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38 제 85 장 - 피습 =========================================================================
“세상에 그렇게 찰 지게 사투리를 쓰는데 어떻게 안 들어? 일단 우리 저쪽에서 그만 갈라지자. 해명은 나중에 받기로 하지.”
“네, 마스터.”
실비아의 얼굴이 홍당무처럼 붉게 물들어갔다.
“실비아, 몸조심해.”
“네, 마스터, 마스터도 몸조심하세요. 제가 꼭 구조팀을 데리고 올게요.”
“그래. 나중에 보자.”
휘이익!
소울은 산이 양쪽으로 갈라지는 길에서 실비아를 왼쪽으로 힘차게 던졌다.
그리고 자신은 반대쪽인 오른쪽으로 달려갔다.
착!
실비아는 소울이 던지는 힘을 최대한 이용해서 날아가더니 나무에 부딪치게 되자 고양이처럼 몸을 한 바퀴 회전시키더니 나뭇가지 위에 부드럽게 착지했다.
‘마스터, 꼭 살아나세요.’
실비아는 나무가 우거진 숲속으로 사라져가고 있는 소울의 뒷모습을 보며 간절한 소망을 담아 마음속으로 속삭였다.
세차게 뛰고 있는 벅찬 가슴을 진정시키려고 한 손으로 자신의 가슴을 누르는 순간, 그녀는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급히 고개를 아래로 내리자 그녀의 눈이 더 이상 커질 수 없을 만큼 커져갔다.
‘엄마, 이를 어째? 내가 왜 가슴을 다 내놓고 있지? 헉, 치마는 왜 또 다 찢어졌어? 그럼, 마스터가 지금까지 이걸 다 눈으로 보고 있었던 거였어?’
실비아는 정말 당장이라도 쥐구멍이 있으면 기어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앞으로 소울의 얼굴을 어떻게 볼지 난감해지자 절로 맥이 탁 풀렸다.
휘이익!
하지만 차가운 산바람이 자신의 맨살을 날카롭게 긁고 지나가자 정신이 확 들었다.
‘이런 미친년,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야? 마스터가 죽을 위기에 빠져 있는데…….’
실비아는 즉시 정신을 바짝 차리고 인벤토리를 열었다.
큐브 안에서 퀘스트를 하면서 장만해놓은 몸에 딱 붙는 암살자의 복장이 눈에 보였다.
찌익 찌이이익!
실비아는 즉시 자신이 입고 있는 정장을 손으로 잡아서 북북 찢어버렸다.
팬티 한 장만 남기고 나신의 상태가 된 실비아는 나뭇가지 위에서 다리 하나로 절묘하게 중심을 잡고는 암살자의 복장을 꺼내 입었다.
바람에 흔들리는 금발을 한손으로 잡아 뒤로 묶고, 검은 가죽으로 만들어진 가면을 뒤집어 쓴 그녀는 검고 긴 부츠 같은 전투화를 신자 가볍게 땅으로 떨어져 내렸다.
탁!
그렇게 높은 곳에서 떨어졌는데도 미세한 소음밖에 들리지 않는 것을 보면 확실히 그녀의 특성은 은신과 암살에 특화된 능력자였다.
실비아는 인벤토리에서 단검을 하나 꺼내 들더니 곧바로 남쪽을 향해 방향을 잡고 달리기 시작했다.
천천히 속도를 올려가던 그녀의 모습이 어느 순간 반투명해더니 빠른 속도로 허공으로 사라져갔다.
은신 특성이 패시브로 발현되어 일어나는 독특한 현상인 것이다.
실비아는 지금 소울의 비서이자 호위에서 벗어나 오랜만에 본연의 모습을 되찾았다.
멀리서 폭음이 연음이 연속적으로 들려오자 그녀는 더욱 무서운 속도로 날듯이 산을 가로질러 내려갔다.
* * * * *
콰콰쾅 쾅쾅쾅!
거대한 폭발이 연속적으로 일어났다.
뒤쪽에서 폭발의 충격파와 후폭풍이 덮쳐오자 소울은 급히 눈앞에 보이는 커다란 암석의 뒤로 돌아가 숨었다.
“헉헉헉!”
쏴아아아아!
흙더미가 비처럼 그의 머리위로 떨어져 내렸다.
자신이 가는 방향을 어떻게 아는지 아파치 가디언 공격헬기는 정말 귀신같이 쫓아와서 헬파이어 미사일과 로켓포를 쏘아댔다.
쾅!
하지만 그렇게 무섭게 추격해오는 아파치 가디언 공격헬기의 공격도 이게 마지막이었다.
어느새 날아온 렉시가 화염을 뿜어내어 단박에 터트려버린 것이다.
아파치 가디언 공격헬기에 타고 있던 조종사들은 대폭발과 함께 분자단위로 갈가리 찢겨져 사방으로 흩어져버렸다.
[휴우, 렉시! 수고했다.]
[빠아, 빠아!]
소울은 빠른 속도로 자신에게 날아든 렉시를 한손으로 받아 쓰다듬어줬다.
실비아와 헤어지고 나서 몇 분 되지도 않은 짧은 시간이었지만 천당과 지옥을 몇 번은 왕복을 한 기분이든 소울은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숨을 골랐다.
그는 인벤토리에서 생수를 하나 꺼내 마시면서 주머니 속에 있는 스마트폰을 꺼냈다.
최근기록에서 유정아의 이름을 찾아 통화버튼을 누르자 신호가 가기 시작했다.
몇 번 울리지 않아 유정아의 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세요?”
“나야.”
“남포 아직 안가고 뭐해?”
“헬기 타고 남포 가다가 도중에 미사일 맞고 떨어졌어.”
“뭐야? 어디 다치진 않았어?”
유정아는 놀라서 크게 소리쳤다. 미사일을 맞고 떨어졌다는 말에 갑자기 머릿속에서 수백 가지 경우의 수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난 무사해.”
“지금 거기 어디야?”
“글쎄? 나도 잘 모르겠어. 평산은 지난 것 같고 사리원은 아직 못 봤으니, 아마 서흥 근처가 아닐까 싶네.”
“바로 구조 헬기 보낼게.”
“한 가지 더 부탁 좀 하자.”
“뭔데? 즉시 비상 걸고 배후를 알아봐!”
“그거야 당연하지.”
그때였다.
갑자기 까뮤가 자신을 향해 양손을 내밀었다.
[마스터, 커다란 미사일이 여기로 떨어지고 있습니다.]
“아이, 씨발!”
소울은 까뮤의 말을 듣자마자 스마트폰을 땅에 떨어뜨리며 본을 소환했다.
[본, 소환!]
[부르셨습니까? 마이로드.]
[나를 보호해! 트렌스 페인!]
본은 소울의 의지를 확인한 순간, 즉시 악어 입을 만들어 뼈다귀를 소울에게 쏟아냈다.
순식간에 소울의 몸은 뼈로 만들어진 구체 속에 갇혀버렸다.
그때 까뮤의 양손이 원을 그리듯 돌아갔다.
동시에 소울이 앉아 있는 대지가 마치 아이스크림 스쿠프로 땅을 판 것처럼 반원형을 그리면서 180도 돌아갔다.
소울은 앉아서 세상이 거꾸로 뒤집히는 놀라운 광경을 생생하게 볼 수 있었다.
그러자 대지 위로 무덤의 봉분 같이 생긴 땅의 속살이 나오고 소울과 본은 산채로 땅속으로 그대로 묻혀버렸다.
번쩍!
태양보다 더 밝은 빛이 산중턱에서 환하게 터져 나왔다.
쾅!
우르릉 우르르릉 쿠르릉!
붉은 화염의 덩어리가 거대한 화구를 만들자, 강력한 충격파가 나이테 모양으로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충격파에 휩쓸린 주변의 나무들이 모조리 부러져 나가며 산산조각이 되어 쓸려나갔다.
곧이어 후폭풍이 몰아닥치며 주변을 빗자루 쓸 듯이 쓸어버렸다.
그리고 이내 허공으로 버섯 모양의 구름 같은 것이 하늘로 솟구쳤다.
연기가 사라지고 먼지가 가라안자 반경 3km 안은 전설의 거대한 거인이 땅을 대패로 밀어버린 듯 깨끗하게 초토화가 되어 있었다.
그 누구도 이런 폭발에는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이 폭발은 40km 밖에 떨어진 황해북도(黃海北道) 북서쪽에 있는 사리원시에서도 목격이 됐을 정도로 엄청난 폭발이었다.
대한민국은 이 폭발로 인해 전국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혹시 핵폭발이 일어난 것이 아닌가 하는 염려 때문이었다.
하지만 다행히 정부의 확인결과 핵폭발은 아니라는 것이 알려져 냄비 끓듯 끓어오르던 여론이 한풀 꺾였다.
하지만 대한민국 언론은 이런 좋은 호재를 그냥 버릴 수 없었다.
곧 ‘누가 대한민국 영토에 이런 엄청난 위력을 지닌 폭탄을 터뜨렸나?’라는 제목으로 다시 한 번 여론에 부채질을 해대기 시작했다.
거기에다 믿을만한 고위관리로부터 얻어낸 정보라며 인터넷에서 공개한 한 언론에서 이번일이 주한미군이 저지른 일이라는 것이 밝혀지자 여론은 다시 한 번 뜨겁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특히 이번에 사용된 폭탄이 미국에서 새로 개발된 최신형 탄도미사일로 대한민국의 사전허락 없이 멋대로 자행된 일이라는 것이 밝혀지자 대한민국은 이제 활활 타올랐다.
불이라는 것이 원래 한번 붙으면 잘 꺼지지 않는다. 그리고 바람에 따라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주변을 활활 태우는 놈이다.
대한민국 발(發), 여론의 불길은 곧바로 중국과 러시아를 거쳐 유럽과 아시아로 퍼져나갔고 태평양을 훌쩍 건너 아메리카 대륙으로 빠르게 번져나갔다.
하지만 사과와 해명을 해야 할 미국은 지퍼로 입을 닫아 놓은 것처럼 침묵을 지켰다.
그리고 이번 탄도미사일 발사는 그저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을 이때는 누구도 알지 못했다.
고구려 길드 남포지부.
평안남도(平安南道) 남서부, 대동강 하구에 있는 남포 시(市) 용강에 위치한 고구려 길드 남포지부는 명실상부한 평안남도의 실세로 하루가 다르게 그 위세를 더해가고 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전해진 한통의 전화로 의해 고구려 길드 남포지부는 그야말로 발칵 뒤집혀 버렸다.
“그게 무슨 소립니까? 마스터가 타고 있는 헬기가 추락했다니요?”
“탄도미사일은 또 무슨 말씀이십니까?”
김영신과 정일용은 국정현의 말에 자신들이 지금 남의 회의실에 들어와 있는 것도 잊은 채 잔뜩 흥분한 목소리를 소리쳤다.
“방금 유정아 고문이 전해온 소식에 의하면 마스터께서 현재 누군가에게 공격을 당하신 모양입니다.”
“설마 여길 오시다가 습격당했단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유정아 고문이 마스터와 통화를 하다가 중간에 끊어졌다고 하는데 방금 TV에서 나온 긴급뉴스를 보면 서흥군에 탄도미사일이 떨어졌다고 합니다.”
국정현은 딱딱하게 안색을 굳힌 채, 쥐어짜는 목소리로 말했다.
“탄도미사일이요? 누가 그런 짓을 참람한 짓을 했단 말입니까?”
“지금 확인중입니다.”
“지금 우리가 여기서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군요. 당장 개성으로 내려가야겠습니다.”
“그것보다 서머너즈 길드와 소울 디펜스에 비상부터 걸어야 합니다. 그게 마스터의 요청이었다고 합니다.”
“이런 개 같은, 도대체 어떤 새끼가 이런 짓을 한 거지? 잡히면 갈기갈기 찢어 죽이고 말테다.”
김영신은 노골적으로 고구려 길드의 마스터 고종석과 간부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건장한 체격에 사내답게 각이 지게 생긴 고종석은 한 발짝 앞으로 걸어 나오며 김영신을 똑바로 쳐다보고 말했다.
“먼저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되어 유감입니다. 어떤 새끼가 저질렀는지 모르지만 우리 고구려 길드는 모든 힘을 다해서 이번 일을 저지른 놈을 꼭 찾아 응징하겠습니다. 고구려 길드 마스터의 명예를 걸고 말씀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김영신은 즉시 태도를 바꿔 정중하게 고종석에게 머리를 숙여 답례를 했다.
“고구려 길드의 호의는 잊지 않겠습니다.”
“이번 일부터 양쪽 길드에서 긴밀하게 협조를 하도록 합시다.”
“좋습니다.”
김영신은 속으로 고종석이 참 만만한 위인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적이 감탄했다.
화를 내면서 슬쩍 떠봤는데 자연스럽게 자신들의 짓이 아니라는 것을 밝힘과 동시에 두 길드가 하나로 힘을 합쳐서 움직일 근거를 단박에 만들어 냈다.
적으로 삼았다면 상당히 피곤한 유형의 사내라서 이렇게 동맹을 맺게 된 것이 참 다행스런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마스터가 부재중이시니 제가 명령을 내리도록 하겠습니다.”
“네, 말씀하십시오.”
서머너즈 길드의 서열 2위는 누가 뭐라고 해도 국정현이다.
국정현이 명령을 내리겠다고 선언하자 김영신 사장을 비롯한 모든 사람이 즉시 국정현을 쳐다봤다.
“먼저 저는 서머너즈 길드와 소울 디펜스 모두에 비상사태를 선포하도록 하겠습니다. 마스터를 구조하기 위해 서머너즈 길드의 최정예 공격대를 급파하겠습니다.”
“소울 디펜스의 사장으로써 비상사태의 선포를 동의합니다.”
김영신이 국정현의 말에 동의하자 국정현은 그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김영신 사장은 소울 디펜스의 대원을 총동원해도 좋으니 이번 일을 저지른 놈을 찾아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철저하게 응징하도록 하세요.”
“네, 알겠습니다.”
김영신은 듣던 중 반가운 소리라는 표정으로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나인권 정보부장은 즉시 마스터의 소재를 파악하고 탄도미사일에 대한 것도 좀 알아봐주세요.”
“네, 즉시 알아보겠습니다.”
나인권은 대답을 하자마자 바로 밖으로 튀어 나갔다.
다른 사람과는 달리 마스터의 소재를 파악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여겼기 때문이다.
국정현은 고개를 돌려 정일용을 쳐다봤다.
“정 변호사는 여기 남아서 고구려 길드와의 협력체계를 완성하도록 하세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고종석 마스터에게는 죄송합니다만 저희는 지금 돌아가 봐야할 것 같습니다. 정일용 변호사를 남겨놓을 테니 계속 긴밀하게 협조하도록 하지요?”
“네, 최대한 빨리 돌아가서 일을 볼 수 있도록 저희가 지원하겠습니다. 그리고 꼭 서머너즈 길드 마스터를 찾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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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유쾌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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