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OULNET-339화 (339/492)

00339  제 85 장 - 피습  =========================================================================

고구려 길드 마스터 고종석은 혹시라도 배후가 자신들이 아닐까 하는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서라도 최선을 다해 서머너즈 길드를 돕기로 작정했다.

비록 지금 약간 자존심이 상하긴 했지만 나중을 생각해보면 몇 배는 더 큰 이득이 될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그의 이러한 결정으로 인해 남포의 분위기가 급변했다.

서머너즈 길드 개성지부.

개성큐브가 생겨난 이후, 전 세계의 주목을 한눈에 받고 있는 뜨거운 감자가 된 이곳은 마치 전쟁이 터진 것처럼 극도의 긴장감이 무겁게 흐르고 있다.

“뭐하고 있어. 다들 중형전술차에 올라타지 않고? 마스터는 서머너즈 길드의 최강의 정예인 제1 공격대가 구조한다.”

“서머너즈에 승리를! 마스터에게 영광을!”

이제는 하도 구호를 외쳐서 서로 쪽팔리는 현상도 사라진 서머너즈 길드 제1 레기온 소속 제1 공격대는 중형전술차 열대에 나눠서 올라타 북쪽을 향해 빠르게 달려갔다.

그들의 뒤쪽으로 아무 말 없이 묵묵히 중형전술차 열대에 분승해서 올라타는 자들의 모습도 보인다.

서머너즈 길드의 외인부대 영입되어 혁혁한 무공(武功)을 세우고 있는 웨어울프들이다.

레이칸 부족과 투멘 부족의 웨어울프들은 사실 소울이 누군가에게 피습을 당해 실종됐다는 소리를 듣자 다들 코웃음을 쳤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소울이 누구한테 쉽게 당할 위인이 아니라는 생각이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들은 다른 능력자들과는 달리 평온하고 느긋하게 중형전술차에 올라타고 있었다.

그러나 이들의 이런 모습이 오히려 외인부대를 뭔가 다르다는 경외심을 가지고 바라보게 만들고 있었다.

개성지부 3층 회의실.

창문을 통해 중형전술차가 속속 빠져나가 북으로 달라가는 모습을 쳐다보고 있던 유정아의 눈이 반짝거렸다.

“고마워요. 아저씨.”

-제인, 이번 일은 정말 조심해야 된다. 한 발짝만 잘못 디뎌도 나락으로 떨어질 수가 있어.

“알겠어요. 제가 잘 알아서 처리할게요.”

-새로운 정보가 들어오면 바로 알려줄게.

“네, 부탁드려요.”

유정아는 도청방지 장비가 달린 위성전화를 종료했다.

맑고 낭랑한 목소리를 내며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있던 유정아의 얼굴이 순간 차가운 얼음의 마녀처럼 굳어지며 이를 바드득 갈았다.

‘개 같은 년, 정말 보자보자 하니까 끝이 없네. 네가 감히 내 것에 손을 대? 더 이상은 나도 참을 수 없어.’

유정아는 한때 친자매 이상으로 너무나도 서로 사랑하고 아껴줬던 엘리스(오라클)와의 질긴 인연을 여기서 끝내기로 했다.

주머니 속에서 검은 색으로 빛나는 스마트폰을 꺼내 든 그녀는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나야, 오라클과 그녀의 추종자들의 소재를 파악해.”

-드디어 때가 온 겁니까?

“그래. 이제 끝장을 봐야할 시기가 됐어.”

-네, 알겠습니다.

굵고 낮은 저음을 가진 목소리를 가진 사내가 차분하게 대답했다.

그녀는 더 이상 할 말이 없는지 바로 전화를 끊어 버렸다.

똑똑똑!

밖에서 누군가 노크를 했다.

“들어오세요.”

“부르셨습니까?”

회의실 안으로 들어온 사람은 두보환 소울 디펜스 보안부장이었다.

유정아의 얼굴이 봄바람에 꽃이 피듯 환하게 풀려있었다.

“서머너즈 길드의 모든 회선과 유무선 전화가 미국의 국가정보국(ODNI)에 도청을 당하고 있습니다. 즉시 조치를 취하도록 하세요.”

“네, 알겠습니다.”

“국정현 사무총장께서 소울 디펜스에 비상사태를 선포하셨다죠?”

“그렇습니다.”

“김영신 사장의 명령으로 특작부대 하나가 미국 본토를 향해 은밀히 출발했다고 하던데 무슨 일을 벌이려고 그래요?”

“그건 말씀 드릴 수 없습니다.”

“혹시 백악관을 날려버릴 거라면 나한테 말해요. 내가 도와줄 테니…….”

“기억하겠습니다.”

두보환은 싱긋 미소를 지으며 유정아에게 정중히 고개를 숙이고 회의실을 나갔다.

사실 김영신의 밀명으로 미국 본토를 향해 은밀히 출발한 특작부대는 하나가 아니었다. 하지만 두보환은 굳이 그런 사실을 유정아에게 알릴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유정아는 두보환이 남기고간 미소가 참 보기 좋았다.

차갑고 서늘하고 당당하고 뭔가 확신에 찬 그 미소의 의미가 절대 작게 느껴지지 않았다.

‘김영신 사장, 이거 아주 물건이었네. 이에는 이로 갚는다는 생각인가? 일이 터지자마자 주한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평택, 오산, 대구, 부산 등으로 소울 디펜스 영업부를 내려 보내다니……. 호랑이 간을 삶아 먹었나? 아주 간이 부어도 단단히 부었구나. 간 큰 것 하나는 알아줘야겠어. 으음, 이러다가 정말 일이 잘못되면 3만의 주한미군이 모조리 몰살을 당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유정아는 그런 비극적 사태가 오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하지만 대한민국 정부에서 백악관으로, 연방정부로, 미 국방부로, 주한미군사령부로 계속해서 주한미군의 병력동원에 대한 경고와 해명을 요구해도 듣지 않자 조금씩 생각이 바뀌고 있었다.

주한미군을 움직이고 있는 것은 두 말 할 것도 없이 엘리스, 아니 오라클이다.

오라클의 심복이 주한미군에 얼마나 박혀있는지 또 누군지는 전혀 몰랐다.

자신의 정보라인을 총동원해서 지금 주한미군의 지도부를 샅샅이 훑고 있지만 이런 작업은 필연적으로 시간이 걸리는 법이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계속 소울을 잡아 죽이기 위해 주한미군을 총동원해서 무력을 행사한다면 유정아도 선택의 폭이 없게 된다.

그때는 정말 자신이 직접 나서서 모조리 쓸어버릴 것이다.

그런데 김영신이 자신보다 먼저 주한미군을 정리할 생각으로 움직이자 유정아는 오롯이 오라클과 그녀의 떨거지들에게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아마 그래서 두보환의 뭔가 있는 듯한 미소가 자꾸 눈에 밟혔나 보다.

‘엘리스, 오래 기다렸다. 내가 준비한 것을 끝까지 사용하게 되지 않길 바랐는데 결국 이렇게 나를 남자 하나 때문에 칼을 든 나쁜 년으로 만들었구나. 기왕 칼을 빼들었으니 네가 실망하지 않도록 내가 철저하게 살을 저며 주도록 할게.’

유정아의 눈에서 차마 쳐다볼 수 없는 달콤하고 살벌한, 광기어린 살기가 폭사되었다.

그녀가 하염없이 바라보며 애증의 칼을 갈고 있는 곳은 동쪽 하늘이었다.

* * * * *

청와대가 발칵 뒤집혔다.

주한미군에서 사전에 대한민국 정부의 승인을 받지도 않고 황해북도를 향해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고, 아파치 가디언 공격헬기 부대를 보내 민간인을 죽이려는 시도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민간인이란 자가 하필이면 세계 최초로 개성에 등장한 큐브를 독점하고 있는 서머너즈 길드의 마스터였다.

“도대체 백악관에서는 왜 아무런 대답이 없는 겁니까?”

“백악관에서도 지금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보고 있다고 합니다.”

“그게 말이 됩니까? 당장 주한미군의 전투기와 공격헬기가 황해북도를 제집 마냥 돌아다니고 있고, 군용수송기와 수송헬기가 몰려가고 있는데 이런 움직임을 백악관에서 모른다는 것이 있을 수 있다고 봅니까?”

대한민국 대통령 안천수의 말에 한명회 비서실장은 참담한 표정을 지었다.

“저도 사실은 주한미군의 행동을 도저히 이해를 할 수 없습니다. 또한 백악관과 국방부, 미국정보국까지 모두 벙어리가 된 듯 입을 꼭 다물고 있습니다.”

“미국 대사를 당장 불러들이세요. 이제는 외교적인 문제가 일어난다고 해도 더는 참지 않겠습니다. 주한미군이 백주대낮에 민간인을 테러하다니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어디 있습니까?”

“방금 전에 미국 대사로부터 바쁜 일이 있다고 당장은 못 들어온다는 연락이 있었습니다.”

“뭐라고요? 아니 정말 이자들이? 이제 막나가자는 거죠?”

안천수는 정말 화가 났다.

아무리 미국이 초강대국이라고 해도 일개 대사가 부임하고 있는 나라의 대통령의 호출을 거절한다는 것이 있을 수 있는 일이란 말인가?

‘미국이 이상해졌어. 대한민국이 더 이상은 필요 없다는 건가? 이렇게 막 대해도 결국 계속 자신들의 똥구멍을 핥아 주며 꼬리를 흔들어줄 애완견으로 남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는 건가? 북한은 이미 무너졌다. 서머너즈 길드와 337 길드를 통해서 대한민국이 사실상 실효지배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실 우리에게도 주한미군이라는 존재가 더 이상은 필요하지 않다. 그렇다면 한미연합군사령부에 전시작전권을 넘겨줄 이유가 없지. 아니 지금은 전시도 아니다. 국군의 작전권은 당연히 우리에게 있다.’

안천수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써 더 이상 주한미군의 깡패와 같은 짓을 참을 수 없었다.

주한미군은 분명히 정도를 넘어도 한참을 넘겼다.

주권국가이자 동맹국인 대한민국을 무시하고 자국의 영토처럼 마음대로 휘젓고 돌아다니면서 민간인을 공격하고 탄도미사일을 쏘는 불법을 저지르고 있었다.

“국방장관과 합참의장을 부르세요.”

“네? 지금 도대체 지금 무슨 생각을 하시는 겁니까? 갑자기 왜 국방장관과 합참의장을 부르시는 겁니까? 혹시 주한미군과 전쟁이라도 벌이시려는 겁니까?”

한명회는 안천수의 말에 깜짝 놀라 소리쳤다.

“한명회 비서실장, 당신이야 말로 지금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겁니까? 대체 언제부터 청와대 비서실장이 대통령이 하는 일에 감 놔라 배 놔라 간섭을 했습니까?”

“죄, 죄송합니다.”

한명회는 마치 횃불이라도 튀어 나올 것 같은 안천수의 눈빛을 보자 자신이 넘지 말아야할 선을 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안천수는 한명회를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며 분노로 몸을 부르르 떨다가 결국 인터폰을 꾹 눌렀다.

삐익!

-네, 부르셨습니까?

“정의현 경호실장, 들어오라고 하세요.”

-네, 대통령님.

그동안 친구이자 오랜 동지인 한명회의 월권을 무던히도 참아줬다. 하지만 오늘 하는 짓을 보니 더 이상은 참고 넘어갈 수가 없었다.

“부르셨습니까?”

건장한 몸을 가진 정의현 청와대 경호실장이 안으로 들어오자 안천수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한명회 비서실장을 지금 즉시 파면하겠습니다. 신병을 구속하고 월권과 직무유기, 금품수수와 내란음모 혐의로 검찰에 넘기세요.”

“네, 대통령님.”

털썩!

놀란 한명회가 그 자리에 무릎을 꿇고는 두 손을 모아 애원하며 안천수를 바라봤다.

“내가 잘못했습니다. 한번만 봐주세요. 대통령님! 다시는 잘못을 저지르지 않겠습니다.”

정의현 경호실장이 혹시나 해서 안천수를 쳐다봤지만 그는 단호한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미 돌이킬 기회는 몇 번이나 줬다. 하지만 한명회에게는 자신의 잘못을 돌이킬 생각도 회심할 의지도 없었다.

정의현 경호실장은 안천수의 의지를 확인하자 곧바로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신호기를 눌러 경호원들을 안으로 불러들였다. 그리고 한명회를 강제로 끌어냈다.

“천수야, 제발 한번만 봐줘. 내가 잘못했다고 이렇게 빌잖아! 너 지금 대통령 된 게 다 누구 덕인데 나한테 이래? 내가 입 뻥긋하면 어떻게 되는지 몰라? 나 혼자는 절대로 안 죽어. 쓸려나갈 놈들이 하나 둘이 아니라는 것 몰라서 그래?”

“대통령에게 협박을 한 것에 대해서도 기소하도록 조치하세요.”

차가운 안천수의 말에 한명회가 놀라서 입을 딱 벌리는 것으로 그의 모습은 방에서 사라졌다. 아니 역사에서 깨끗하게 지워졌다.

대통령 비서실장이 한 방에 나가떨어지자 정의현 경호실장은 조용히 그의 뒤에 서서 다음 지시를 기다렸다.

“오늘이 전에 말했던 바로 그날입니다. 모조리 잡아들이세요.”

“알겠습니다. 개벽 작전을 당장 시작하겠습니다.”

안천수는 참고 참았던 한숨을 길게 내쉬며 단단히 마음을 먹었다.

그동안 자신을 핫바지 저고리로 알고 온갖 월권과 부정을 저지른 청와대 비서실과 정부의 고위관료 그리고 국방부의 여러 장성들을 이제는 쳐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작전명 ‘개벽’은 오늘의 이런 날을 위해 그가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비장의 한 수였다.

‘이거 본의 아니게 묘하게 일이 겹치네. 그런데 소울 디펜스 대원들은 왜 주한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평택, 오산, 대구, 부산 등으로 몰려가고 있는 거지? 설마 나처럼 주한미군을 직접 공략해서 사태를 막아보려는 것은 아니겠지?’

안천수는 왠지 소울 디펜스 사장인 김영신이 대형 사고를 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그는 피식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품에 항상 넣어놓고 다니는 종이 한 장을 꺼내봤다.

거기에는 붉은 볼펜으로 써놓은 자들의 이름이 수두룩했다.

============================ 작품 후기 ============================

* 일타쌍피, 아니 일타삼피를 노리는 대통령 안천수! 과연 가능할지 모르겠네요.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건강한 하루 되세요.

선호작, 추천, 코멘트, 쿠폰,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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