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OULNET-329화 (329/492)

00329  제 83 장 - 오러 블레이드  =========================================================================

우두두두두두…….

스켈레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대지가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진동했다.

사람이라면 언덕 아래에서부터 저렇게 전력을 다해 달려오지 못한다.

언덕의 중턱도 채 올라오기도 전에 지쳐서 퍼져버릴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한 스태미나를 가지고 있는 스켈레톤들은 그것이 가능했다.

다가오는 적을 차가운 시선으로 내려다보며 자신의 내부를 관조했다.

오러홀을 들여다보니 남은 오러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고개를 살짝 가로저은 소울은 잠시 생각을 해보다가 이번에는 내단에 주목했다.

내단이 무엇인가?

기(氣), 마나, 오러, 생체에너지 등 각종 기운들이 뭉치고 압축되어진 기운의 정화가 아닌가?

그럼 마나는 마나홀로 보내고 오러는 오러홀로 보내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보면 그게 내단을 더욱 순수하게 만드는 길이 될 수고 있고 말이다.

간단한 이치에 불과하지만 자신의 이런 생각은 당장 오러홀이 텅 빈 현재 상황을 타개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내단에서 마나를 뽑아 마나홀로 보내고, 오러를 뽑아 오러홀로 보냈다.

크기도 별로 크지 않았고 용량도 얼마 되지 않는 마나홀과 오러홀이 단번에 꽉차버렸다.

‘유레카! 이런 방법이 있었네. 그럼 앞으로 흡수하는 기운은 전부 내단으로 보내고 마나와 오러는 따로 뽑아 마나홀과 오러홀로 각각 보내면 되겠구나. 가만 그런데 오러홀이 이렇게 작아서야 언제 오러 블레이드를 만들어?’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니 왠지 갑자기 막막한 심정이 됐다.

오러 블레이드는 쉽게 말해서 검강(劍罡)이다.

검 날에 두르면 절삭력과 강도가 급상승하는 검기(劍氣)의 상위버전이자 무엇이든지 부수고 자르는 강기(罡氣)의 결정판이다.

오러를 다루는 엑설런트 기사가 오러 블레이드를 만들어 내는 순간, 소드 마스터의 반열에 올라간다.

하지만 오러 블레이드를 만들어 내려면 막대한 오러가 필요하다.

이건 이 업계에서 기본 상식으로 통한다.

현재 소울의 오러홀을 가득 채우고 있는 정도의 오러가지고는 오러 블레이드를 만드는 것은 어림 반 푼어치도 없는 소리다.

아니 오러 블레이드는커녕 검날에 오러를 코팅하듯 입히는 오러 소드(검기)조차 간신히 만들어 내도 얼마 버티지 못할 것이다.

‘오러홀을 좀 더 키우기 전까진 오러 대신 내단의 기운을 쓰는 것이 좋겠다.’

유니크한 내단의 기운은 독특하게 적의 기운을 흡수하는 기능까지 있어서 검 날에 집중시키면 오히려 오러를 씌우는 것보다 더 나을 수도 있었다.

소울은 우선 실험정신을 살려 일단 내단을 자신의 오른손으로 옮겨 놓았다. 손바닥에 내단이 이동하자 뭔가 묵직해진 느낌이 들었다.

파츳츳츳츳!

소울브레이커의 손잡이를 꽉 쥐고 내단의 기운을 밀어 넣자 소울브레이커의 검 날에서 스파크가 일었다.

내단이 기운이 들어가면 갈수록 점점 진한 오렌지 야광색깔의 불투명한 광채가 소울브레이커의 검 날을 덮으면서 검 끝으로 솟구쳐 오르기 시작했다.

웅웅웅!

마치 검이 살아있는 것처럼 검명(劍鳴)을 토해냈다.

신기한 것은 오러 블레이드를 만들어 사용하면 지속적으로 대량의 오러가 소모된다던데 내단의 기운을 사용하고 있는 지금은 전혀 그런 느낌이 들지 않았다.

‘어라, 이거 혹시 짝퉁 오러 블레이드 아냐? 역시 오러 블레이드는 오러를 가지고 만들어야 하는 건가?’

조금 실망한 소울은 신경질적으로 땅바닥에 머리가 잘린 채 굴러다니는 듀라한의 머리통을 소울브레이커로 후려갈겼다.

스윽!

강철보다 단단하다는 듀라한의 머리통이 마치 무를 자르는 것 같이 너무나도 쉽게 반쪽으로 잘려나갔다. 동시에 손끝이 짜릿해지며 미약한 기운이 쭉 빨려왔다.

소울브레이커의 검 날을 통해 듀라한의 머리통에서 순간적으로 기운을 빨아먹은 것 같았다.

그제야 그의 얼굴에서 환한 미소가 일어났다.

‘대박! 이거 정말 오러 블레이드 인가보네?’

정말 이게 오러 블레이드라면 자신은 지금 소드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셈이 된다.

우두두두두두!

쾅!

차차창 차차창 창창창!

그때, 스켈레톤 부대가 성질 급하게도 본이 세워놓은 방어선에 거칠게 충돌해왔다.

스켈레톤 기병단은 사력을 다해 스켈레톤 부대의 돌격을 막고 버텼다.

다행히 적의 돌격은 간신히 좌초됐다.

그러자 이번에는 스켈레톤 기병단의 대대적인 반격이 시작됐다.

스켈레톤 아처들의 화살세례를 시작으로 스켈레톤 샤먼과 위저드의 저주와 마법공격이 쏟아졌다.

그 뒤로 스켈레톤 센츄리온, 스켈레톤 나이트, 스켈레톤 엘리트, 스켈레톤 용기병들의 창칼이 스켈레톤 부대의 머리통과 심장의 핵을 갈랐다.

본은 다시 한 번 연막을 넓게 뿜어냈다.

돌격하는 적의 시야가 가려지자 날카롭게 벼린 검 날처럼 예리했던 돌격의 기세가 한풀 꺾여버렸다.

일단 적의 돌격이 저지된 것을 확인한 소울은 곧장 방어선 전면으로 달려갔다.

뱀피릭 미스트가 언덕 꼭대기 사방에 퍼져 있는 상태라 자신의 스태미나는 마치 마르지 않고 솟아나는 샘과 같아 힘이 펄펄 났다. 각종 기운들이 꾸준히 뱀피릭 미스트를 통해 자신의 내단을 향해 흡수되었다.

‘뱀피릭 미스트를 펼쳐놓아서 그런가? 오러 블레이드를 이렇게 오랫동안 써도 기운의 소모가 거의 느껴지지 않네.’

소울은 자신의 몸 안에서 일어나는 상태를 관찰하며 정수리, 내단, 오러홀, 마나홀의 변화에 신경을 썼다.

그리고 글람 검법과 쉐도우 스템을 사용하여 스켈레톤 소드맨과 스켈레톤 워리어를 집중적으로 공격했다.

사각 사각 사각…….

착 차악 차악…….

소울브레이커를 가로와 세로로 긋고 대각선으로 그어댔다.

단지 그렇게 검으로 선을 그었을 뿐인데 그것만으로 스켈레톤 소드맨과 스켈레톤 워리어들은 들고 있던 무기와 함께 몸이 조각조각 절단되었다.

하지만 아직 기뻐하기 조금 이른 감이 있었다. 스켈레톤 소드맨과 스켈레톤 워리어는 등급이 낮아서 오러 블레이드의 위력을 제대로 평가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던 것이다.

때마침 듀라한 한 마리가 소울에게 달려들더니 서늘하게 날이 잘 벼린 롱소드를 번쩍 하늘로 치켜들고는 대뜸 소울의 목을 향해 비스듬히 내리쳤다.

정말 눈 깜빡할 사이에 일어난 무섭게 빠른 날카로운 공격이었다.

소울은  급하게 쉐도우 스텝을 밟으며 듀라한의 공격을 피하며 옆으로 미끄러졌다. 하지만 듀라한의 롱소드는 마치 자석이라도 되는 양 그가 꺾여진 방향으로 곧바로 방향을 틀더니, 회피하는 소울의 몸을 향해 온몸을 던져가며 따라붙었다.

이미 죽은 놈이라서 그런지 공격의 수법, 그 자체가 완전히 너 죽고 나죽자는 동귀어진(同歸於盡)의 수법이었다.

‘가만 그런데 지금 내가 뭐가 두려워서 이놈을 피하고 있는 거지?’

생각해보니 굳이 듀라한의 공격을 피할 이유가 없었다.

그의 왼팔에는 디바인 쉴드가 있었고, 그의 오른손에 쥐어진 소울브레이커의 검 날에는 오러 블레이드가 한 뼘이나 솟구쳐있었다.

생각이 일자 몸이 저절로 그에 맞춰 움직였다.

듀라한의 공격을 디바인 쉴드로 막으며 소울브레이커로 반격을 가했다.

퉁!

서걱!

놀랍게도 듀라한의 롱소드는 디바인 쉴드에 간단히 막혀서 튕겨 나갔고 소울브레이커는 아무런 저항도 없이 단번에 듀라한의 몸통을 잘라버렸다.

듀라한의 머리통이 옆구리에 끼여 있다가 함께 잘려나간 것은 오러 블레이드가 주는 보너스다.

“아싸!”

소울은 자신도 모르게 신이 나서 소리를 쳤다.

손바닥이 짜릿해지면서 내단을 향해 강한 기운이 쏟아져 들어 왔다.

전과는 달리 흡수된 기운의 양과 질이 장난이 아니었다.

진짜 오러 블레이드와 소울의 오러 블레이드가 다른 점이 있다면 아마 적의 신체에 검이 닿는 순간 이처럼 기운을 흡수할 수 있다는 것이리라.

그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몸을 돌렸다.

듀라한 한 놈이 겁도 없이 뒤치기를 시도하려 다가왔던 것이다.

“그리스!”

콰당!

듀라한의 다리 한쪽이 골대를 향해 볼을 찬 것처럼 허공으로 높이 들리더니 곧 중심을 잃고 등부터 시작해서 땅에 세차게 부딪치며 떨어졌다.

파앙!

서걱!

소울은 넘어진 듀라한에게 조금의 틈도 허락하지 않고 바로 달려가 머리통을 반쪽으로 갈라버렸다.

머리를 손에 놓친 것도 모자라 이제는 반쪽으로 잘려버리자 듀라한의 동체는 힘을 다한 듯 실 끊어진 인형처럼 그 자리에 무너져 내렸다.

언덕의 꼭대기는 본의 연막에다 소울의 뱀피릭 미스트가 섞여있어 완전히 소울이 장악한 영역이었다.

듀라한이 스켈레톤 기병단을 뛰어 넘어 안으로 들어오는 순간, 소울은 굳이 눈으로 보거나 귀로 듣지 않아도 듀라한들의 움직임을 느낄 수 있었다.

[본, 길을 열어줘도 괜찮아.]

[예스, 마이로드.]

이번에는 팬텀 스키드를 탄 다크나이트가 해골마를 탄 다크워리어들을 이끌고 돌진해 오는 것을 본 소울이 일부러 길을 열어주라고 명령했다.

괜히 이들의 돌진을 막으려고 스켈레톤 기병단이 애를 쓰다가 피해를 입을 필요가 없었다. 그냥 안으로 적당히 끌어들여 하나씩 제거하는 것도 좋은 방법 같아보였다.

본은 소울의 명령에 못이기는 척 하면서 슬쩍 한쪽의 방어선을 열어줬다.

두두두두두두!

다크나이트와 다크워리어들은 옳다구나 하고 빈틈을 파고들더니 안으로 호호탕탕 밀고 들어왔다.

그러나 이들이 소울의 영역 안으로 들어와 볼 수 있는 것은 지극히 제한적이었다.

본의 연막과 소울의 뱀피릭 미스트로 인해 그나마 소울의 생기만을 간신히 감지할 수 있는 것이 최선이었다.

“디바인 쉴드, 어택!”

소울은 마나홀에 있는 마나를 디바인 실드에 몽땅 때려 넣고는 왼쪽 팔을 바깥에서 안쪽으로 크게 휘둘렀다.

텅 쐐애애애애액!

디바인 건틀렛에 부착되어 있던 디바인 쉴드가 순간적으로 2m 가까이 커지더니 푸른 광채를 뿜어내며 맹렬한 속도로 튕겨져 나갔다.

카강캉 카강캉 카가강!

디바인 쉴드는 팬텀 스키드를 타고 달려오는 다크나이트와 해골마를 타고 그 뒤를 따르는 다크워리어들의 몸에 연속적으로 부딪쳐갔다.

금속이 갈리는 소리가 차례로 들려오더니 다크나이트와 다크워리어의 진형이 엉망이 되어갔다.

소울이 디바인 건틀렛을 위로 들어 올리자 공중에 떠오른 디바인 쉴드가 커다랗게 원을 그리며 돌아왔다.

그 모습이 마치 길 잃은 강아지가 주인을 발견하고 신나서 뛰어오는 모습 같아보였다.

위이이이잉, 철컥!

부메랑처럼 한 바퀴를 돌아 온 디바인 쉴드는 너무나도 우아하게 디바인 건틀렛에 안착했다. 그러자 디바인 건틀렛에 부착된 디바인 쉴드의 크기가 원래의 상태로 돌아갔다.

이번에는 쉐도우 스텝을 사용하여 다크나이트와 다크워리어들을 향해 은밀하게 다가갔다.

다크나이트와 다크워리어는 디바인 쉴드에 적중당한 몸에서 연기가 솟구치며 타오르자 크게 당황했다.

각자 마기를 집중시켜서 더 이상 부상이 커지지 않도록 노력했지만 마냥 쉽지만은 않았다.

그렇게 소란한 덕분에 소울은 다크워리어들의 바로 옆까지 가까이 다가갈 기회를 얻었다. 그리고 아까 듀라한이 자신에게 하려다 성공하지 못한 뒤치기를 시작했다.

서걱 서걱 서걱…….

크아악 커억 으아아악…….

그는 소울브레티커를 잡고 사방으로 난도질을 했다.

다크워리어의 목이 잘리고, 머리가 베어지고, 몸통이 잘려나가자 고통에 찬 비명소리가 여기저기에서 들려왔다.

“적의 기습이다. 이 안개 속에 암살자가 숨어있다. 모두 주변을 살펴서 적을 찾아내라.”

다크나이트가 변고를 확인하더니 즉시 다크워리어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다크워리어들은 신속하게 원형의 방어진을 구축하며 주변을 살펴봤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기민한 대응이었다.

이런 상태에서는 기습하기가 쉽지 않다.

소울은 아쉬운 마음을 접고 연막 속으로 몸을 숨겼다.

그가 마음먹고 기척을 지우며 숨어버리자 다크나이트와 다크워리어들은 소울이 있는 곳을 쉽게 찾을 수 없었다.

‘적을 공격할 때만 내단의 기운을 순간적으로 밀어 넣어 오러 블레이드를 만드는 방법은 아주 효과적이고 좋은 방법이었다.’

소울은 다크나아트와 다크워리어들을 한 눈에 들어오게 자신의 시야 안에 넣어두곤 만족한 웃음을 지었다. 오러 블레이드를 좀 더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생각해낸 자신이 대견했던 것이다.

그런 소울의 앞으로 손을 휙휙 저으며 다크워리어 한 놈이 다가왔다.

가만히 서서 기다렸다가 자신의 앞을 지나치자 그는 슬그머니 뒤로 따라붙었다.

소울브레이커를 천천히 움직이더니 다크워리어의 뒷목을 향해 부드럽게 휘둘렀다.

물론 순간적으로 내단의 기운을 소울브레이커에 밀어 넣는 것도 잊지 않았다.

휙 서걱!

다크워리어의 뒷목에 소울브레이커의 검 날이 채 닿지도 않았는데 오러 블레이드가 검 끝에서 쑤욱 솟구쳐 나와 다크워리어의 목을 그대로 잘라버렸다.

전혀 저항감이 느껴지지 않는 것을 보니 확실히 자신이 내단으로 만들어낸 오러 블레이드의 위력이 오러로 만들어낸 오러 블레이드의 위력에 못지 않은 것 같았다.

그때 그의 눈앞에 말풍선이 떠올랐다.

-소드 마스터리의 등급이 올랐습니다.

-오러 블레이드를 만들어 냈습니다.

-글람 검법의 숙련도가 대폭 증가했습니다.

-기사의 검술의 숙련도가 대폭 증가했습니다.

-글람 검법과 기사의 검술이 만나 새로운 스킬이 만들어졌습니다. 새로운 스킬의 이름을 지어주세요.

갑자기 자신의 눈앞에 떠오른 말풍선을 보자 그는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뜨며 뒤로 한걸음 물러났다.

‘이게 도대체 뭔 일이지? 이번에는 글람 검법과 기사의 검술이 합쳐지는 건가?’

소울은 이 현상이 화가 될지 복이 될지 몰라 살짝 헷갈렸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니 소드 마스터리를 통해 글람 검법과 기사의 검술이 엮어지는 것이 나쁜 일은 아닌 것 같았다.

그는 새로운 스킬의 이름을 생각해봤다.

============================ 작품 후기 ============================

*** 일단은 오러 블레이드를 만들어냈네요. ^^ (수정: 12-19)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유쾌한 하루 되세요.

선호작, 추천, 코멘트, 쿠폰,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