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35 제 84 장 - 암운 =========================================================================
“서머너즈에 승리를! 마스터에게 영광을!”
“서머너즈에 승리를! 마스터에게 영광을!”
“서머너즈에 승리를! 마스터에게 영광을!”
와아아아아아!
수백 명이나 되는 소환계 능력자들이 구호를 따라 외치더니 일제히 환호성을 질러댔다.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한손을 들어 가볍게 흔들어주는 소울의 둠 플레이트가 오늘따라 유난히 반짝거리고 있었다.
그의 양 옆에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여신처럼 새하얀 드레스를 입고 서 있는 금소희와 성유나의 모습도 보였다.
당당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의 소울과 찬란한 아침 햇살처럼 아름답게 빛나는 미모의 두 여인이 자신들을 바라보는 모습에 서머너즈 길드에 가입한 초보 능력자들의 눈이 조금씩 몽롱해졌다.
실내연무장 안에는 수십 개의 방송용 카메라가 돌아가며 서머너즈 길드 마스터의 멋진 모습을 전면에 있는 커다란 스크린에 생방송으로 비춰주었다.
뜨거운 실내연무장의 열기와 생동감 있게 진행되는 소환식으로 인해 초보 능력자들은 길드마스터와 자신이 아주 가까워진 것 같은 착각에 빠져들었다.
컨트롤 룸에서는 그가 움직이는 방향과 카메라의 각도에 따라 각종 조명을 번갈아 비춰주며 효과적으로 분위기를 연출하느라 한시도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황금보 홍보부장이 새로 영입해온 베테랑 PD는 소환식을 처음부터 끝까지 조금의 빈틈도 없이 드라마틱하게 연출하는데 성공하자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짝짝짝짝…….
그들은 서로에게 박수를 쳐주며 자축을 했다.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했어요.”
소환식이 끝나고 모든 사람이 실내연무장 밖으로 나가자 소울은 소울 디펜스 대원들에게 실내연무장을 폐쇄시켜줄 것을 당부했다.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게 하고 특히 컨트롤 룸에서 동영상이 찍히지 않도록 조명을 제외한 모든 시스템을 꺼주기 바랍니다.”
“네, 마스터. 명령하신 데로 완벽하게 수행하겠습니다.”
소울 디펜스 대원들은 즉시 그의 명령에 따라 실내연무장을 폐쇄하고 컨트롤 룸을 비롯한 사방을 정밀하게 수색하여 아무도 남아있지 않게 조치했다.
“마스터, 우리도 나가야해요?”
“도대체 뭘 하려고 그래요? 그냥 남아서 구경하면 안 되는 거예요?”
“미안, 나중에 시간이 되면 따로 한번 보도록 하자. 오늘은 여기까지다.”
금소희와 성유나는 소울과 오랜만에 만나서 그런지 떨어지려고 하지 않았다.
하지만 소울은 소환식이 끝나고 난 후에 꼭 해야 할 일이 남아있어서 그녀들과 노닥거릴 시간이 없었다.
아쉬운 표정을 숨기지 않으며 밖으로 걸어 나가는 금소희와 성유나의 모습에 조금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렇지만 문이 굳건히 닫히자 더 이상 그녀들에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장식되어 있던 모든 장비와 비품을 치우고 거대한 소환마법진이 새겨진 은판을 지하에서 지상으로 들어올렸다.
은빛으로 반짝이는 소환마법진에는 각종 보석과 마정석이 빽빽하게 박혀 있었고 지구에서는 볼 수 없는 온갖 특이하고도 기이한 도형과 수식으로 채워져 있었다.
소환식에 사용되고 있는 소환마법진은 이미 몇 번에 걸쳐 업그레이드가 된 상태라 어떤 소환사가 와서 봐도 효율과 완성도가 높다고 자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소울은 지금 과감하게 소환마법진의 중요한 몇 군데 수식을 변형시켜 정령소환진으로 바꿔버리고 있었다.
도대체 그는 무엇을 하려고 소환마법진을 정령소환진으로 바꾸고 있는 것일까?
그는 지금 탄탈라스에게 획득한 상급의 비전소환술 중 사대정령소환진을 펼쳐 정령을 소환하려고 하는 것이다.
사대정령소환진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소환력에 따라 물, 불, 바람, 땅 속성의 사대정령을 등급별로 소환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놀라운 정령소환진이다.
[까뮤, 나와라!]
[네, 주인님.]
소환마법진, 아니 이제 정령소환진으로 바뀐 사대정령소환진 중앙에 흑진주 같이 매끄럽고 반짝이는 피부를 가지고 있는 까뮤가 모습을 드러냈다.
금소희와 성유나가 입고 있던 옷에서 영감을 받았는지 현재 까뮤의 컨셉은 하얀 드레스를 입은 여신과도 같은 모습이었다.
검은 피부와 하얀 드레스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까뮤의 미모에 소울은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준비됐지?]
[네, 준비됐어요.]
까뮤가 자신있게 고개를 끄덕이자 소울은 더 이상 기다리지 않고 사대정령소환진을 가동시켰다.
우웅 우웅 웅웅웅웅…….
사대정령소환진에서 진동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거대한 은판의 곳곳에서 밝은 광채가 일어나더니 중앙으로 하나씩 모여들었다.
붉은 화염 모양의 빛, 서늘한 푸른 물결 모양의 빛, 산들거리는 바람처럼 흔들리는 반투명한 빛, 땅처럼 묵직한 갈색의 빛!
네 가지의 독특한 빛이 하나로 어우러지며 은하수처럼 반짝이기 시작하자 소울은 사대정령소환진에 자신의 소환력을 적당히 불어넣었다.
그러자 사대정령소환진의 위쪽 공간이 이글어지더니 온몸이 불에 타오르는 도마뱀 한 마리가 튀어나왔다.
[샐러맨더가 나왔다.]
[감사히 먹겠습니다.]
소울의 말에 까뮤는 두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더니 곧바로 손으로 샐러맨더를 낚아채 자신의 입으로 가져갔다.
불의 하급정령 샐러맨더는 강한 소환력에 유혹되어 중간계로 나왔다가 까뮤의 손에 잡히자 뭔가 잘못된 것을 알고는 급히 도망치려고 했다.
하지만 이미 샐러맨더는 까뮤의 입속으로 들어가 있는 상태였다.
까뮤는 샐러맨더를 자신의 입속으로 쏙 집어넣고는 바로 입을 닫아버렸다.
순간 까뮤의 코와 양쪽 귀로 불덩이가 치솟았다.
샐러맨더가 최후의 저항을 한 것이다.
하지만 그래봤자 까뮤는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았는지 가만히 눈만 깜빡거리며 샐러맨더를 흡수해버렸다.
[주인님, 흡수했어요.]
[오케이.]
소울은 까뮤의 대답에 사대정령소환진을 향해 손을 한 바퀴 휘저었다.
사대정령소환진이 다시 은하수처럼 반짝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사대정령소환진의 허공의 한 공간이 일그러지며 한 점의 바람이 흘러나왔다.
[실프가 나왔다.]
[잘 먹겠습니다.]
까뮤는 이번에도 소울에게 인사를 하더니 잽싸게 한손을 움직여 반투명한 실프의 몸을 잡았다.
놀란 실프가 역시 도망치려고 바람처럼 몸을 흩트렸지만 까뮤는 그에 속지 않고 실프의 실체를 정확히 잡아 입속으로 집어넣었다.
“꺄아아아!”
꿀꺽!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바람의 하급정령에 불과한 실프가 까뮤의 마수에서 도망치는 것은 불가능했다.
실프는 제대로 된 반항 한번 해보지 못하고 그대로 까뮤에게 흡수되어갔다.
[주인님, 흡수했어요.]
[잘했다. 다음이다.]
[네.]
이번에 사대정령소환진에서 나온 정령은 땅의 하급정령인 놈이었다.
한 뼘밖에 안 되는 작은 요정의 모습을 하고 있던 놈은 미처 도망도 가지 못하고 까뮤에게 잡혀서 그대로 입속으로 들어가 흡수되고 말았다.
물의 하급정령인 운디네는 이미 흡수한 상태라 물, 바람, 땅의 하급정령을 흡수하자 사대정령을 모두 흡수하게 된 까뮤는 지극히 만족한 표정이었다.
[능력을 온전히 흡수했겠지?]
[네, 확실히 정령이라서 그런지 당장이라도 이들의 능력을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거 듣던 중 반가운 소리네. 그럼 이제 단계를 올려보도록 할까?]
[네, 주인님.]
소울과 까뮤는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이제 보니 소울과 까뮤는 사대정령소환진을 이용해 하급 사대정령을 소환하여 소환사들에게 연결을 해주는 것이 아니라 직접 사냥을 하여 능력을 흡수하고 있었다.
정령사들이 소울과 까뮤의 이런 천인공노 할 행동을 알게 되면 아마 입에 거품을 물면서 격렬한 시위를 했을 것이다.
하지만 소우과 까뮤는 아무런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않는지 하급 사대정령을 흡수한 것도 모자라 이제는 중급 사대정령을 흡수하려하고 있었다.
소울은 사대정령소환진에 중급정령을 유혹할 만한 소환력을 적당히 불어넣었다.
그러자 물의 중급정령인 운다인이 공간을 가르며 허공에서 튀어나왔다.
“저를 부르셨나요?”
1m 가 조금 넘는 키에 호수처럼 말고 푸른 눈을 가진 아름다운 운다인이 소울을 쳐다보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소울은 운다인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아니 쳐다보지 못했다.
괜히 눈이 마주치면 미안해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까뮤는 소울의 마음을 느꼈는지 조금도 지체하지 않고 운다인에게 다가가 목과 허리를 잡고 꼭 끌어안았다.
그러자 운다인의 몸이 그대로 까뮤의 몸 안으로 쑥 빨려 들어갔다.
“까아악! 살려주세요.”
운다인은 무서운 속도로 까뮤에게 능력과 기운을 흡수당해 형체를 잃어갔다.
그래도 하급정령을 한방에 흡수해버린 까뮤의 능력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중급정령을 흡수하는 시간은 꽤 오래 걸린 편이었다.
까뮤는 소울의 마음이 약간 불편해진 것을 알아채자 웃지도 않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까뮤, 힘을 내자.]
[네, 주인님.]
[바로 간다.]
[네, 준비됐어요.]
소울은 다시 한 번 사대정령소환진에 소환력을 불어넣었다.
그렇게 바람의 중급정령 실라페, 불의 중급정령 샐리스트, 땅의 중급정령 노임이 차례로 사대정령소환진에서 나와 까뮤에게 흡수당하고 말았다.
[까뮤, 상급정령도 흡수할까?]
[아니에요. 이정도면 충분해요. 사대정령을 흡수한 목적은 이미 다 이뤘어요.]
소울과 까뮤가 사대정령을 흡수한 것은 사대정령이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유용한 권능과 스킬 때문이었다.
까뮤는 중급 사대정령까지 모두 흡수한 상태라 더 이상은 욕심이 나지 않았다.
사대정령이 쓰는 스킬은 이미 충분히 파악해뒀다.
상급정령이 가지고 있는 스킬은 중급정령이 사용하는 스킬의 강화나 변형 등 운용을 달리할 뿐이다. 상급정령과 중급정령이 다른 것은 능력의 차이지 스킬의 차이라고는 보기 힘들었다.
물론 100% 다 그런 것은 아니다.
당연히 상급정령은 중급정령이 가지고 있지 않은 독특한 스킬 한두 가지는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 정도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었다.
사실 무엇보다도 까뮤가 신경이 쓰이는 부분은 자신이 중급정령을 흡수하는 모습을 보면서 일어나는 소울의 감정변화였다.
그와 영혼이 묶여있는 까뮤는 소울의 마음이 불편해지자 감히 상급정령을 흡수할 마음을 먹지 못하게 됐다.
지금도 저렇게 불편해하는데 상급정령을 흡수하는 모습을 보였다가 미움을 산다면 빈대를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우는 격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까뮤, 어때? 좀 강해진 것 같아?]
[강해진 것은 주인님의 등급이 올랐기 때문이에요. 사대정령을 통해서 얻은 것은 사대원소에 대한 권능과 다양한 스킬입니다.]
[그래도 사대원소에 대한 권능과 다양한 스킬을 장착했다면 더 강해진 게 아닐까?]
[그건 그러네요. 그런 의미에서 강해졌다면 강해진 것 같아요. 결과는 직접 전투에서 화끈하게 보여드릴게요.]
[호오, 말하는 투가 역시 많이 강해진 모양이네.]
소울은 일부러 약간 과장된 목소리와 행동을 보였다.
외형이 인간을 닮아서 그런지 중급 사대정령을 까뮤가 모두 흡수하는 모습을 보자 마음이 많이 불편해졌다.
하지만 지금도 자신의 눈치를 보는 까뮤인데 그런 티까지 내면 까뮤에게 너무 미안해질 것 같았다.
그래서 자신도 모르게 조금은 오버하며 까뮤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이다.
탄탈라스가 소울에게 상급 비전소환술을 넘겨주면서 이런 식으로 사대정령소환진을 사용하는 것을 바랬던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소울은 까뮤가 더 강해질 수 있다는 확신이 들자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사대정령을 중급까지 모두 하나씩 잡아서 까뮤에게 흡수하게 한 것이다.
사실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까뮤는 이미 많이 강해져 있었다.
상태창을 확인하자 A-급이었던 소환수 등급이 이미 A급으로 올라가 있었다.
소울의 스피릿 파워와 능력의 등급이 모두 B+급인 것을 감안하면 까뮤야말로 이미 소환사를 능가하는 소환수인 것이다.
[이제 그만 개성지부로 돌아가자.]
[네, 주인님.]
소울은 실내연무장을 나와 헬리포트로 향했다.
실비아가 헬기를 준비하고 대기 중이었다.
“마스터, 어서 오세요.”
“오래기다렸지?”
“아니에요. 별로 기다리지 않았어요.”
“다행이네. 개성지부로 가자.”
“네, 마스터.”
소울과 실비아가 헬기의 좌석에 올라타자 헬기의 메인로터가 힘차게 돌기 시작했다.
충분한 양력이 생기자 가뿐하게 허공으로 떠오른 헬기는 북쪽으로 방향을 잡고 서서히 속도를 내더니 이내 빠른 속도로 하늘을 날아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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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유쾌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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