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37 제 85 장 - 피습 =========================================================================
‘별빛인가?’
그런 생각을 하는 순간, 반짝이는 것이 하나 더 늘어났다.
두 개인가 싶더니 다시 하나가 늘어 이제는 세 개가 됐다.
머릿속에 의문부호가 뚜렷해질 즈음, 반짝이던 빛이 붉은빛을 내며 번지는 느낌이 들었다.
삑삑삑삑삑삑삑삑삑삑!
순간, 헬기 안에 붙어있는 경고등에 불이 들어와 마구 깜빡이더니 스피커에서 알람소리가 시끄럽게 울려댔다.
펑!
촤라라라라락!
“헉, 마스터, 꽉 잡으세요.”
위이이이이잉!
갑자기 헬기의 기수가 왼쪽으로 45도 꺾이더니 이내 지상을 향해서 급강하를 시작했다.
헬기가 무슨 전투기도 아니고, 도저히 평상시에는 볼 수 없는 과격하기 이를 때 없는 무식한 기동이었다.
소울과 실비아는 좌석에 붙어 있는 손잡이를 꽉 잡고는 이를 악물고 온몸에 힘을 주었다.
그 짧은 사이에도 소울은 고개를 뒤로 돌려 창문을 통해 뒤쪽을 쳐다봤다.
하늘에는 마치 천사의 날개를 연상케 하는, 수십 개의 불똥이 떨어져 내리면서 만들어내는 하얀 연기로 인해 밝게 빛나고 있었다.
플레어가 투하된 것이다.
그 주변을 자세히 살펴보면 은빛으로 마구 반짝이는 것도 보였다.
채프도 같이 투하된 모양이다.
그 주변으로 미사일이 폭발하는 화염 여러 개가 동시에 생겼다가 사라져갔다.
수리온은 기동헬기에 불과했지만, 적 지대공 미사일이나 대공 레이더에 탐지되면 자동으로 경보를 울리면서 적의 미사일을 속이기 위해 금속조각이나 불꽃을 발사하는 채프·플레어 발사기(미사일 기만체)를 투하하는 자동 방어체계를 가지고 있었다.
만약 이 자동 방어체계가 없는 헬기를 타고 있었더라면 자신이 타고 있는 헬기는 언제, 어디서, 누가, 어떻게, 무슨 목적으로 미사일을 쐈는지 알지도 못한 채 격추되어 산산조각이 났을 것이다.
“갑자기 뭐야?”
“미사일입니다.”
짧은 질문에 단답형 대답이다.
하지만 그는 조종사 천낙일의 단 한 마디로부터 많은 것을 유추해낼 수 있었다.
‘미사일? 누가 미사일을 쐈지? 내가 남포를 향해 가고 있는 정보는 어디서 얻은 걸까? 이게 공격의 끝일까? 아니면 시작일까? 도대체 누가 나를 노리고 있는 거지?’
생명의 위협을 느끼자 그의 머릿속이 어느 때보다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까뮤, 헬기를 지켜!]
[네.]
[렉시, 헬기를 노리고 날아오는 미사일을 격추시켜!]
[빠아!]
까뮤와 렉시에게 소울의 심정이 그대로 전달되자 둘은 두 말 없이 헬기 밖으로 나가 빠르게 하강하는 헬기의 주변을 지켰다.
“제기랄! 아파치 가디언이잖아?”
“공격헬기?”
“마스터, 세 놈이나 됩니다. 저공비행을 할 테니 탈출하세요.”
천낙일은 자신의 생사는 도외시한 채 소울에게 탈출을 권유했다.
소울과 실비아는 천낙일의 말에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들을 노리고 있는 것이 정말 미국이 자랑하는 최신형 대형 공격헬기인 아파치 가디언(AH-64E) 3대라면 헬기 한대를 박살내는 것은 정말 시간문제에 불과했다.
헬기는 수직으로 내려가던 동체를 억지로 끌어올려 간신히 수평을 유지한 채 지상을 향해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급강하한 관성의 법칙을 아직 이길만한 충분한 양력을 받지 못한 헬기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씩 궤도를 틀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삑삑삑삑삑삑삑삑삑삑!
그때, 또다시 헬기 안에 붙어있는 경고등이 깜빡이고 알람소리가 마구 울렸다.
[주인님, 미사일과 로켓이 쏟아져 오고 있어요.]
동시에 까뮤의 다급한 의지가 소울의 뇌리를 울려댔다.
“탈출한다.”
퉁!
소울은 더 이상 생각을 하지 않았다.
즉시 본능이 시키는 대로 헬기의 도어를 부서져라 열어젖히고 실비아의 손을 잡고 허공을 향해 박차고 튀어나갔다.
[까뮤, 소환!]
[네, 주인님.]
소울의 몸이 허공으로 수평으로 날아가다가 관성의 법칙에 의해 아래로 떨어져 내리자 허공에 까뮤가 수리검의 형태로 나타났다.
탁!
소울은 실비아의 허리를 감싸 안으며 수리검을 밟고 허공으로 도약했다.
쾅 쾅 쾅!
순간, 헬기를 향해 날아든 스팅거 공대공미사일 세 발이 동시에 터지며 강력한 화염구를 만들어냈다.
‘실드, 실드, 실드!’
소울은 뒤를 돌아보지도 않고 연달아 실드 마법을 펼쳐 자신의 몸을 보호했다.
미사일 세 발이 동시에 폭발하여 만들어진 화염구는 곧 강력한 화염폭풍이 되어 소울의 뒤를 덮쳤다.
화르르르륵!
두 다리를 지지할 곳 없는 허공에서 강력한 화염폭풍에 휩싸이자 소울의 몸은 중심을 잃고 폭풍 속에 가랑잎 휘날리듯 날아갔다.
그러면서도 실비아의 몸을 자신의 앞으로 끌어 당겨 최대한 보호했다.
실비아도 살아보겠다고 본능적으로 소울의 몸을 꽉 끌어안으며 고목나무에 매미 붙듯 바짝 달라붙었다.
거대한 그녀의 가슴이 그의 탄탄한 가슴에 눌려 터질 듯이 위로 솟구치며 실체를 자랑했지만 목숨이 경각에 달린 상황이라 그의 시선을 0.1초도 잡아두지 못했다.
자신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허공에서 몸이 뱅글뱅글 돌며 날아가는 가운데 하늘에 떠있는 세 개의 점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수없이 치렀던 전투에서 얻음 냉정함 때문이었다.
그는 저 세 개의 점이 자신을 공격한 아파치 가디언 공격헬기라는 것을 확신했다.
[렉시, 적을 제거해!]
[빠아!]
렉시는 스팅거 공대공미사일과 이십여 발의 로켓탄을 막아냈는데도 결국 헬기가 폭발하자 크게 화가 났다.
무엇보다 자신의 주인인 소울이 분노하고 있는 것이 그대로 느껴지고 있어서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쐐애애애액!
렉시의 몸에서 불길이 치솟더니 길게 불길을 뒤로 날리며 공격헬기들을 향해 일직선으로 쏘아져나갔다.
아파치 가디언 공격헬기 3대는 정면으로 날아오는 렉시를 보자 공대공미사일로 착각을 했는지 채프와 플레어를 뿌려대며 회피기동을 했다.
하지만 그것은 최악의 선택이었다.
렉시는 가장 가까이에 있는 공격헬기를 향해 곡선을 그리며 따라붙었다.
놀란 아파치 가디언 공격헬기의 조종사가 또다시 반대로 회피기동을 하며 채프와 플레어를 마구 뿌려댔다.
하지만 소환수인 렉시는 채프와 플레어 따위에 속아 넘어갈 존재가 아니었다.
결국 렉시의 불타는 몸이 아파치 가디언 공격헬기 한 대를 스쳐 지나가자 커다란 폭음과 함께 아파치 가디언 공격헬기는 허공에서 대폭발을 하고 말았다.
대당 500억 원이 넘는 아파치 가디언 공격헬기 한 대를 날려버린 렉시는 즉시 방향을 바꿔 자신의 주인을 향해 날아가고 있는 두 대의 아파치 가디언 공격헬기를 향해 무서운 속도로 날아갔다.
그 모습에 놀란 두 대의 공격헬기는 즉시 좌우로 갈라지며 소울을 향해 헬파이어 공대지미사일과 로켓을 쏟아 부었다.
한편, 남포를 향해 가고 있던 헬기에서 탈출한 소울은 자신이 타고 있던 헬기를 산산조각 낸 스팅거 공대공미사일 3발에서 시작된 화염폭풍에 휘말려 지상으로 추락하고 있었다.
그의 등으로 폭발한 헬기의 잔해가 칼날처럼 날아들었지만 실드 마법을 중첩으로 펼친 보람이 있어 다행히 큰 부상은 당하지 않았다.
소울은 실비아를 안은 상태로 다시 실드를 중첩해서 치고는 까뮤가 만들어낸 부드러운 바람을 타고 허공을 부유하듯 날며 추락하는 속도를 급격히 줄여갔다.
쿵!
데굴데굴!
지상으로 떨어진 소울은 실비아와 한 몸이 되어 데굴데굴 구르더니 간신히 나무 앞에서 멈출 수 있었다.
‘살았다.’
비록 소울의 얼굴은 화염으로 인해 검은 재가 묻어 있었지만 중첩한 실드가 차례로 깨져나가며 충격을 흡수해줘 큰 부상 없이 이렇게 안전하게 내려올 수 있었다.
그는 손에 흙이 만져지자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즉시 몸을 일으켰다.
실비아는 충격으로 인해 기절을 했는지 땅바닥에 대자로 뻗어있었다.
화염폭풍으로 인해 치마가 찢어져 검은 색 실크 팬티가 보이고 윗도리는 길게 찢어져서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커다란 가슴 한쪽이 광명 천지에 다 드러났지만 다행히 숨을 쉬는 가슴의 기복이 고르고 일정한 것을 봐서는 큰 부상은 없어보였다.
“힐, 힐!”
그래도 혹시 몰라서 소울은 즉시 자신과 실비아의 몸에 힐을 썼다.
그 모습을 까뮤가 지켜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마음의 한편으론 자신이 발현한 바람의 정령의 권능에 대해 크게 실망하고 말았다.
물론 아직 숙련도가 낮아서 제대로 바람을 제어할 수가 없었던 것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주인을 땅바닥에 구르게 만든 것은 스스로 생각해도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눈에 시퍼런 살기를 내비치며 이 일의 원인을 제공한 놈들을 향해 고개를 치켜든 까뮤는 눈이 동그랗게 변하며 반사적으로 자신이 실망했던 중급 사대정령의 권능을 동시에 두 개나 일으켰다.
콰하아아아아!
쿠르르르릉!
허공으로 허리케인 같은 폭풍이 일어나고 소울과 실비아의 앞쪽으로 대지가 솟구쳐 올랐다.
“실드, 실드, 실드…….”
소울은 까뮤의 행동을 보자마자 적이 또 다른 공격을 했다는 것을 직감하고는 실드를 중첩시켰다.
동시에 실비아의 몸을 당겨 자신의 품에 안았다.
그녀의 부드럽고 따뜻한 몸이 안겨오는 순간, 천지가 진동하는 폭발음이 사방에서 연속적으로 터져 나왔다.
콰콰콰쾅 콰콰콰쾅 쾅쾅쾅!
하지만 까뮤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는지 아파치 가디언 공격헬기 두 대가 쏟아낸 헬파이어 공대지미사일과 로켓탄의 공격은 성공하지 못했다.
갑자기 생겨난 폭풍 같은 바람에 의해 헬파이어 공대지미사일과 로켓탄 대다수가 목표와는 거리가 먼 곳으로 날아가 버렸다.
목표물에 간신히 도착한 것들도 까뮤가 일으켜 세운 대지의 장벽을 뚫지 못하고 그대로 터져 나갔다.
귀청이 터질듯한 폭음과 지진이 난 것처럼 흔들리는 대지의 진동 속에서 소울은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본을 소환할까?’
공대지 미사일에 산산조각이 나는 본과 스켈레톤 기병단의 모습이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푸티나를 소환할까?’
헬파이어 미사일에 고치구이가 되는 푸티나의 모습이 그려졌다 흩어졌다.
‘정면으로 상대하는 것은 자살행위다. 튀자!’
소울은 빠르게 결론을 내리고 즉시 몸을 일으켜 숲속으로 달려갔다.
그의 품 안에 안긴 실비아의 몸이 마구 흔들리며 출렁거렸다.
“아음, 오메! 추워 디져불겄네. 뭐시 이렇게 춥다냐?”
실비아는 한겨울의 차가운 산바람이 몸을 스치자 진저리를 치며 눈을 떴다.
눈을 뜨자 어디서 많이 보던 사람이 자신을 안고 어딘가로 마구 달려가고 있는 것을 알게 됐다.
그녀는 폭발의 충격으로 인해 기절했다 깨어나서 그런지 지금 자신이 왜 이 사람에게 안겨있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 고개를 잠깐 숙인 소울의 눈과 마주치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마스터?”
“실비아, 이제 정신이 들었어?”
“네. 어떻게 된 겁니까?”
“도망치고 있어. 달릴 수 있지?”
“네?”
실비아는 소울의 말에 순간 무슨 뜻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실비아가 가지고 있는 듀얼 능력이면 혼자서도 얼마든지 살아서 돌아갈 수 있을 거야.”
“네? 그게 무슨 소리에요?”
“B급의 은신 및 경호 특화와 C급의 암살자 능력이면 혼자 빠져나가기 충분하잖아?”
실비아는 소울이 자신만의 능력을 어떻게 알고 등급까지 딱딱 맞히는지 몰랐지만 절대로 그와 떨어지고 싶지 않았다.
“안 됩니다. 같이 가겠습니다.”
“적이 나의 목숨을 노리고 있어. 혼자라면 얼마든지 숨거나 탈출할 수 있지만 실비아와 같이 다닌다면 그게 쉽지 않을 것 같아. 개성지부로 가서 구조를 요청해.”
“마스터!”
“명령이다.”
“아!”
소울의 단호한 말에 실비아는 안타까운 탄식을 내뱉었다.
그동안 지근거리에서 보필하면서 소울의 성격을 파악한 실비아는 그의 명령을 듣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을 빠르게 내렸다.
“우웁!”
순간 실비아는 소울의 목에 두 팔을 두르더니 그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가져다 대고는 도장을 찍듯 꾹 누르며 욕심껏 키스를 했다.
소울은 돌발적인 그녀의 행동에 놀랐지만 달리는 것을 멈출 수도 없었고 안고 있는 실비아를 내던질 수도 없어서 할 수 없이, 정말 할 수 없이 도둑키스를 당해줘야 했다.
“화아!”
“무슨 짓이야?”
“미녀의 키스는 행운을 부른다고 하잖아요. 꼭 살아오시라는 뜻에서 선물한 거예요.”
“이렇게 안 해도 난 꼭 살아날 거야. 실비아의 진실한 정체에 대해서도 알아봐야 하니까 말이야.”
“헉, 혹시 들으셨어요?”
실비아는 놀라서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 작품 후기 ============================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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