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31 제 83 장 - 오러 블레이드 =========================================================================
[흐응, 나의 브레스가 아직 완벽하지는 않은가 보구나? 그렇다면 리버스 브레스를 써봐야지.]
까뮤가 귀여운 표정으로 자신의 머리에 손가락을 대고 고민을 하더니 이번에는 입을 크게 벌리고 반대로 숨을 세차게 빨아들였다.
콰아아아아아아아!
까뮤의 입에서 쏟아져나가 스켈레톤 부대를 비롯한 언데드 군단의 몬스터 무리에 머물고 있던 우윳빛 광채가 이번에는 거꾸로 까뮤의 입안으로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다.
엄청난 흡입력으로 인해 주변의 모든 것이 까뮤의 입이라는 블랙홀로 빨려 들어오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확실히 나올 때와 들어갈 때의 모습이 좀 달랐다.
까뮤가 브레스를 뿜어낸 후, 다시 리버스 브레스로 흡수하자 브레스의 사정거리에 있던 스켈레톤 부대를 비롯한 언데드 몬스터들의 몸이 순간적으로 잿빛으로 탈색되더니 일순간에 먼지로 화해 바람에 흩어지고 말았다.
언데드 군단의 몬스터가 가지고 있던 모든 기운과 에너지가 한 톨도 남김없이 까뮤의 입속으로 빨려서 흡수되어 버린 것이다.
[성공이다.]
[빠아, 빠아!]
까뮤는 자신이 이뤄낸 성과에 만족한 듯 허공에서 몸을 통통 튀기면서 박수를 치며 좋아했다.
[렉시, 이번에는 네 차례야!]
[빠아!]
아직 말이 서툰 렉시는 까뮤의 말에 입을 한번 열어 소리를 치더니 하늘을 향해 날개를 펄럭거리며 날아올랐다.
그 사이, 정신을 차린, 아니 아직 정신을 못 차린 언데드 군단이 또다시 언덕을 향해 몰려오고 있었다.
물밀 듯이 밀려오는 언데드 군단을 향해 날아간 렉시는 100m 상공에서 몸을 멈춰 세웠다. 그리고 날개를 마구 퍼덕거렸다.
렉시의 몸에서 화염이 솟구치더니 곧 불덩어리가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콰콰콰콰!
화르르륵 화르르륵 화르르륵…….
소울은 뒤늦게 렉시의 이런 놀라운 모습을 발견하고는 입을 딱 벌렸다.
[까뮤, 지금 렉시가 뭐하는 거야?]
[새로운 스킬을 써보고 있어요.]
[새로운 스킬?]
[네, 전투 중에 새로운 스킬을 깨우쳤나 봐요.]
불타는 렉시의 날개에서 붉은 노을 같은 화염들을 지상으로 마구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그 모습이 마치 화염의 폭풍 같아 보였다.
[그래, 저건 화염폭풍이야. 렉시가 엄청난 광역스킬을 개발했네.]
[화염폭풍? 그거 렉시가 쓰고 있는 스킬의 이름이에요?]
[응, 어때 마음에 들어?]
[멋져요. 화염폭풍! 정말 화염폭풍이 쏟아져 내리고 있네요.]
언데드 군단은 연이어 쏟아지는 까뮤와 렉시의 광역스킬에 처참하게 두들겨 맞아 박살이 나고 있었다.
그 모습에 용기를 얻은 소울이 본을 쳐다봤다.
[본, 내 소환력을 가져다가 최대한 빨리 스켈레톤 기병단을 회복시켜라.]
[예스, 마이로드. 감사합니다.]
본은 소울의 말에 크게 기뻐했다.
소울이 보유하고 있는 소환력은 양도 크게 늘었지만 질적으로도 큰 성장을 해서 이제 본이 가져다 쓰기에 큰 부담이 없었다.
결정적으로 소울은 소환력이 모자라면 스피릿 파워를 이용해 얼마든지 소환력을 대체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하지만 본은 소울이 가지고 있는 소환력의 1할을 남겨 놓고 쓰기로 했다.
갑자기 한꺼번에 다 써버리면 소울이 현기증을 일으킬 수도 있고 다른 소환수들이 소환해제 되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소울의 소환력이 뭉텅이로 왕창 쏟아져 나가기 시작했다.
동시에 이리 깨지고 저리 부서져 전투불능이 됐던 스켈레톤 기병단의 각 스켈레톤들이 즉시 회복되어 일어났다.
그 모습에 소울은 만족한 미소를 지으며 본에게 명령을 내렸다.
[본, 이제는 우리가 저놈들을 공격할 차례다. 정면으로 돌파해서 모조리 쓸어버린다.]
[예스, 마이로드.]
본은 단단히 마음을 먹은 소울의 의지를 읽고는 즉시 악어 입을 만들어 해골전투마를 토해냈다. 그리고 방어벽으로 세워놓은 뼈로 된 바리게이트를 몽땅 빨아들였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내가 참 멍청했구나. 처음부터 이런 식으로 싸우는 것이 아니었는데. 끝없이 움직이면서 언데드 군단이라는 케이크를 야금야금 조각내듯 갉아 먹었어야 했는데, 지금까지 스켈레톤 기병단이 가지고 있는 최대의 강점인 기동력을 스스로 묶어 놓은 채 싸우고 있었어.’
소울은 자신의 어리석음을 한탄했다.
하지만 덕분에 자신과 까뮤 그리고 렉시가 각각 얻은 것이 있었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하지만 더 이상 언덕 위에 쳐 박혀서 방어만 하고 싶지는 않았다.
역시 자신은 방어보다 공격이 체질에 맞았다.
[푸티나!]
[꾸잉!]
푸티나가 얼른 소울의 앞으로 달려와 그의 손을 핥았다.
소울은 푸티나의 머리를 한번 쓰다듬어 주고는 훌쩍 등으로 올라탔다.
[이번에는 언데드 군단을 정면으로 돌파해서 반으로 쪼개버린다. 전군 돌격!]
[예스, 마이로드.]
[꾸잉!]
[고고!]
[빠아]
우두두두두두!
드디어 소울이 칼을 빼들었다.
이제 방어는 생각만 해도 지긋지긋했다.
나중에 전투에 패해 도망가는 한이 있더라도 지금은 닥치고 돌격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자신의 목에 걸린 칸슬로의 목걸이를 왼손으로 가만히 감쌌다. 칸슬로의 목걸이에 달린 마나석에서 마나를 빠르게 흡수되었다.
[까뮤와 렉시는 내가 신호를 보내면 다시 한 번 아까 그 스킬을 동시에 사용하도록 해!]
[네, 주인님.]
[빠아!]
엄청난 능력을 가진 광역스킬이라 아마 자주 사용하지는 못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소울은 고개를 들어 대답을 하는 까뮤와 렉시를 한차례 바라보곤 디바인 건틀렛을 장비한 왼팔을 자신의 머리 위로 치켜들었다.
은색으로 빛나는 디바인 건틀렛에 부착된 디바인 쉴드가 짙은 남색을 뿌리며 성스러운 빛을 반짝이고 있었다.
‘디바인 쉴드는 마나를 주입하는 만큼 커지고 강해진다. 내가 오늘 배가 터지도록 마나를 쏟아 부어 줄 테니 오늘 한번 너의 끝을 보여 봐라.’
묘한 자신감이 어린 미소를 지으며 소울의 눈이 살짝 가늘어졌다.
칸슬로의 마나석에서 디바인 쉴드를 향해 마나가 호호탕탕(浩浩蕩蕩) 쏟아져 들어가기 시작했다.
웅웅웅웅웅웅웅웅…….
디바인 쉴드는 마나를 꼭꼭 씹어 먹으며 무럭무럭 자라났다.
그에 비례해 묘한 진동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2m, 5m, 10m, 20m, 30m, 50m…….
이놈의 아티펙트는 마나를 먹는 괴물이라도 되는 양 정말 끝도 없이 마나를 먹어치우며 크기를 키워나갔다.
원형으로 자라나는 디바인 쉴드는 어느새 본과 스켈레톤 기병단을 모조리 덮을 정도로 커졌다.
소울은 칸슬로의 목걸이에서 더 이상 마나가 흘러나오지 않자 이번에는 자신의 마나홀에서 마나를 꺼내 디바인 쉴드에 쏟아 부었다.
디바인 쉴드는 신성력이 가득한 남색의 광채를 띄우며 점점 더 커지더니 이제는 점점 굵어지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게가 전혀 나가지 않은 것처럼 가벼워 소울을 놀라게 했다.
우두두두두두두!
스켈레톤 맘모스를 앞세운 스켈레톤 기병단이 언덕의 꼭대기에서 무지막지한 속도를 내며 언데드 군단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들의 머리 위에는 남색의 성스러운 빛이 번쩍이는 반투명한 쉴드, 디바인 쉴드가 쳐져있었다.
언데드 군단은 그 빛을 보자 본능적인 두려움을 느끼는 듯 혼란스러워졌다.
콰콰콰콰콰콰콰!
드디어 스켈레톤 기병단과 언데드 군단이 정면으로 부딪쳤다.
아니 스켈레톤 기병단을 완전히 감싼 디바인 쉴드가 언데드 군단의 몬스터와 먼저 부딪쳤다는 것이 더 적절한 표현이다.
디바인 쉴드에 부딪친 언데드 군단의 몬스터들의 몸에서 새하얀 불길에 치솟았다.
새하얀 화마(火魔)는 순식간에 온몸으로 퍼져나가 언데드 몬스터들을 활활 태워버렸다.
[까뮤, 렉시, 지금이다.]
소울이 언데드 군단의 정면을 돌파하는 시점에 까뮤와 렉시에게 명령이 떨어졌다.
그러자 하늘에서 우윳빛 광채의 브레스가 스켈레톤 기병단의 전면을 쓸어버렸다.
동시에 하늘에서 붉게 노을처럼 불타는 화염폭풍이 그 뒤를 이어 폭풍처럼 쏟아져 내렸다.
“으하하하하하! 돌격! 언데드 군단을 모두 쓸어버려라!”
그 모습을 보며 미친 듯이 달려가는 소울의 입에서 광소가 터져 나왔다.
두 눈에 강렬한 투기를 뿜어내는 소울의 손에 들린 소울브레이커가 붉은 오러 블레이드를 1m도 넘게 뽑아내며 무섭게 빛나고 있었다.
결국 소울과 그의 소환수 본이 이끄는 스켈레톤 기병대가 수십만도 넘는 언데드 군단과 정면으로 충돌하며 파고들었다.
콰앙!
번쩍!
화아아아아악!
언데드의 땅, 중앙의 넓은 평원이 갑자기 하얗게 빛나며 타올랐다.
그 빛이 얼마나 강렬했는지 언제나 먹구름이 가득 낀 어둠침침한 언데드의 땅이 대낮처럼 밝게 변해버렸다.
그리고…….
언데드의 땅에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었다.
* * * * *
사흘 동안, 개성큐브의 지하2층과 지하3층을 쓸고 다닌 소울은 B급 언데드 몬스터가 판을 치는 지하4층을 들어가기에 앞서 큐브 밖으로 나왔다.
능력자협회와 능력개발청을 시작으로 대한민국 정부와 미국, 유럽, 러시아, 일본, 중국 등 각국에서 큐브의 정체에 대해 정보를 공개하라는 요청이 빗발치고 갖은 압력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어지간하면 국정현 사무총장이 개성큐브를 독점하는 기간인 1주일을 버텼을 텐데 사흘 만에 백기를 들고 SOS를 친 것을 보니 사방에서 밀려오는 압력이 장난이 아닌 모양이다.
“마스터, 수고하셨습니다.”
“수고는 국정현 사무총장이 더 많이 하신 것 같네요.”
개성큐브 밖으로 나오자 국정현 사무총장이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소울을 맞이했다.
그 잘 생긴 얼굴이 핼쑥해져 있는 것을 보니 많이 힘들긴 힘들었던 모양이다.
“임시로 쓰던 개성지부를 폐쇄하고 새로운 건물로 개성지부를 옮겼습니다.”
“그래요?”
“차를 준비했습니다. 보는 눈이 많으니 가까워도 차를 타고 가시죠?”
“그러죠.”
대 몬스터 장벽 안까지 소형전술차를 가져온 국정현은 일단 소울의 행방이 드러나지 않는 것이 좋다는 판단아래 일단 차에 태워서 밖으로 나가기로 했다.
부우우웅!
소형전술차의 운전대를 잡은 실비아가 백미러로 소울을 보며 인사했다.
“마스터, 고생하셨어요.”
“실비아도 수고 많았어.”
“아닙니다. 제가 뭐 한 게 있나요?”
겸손하게 말하는 실비아를 보며 그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줬다.
정말 서머너즈 길드의 개성지부에 도착하는데 몇 분 걸리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 짧은 사이에 소울은 서머너즈 길드의 능력자들과 소울 디펜스 대원들을 개성큐브로 데리고 들어가 독점적으로 사냥을 하고 퀘스트를 진행한 것에 대한 평가를 내려 볼 수 있었다.
1주일에 불과하기는 하지만 일단 큐브를 독점한 것은 대단한 특혜였다.
그것도 소울이 파티를 맺은 사람의 숫자에 대한 제한이 없다는 것은 그 특혜를 폭발적으로 확대재생산하는데 일조를 했다.
비록 아직 사흘이나 남아있긴 하지만 지금까지의 성과는 개인적으로도 만족했다.
낮에는 개성큐브의 지하2층과 지하3층을 쓸고 다니고 밤에는 잠을 자면서 타이로스와 로빈의 기억창고에 접속하여 상급 영혼체험을 했다.
덕분에 그는 타이로스로부터 ‘탈로스’라는 타이로스의 비전단검술을 배우게 됐고 로빈으로부터 ‘사일런트 신궁’의 비전을 전수받아 중급에서 상급으로 등급을 올릴 수 있었다. 그로인해 소울은 사일런트 신궁과 환시를 조합하여 ‘투명궁’이라는 자신만의 독특한 스킬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도착했습니다.”
“벌써요? 정말 가깝군요.”
소형전술차에서 내린 소울은 눈앞의 보이는 커다란 건물을 보면서 고개를 살짝 갸웃거렸다.
“이 건물은 뭡니까? 아니 예전에 뭘 하던 건물입니까?”
“여기가 서머너즈 길드 개성지부입니다. 전에는 공산당이 쓰던 건물이라고 하더군요.”
어쩐지 건물이 너무 크고 웅장하다 싶었다.
역시 북한의 있는 건물들 중 크고 웅장한 것은 대부분 김일성 일가와 관련이 있거나 공산당 아니면 군부의 건물이었다.
고개를 돌려보니 거대한 개성큐브의 모습이 손에 잡힐 듯 가까이 있었다.
이럴 거면 왜 차를 타고 왔을까 하다가 곧 사람들의 시선을 피하려고 차를 타고 왔다는 것을 상기할 수 있었다.
어디를 어떻게 돌아왔는지 모르지만 정말 엎어지면 코 닿을 가까운 위치에 있는 건물을 잘도 섭외해 놓았다.
서머너즈 길드 개성지부는 높은 담으로 둘러싸여 있었는데 이미 안팎에 소울 디펜스 대원들이 철통같은 경비를 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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