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33 제 84 장 - 암운 =========================================================================
그렇지 않으면 각국에 정보를 주고 코어를 집적 확인해서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어 자신에게 가져오라고 시키는 수밖에 없다.
코어를 확인하고 큐브로 만들어 준다고 하면 아마 큰 피해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하던지 원하는 정보를 가져다 줄 것이다.
“이번에 마스터께서 예언한 대로 큐브가 등장하자 중대형 몬스터 웨이브에 대한 정부의 반응이 아주 적극적으로 변했습니다. 특히 능력개발청과 국방부의 반응이 아주 전향적입니다. 국방부 장관은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들이 중대형 몬스터 웨이브에 적극 대처하려는 의지는 높이 사줄만 합니다.”
김영신의 말에 소울은 고개를 끄덕이며 유정아를 봤다.
“생체실드 중화탄의 생산은 어떻게 진행되고 입니까?”
“대한민국에서 탄약을 생산할 수 있는 모든 업체와 계약을 맺어서 생산량을 10배로 늘렸습니다. 당연히 생체실드 중화탄에 들어가는 원료의 생산도 화학원료를 제조할 수 있는 회사 몇 개를 M&A 해서 생산량을 최대한 늘리고 있습니다.”
“그거 듣던 중 반가운 소리군요. 하지만 중대형 몬스터는 최소한 D급이나 C급 생체실드 중화탄은 써야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확실한 치명상을 주려면 B급이 좋고요.”
소울의 말에 유정아는 생긋 미소를 한 번 짓더니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물론 그렇지요. 하지만 질이 안 되면 양으로 하면 됩니다. 12.7mm 대물저격총으로 모자라면 12.7mm 중기관총으로 해결하면 되는 겁니다.”
“네에?”
그제야 소울은 유정아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했다.
“이제 좀 이해가 되시나 봅니다. 미 국방성에서 12.7mm 중기관총용 탄약을 대량으로 주문했습니다.”
“대구경 생체실드 중화탄의 가격이 만만치 않을 텐데 그걸 12.7mm 중기관총으로 사용한단 말입니까?”
“네, 그렇습니다. 세계 최고의 정보력을 자랑하는 미국이 왜 막대한 예산을 소모되는 이런 방식을 생각했겠습니까? 그건 질로 안 되니까 양으로 해결하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들의 얼마나 많은 예산을 쓰던 그건 우리가 알바가 아닙니다. 돈 주면서 만들어 달라고 하는데 안 만들어 줄 이유가 있습니까?”
“이런 미친, 천조국 같으니라고…….”
소울은 책상을 치며 입으로 미국을 욕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엄청난 생각을 할 수 있고 그것을 또 실제로 밀어 붙일 수 있는 예산을 가지고 있는 미국이 많이 부러워졌다.
“마스터, 얼핏 보면 미국이 엄청난 예산을 쏟아 붓는 것 같이 보이지만 그동안 미국이 행했던 전쟁을 비추어보면 고가의 미사일을 퍼붓는 것보다 생체실드 중화탄을 중기관총으로 사용하는 것이 훨씬 이득입니다.”
“흐음, 그건 또 그럴 수도 있겠군요.”
나인권의 말을 들어보니 무척 설득력이 있어 보였다.
수억에서 수십억을 호가하는 각종 미사일을 쏟아 붓는 것과 일반 탄약보다는 좀 비싸지만 미사일에 비하면 껌 값이나 마찬가지인 대구경 생체실드 중화탄을 중기관총으로 쏘아대는 것은 사실 비교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소울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런 무식한 방식은 1년 국방예산이 천조 원에 달한다는 미국이 아니면 쉽게 할 수 없는 발상이 아닌가 생각됐다.
“그런데 미국에서 요청하는 물량을 만들어내려면 재료수급에 문제가 생길 것 같은데……. 괜찮습니까?”
“미국 정부에서 재료수급에 상당히 신경을 써주고 있어서 당장은 별 문제가 없습니다. 큐브가 생겨나면서 서머너즈 길드 자체적으로 수급하는 마석의 양도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 장기적으로 봐도 안정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유정아의 말을 듣고 보니 더 이상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고개를 돌려 국정현을 보며 물었다.
“평양필드에서 일어날 중대형 몬스터 웨이브에 대한 대책은 어느 정도가 진척이 됐죠?”
“기본적으로 서머너즈 길드에서 1개 레기온을 지원하려고 합니다.”
“고구려 길드에서는 만족하던가요?”
“물론입니다. 1개 레기온이면 능력자만 1천명인데 절대 적은 숫자는 아니지요.”
“그럼 우리 레기온의 안전대책은 어떻습니까?”
“네?”
국정현은 갑자기 소울의 물음에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냥 고구려 길드의 지원 요청에 1개 레기온만 보냈다가 사상자가 생기면 어떻게 할 겁니까? 뭔가 대책을 세워놓고 보내야지요?”
“그건 고구려 길드에서 주도적으로…….”
“아닙니다. 고구려 길드가 왜 우리 레기온을 이끌게 놔둡니까? 그건 아니지요. 평양필드에서 일어날 중대형 몬스터 웨이브는 우리가 주도적으로 나서서 막아야 합니다. 대 내외적으로 그렇게 알리고 밤을 새워서라도 전략을 세우고 안전대책을 마련하도록 하세요.”
“네, 마스터.”
국정현은 바로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필요하다면 5개 레기온을 모두 동원하고 그것도 모자라면 소울 디펜스 영업부를 총출동시켜서라도 이번 중대형 몬스터 웨이브는 우리가, 아니 내가 주도합니다.”
“마스터께서 직접 가시려고요?”
“당연하지요? 내가 안가면 누가 가서 우리 길드원을 지휘합니까?”
국정현과 김영신은 소울의 당연하다는 말투에 자신들의 생각이 좀 짧았다는 것을 깨닫고는 눈빛을 달리했다.
“평양필드는 이미 대 몬스터 장벽이 이중으로 세워졌습니다. 우리가 올라가서 장벽을 조금 손보고 미리 함정과 트랩을 잔뜩 깔아 놓으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필요한 자금과 자원은 미래백화점그룹을 동원하면 됩니다. 아니 그들을 미리 불러서 중대형 몬스터 웨이브가 끝나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설명하고 미리 대량으로 쏟아져 나올 중대형 몬스터 사체 처리를 맡겨야 합니다.”
“벌써부터 중대형 몬스터 웨이브 이후를 생각하라는 말씀이시군요.”
소울은 중대형 몬스터 웨이브의 결과를 미리 확신하고 있었다.
그동안 네이팜탄과 사린가스를 사용해본 결과 몬스터를 공략하는 방법은 단순히 무력만 앞세울 필요는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또한 현대무기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강력한 생체실드를 가지고 있는 중대형 몬스터를 공략할 수 있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당연하지요. 이번에 우리 서머너즈 길드는 중대형 몬스터 웨이브를 막는데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우리가 서머너즈 길드를 세운 궁극적인 목적입니다.”
“으음.”
소울이 원론을 제기하고 나오자 다들 조금은 길드의 행보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굳이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를 들먹이지 않아도, 우리 서머너즈 길드가 이런 가장 중요하고, 당연한 목적을 간과한다면 결국은 이윤만 추구하는 재벌들과 하나도 다를 게 없게 됩니다.”
“저도 마스터의 생각과 같습니다. 이번 일을 잘 해결하면 우리 서먼너즈 길드는 국내외로 존경받는 길드가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중대형 몬스터 웨이브가 끝나는 시점에는 차고도 넘치는 이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유정아 고문이 맞는 말을 했습니다. 어차피 이번 중대형 몬스터 웨이브는 하늘이 우리를 위해 보내주신 선물이나 마찬가지인 이벤트일 뿐입니다. 그러니 처음부터 새롭게 다시 전략전술을 짜도록 하세요.”
“네, 마스터.”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회의실의 분위기가 사내들의 뜨거운 눈빛으로 인해 후끈 달아올랐다.
“이번에 우리가 평양필드에서 중대형 몬스터 웨이브를 잘 막으면 황해남도와 개성에 이어 평양과 남포를 우리 길드의 영향권 아래에 두게 될 겁니다. 특히 북한주민들은 우리 길드에 아주 협조적으로 나올 것입니다. 그 정도만 되도 우리 길드가 한 지역의 패자로 군림하는 것은 일도 아니게 될 것입니다.”
“한 지역의 패자로 군림한다고요?”
소울의 포부에 다들 서로의 얼굴을 쳐다봤다.
정부에서 길드를 이용해 북한을 손쉽게 요리해먹으려고 잔머리를 썼지만 서머너즈 길드가 황해남도, 개성, 평양, 남포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면 나중에 정부가 직접 이 지역을 접수해서 통치를 한다고 해도 큰 영향력을 끼치기는 힘들 것이다.
물론 서머너즈는 정부와 굳이 척을 질 생각은 없다.
세금도 잘 내고 법도 잘 지킬 것이다.
그렇지만 서머너즈 길드가 지금까지 기획하고 투자한 이들 지역의 개발에 대한 달콤한 열매는 정부와 나눌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투자와 개발에 대한 이익은 온전히 자신들만의 몫으로 가져갈 생각이었다.
소울은 서머너즈 길드를 통해 이루고 싶은 것이 참 많았다.
개성큐브라는 화수분을 잘 지켜내야 하고, 황해남도와 개성 북부, 평양, 남포를 자신의 안마당 삼아 대대적인 투자와 개발도 해야 한다.
평양필드에 일어날 중대형 몬스터 웨이브를 잘 막아내어 대한민국을 지키는 길드의 선하고 강한 이미지를 살리고 싶었다.
그렇게 소울의 사심 가득한 서머너즈 길드의 행보는 회의를 통해 구체적인 계획과 작전의 뼈대를 잡아갔다.
도시락을 시켜 먹어가면서 계속된 회의는 한참이 지나서야 소울의 결정으로 마치게 됐다.
“오늘 회의는 이 정도로 끝냅시다.”
“네, 마스터.”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회의실을 나오는 사람들의 얼굴에서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모두 각자가 맡고 있는 역할이 크기 때문에 한 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최소한 개성큐브의 서머너즈 독점 기간이 끝나고 중대형 몬스터 웨이브가 끝날 때까지는 이런 비상시국이 계속 될 것 같다는 불안감이 모두의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의자에서 일어나 회의실을 나가자 유정아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잠깐 할 얘기가 있어.”
“뭔데?”
“내가 누굴 서머너즈 길드에 영입했어.”
“누군데?”
“예전부터 잘 알고 지낸 힐러야.”
“힐러? 힐러라면 서머너즈 길드에서는 언제나 대환영이지.”
힐러를 영입했다는 말에 소울의 얼굴이 환하게 펴졌다.
능력자 중에 귀족이라는 힐러는 등급이 높고 낮음을 떠나 항상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래? 그렇게 생각해주니 정말 고마워. 난 자기가 혹시 화를 낼까봐 걱정했었거든.”
“힐러를 영입했다는데 내가 왜 화를 내? 오히려 고마워해야지.”
“호호호, 그렇구나. 그럼 밥 사.”
“지금?”
“응.”
“지금은 좀 곤란하고 사흘 뒤에 보자.”
“알겠어. 그럼 그때를 기대해보도록 하지.”
웬일로 유정아는 쉽게 한 발 물러섰다.
그 모습이 조금 수상하긴 했지만 소울의 머리는 그런 사소한 일조차 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한 상태였다.
점점 자신의 한계를 넘어가는 일들이 계속 터져 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스터, 나오셨습니까?”
“실비아, 오래 기다렸어?”
밖으로 나오니 실비아가 소형전술차 앞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아닙니다. 식사하고 방금 이곳에 도착했습니다.”
“우리 가족은 지금 어디 있지?”
“큐브에서 나오셔서 이 건물 옆에 있는 영빈관에 머물고 계십니다.”
“영빈관?”
“네, 김씨 일가의 별장이라고 하더군요.”
“일단 그리 가자.”
“네, 마스터.”
실비아의 말에 살짝 머리를 긁으며 소울은 소형전술차에 올라탔다.
국내외의 기자들이 개성 안팎에 넘쳐나는 상황이라 걸어서 가도 되는 곳을 꼭 차를 타고 가야했다.
소형전술차가 영빈관에 도착하자 실비아가 문을 열어주기도 전에 소울이 밖으로 걸어 나왔다.
넓은 정원이 잘 꾸며져 있는 저택은 화려하면서도 아늑한 느낌을 주었다.
평평한 돌을 깔아 만들어둔 길을 따라 안으로 걸어 들어가자 실비아가 종종걸음으로 따라왔다.
현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에 소울의 얼굴이 환하게 펴졌다.
“아버지, 어머니, 저 왔습니다.”
“소울아!”
“장남!”
소울이 큰 소리를 치며 안으로 들어가자 부엌에서 이대산과 김혜진이 뛰어 나왔다.
그런데 그 속도가 확실히 범상치 않았다.
“형!”
“오빠!”
그들의 뒤로 소망과 소현의 얼굴이 보였다.
“뭐야? 이 냄새는 나만 빼고 맛있는 것 먹는 거 아냐?”
“혹시 식사 안했니? 돼지고기 넣고 김치찌개 끓여 놓았는데 먹을래?”
“김치찌개요? 당연히 먹어야지요.”
김혜진의 말에 소울은 아무리 배가 불러도 김치찌개를 꼭 먹고 싶었다.
“자, 다들 부엌으로 가자.”
“네.”
“어머, 실비아 비서! 식사했어요?”
“네, 식사했습니다. 맛있게 많이 드세요.”
실비아는 살짝 아쉬워하는 표정을 짓더니 몸을 돌려서 밖으로 나갔다.
더 집안에 있어봤자 방해만 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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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유쾌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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