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27 제 82 장 - 공포의 언데드 군단 =========================================================================
바뀐 점이 있다면 이제는 정말 힘 대 힘으로 정면대결을 벌여야 한다는 것이다.
결전을 벌이기에 평야는 썩 좋은 장소가 아니다.
그래서 그들은 스켈레톤 맘모스 열네 마리를 앞세워 가까운 언덕을 향해 돌진했다.
기왕 포위될 거라면 언덕 위에 올라가서 아예 제대로 자리를 잡고 본격적으로 싸워보겠다는 심산이었다.
언데드 군단의 군단장이 봐주는 건지 아니면 그냥 무시를 하는 건지 모르지만 일단 언덕 위로 올라가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냥 힘으로 언데드 몬스터들을 돌파해서 언덕 위로 올라와 방어준비를 시작했다.
직접 와서 보니 다행히 한쪽 방향은 절벽이나 마찬가지였다.
소울과 본은 서로의 눈을 마주치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사면초가(四面楚歌)보다는 그나마 삼면을 지키는 것이 훨씬 낫다.
그리고 정면을 제외한 양쪽은 나름 꽤 경사져 있었다.
보기보단 방어하기가 나쁘지 않았다.
본은 경사진 양쪽으로 스켈레톤 맘모스들을 배치하고, 넓고 완만한 경사를 가진 정면은 스켈레톤 용기병과 스켈레톤 엘리트를 배치했다.
어느새 그들의 앞에는 커대한 사각형 방패인 타워실드가 놓여있었다.
방어를 위한 준비는 그것만이 아니었다.
본은 해골전투마를 악어 입을 만들어 전부 흡수해버리고 대신 언덕 꼭대기를 중심으로 일정 지역을 날카로운 뼈창을 쏟아내 방벽을 만들어냈다.
그 모습을 본 까뮤와 렉시가 곧바로 소울의 머리 위로 돌아왔다.
까뮤는 유령과 망령 군단을 하도 많이 잡아먹어서 배가 부른지 살짝 튀어 나온 귀여운 똥배를 한손으로 쓰다듬고 있었다.
[이제부터는 장기전이다. 언데드 군단이 쳐들어오면 까뮤는 언덕 중간에 네이팜탄을 터뜨리고 렉시는 인페르노를 펼쳐서 다가오는 적들에게 최대한 피해를 입힌다.]
[네, 주인님.]
[빠아!]
까뮤와 렉시가 각각 대답을 하자 그의 눈이 푸티나를 향했다.
[푸티나는 대기하고 있다가 밀린다 싶으면 본을 도와주도록 해.]
[꾸잉!]
[본은 방어선이 무너지지 않도록 방어에 최선을 다해라.]
[예스, 마이로드.]
본은 대답을 하고나자 자신의 특기 중 하나인 하얀 연막을 미친 듯이 뿜어내어 언덕 꼭대기를 덮어버리기 시작했다.
이에 질세라 스켈레톤 샤먼과 위자드가 소울과 본, 푸티나와 렉시, 그리고 스켈레톤 기병단에게 골고루 각종 버프를 돌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까뮤도 소울과 그의 소환수 모두에게 버프를 돌렸다.
“문신강체술!”
버프를 받아 몸이 컨디션이 올라가는 것을 느낀 소울은 상급의 문신강체술을 펼쳤다.
푸른 늑대의 머리가 마치 소울의 등에서 밖으로 튀어 나올 것 같은 모양으로 잠시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소울은 온몸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힘을 느끼며 절로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디바인 실드!”
이번에는 디바인 건틀렛에 마나를 주입하며 작게 중얼거렸다.
은빛으로 빛나는 디바인 건틀렛에 마나를 불어넣자 디바인 건틀렛의 바깥쪽에 반투명한 원형의 방패가 만들어졌다.
신전의 명장이 심혈을 기울여 제작하고 고위신관들이 성력을 쏟아 부어 만들어냈다는 신성(神聖) 방어구답게 디바인 건틀렛과 디바인 쉴드에는 거룩한 신성력이 넘쳐흘렀다.
언데드 몬스터 같은 삿되고 부정한 것은 닿기만 해도 소멸되어 버리는 특이한 효능이 담긴 디바인 건틀렛에 디바인 실드가 생기자 소울은 둠 플레이트의 이미지와는 상반되는 성기사의 모습이 되어버렸다.
“네크로멘시! 쉐어링 어빌리티! 트렌스 페인!”
“커스 오브 둠! 뱀피릭 미스트!”
서먼나이트 전용스킬 다섯 개가 차례로 펼쳐졌다.
네크로멘시는 언데드 소환수의 능력을 10% 증폭했고, 쉐어링 어빌리티는 소환사의 능력 10%를 전이해줬다.
사실 이 두 가지 스킬만으로도 거의 사기적인 스킬에 가까웠다.
하지만 일정 영역 안의 적들의 모든 능력을 10% 감소해주는 커스 오브 둠과 죽음의 안개를 살포해 저주와 속성 데미지를 주고 20%를 생명력으로 흡수하는 뱀피릭 미스트까지 쓰자 언덕 꼭대기 일대는 순식간에 언데드 몬스터를 위한 최악의 대지로 탈바꿈하고 말았다.
소환사가 받는 데미지의 10%를 소환수에게 전이하는 트렌스 페인 스킬을 쓴 것은 소울이 들어놓은 하나의 작은 보험이었다.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않는다는 교훈처럼 소울은 트렌스 페인 스킬 하나만 믿고 있지는 않았다.
“페어리의 투명반지, 활성화!”
차고 있는 것만으로 소환력 소비를 50%나 줄여주는 페어리의 투명반지는 액티브 스킬인 투명과 은신, 기척감소 90%가 있었는데, 이중 기척감소는 액티브 스킬로도 사용할 수 있지만 이렇게 활성화하는 것만으로도 패시브 스킬처럼 적당히 기척을 감소시켜 주는 효능이 있었다.
“실드, 실드, 실드, 실드!”
타이타늄 팔찌 두 개를 이용해 실드를 4중첩 시킨 그는 둠 플레이트를 전신갑옷 형태인 풀 플레이트 아머로 변환시켜 최고의 방어력을 가지게 했다.
‘이 정도면 어지간해서 죽지는 않을 거야.’
소울은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준비를 마치고 언덕 아래를 쳐다봤다.
이미 자신들이 방어벽을 세우고 기다리고 있는 언덕의 꼭대기는 본이 쳐놓은 짙은 안개 같은 연막에 의해 그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소울과 본을 비롯한 소환수들은 짙은 연막 속에서도 다가오는 적들의 모습이 또렷하게 보였다.
시작은 역시 셀 수 없이 많은 숫자를 가진 좀비들이었다.
썩어 곯아 내려앉는 지독한 악취가 풍겨오며 좀비의 물결이 언덕을 덮어왔다.
쾅 쾅 쾅!
화르르르륵!
우르릉 꽈르릉 꽝!
하지만 물밀 듯이 밀고 올라오던 좀비들은 언덕을 채 반도 넘기 전에 하늘에서 떨어진 네이팜탄의 폭발에 우수수 쓰러져야했다.
네이팜탄이 터지고 고온의 화마가 언덕을 쓸자 뒤이어 펼쳐진 렉시의 인페르노로 인해 대지는 화염지옥으로 변해버렸다.
고열의 대지가 뜨겁게 달아오르자 좀비들은 살이 타고 몸이 눌러 붙었다.
해골이 녹고 뼈가 타들어 가자 근원의 힘이 재로 변하며 그 자리에 픽픽 쓰러졌다.
좀비들은 화마처럼 혓바닥을 날름거리는 인페르노의 불길을 더하는 재료로 타오르더니 소멸해갔다.
그러나 좀비의 물결은 끝이 없었다.
도대체 어디서 이렇게 많은 죽음이 있었는지 좀비들은 수만이 죽어 나갔어도 아직 수십만이나 더 남아서 꾸역꾸역 밀려들고 있었다.
렉시는 하늘에서 몇 번 인페르노를 대지에 뿌리더니 나중에는 지상으로 내려와 화염지옥인 인페르노 안에서 걸어 다니며 화마를 움직여 공격했다.
그러자 인페르노의 불길이 더욱 세차게 타오르며 점점 더 인페르노의 영역권을 확대해나갔다.
지상의 공격이 끊임없는 좀비의 공세로 막히는 것 같자 언데드 군단은 공중전을 시작했다.
유령과 망령의 군단을 다시 한 번 언덕 위로 보내기 시작한 것이다.
꺄아아아 끄아아아아 캬아아아아…….
모골이 송연할 정도로 끔찍한 비명소리를 지르며 다가오는 유령과 망령의 군단이 언덕의 꼭대기를 향해 곧바로 날아왔다.
하지만 하늘은 까뮤와 렉시의 독무대였다. 특히 까뮤의 대 유령 & 대 망령 능력은 가히 독보적이었다.
이미 몇 차례나 유령과 망령들을 잡아서 흡수하고 소멸시키는 가운데 대응 능력이 크게 상승한 까뮤는 이제 여유로운 표정을 지으며 공중으로 다가오는 자신의 간식거리들을 기쁘게 맞이했다.
리퍼, 쉐도우, 스펙터, 레이스, 고스트, 밴시…….
각종 부정형 몬스터와 유령 & 망령형 몬스터가 겁도 없이 떼거리로 밀려들었다.
하지만 A급 소환수로 변한 까뮤의 몸에서 푸른빛이 번쩍일 때 마다 이들은 알 수 없는 파란 광채에 휩싸여 불탔고 힘을 잃어버린 후에는 까뮤의 몸속으로 흡수되어 소리도 없이 조용히 소멸해갔다.
수백, 수천의 유령과 망령의 군단이 다가와 소멸을 당하자 그제야 언데드 군단은 공중전이 소용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까뮤와 렉시를 공중에 묶어 놓으려는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공격해왔다.
수십만의 좀비를 태워서 소멸시킨 대가로 까뮤의 아공간에 있던 항공폭격용 대형 네이팜탄은 완전히 소비됐다.
또한 렉시도 연이은 인페르노 스킬의 난사로 인해 리타이어 되고 말았다.
렉시는 까뮤의 곁에서 블레이즈를 뿜어내며 유령과 망령 군단의 공격을 막는 정도로 자신의 한계를 드러냈다.
‘덕분에 쪽수를 많이 줄였네.’
소울은 렉시가 리타이어 된 것에 대해 조금도 아쉬워하지 않았다.
알을 깨고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은 피닉스 새끼인 렉시가 이정도로 활약을 해준 것만 해도 감사해야 할 판이었다.
네이팜탄이 떨어진 것에 대해서도 크게 아쉬워하지 않았다.
네이팜탄이 만능도 아니고 현대 화약무기의 낭비는 익히 잘 알고 있었던 사실이었다.
일단 하늘을 까뮤와 렉시가 꽉 잡고 지켜주는 것만으로도 소울은 부담이 크게 줄었다. 지상에서 몰려오는 적만 상대하면 된다는 생각에 오히려 마음이 가벼워졌다.
좀비의 물결이 끝나자 다음 공격을 이은 것은 붕대로 몸을 칭칭 감은 머미와 구울이었다.
떼거리로 몰려오는 구울과 머미들은 합동공격이라는 것을 알기라도 하는 것인지 속도를 맞춰서 천천히 진격해왔다.
하지만 네이팜탄이 떨어지고 렉시가 리타이어 했다고 화공을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파이어월, 파이어월, 파이어월…….”
“층층염화, 층층염화, 층층염화…….”
스켈레톤 위저드가 파이어월 마법을 펼쳐 언덕 아래에 불의 벽을 만들어 내자 스켈레톤 샤먼이 화염을 부르는 진언인 층층염화를 펼쳐 파이어월의 위력을 대폭 증가시켰다.
머미들은 자신의 몸을 감은 붕대가 타버리자 고통에 겨운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고 구울들은 반대로 속도를 높여 불의 벽을 뚫고 나가려고 애를 썼다.
하지만 어느 쪽도 파이어월을 뚫고 언덕을 오르지는 못했다.
그러나 이런 무식한 공격으로 인해 스켈레톤 위저드와 스켈레톤 샤먼은 마나와 주술력이 빠르게 떨어져 결국 두 시간 만에 리타이어가 되어버렸다.
결국 이 짓도 두 시간을 간신히 버티는 임시방편에 불과했던 것이다.
아직도 언덕을 기어오르는 언데드 군단의 숫자는 셀 수 없이 많았다.
그리고 불의 벽이 힘을 다하고 꺼져가자 언데드 군단의 사기가 치솟기 시작했다.
피피피핑 피피피핑 피피피핑…….
쏴아아아 쏴아아아 쏴아아아…….
스켈레톤 호스아처들이 드디어 뼈화살을 쏘아대기 시작했다.
언덕의 꼭대기에서 아래를 향해 쏘는 거라 거의 직선으로 날아간 뼈화살은 언데드 몬스터들의 머리통을 꼬치 꿰듯 꿰어버렸다.
“크레센트, 온!”
핑 핑 핑 핑 핑…….
소울도 본이 만들어 놓은 뼈로 만든 방어선으로 다가가 다크엘프의 명장이 만든 마법의 활, 크레센트를 꺼내들고 마나를 주입하면서 은밀한 암흑의 화살을 쏘아댔다.
활에 인챈트 된 마법진으로 인해 원거리 공격력을 100% 증가시키는 크레센트로 인해 어지간한 언데드 몬스터는 머리와 몸통에 맞으면 단번에 쓰러졌다.
하지만 아무리 스켈레톤 호스아처와 소울이 화살을 쏘아서 언데드 몬스터들을 처치해도 쓰러지는 놈보다 언덕을 올라오는 놈들의 숫자가 배는 더 많았다.
점점 다가오는 언데드 몬스터들의 모습이 확대되어갔다.
그만큼 가까이 접근해있다는 뜻이다.
소울은 크레센트에 마나를 주입하여 은밀한 암흑의 화살을 속사로 수백발이나 쏘자 저절로 사일런트 신궁 스킬의 숙련도가 올라가며 점차 익숙해졌다.
그리고 소울의 눈앞에 떠오른 말풍선으로 인해 더욱 신나게 활을 쏠 수 있게 됐다.
-마나 마스터리의 등급이 올랐습니다.
-사일런트 신궁 스킬의 숙련도가 증가했습니다.
-보우 마스터리의 등급이 올랐습니다. 속사의 속도가 10% 증가합니다. 사거리와 화살의 위력이 10% 증가합니다.
뭔가 도움이 될 줄 알고, 지름신이 강림했을 때 확 질렀던 마스터리가 이렇게 전투가 벌어지는 한가운데에서 빛을 보기 시작했다.
‘사일런트 신궁 스킬의 숙련도가 올랐다면 당연히 환시도 숙련도가 오르겠군.’
간단한 삼단논법이었다.
소울은 이번에는 환시를 사용했다.
물론 크레센트에 마나를 주입하여 은밀한 암흑의 화살을 이용한 환시였다.
그런데 놀랍게도 크레센트로 활을 쏘자 은밀한 암흑의 화살이 거의 투명하게 변해버렸다.
핑 핑 핑 핑 핑…….
환시(幻矢)가 왜 환시겠는가?
허깨비처럼 은밀하게 날아가 적을 맞힌다고 해서 환시였다.
그런데 크레센트의 은밀한 암흑의 화살과 환시가 만나자 엄청난 시너지 효과가 생겨버렸다.
============================ 작품 후기 ============================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유쾌한 하루 되세요.
선호작, 추천, 코멘트, 쿠폰, 후원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