 얼굴이 보이고 있는 화면 왼쪽 상단에 주한미군의 불법적인 움직임에 대한 증거와 자료화면이 실시간으로 올라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 자신들은 주한미군이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제한적인 정보만 취득하고 있었다. 당연히 대한민국 정부에서 수집하고 있는 정보에 비해 그 질과 양에서 큰 차이가 났다.

    -혹시 백악관의 명령이 주한미군에 전달되지 않거나 명령불복종 상태가 아닐까 염려되어 저희가 규합한 정보를 모두 실시간 전송중입니다.

    “정보를 공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천만에요. 대한민국과 미국은 동맹국이 아닙니까? 당연한 일입니다. 다만 이런 당연한 일조차 하지 못하는 주한미군의 행동은 도저히 이해하려고 해도 할 수 없군요.

    “지금 주한미군의 움직임을 제어하려고 노력중입니다.”

    “미스터 프레지던트!”

    “프레지던트!”

    헤일리의 말에 부통령 조지와 국무장관 캘리가 급히 소리치며 만류를 했다.

    지금 이 발언은 나중에 잘잘못을 가리거나 미국에서 배상을 해야 할 때 증거자료로 남아 미국의 이익을 크게 해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헤일리는 이들과 생각이 전혀 달랐다.

    이런 일이야말로 진심을 가지고 대하지 않으면 나중에 돌이킬 수 없는 결과로 이어져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지금 발언은 주한미군이 상부의 명령을 듣지 않는 불법적인 단체가 되었다는 말로 이해해도 되겠습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주한미군은 엄연히 미군의 일부입니다. 미국과 대한민국의 안보를 해치려는 목적으로 주한미군에 일부 스파이들이 침입해 사보타주를 하고 있다는 정도로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헤일리의 말에 안천수는 속으로 환호성을 질렀다.

    처음부터 주한미군을 불법단체로 만들어 버리는 것은 기대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어떻게 하던 주한미군을 제어할 수 있는 최소한의 법적인 근거는 마련해야했다.

    주한미군에 스파이가 끼어들어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헤일리의 말은 미국이 내놓을 수 있는 면피카드의 하나인지 모르지만 대한민국에 있어서는 주한미군의 움직임을 직접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도 있는 발언이었다.

    -그렇군요. 동맹국이 어려움을 당하고 있으니 저희가 조금 더 참아보겠습니다. 하지만 모든 채널을 동원해서 주한미군이 더 이상 불법을 저지르지 않도록 막아보긴 하겠습니다. 이는 주권국가인 대한민국이 자국의 영토에서 행하는 주권행위임입니다.

    “주한미군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을 지키려고 오랜 시간동안 노력을 했습니다. 인명피해가 나지 않도록 노력해주십시오.”

    -알겠습니다. 주한미군 한 명의 목숨을 대한민국 국민 한 명의 목숨처럼 여겨서 최대한 인명피해가 나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헤일리를 비롯한 통령 조지, 국방장관 도널드, 국무장관 캘리 등 회의실에 모인 자들의 표정이 밝아졌다.

    안천수 대통령의 주한미군 한 명의 목숨을 대한민국 국민 한 명의 목숨처럼 여겨서 최대한 인명피해가 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말에 안도감을 느낀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아직 안천수 대통령의 말의 깊은 뜻까지는 이해하지 못했다.

    자국의 국민처럼 대한다고 했지 미국의 시민으로 특혜를 베풀겠다는 의미는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나 회의실에서 안천수 대통령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당연히 안천수가 주한미군을 미국의 시민으로 대해서 당연히 특혜를 베풀겠다는 의미로 자의적으로 해석했다.

    헤일리와 안천수는 10분 정도 더 이번 사태의 해결에 관해 의견을 교환하고 화상대화를 종료했다.

    “프레지던트, 안천수 대통령이 우리의 입장을 생각해주는 모습을 보여주니 참 다행입니다.”

    “그렇군요. 하지만 언제까지 그들의 아량을 기대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당장 대구에 있는 미국 8군, 미국 7 공군, 미국 제7함대, 미국 해병대 통합 기지로 국방장관이 직접 가서 사태를 해결하세요. 그리고 주한미군사령부의 지휘관과 고위 장교를 보직에서 해임하도록 합시다.”

    “네?”

    국방장관이 직접 나서서 사태를 해결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한다.

    하지만 주한미군사령부의 모든 지휘관과 고위 장교를 보직 해임하는 문제는 보통 문제가 아니었다.

    잘못하면 정말 미국 역사상 초유의 쿠데타가 일어날지도 모를 초강경 대응이었다.

    하지만 헤일리는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며 지금의 사태가 해결되지 않을 것 같았다.

    “국가안보국과 육군정보대에서는 지금 즉시 주한미군의 연락망에 간섭하여 재밍을 하도록 하세요. 특히 믿을 수 있는 장교들에게는 즉시 상관들을 체포하여 구금하라는 명령서를 보내도록 하세요.”

    “그렇게까지?”

    “뭐하고 있습니까? 이건 명령입니다. 당장 움직이세요.”

    “옛써!”

    도널드가 뭐라고 한 마디 하려고 하자 헤일리가 단호하게 고개를 저으며 명령했다.

    결국 국가안정보장회의는 일단 주한미군의 제어에 총력을 기울이는 걸로 의견을 모았다.

    백악관의 움직임이 적극적으로 변하자 국방부를 비롯한 주한미군이 속해있는 미국 태평양사령부에서도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런 움직임을 감지한 주한미군의 움직임도 덩달아 극단적으로 변해갔다.

    주한미군 전체가 유기적으로 외부의 압력에 강온전략을 구사하며 온갖 유언비어와 역정보를 흘려서 정보를 확인하느라 시간을 허비하게 만든 것이다.

    하지만 주한미군의 움직임이 극단적으로 변해가자 그에 자극받아 더욱 극단적으로 변해는 자들도 있었다.

    그들은 바로 소울 디펜스의 특수영업부 소속 대원들이다.

    “시한폭탄은 제대로 설치했지?”

    -그렇다. 지금 탈출하고 있다. 10분 뒤에 일제히 폭발할 것이다.

    “수고했다. 쥐구멍으로 돌아가면 족제비가 마중을 나올 것이다.”

    -알겠다. 이상.

    활주로가 내려다보이는 높은 나무 꼭대기 위에서 기가 막히게 균형을 잡고 앉아 있던 자들이 검정 숯을 잔뜩 묻힌 얼굴로 미소를 지었다.

    달빛에 반사된 그들의 하얀 이빨만이 이 어둠 속에서 서로의 존재를 확인시켜주고 있었다.

    쾅! 콰콰쾅 쾅쾅쾅!

    오산비행장의 연료저장소가 일제히 폭발했다.

    시뻘건 화염이 하늘 높이 치솟고 주변이 대낮처럼 밝아졌다.

    관제탑과 활주로 등에서도 폭발이 일어났다.

    활주로는 곳곳이 커다란 아이스크림 스쿠프로 떠낸 것처럼 여기저기가 움푹 패여 커다란 구덩이를 이루고 있었다.

    관제탑을 비롯한 각종 레이더와 관제장비들이 고온으로 인해 엿가락처럼 늘어져 생을 마감했다.

    오산시의 오산역에서 7km 남쪽에 오산비행장은 경기도 평택시 송탄(신장동), 서탄면 일대에 위치한 대한민국 공군과 주한 미군의 합동 기지로, 미국 공군에서 관리하고 있다.

    오산공군기지로 불리기도 한 이 비행장에서 일어난 원인불명의 폭발과 화재로 인해 미국 제7공군의 제51전투비행단, 제731항공수송대대 등의 전투기와 군용수송기가 발이 묶여 한동안 격납고 속에서 긴 잠을 자야했다.

    캠프 험프리스(Humphreys).

    험프리스 미국 육군기지는 주한 미군의 주둔지이다. 경기도 평택시 팽성읍 안정리에 위치하며 미국 육군 시설 관리 사령부의 태평양 지역대에서 관리한다.

    서울과 경기도 의정부시와 동두천시에 있는 용산 기지와 캠프 레드 클라우드 등의 병력이 모두 험프리스 기지로 옮겨오자 이곳은 예전에 비해 큰 활기로 가득 찼다.

    매점, 쇼핑몰, 영화관, 푸드코트, 슈퍼짐(Super Gym) 등 각종 오락시설과 위락시설이 즐비한 이곳에는 수백채의 주택들도 즐비하게 줄을 서있다.

    어두운 밤이지만 이들이 뿜어내는 밝은 조명과 빛 그리고 열기로 인해 험프리스 기지는 대한민국 안에 있는 또 다른 별세계처럼 보인다.

    펑 퍼퍼펑 펑펑펑…….

    에에에에에에엥엥엥…….

    갑자기 험프리스 기지의 사방에서 폭음이 일어나더니 일제히 불이 꺼졌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어느 도시에 못지않은 불야성을 이루고 있던 험프리스 기지는 귀청을 찌르는 사이렌 소리와 함께 칠흑 같은 어둠속으로 빠져들며 공포로 물들었다.

    쾅쾅쾅 콰콰쾅 쾅쾅!

    처음에 일어난 폭음과는 달리 이번에는 대기가 진동할 정도의 강력한 폭발음이 사방에서 일어났다.

    험프리스 기지의 자가발전소와 연료탱크들이 모여 있는 연료저장소에는 큰 화염에 휩싸여 연신 유폭이 일어나고 있었다.

    험프리스 기지로 들어가고 나오는 모든 출입구와 관문은 시뻘건 화염으로 불타올랐고 미 육군이 사용하고 있던 2178m의 활주로와 관제탑, 항공연료 저장탱크는 처참하게 박살이 나며 화염에 휩싸였다.

    그로인해 미 육군의 제2전투항공여단, 제501지원여단, 제194전투유지지원대대, 제58항공연대, 제52군수중대 등의 각종 항공작전기가 발이 묶여버렸다.

    “공격헬기와 정찰헬기를 띄워라.”

    “적의 공격이다. 모두 전투준비를 하고 각 포인트로 이동하라.”

    여기저기서 비명인지 고함인지 모를 고음의 소리가 들려왔다.

    어디서 시작된 것인지는 모르지만 지금 험프리스 기지는 광범위한 재밍으로 인해 무선 통신이 불가능했다.

    핸드폰은 물론이고 레이더와 각종 전자기기가 먹통으로 변해서 전원을 켜면 오작동으로 회로가 타버리던가 불이 나기도 했다.

    험프리스 기지가 외부와 완전하게 차단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안티 재밍 시스템을 갖춘 아파치 가디언 공격헬기 1대와 카이오아 워리어 무장정찰헬기 2대가 용케 허공으로 떠오르고 있었다.

    푸타타타타타!

    쾅! 쾅쾅!

    하지만 어렵게 20여 미터를 떠오른 것과는 달리, 어디선가 날아든 공 모양의 불덩이에 의해 아파치 가디언 공격헬기 1대와 카이오아 워리어 무장정찰헬기 2대가 너무나도 허무하게 피격당하고 말았다.

    불타는 헬기의 잔해가 관성의 법칙으로 인해 지상으로 그대로 떨어지자 지상에 있던 정비병들이 자신의 머리를 두 손으로 감싸곤 비명을 지르며 사방으로 달아났다.

    콰쾅 쾅!

    꽈르릉 꽈르르릉 우르릉!

    공격헬기 1대와 무장헬기 2대가 화염에 휩싸인 채 지상에 떨어지자, 기다렸다는 듯이 일제히 유폭이 일어났다.

    유폭은 헬리포트 주변 일대를 거센 화마의 혓바닥으로 할퀴어 갔고 주기해 놓은 수많은 공격헬기와 무장헬기들을 차례로 집어 삼켰다.

    유폭은 또 다른 유폭을 낳았고, 불길은 또 다른 불길을 일으키며 사방으로 번져갔다.

    어느새 격납고까지 달려간 불길이 번지자 험프리스는 유폭과 함께 대규모 화재가 일어나 화염지옥을 연상케 했다.

    이 모든 것을 험프리 기지 바깥에서 단 한 번도 눈을 깜빡이지 않고 지켜보던 사내가 높은 나무 위에서 오롯이 선채 핸드폰을 들었다.

    그리고는 어디론가 전화를 걸더니 속삭였다.

    “화조는 둥지에 좌초됐다. 다시 말한다. 화조는 둥지에 좌초됐다.”

    -수고했다. 도망가지 못하게 새장을 단속해라.

    “알겠다. 이상.”

    핸드폰을 주머니 속에 집어넣은 사내는 나무의 아래쪽에 대기하고 있는 커다란 덤프트럭을 향해 휴대용 전등을 깜빡거렸다.

    부르릉 부릉!

    그러자 덤프트럭이 즉시 험프리 기지의 출입구를 향해 달려갔다.

    그리고는 그대로 불타고 있는 출입구의 앞에서 핸들을 꺾었다.

    끼이익 쿵!

    커다란 덤프트럭이 옆으로 기울어지며 쓰러지자 운전석의 차문이 터져 나가듯 위로 튕겨버리더니 안에서 칠흑 같은 검은 옷을 입은 운전사가 허공으로 솟구쳤다.

    허공에서 공중제비를 돌며 대지에 멋지게 내려서자 트럭 안에서 독극물 경고판이 붙은 녹슨 드럼통들이 수십 개나 쏟아져 나왔다.

    “결자해지(結者解之)라? 참 좋은 말이지.”

    검은 옷을 입은 사내는 작게 중얼거리면 느긋하게 걸어서 내려오더니 미리 준비해놓은 오토바이에 시동을 걸고 대기하고 있던 사내의 뒤에 타고는 빠르게 어둠속을 사라져갔다.

    녹슨 드럼통 안에서 머리통을 지끈거리게 만드는 고약한 냄새가 풍겨 나오는 액체가 흘러나왔다. 냄새는 바람을 타고 험프리 기지 쪽으로 흘러갔는데 드럼통의 독극물 경고판에는 희미하게 주한미군의 표식이 붙어있었다.

    * * * * *

    “우웩!”

    정신이 들자마자 제일 먼저 한 것은 오바이트였다.

    누군가 자신의 뱃속에 손을 집어넣어 다 헤집어 놓은 것 같은 느낌에 구역질이 절로 솟구쳤던 것이다.

    점심에 먹었던 김밥과 어묵은 물론이고 아침에 먹었던 것까지 다 토해내도 구역질은 멈추지 않았다.

    뱃속의 저 아래 밑바닥에 남아있던 똥물까지 다 게워 놓을 정도로 남김없이 쏟아 붓자 그제야 욕지기가 멈췄다.

    “헉헉헉!”

    어렵게 심호흡을 하자 이제는 온몸의 뼈란 뼈가 다 부서진 것처럼 아파왔다.

    ============================ 작품 후기 ============================

    * Merry Christmas & Happy New Year! 즐거운 크리스마스 보내세요!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선호작, 추천, 코멘트, 쿠폰,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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