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40 제 85 장 - 피습 =========================================================================
총리 서반석, 대통령 비서실장 한명회, 국방장관 태공명, 국정원장 양지향, 검찰총장 사기소, 경찰청장 서봉창, 감사원장 안명학…….
하나같이 자신의 이익과 영달을 위해 월권과 직무유기, 불법을 밥 먹듯이 저지르는 자들이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수시로 미국과 일본, 중국과 러시아 등에 넘겨서는 안 되는 나라의 중요한 정보를 넘기고 돈을 받아 챙긴 전력이 있었다.
이번 일로 보수라고 쓰고 친일파라고 읽는 매국노들과 진보라고 쓰고 사대주의자라고 읽는 국가반역자들을 모조리 솎아 내길 안천수 대통령은 진심으로 기원했다.
그리고 제발 청렴결백한 진정한 보수와 진보 세력이 나타나 우국충정의 마음으로 이 나라를 이끌어 주길 마음속으로 기도했다.
‘쓰벌, 이러다 누구처럼 탄핵을 받는 것 아닌가 모르겠네.’
안천수는 자신이 이 나라를 지배하고 있는 기득권자들의 코털을 잘못 뽑아서 한방에 훅 가는 것은 아닐까 조금 걱정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차라리 탄핵을 받고 청와대를 떠나는 것이 낫지, 더 이상 나라를 좀먹는 개 같은 놈들의 행태를 그냥 눈뜨고 가만히 봐줄 수는 없었다.
그의 머릿속으로 ‘주사위는 던져졌다!’고 외쳤던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말이 떠올랐다. 하지만 불안한 그의 마음을 대변해주듯 머릿속의 한편에서는 일국의 대통령답지 않은 온갖 비속어가 난무하고 있었다.
‘젠장, 낙장불입(落張不入), 못 먹어도 고다. 역시 사내는 직진(直進)이야.’
때론 세상을 바꾸는데 많은 사람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가끔은 단 한명의 결심이 세상을 뒤엎어 버리기도 한다.
청와대에서 불어온 작은 바람이 곧 태풍이 되어 한반도 전역을 흔들기 시작했다.
미국 워싱턴 백악관.
말쑥한 정장으로 회의실에 모인 사내들은 헤일리 대통령이 안으로 들어오자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미스터 프레지던트!”
“다들 앉으세요. 그리고 국가안전보장회의(National Security Council)를 시작합시다.”
헤일리는 직사각형의 긴 테이블에 앉은 국가안전보장회의 위원(member)들과 회의실 벽을 따라 둥글게 놓인 의자에 앉아 있는 간부들과 보좌관들을 한번 쳐다봤다.
부통령 조지, 국방장관 도널드, 국무장관 캘리, 국토안보부 장관 제이, 합참의장 마이클, 국가정보국(ODNI) 국장 제임스, 중앙정보국(CIA) 국장 존, 국가안보국(NSA) 국장 블레어가 자신과 같은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회의실 벽을 따라 국가안전보장 보좌관 톰, 국가안전보장 부보좌관인 포먼과 로벤, 동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 루니 그리고 국가안전보장회의의 임무 수행을 지원하는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보좌관과 국무부, 국방부 및 중앙정보국(CIA, Central Intelligence Agency)에서 파견된 선임 전문요원들이 눈을 빛내고 있었다.
미국을 움직이는 실세들이 오밤중에 이렇게 급히 한자리에 모여서 국가안전보장회의를 하게 될 줄은 몰랐다.
하지만 지금 돌아가는 상황은 그 어느 때보다 미국의 안보와 대외정책 및 군사정책에 중요한 자문을 요하고 있었다.
국가안전보장회의 자체가 미국의 국가 안보에 관련된 국내정책, 대외정책 및 군사정책에 대해 대통령에게 종합적으로 자문을 하는 일이라는 것을 생각할 때 더 늦지 않게 이렇게 모인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먼저 도널드 국방장관에게 하나 물어봅시다. 지금 한반도에서 일어나는 사건에 관련됐습니까?”
“아닙니다. 저와는 전혀 무관한 일입니다.”
헤일리의 날카로운 눈빛을 받자 놀란 도널드는 다급히 두 손을 휘두르며 정면으로 부인했다.
“그 말 믿어도 되겠지요?”
“그렇습니다.”
“좋습니다. 그럼 지금 도대체 왜 이런 사태가 일어났는지 얘기를 해보세요.”
서로의 눈치를 보느라 회의실은 잠시 침묵이 흘렀다.
하지만 헤일리가 중앙정보국 국장 존을 쳐다보자 결국 압박을 못이긴 존이 어렵게 입술을 뗐다.
“아직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습니다. CIA 한국지부에서 원인을 파악하느라 혼신을 다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주한미군이 협조하지 않아 조사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헤일리는 존의 말에 코웃음을 치며 싸늘하게 쳐다봤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국가정보국(ODNI) 국장 제임스를 쳐다봤다.
그러자 제임스도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기가 막히다는 표정을 지으며 이번에는 국가안보국(NSA) 국장 블레어를 바라보자 블레어가 헛기침을 하면서 시선을 피했다.
“매년 국가정보국에 들어가는 예산이 얼만데 대체 이렇게 기본적인 사전조사조차 이뤄지지 않는 겁니까? 나한테 아무런 조언도 해주지 못하는 자들이 여긴 대체 왜 앉아 있는 겁니까? 당신들 지금 여기서 커피타임이라도 오붓하게 즐기려고 온 겁니까? 당장 나가서 주한미군이 왜 미쳐 날뛰는지 이유를 알아오란 말입니다.”
대통령 헤일리의 질책에 국가정보국 국장 제임스와 중앙정보국 국장 존 그리고 국가안보국 국장 블레어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그 모습에 도널드가 대통령의 눈치를 보면서 슬그머니 일어나자 헤일리가 한손을 들어 말렸다.
“국방장관이 나가면 난 누구하고 의논을 합니까?”
“죄송합니다.”
“죄송한 줄 알면 앞으로 이 사태를 철저히 조사해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조치하세요.”
“네.”
헤일리 대통령이 쥐 잡듯이 회의실을 한번 잡아 놓자 다들 군기가 바짝 든 신병처럼 눈이 초롱초롱해졌다.
“주한미군 사령관이 누구죠?”
“스키퍼 대장입니다.”
“지금 주한미군이 벌이고 있는 작전의 실체가 뭡니까?”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대한민국에 있는 서머너즈 길드의 마스터를 제거하는 작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스키퍼 대장과는 연락했습니까?”
“주한미군과의 공식적인 채널은 완전히 끊긴 상태입니다. 물론 스키퍼 대장과도 전혀 연락이 닿지 않고 있습니다.”
도널드 국방장관의 말에 헤일리는 소리 나지 않게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세계능력자협회 회장인 오라클과 미국능력자협회 회장인 썬더가 이번 일에 연루되어있다고 하던데 사실입니까?”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주한미군에 모든 작전을 중단하고 캠프로 돌아오라는 명령은 보냈습니까?”
“공식적인 채널은 막혔지만 비공식적인 채널을 통해서 확실하게 전달했습니다.”
“그런데도 말을 안 듣는다?”
“죄, 죄송합니다.”
도널드 국방장관은 다시 한 번 사과를 했다.
하지만 그가 사과한다고 변하는 것은 없었다.
“이번 일은 아무래도 세계능력자협회 회장인 오라클과 미국능력자협회 회장인 썬더 만으로 저지를 수 있는 스케일의 일이 아닙니다.”
헤일리의 말에 아무도 대답을 하지 못했다.
아니 헤일리는 처음부터 대답을 원하지 않았는지도 몰랐다.
지구의 유일한 초강대국인 미국의 대통령이 되면서 알게 된 비밀로 인해 더 이상 자신이 세계 최강의 사내라는 자부심은 이미 산산조각이 난 상태였다.
‘지구를 암중으로 지배하는 가문들이 오라클과 썬더의 손을 잡아 준 건가?’
로스차일드 가(家), 록펠러 가(家), 모건 가(家), 유대계 금융가문 등 미국을 정점으로 전 세계를 단일국가, 단일정부, 단일화폐로 하여 영원히 지배하려는 음모는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진행되어 왔다.
아니 어떻게 보면 이미 이들은 지구를 지배하고 있다.
그런데 왜 이들이 지금 이 시점에서 오라클과 썬더의 손을 잡아 준 것일까?
만약 정말 그렇다면 이들이 무엇을 두려워하고 있기에 이렇게 과격한 방법을 이용해서라도 서머너즈 길드의 마스터를 죽이려고 하는 것일까?
잠시 헤일리가 생각에 빠진 틈을 타, 국가안정보장회의는 지금 산으로 가고 있었다.
“대한민국 정부에서 감히 우리 미국 정부에게 협박을 하는 것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습니다.”
“그동안 우리 미국이 대한민국을 지켜주느라 얼마나 고생을 했습니까? 그런데 겨우 이런 일로 동맹국에 대한 적대행위를 계획하다니요.”
“안천수 대통령을 하야시켜야합니다.”
“이번 기회에 북한을 우리 미국이 실질적으로 신탁통치하는 방안만이 중국과 러시아로 부터의 위협에서 미국을 지키는 길입니다.”
탕탕탕!
“지금 당신들 무슨 소리를 하는 겁니까? 다들 정신이 있어요? 없어요?”
참다못한 헤일리가 손바닥으로 테이블을 치면서 소리를 지르자 그제야 회의실이 조용해졌다.
“캘리,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대통령을 하야시켜야 한다는 말을 서슴지 않고 하는 겁니까? 미국의 외교를 담당하는 국무장관으로써 예의를 갖추도록 하세요.”
“크흠.”
“도널드, 대한민국이 미국을 협박하다니요? 지금 주한미군이 남의 나라 영토에서 허락도 받지 않고 탄도미사일을 쏘고 민간인을 공격하고 있는 것 아니었습니까? 대한민국 정부에서 우리에게 요청하는 사안은 당연하고도 상식적인 수준의 항의와 해명 그리고 사과요구입니다. 재발방지대책을 내놓으라고 말하지 않은 것만 해도 감사해야 한다고요.”
“하지만 우리가 대한민국 정부의 요구를 다 들어줄 수는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도널드의 말에 헤일리는 고개를 흔들었다.
“인터넷이 보편화된 지금 이번 일이 언론에 알려지게 되는 일은 시간문제입니다. 아무리 우리 미국이 세계의 정보를 통제하고 관리할 능력이 있다고 해도 인터넷 백본을 끊어 버리지 않는 이상 그건 불가능합니다. 지금 남의 나라 안방에서 불을 지르고 다니는 것은 우리입니다. 주한미군을 버리는 한이 있다고 해도 대한민국 정부 아니 대한민국과는 척을 지어서는 안 됩니다. 그렇게 한다면 대한민국은 정말 중국으로 붙어 버립니다. 일본의 힘만으로 중국을 제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잘 알지 않습니까?”
“그거야 그렇지만.”
헤일리는 답답했다.
아무리 말을 해도 미국 행정부와 의회는 대한민국을 아시아에서 말 잘 듣는 원숭이 정도로 밖에 생각하지 않았다.
물론 겉으로야 온갖 미사여구를 쓰며 언론플레이로 띄워주기도 하지만 실질적으로 대 유럽 정책에 비해 대 아시아 정책은 우선순위에서 한참은 밀려나 있는 상태였다.
“다들 정신 차리고 내말 잘 들으세요. 일단 대한민국은 우리의 적이 아니라 우리의 혈맹이나 마찬가지인 동맹국입니다. 수십 년 동안 동맹국으로 같이 싸운 전우의 등에 칼을 꽂는 짓은 하지 맙시다. 우리가 그런 짓을 하면 언젠가는 반드시 우리의 등에 그들이 칼을 꽂을 것입니다. 지금 문제를 일으킨 것은 우립니다. 제일 급선무는 주한미군을 다시 우리의 손 안에 집어넣어 제어할 수 있게 만드는 것입니다.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즉시 주한미군을 통제하세요.”
헤일리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보좌관을 부르거나 뭔가 메모를 해서 보좌관들에게 전해줬다.
“미스터 프레지던트, 대한민국의 안천수 대통령이 화상대화를 요청했습니다.”
“휴우, 올 것이 왔군요. 연결하세요.”
“하지만 아직 저희는 준비가 되지 않았습니다.”
“아닙니다. 이런 일은 서로 믿음을 보여줘야 합니다. 이 시간부터 대한민국 정부와 일정한 정보를 공유하도록 합시다.”
헤일리가 결심을 굳히자 부통령 조지, 국방장관 도널드, 국무장관 캘리는 서로의 얼굴을 한번씩 쳐다보며 난색을 표했다.
그러나 한번 고집을 부리면 어지간해서는 바꾸지 않는 헤일리의 성정을 익히 아는 그들은 더 이상 왈가왈부하지 않고 벽면에 열리고 있는 거대한 초대형 LED화면을 바라봤다.
‘Made in Korea’가 분명한 LED화면을 바라보는 그들의 마음은 답답하고 착잡한 심정이었다.
-안녕하십니까?
“반갑습니다. 안천수 대통령.”
-저도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웃을 수가 없네요. 이해해주십시오.
“이해합니다. 저도 이런 일로 얼굴을 마주보게 되니 참 안타깝습니다.”
일단 서로에게 호감을 품고 있는 상황이라 헤일리와 안천수는 서로에게 예의를 갖춰 인사를 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두 사람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첨예하게 대립하기 시작했다.
-먼저 주한미군의 이런 불법적이고 비상식적인 행동을 즉시 멈춰주시기 바랍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행동을 말하는 겁니까?”
헤일리는 일단 오리발을 내밀었다.
하지만 안천수도 이 정도는 이미 예상을 하고 있었다. 아니 오히려 이런 행동을 보일 것을 알고 확실한 증거와 함께 더 강하게 밀어 붙였다.
-화면 한쪽에 보내드리고 있는 주한미군의 총체적인 불법 작전과 대한민국 민간인에 대한 살해, 폭격등에 관해서 말씀드리고 있는 겁니다. 주한미군의 모든 행위는 현재 우리 대한민국 정부의 사전승인이나 경고, 서면접수 등 어떤 언질도 없이 이루어지고 있는 100% 주권침해 행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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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본격적으로 대통령 안천수의 항의가 시작됐습니다. 힘내라 힘, 화이팅!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유쾌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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