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25 제 82 장 - 공포의 언데드 군단 =========================================================================
푸티나의 라이트닝 쇼크웨이브를 시작으로 렉시의 인페르노, 까뮤의 디버프가 이어지고 소울의 뱀피릭 미스트에 이어 스켈레톤 용기병들의 마지막 일제 돌파가 이어지자 대지에 몸을 세우고 있는 스켈레톤 병사와 스켈레톤 궁사는 존재하지 않았다.
두 번째 호스아처 팀이 돌아왔다.
이번에는 만만치 않은 놈들을 끌고 왔다.
해골마를 탄 다크워리어들과 팬텀 스티드(유령마)를 타고 있는 다크나이트였다.
언데드의 땅에서도 수위를 다투는 전투력을 가진 무서운 언데드 몬스터들이다.
무엇보다 무서운 점은 이놈들이 빠른 기동력과 강한 돌파력을 가졌다는 점이다.
하지만 본은 다크나이트가 이끌고 있는 다크워리어들을 스켈레톤 맘모스 15마리로 둘러싸 조이는 방법으로 기동력을 죽이고 포위공격을 감행했다.
역시 이때부터는 일방적인 소울과 그의 소환수 사총사의 매타작이 시작됐다.
푸티나의 라이트닝 쇼크웨이브가 스켈레톤 맘모스로 벽을 쌓은 중앙에 화려하게 작렬했다. 그러자 렉시가 같은 곳에 지옥의 염화, 인페르노를 일으켰다.
까뮤가 디버프를 난사하고 소울이 마무리로 뱀피릭 미스트를 뿌려버리자 수백기의 다크워리어들은 전격과 화공에 작살나고, 저주와 디버프에 힘을 빼앗겨 기운을 쫙 빨린 채 뻗어버렸다.
‘호오, 이거 정말 환상적인 콤비네이션이네. 진즉에 이런 식으로 사냥을 할 것을 그랬네?’
소울은 지금의 이런 방식의 사냥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일방적인 포위공격으로 인한 무차별 집중공격으로 빠른 시간 안에 대량살상을 한다는 것은 상당한 메리트가 있었다.
결국 팬텀 스티드를 타고 끝까지 저항을 하면 분투를 벌인 다크나이트의 대가리를 스켈레톤 나이트들이 대검으로 날려버리면서 전투는 끝나고 말았다.
곧이어 세 번째 호스아처 팀이 나타났다.
이번에는 밴시와 듀라한 기사들을 끌고 왔다.
예쁘고 섹시한 처녀의 미모를 가진 밴시를 잡아 죽이려니 소울은 어쩐지 이놈, 아니 이년이 뻔히 언데드 몬스터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쉽사리 손이 나가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소환수는 전혀 아니었다.
렉시가 블레이즈를 온몸으로 뿜어내더니 밴시의 몸을 불태워 죽이기 시작한 것이다.
꺄아아악 끼야아아악!
닭살이 돋을 정도로 끔찍한 비명을 질러대는 밴시들로 인해 소울은 싸우고 싶은 마음이 다 사라져버렸다.
하지만 유인되어 온 언데드 몬스터는 밴시만이 아니었다.
자신의 머리를 옆구리에 끼고 있는 듀라한 기사들이 나타나 본과 스켈레톤 기병대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숫자는 열두 마리.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숫자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전투 스타일이 아까와는 많이 달랐다.
듀라한 기사 열두 마리를 상대로 스켈레톤 센츄리온 셋과 스켈레톤 나이트 아홉이 달려들었다.
스켈레톤 엘리트 스물일곱이 일제히 달려가 원형으로 듀라한 기사들을 포위했다.
소울은 순간 본의 생각을 읽을 수 있었다.
듀라한 기사들을 상대로 스켈레톤 센츄리온과 스켈레톤 나이트를 붙인 이유는 듀라한 기사들에게 기사다운 죽음, 아니 안식을 내려주기 위해서라는 것을 말이다.
소울은 스스로를 기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특히 기사도 따윈 개가 물어가도 신경을 쓸 위인이 아니다.
다만 소울은 충분히 유리한 전투상황이라서 본의 재롱을 그냥 잠시 지켜볼 따름이었다.
B급 소환수인 본과 그의 격에 맞게 성장한 스켈레톤 센츄리온과 스켈레톤 나이트 그리고 스켈레톤 엘리트의 무력은 절대 듀라한 기사들의 아래가 아니었다.
여차하면 손을 쓰려고 마음먹은 소울은 결국 끝내 전투에 개입할 수 없었다.
스켈레톤 센츄리온과 스켈레톤 나이트가 듀라한 기사 열두 마리를 1:1로 상대하여 모조리 승리를 거뒀기 때문이다.
[잘했다.]
[감사합니다. 마이로드.]
본은 소울이 비록 탐탁지 않아했지만 자신의 위신을 생각해서 끝까지 참아준 것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허리를 90도 각도로 숙이고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소울은 본의 그런 모습에 피식 웃음을 흘리며 손을 저었다.
[그만하고, 이 근처는 대충 정리가 되었으니 앞으로 나가도록 하자.]
[예스, 마이로드.]
본과 스켈레톤 기병단은 전리품을 챙기고 전장을 정리한 후 빠르게 다시 정렬했다.
그들이 앞으로 나가자 또다시 곳곳에서 언데드 몬스터들이 튀어 나왔다.
하지만 질로 보나 양으로 보나 이들은 애초에 상대가 되지 못했다.
소울과 그의 소환수들은 파죽지세로 던전을 돌파하며 쭉쭉 앞으로 밀고나갔다
그러던 어느 순간, 소울과 본의 얼굴이 동시에 딱딱하게 굳어갔다.
그들의 눈앞에는 마치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수많은 언데드 몬스터들이 넓은 평원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이, 이건 언데드 군단이다. 그런데 어떻게 알고 이렇게 모여 있는 거지? 그렇군. 우리가 너무 시끌벅적하게 일을 벌였구나.’
잠시 생각해보니 언데드 군단이 모여든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본과 스켈레톤 기병단이 언데드 몬스터들을 처리하면서 너무 심하게 어그로를 끌어버린 것이다.
해골전투마를 타고 사방을 들쑤시고 돌아다녔으니 언데드의 땅에 있는 상위 언데드 몬스터들이 그들의 접근을 알고 싶지 않아도 저절로 알게 됐을 것이다.
소울과 본은 언데드 군단이 정면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 즉시 주변의 지형부터 확인했다.
처음부터 꼬리를 말고 도망칠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전투뿐이다.
항상 수적 우위를 바탕으로 적과 싸웠는데 이제는 반대로 수적 열세를 안고, 아니 그것을 극복하면서 싸워야하는 상황이 됐다.
일단 지형은 평지라서 기동하기 좋았다.
왼쪽과 오른쪽에 그리 높지 않은 언덕이 각각 하나씩 있었고 나머지는 낮은 구릉이라 이동하기에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
적당한 지형이 있었다면 입구를 틀어막고 적을 축차 소모시키는 전략도 한번 생각해보겠지만 이렇게 사방이 활짝 열린 평지에선 선택의 폭이 그리 넓지 않았다.
어떤 방식으로 싸워야 할지 잠시 갈등했지만 몇 초 지나지 않아 소울은 곧 기동전을 벌이기로 했다.
아무리 자신이 강하고 자신의 소환수들이 대단해도 이렇게 많은 쪽수에 포위당한 채 지속적으로 두들겨 맞는다면 결국 남은 것은 죽음뿐이다.
매에 장사 없고 쪽수에 당할 재간이 없는 것이다.
[본, 지금부터 지휘권을 너에게 주겠다. 푸티나와 나는 신경 쓰지 말고 기동전을 펼치도록 해라.]
[예스, 마이로드.]
본은 잠시 소울의 얼굴을 쳐다보더니 곧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적극적으로 기동전을 펼치며 싸워야 하는 상황에서 소울과 푸티나를 보호하는 것은 너무나 무거운 짐이다.
어차피 소울은 푸티나를 타고 본과 스켈레톤 기병단의 뒤를 따라다니면 된다.
무한 스태미나를 가지고 있는 본과 스켈레톤 기병단을 따라다니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지구력이 빵빵한 푸티나라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네크로멘시! 쉐어링 어빌리티!”
소울은 본에게 서먼나이트의 전용스킬인 네크로멘시와 쉐어링 어빌리티를 썼다.
언데드 소환수의 능력을 10% 증폭해주는 네크로멘시 스킬과 소환사의 능력 10%를 소환수에게 전이해주는 쉐어링 어빌리티 스킬이라면 달리는 호랑이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격이 될 것이다.
“트렌스 페인!”
소울은 푸티나에게 트렌스 페인 스킬을 사용했다.
자신이 받는 데미지의 10%를 소환수에게 전이하는 스킬이라서 이런 난전의 상황에는 안성맞춤의 스킬이었다.
커스 오브 둠과 뱀피릭 미스트도 써먹고 싶었지만 빠르게 기동하는 상황에서는 어울리지 않는 스킬이라서 나중을 기약했다.
드디어 언데드 땅의 한 평원에서 본이 이끄는 스켈레톤 기병단의 기동이 시작됐다.
본은 스켈레톤 기병단을 쐐기 모양의 진형을 만들어 남동에서 북서로 달리게 했다.
정면으로 뚫고 갔다가 기동력이 봉쇄당하면 바로 포위를 당할 수 있기 때문에 비스듬히 언데드 군단의 한쪽을 사과를 깎아 먹듯 벗겨 먹으려는 것이다.
우두두두두두두!
우두두두두두두!
시작은 스켈레톤 맘모스 열다섯 마리였다.
쐐기모양으로 언데드 군단의 한쪽을 힘으로 뚫고 들어간 스켈레톤 맘모스들은 언데드 군단의 전면을 차지하고 있는 수많은 좀비와 구울 그리고 머미 등을 커다란 발바닥으로 자근자근 밟아 죽였다.
아니 이미 죽은 놈들이라서 죽였다는 표현은 맞지 않는다.
그냥 박살을 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스켈레톤 맘모스의 육중한 무게와 속도에 치이고 밟힌 언데드 군단의 한쪽이 시원하게 구멍이 나자 그 사이로 스켈레톤 용기병과 스켈레톤 호스아처가 파고들었다.
피피피핑 피피피핑!
스켈레톤 호스아처들의 눈부신 속사에 주변에 몰려든 언데드 몬스터들의 머리가 명절날 산적을 만들 때 쓰는 꼬치에 꿰이듯 꿰여버렸다.
스켈레톤 호스아처의 양쪽에서 달리고 있는 스켈레톤 용기병들도 가만히 보고만 있지 않았다.
그들은 해골전투마를 타고 달려가는 빠른 속도를 이용해 언월도 같이 생긴 기병용 뼈창으로 언데드 몬스터들의 목을 오이 꼭지 따듯 따버렸다.
그들의 뒤를 스켈레톤 샤먼과 스켈레톤 위자드가 따라오면서 주술로 만든 불덩이와 파이어볼을 난사했다. 워낙 많은 언데드 몬스터들이 뭉쳐있어서 대충 던져도 맞을 놈들은 다 맞았다.
펑 퍼펑 펑펑펑!
화르륵 화르륵!
스켈레톤 샤먼과 위자드들은 스켈레톤 엘리트들이 좌우에서 지켰다.
하지만 그들을 지킨다고 눈앞의 적들을 쳐다보고만 있지는 않았다.
가까이 다가오는 언데드 몬스터들을 기병도로 닥치는 대로 베며 달려갔다.
스켈레톤 엘리트의 뒤에서 달려오면 기병단의 방향을 약간 더 안쪽으로 가도록 조율한 본은 그의 좌우에서 스켈레톤 센츄리온과 스켈레톤 나이트들이 날뛰는 것을 보며 살짝 뒤를 쳐다봤다.
그들의 뒤에서 소울이 열심히 따라오나 안 오나 확인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본의 걱정은 전혀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소울은 원래 자신의 몸 하나 만큼은 철저히 보호하는 위인이었다.
그래서 지금도 푸티나와 자신의 몸에 실드를 몇 겹으로 쳐놓고 있었다.
첫 번째 돌파는 성공적이었다.
수백 아니 수천의 언데드 몬스터는 족히 박살낸 것 같았다.
하지만 그렇게 많은 숫자를 없앴어도 언데드 군단을 보니 한강에 물바가지 한번 푼 것 같은 기분이었다.
우두두두두두!
본과 스켈레톤 기병단은 크게 원을 그리더니 이번에는 남서에서 북동을 향해 돌격했다.
쐐기 진형으로 뭉친 상태에서 무서운 속도로 달려가는 스켈레톤 맘모스들의 박력은 전장에서 직접 눈으로 보지 않고는 그 느낌을 알 수 없을 것이다.
육중한 무게와 커다란 덩치에 길고 강력한 어금니를 좌우로 흔들며 무섭게 달리는 스켈레톤 맘모스는 대지를 진동시키며 달려가는 전차와도 같았다.
눈앞을 막는 모든 장애물을 때려 부수며 돌파하는 스켈레톤 맘모스의 질주 아래 언데드 군단은 그저 숫자만 채운 뼈다귀들이었다.
하지만 이런 스켈레톤 맘모스의 질주도 갑자기 등장한 언데드 몬스터 한 마리로 인해 제동이 걸렸다.
뿌우우우우!
무서운 속도로 달려가던 스켈레톤 맘모스 하나가 거대한 덩치의 괴물체를 들이 박고 좌초한 것이다.
자신의 돌파를 가로막은 괴물체를 보며 스켈레톤 맘모스는 크게 소리를 질렀다.
“어보미네이션?”
그렇다.
감히 스켈레톤 맘모스의 앞길을 정면으로 달려와 가로막은 것은 수백, 수천의 시체의 살과 뼈로 만들어진 어보미네이션이었다.
죽은 망자의 사체를 훼손하는 정도가 아니라 영혼까지 씹어 먹으며 무한증식을 하는 이 괴물로 인해 본과 스켈레톤 기병단은 크게 속도가 떨어졌다.
아니 이 상태로 가다간 언데드 군단의 사이에서 돈좌하게 될 위험에 처했다.
소울은 푸티나의 등 위에서 그런 장면을 눈으로 확인하고는 드디어 자신이 나서야 할 때가 왔음을 정확히 인지했다.
상급 마나건, 디스트로이어를 꺼내 들었다.
[본, 어보미네이션과 상대하지 말고 우회해라.]
[예스, 마이로드.]
굳이 뚫리지 않는 벽을 향해 대가리를 가져다 피터지게 부딪칠 필요는 없었다.
그곳 말고도 뚫고 지나갈 때는 사방 천지에 깔려 있었다.
어보미네이션과 굳이 맞상대해서 시간낭비를 하지 않고 그 시간에 다른 놈들을 박살내는 것이 더 효과적인 전투였다.
‘유탄모드!’
소울은 어보미네이션을 피해 더 북쪽으로 해서 달려가는 스켈레톤 기병단의 뒤를 따라가면서 디스트로이어의 전투모드를 변경했다.
============================ 작품 후기 ============================
* 그동안 본과 스켈레톤 부대를 이용해 항상 숫적 우위에서 다구리를 쳤던 주인공이 언데드 군단이라는 천적을 만가게 됐습니다. 생사가 왔다갔다 하는 전장에서 혈투를 벌여야 실력이 쑥쑥 느는 법이지요. 많이 구를 주인공에게 무운을 빌어야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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