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26 제 82 장 - 공포의 언데드 군단 =========================================================================
오른손으로 디스트로이어를 잡고 왼손으로 레버를 위로 올렸다.
그리고는 흔들리는 푸티나의 등 위에서 어보미네이션을 조준했다.
디스트로이어 위쪽에 생겨난 십자조준경에 어보미네이션이 들어오자 지체 없이 손가락을 당겼다.
푸캉!
디스트로이어의 총구에서 눈이 시린 푸른 광채가 쏘아져 날아갔다.
무서운 속도로 날아간 푸른 광채는 수많은 시체를 흡수해서 이층집 크기로 몸이 커진 어보미네이션의 몸통을 정확하게 가격했다.
펑!
촤아아악! 후두두두!
“나이스샷!”
까뮤가 허공에서 엄지손가락을 위로 치켜들며 소리쳤다.
디스트로이어의 강력한 유탄 한 방에 어보미네이션은 말 그대로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갈가리 찢겨진 시체조각들과 구역질 날정도로 냄새가 나는 부패한 검은 피가 주변에 비처럼 음악처럼 뿌려져 내렸다.
[본, 봤지?]
[네, 마이로드. 최고였습니다.]
본은 몸을 뒤로 돌리며 엄지손가락을 하늘 위로 치켜들었다.
그 모습에 소울은 씨익 미소를 지었다.
[앞으로 어보미네이션이 나타나면 나한테 말해. 내가 해결해줄게.]
[예스, 마이로드.]
소울은 거만하게 턱을 위로 치켜들며 자신감 있게 말했다.
그렇게 소울의 도움을 받아 위기를 넘긴 스켈레톤 기병단은 언데드 몬스터의 한쪽을 완전히 뚫어 버린 후, 다시 크게 원을 그리며 반전했다.
한번 뚫고 지나간 곳은 밀물처럼 밀려드는 언데드 군단에 의해 다시 가득 채워져 있어 적이 모자랄까봐 걱정을 할 필요는 없었다.
본과 스켈레톤 기병단은 그런 모습에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재차 돌격을 감행했지만 피와 살로 만들어진 사람인 소울은 약간 기가 질려버렸다.
‘씨발, 이거 정말 너무하는 거 아냐? C급 던전이면 C급 던전에 맞게 언데드 몬스터를 적당히 뿌려 놓아야지 이게 도대체 뭐하는 짓이야. 이미 뒈진 새끼들이라서 지뢰나 클레이모어도 무용지물이고 독한 사린가스도 쓸 수가 없네. 정말 이럴 땐 핵폭탄 한방 쏴줘야 하는데……. 이럴 때야 말로 대량살상 무기가 절실하다고.’
온라인게임에서 밸런스 붕괴는 망하는 지름길로 통한다.
던전도 마찬가지 아닌가?
C급 던전이면 그것에 맞게 몬스터가 나와야 하는데 언데드 군단을 내보내니 이건 몬스터 웨이브 보다 더한 괴랄 한 짓이었다.
아무리 봐도 여긴 B급 던전, 아니 A급 던전이라고 해야 맞을 것이다.
오죽하면 소울의 머릿속에서 핵무기가 떠올랐겠는가?
문제는 아무리 억울해도 어디 가서 하소연할 때가 없다는 것이다.
개성큐브에서 C급 던전이라고 얘기해준 것도 아니고 서머너즈 길드 자체적으로 그렇게 판단을 한 것이기 때문이다.
하긴 누가 만들었는지 모르지만 큐브의 던전에 밸런스 붕괴가 일어난다고 항의를 해도 그걸 들어줄지 의문이었다.
아마 그들은 오히려 소울이 가지고 있는 소환수의 능력이 밸런스 붕괴보다 더하다고 반론을 제기하며 물고 늘어질 것이다.
[까뮤, 아공간에 혹시 대량살상무기 얼마나 있어?]
[네? 어떤 것을 말씀하시는 거예요?]
[아, 미안. 내 말은 네이팜탄이나 백린탄 같은 소이탄을 얘기하는 거야.]
[네이팜탄은 이번에 무기고에서 좀 보충한 것이 있어요. 백린탄은 충분히 확보했어요.]
대량살상무기 하니까 갑자기 떠오른 생각이 네이팜탄이었다.
몬스터들에게 화공이 좋다는 것을 깨달은 소울은 이번에 적극적으로 무기고에서 네이팜탄과 백린탄을 비롯한 소이탄을 긁어모았다.
‘가만, 백린탄은 소용이 없겠구나. 이미 뒈진 놈들이니 고통을 느끼지 않을 거야.’
일단 백린탄은 제외했다.
대신 대형 네이팜탄을 써먹기로 했다.
[까뮤, 하늘로 올라가서 언데드 군단이 많이 몰려있는 곳에다 적당히 네이팜탄을 쏟아 부어라. 작은 놈은 쓰지 말고 항공폭격용 대형 네이팜탄 위주로 사용해.]
[네, 주인님.]
까뮤는 소울에게 귀엽게 윙크를 한번 하고는 하늘로 날아올랐다.
렉시는 까뮤가 하늘로 날아오르자 뭔가 재미있는 일이 일어난다고 생각했는지 같이 날아올랐다.
소울은 렉시가 까뮤를 따라가자 그냥 내버려뒀다.
급하면 자신의 옆으로 바로 소환하면 되기 때문이다.
우두두두두두두!
우두두두두두두!
스켈레톤 기병단은 또다시 거대한 언데드 군단의 물결 속을 정면으로 파고들었다.
스켈레톤 맘모스들이 실추한 명예를 되찾겠다는 듯 사력을 다해 돌파를 시작했다.
언데드 군단의 물결은 홍해를 가른 모세의 기적처럼 양쪽으로 쫙 찢겨버렸다.
그 사이를 스켈레톤 기병단이 무서운 속도로 질주했다.
쾅 쾅 쾅 쾅…….
꽈르릉 꽝 꽈르릉 꽝꽝…….
우르르릉 우르릉 우르르릉…….
때마침 언데드 군단의 뒤쪽으로 천지를 진동시키는 폭음이 일었다.
까뮤가 언데드 군단의 여기저기에다 항공폭격용 대형 네이팜탄을 떨어뜨리기 시작한 것이다.
엄청난 폭발로 인해 폭발반경에 있던 좀비, 구울, 머미 같은 하급 언데드 몬스터들은 한방에 산산조각이 나서 날아가 버렸다.
악마의 혓바닥 같은 붉은 화염이 주변 일대를 뜨겁게 달구며 언데드 몬스터의 몸을 지글지글 불태우기 시작하자 여기저기에서 몸에 불이 붙어 쓰러져가는 놈들이 속출했다.
가공할 네이팜탄의 위력이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스켈레톤같이 해골과 뼈로 만들어진 놈들은 곧바로 부서진 뼈다귀를 회복하고 빠르게 불길을 뚫고 도망 나오고 있다는 점이었다.
물론 고열의 불길을 다 통과하기 전에 해골바가지 안이나 가슴 안에 있는 언데드 몬스터의 핵이 녹아버려 다시는 못 일어나는 놈들도 부지기수로 많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을 상대로 한 폭격에 비해서는 확실히 그 효과가 떨어졌다.
끼야아아악 캬아아아아 크화아아아아…….
폭격으로 불타는 언데드 군단의 상공으로 유령과 망령의 군단이 일제히 솟구쳐 올랐다. 희뿌얀 안개 같은 것들이 무서운 속도로 까뮤와 렉시를 향해 쏘아져갔다.
항공폭격용 네이팜탄을 터뜨린 덕분에 언데드 군단의 주의를, 특히 실체가 없는 유령과 망령의 군단의 주의를 확실하게 끌어들인 모양이다.
하지만 까뮤는 조금도 걱정을 하지 않았다.
이미 유령과 망령 같은 놈들은 전에 질리게 겪어봤던 것이다.
지금 다가오는 놈들 정도는 백만 대군이 와도 무섭지 않았다.
까뮤는 오히려 이들을 놀리기라도 하듯 이리저리 피해 다니며 계속해서 네이팜탄을 곳곳에 떨어뜨렸다.
그러다가 기습적으로 유령과 망령을 공격해서 불을 지른 후, 흡수해서 소멸시켰다.
렉시는 까뮤를 쫓아다니면서 가만히 지켜보다가 어느 순간,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찾기라도 한 듯 전장의 상공을 날아다녔다.
렉시는 블레이즈로 몸에 불을 붙이고 날아다니며 유령과 망령들을 까뮤처럼 불태우기 시작했다.
또한 네이팜탄이 터져서 불이 활활 타오르는 주변에 인페르노를 써서 불길을 더욱 확대시켰다.
쉽게 말해서 불난집에 부채질을 하는 격이었다.
이렇게 되자 까뮤가 터뜨린 네이팜탄의 위력이 배 이상으로 증가해버렸다.
이런 모습에 고무된 소울은 언데드 군단을 향해 산탄모드와 유탄모드로 번갈아 바꿔가며 디스트로이어를 난사를 했다.
쓩쓩쓩 쓩쓩쓩…….
푸캉 푸캉 푸캉…….
펑펑펑 펑펑펑…….
쾅 쾅 쾅…….
소울이 적극적으로 공격을 하자 본과 스켈레톤 기병단으로 집중됐던 언데드 군단의 압력이 조금은 줄어들게 됐다.
거기에다 까뮤와 렉시가 공중에서 유령과 망령 군단과 공중전을 벌이며 네이팜탄과 인페르노로 폭격을 해대자 언데드 군단은 일시적으로 어디부터 어떻게 막고 싸워야 할지 몰라 갈팡질팡하는 것이 느껴졌다.
본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언데드 군단의 약점을 철저하게 노려서 지속적으로 언데드 군단을 가르고 찢어놓았다.
그렇게 수천, 수만의 언데드 몬스터들이 박살나고 소멸되었다.
하지만 언데드 군단이 괜히 공포의 언데드 군단이 아니었다.
아직도 평야를 가득 덮은 언데드 군단의 숫자는 끝이 없었다.
“이런 저놈들은 또 뭐야?”
그때 정확히 소울을 노리고 직진해오는 요상하게 생긴 놈들을 발견했다.
커다란 키에 검은 로브로 전신을 덮은 거대한 낫을 가진 리퍼들과 허공에 둥둥 떠서 다니는 칼과 방패, 즉 리빙아머들이었다.
떼거리로 몰려온 리퍼와 리빙아머는 돌격하는 스켈레톤 맘모스 하나를 목표로 돌진을 하더니 사정없이 온몸을 썰고 찍어 버렸다.
뿌우우우웅!
스켈레톤 맘모스는 고통스런 몸짓을 하며 대항하였지만 수십, 수백의 리퍼와 리빙아머로 인해 손쓸 사이도 없이 순식간에 잘게 잘려서 부서져 내렸다.
소울은 그 모습에 큰 충격을 받았다.
한 번도 본이 이끄는 스켈레톤 부대가 이렇게 허무하게 박살난 적이 없었던 것이다.
비록 스켈레톤 맘모스 한 마리라고 무시하고 넘어갈 수도 있었지만 한 마리가 두 마리가 되고 나중에는 전체가 될 수도 있는 법이다.
스켈레톤 맘모스의 죽음은 소울에게만 충격을 준 것이 아닌 모양이다.
본의 두 눈에서 짙은 살기가 피어올랐다.
우두두두두두!
스켈레톤 기병단은 본의 지시에 따라 언데드 군단의 외각으로 기수를 돌렸다.
아무래도 리퍼와 리빙아머를 먼저 처리하려는 계획 같았다.
소울은 본의 의도를 읽고 이들과 언데드 군단을 분리하기 위해 디스트로이어를 뒤쪽으로 난사했다.
확실히 리퍼와 리빙아머의 속도는 언데드 군단보다 훨씬 빨랐다.
적당히 거리를 벌리자 본은 급히 스켈레톤 기병단을 반전하고는 정면으로 리퍼와 리빙아머를 상대했다.
실체가 없는 부정형 몬스터인 리퍼와 흑마법으로 만들어진 리빙아머는 곧바로 본과 스켈레톤 기병단의 무서운 포위공격에 직면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리퍼와 리빙아머는 본과 스켈레톤 기병단의 공격에 전혀 밀리는 모습이 아니었다.
‘이런 상성이 지랄 맞구나.’
딱 보니 그냥 알 수 있었다.
물리공격에 거의 타격을 받지 않는 리빙아머들이 원진을 만들어 방어를 하고 리퍼들이 지상과 공중을 오가며 스켈레톤 기병단을 괴롭혔다.
그러자 스켈레톤 기병단이 오히려 뒤로 밀리는 느낌이 들었다.
본과 스켈레톤 센츄리온 그리고 스켈레톤 나이트는 그 모습에 즉시 검에 기운을 불어넣어 시퍼런 광채를 만들어냈다.
그리고는 정면으로 나와 일제공격을 시작했다. 그러자 뒤로 밀려나던 스켈레톤 기병단이 다시 앞으로 조금씩 밀고나올 수 있었다.
거기에 스켈레톤 샤먼과 위저드가 주술과 마법을 쓰며 보조를 하자 전과는 달리 조금씩 위축되어 가는 모습이 보였다.
“커스 오브 둠!”
“뱀피릭 미스트!”
소울은 즉시 서먼나이트의 전용스킬 두 개를 동시에 펼쳤다.
그러자 그 모습에 영감을 얻었는지 본이 하얀 연막을 같이 치기 시작했다.
일정 영역 안에 있는 적들의 모든 능력을 10% 감소시키는 커스 오브 둠과 죽음의 안개를 살포해 저주와 속성 데미지를 주고 20%를 생명력으로 흡수하는 뱀피릭 미스트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날뛰던 리퍼와 리빙아머에게 치명적인 일격이 됐다.
그리고 본이 친 연막으로 인해 눈과 귀 그리고 감각기 막혀버리자 리퍼와 리빙아머는 방향감각을 상실하고 제자리에서 뱅글뱅글 돌기 시작했다.
“푸티나, 지져라!”
“꾸잉!”
파츠츠츠츠츳!
푸티나의 앞발에서 푸른 번개가 쏟아져나갔다.
안 그래도 모든 능력의 1할이 줄어들고 저주를 받아 차곡차곡 데미지가 쌓이고 있는 리퍼와 리빙아머들은 방향감각을 상실한 채 기운만 쪽쪽 빨려나가고 있었다.
그런데 거기에다 푸티나의 체인라이트닝이 쏟아져 들어오자 근원적인 힘에 큰 타격을 받아야했다.
이렇게 사방에서 협공을 해대자 결국 리퍼와 리빙아머들은 본과 스켈레톤 센츄리온 그리고 스켈레톤 나이트들에 의해 차례로 소멸되었다.
[본, 언데드 군단이 밀려온다.]
[예스, 마이로드.]
본은 즉시 연막을 없애고 스켈레톤 기병단을 움직였다.
하지만 그들의 이런 움직임은 조금 늦은 감이 있었다.
어느새 사방이 언데드 군단으로 꽉 막혀버렸기 때문이다.
[이런, 늦었다. 오른쪽 언덕으로 올라가자.]
[예스, 마이로드.]
리퍼와 리빙아머들은 결국 미끼에 불과했다.
언데드 군단의 목적은 이들을 미끼로 던져주고 그들을 넓게 포위하는 것이었다.
이제야 그것을 깨달은 소울은 자신의 머리를 주먹으로 한 대 치고는 분통을 터뜨렸다.
‘제길, 이런 간단한 수에 당하다니…….’
아직 전투가 끝난 것은 아니었다.
크게 밀리지도 않았고 그저 포위가 되었을 뿐이다.
============================ 작품 후기 ============================
* 그동안 본과 스켈레톤 부대를 이용해 항상 숫적 우위에서 다구리를 쳤던 주인공이 언데드 군단이라는 천적을 만가게 됐습니다. 생사가 왔다갔다 하는 전장에서 혈투를 벌여야 실력이 쑥쑥 느는 법이지요. 많이 구를 주인공에게 무운을 빌어야겠습니다. ^^;;
즐겁게 읽어주시고 추천 한방씩 꽝꽝 찍어주세요. 고맙습니다. ^^
선호작, 추천, 코멘트, 쿠폰, 후원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