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24 제 81 장 - 새로운 소환수 =========================================================================
그렇게 망령의 계곡을 초토화 하고, 유령형 몬스터를 싹 잡아먹고, 퀘스트를 깔끔하게 클리어 해버린 소울은 계곡 안쪽에 숨겨진 제단 위에 흑수정으로 만든 해골을 올려놓고 새로운 게이트를 열어 지하3층으로 내려갔다.
엄청난 속도로 지하2층의 던전 ‘망령의 계곡’을 돌파한 소울은 지하3층에 도착하자 잠시 1층에 있는 신전을 다녀오기로 결정했다.
B+급 소환계 능력자가 되었으니 새로운 상급 소환수를 하나 가지고 싶은 생각이 든 것이다.
큐브 안의 신전에는 다양한 서비스가 마련되어 있다.
그중 초대형 소환마법진이 그려져 있는 소환의 방은 큐브 코인을 내면 누구든지,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었다.
물론 절대 싸진 않았다. 아니 오히려 굉장히 비싸서 꽤 많은 큐브 코인을 소모해야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울이 이 소환의 방을 이용하겠다고 마음을 먹은 이유는 자신이 직접 그리는 소환마법진보다 훨씬 더 효과가 좋아 보였기 때문이다.
특히 강력한 상급 소환수를 소환하려면 이런 초대형 소환마법진의 도움을 받는 것이 유용했다.
신전은 초대형 소환마법진을 이용해서 악마나 마족까지 소환해내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그런 것은 당연히 안 되게끔 제한이 걸려 있었다.
하지만 금기시 되는 몇몇 존재를 제외하고는 설사 마수라고 하더라고 소환이 가능했다.
큐브 신전의 초대형 소환마법진을 통하면 마수들도 얼마든지 소환수로 만들어 부릴 수 있는 것이다.
물론 가끔, 아주 가끔 소환되어 온 마수가 말썽을 부리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그런 놈들은 바로 소멸을 시켜 버리게끔 안전장치가 마련되어 있어서 크게 걱정할 일은 못됐다.
신전에서 소환의 방을 대여한 소울은 입이 십리만큼 튀어나왔다.
소환의 방을 대여하는 대가로 꽤 많은 큐브 코인을 뜯겼기 때문이다.
“뭐가 이렇게 비싸? 30만 큐브 코인이라니?”
소울넷 포인트와 10:1의 비율로 교환이 가능한 것을 생각하면 30만c는 3만p나 된다.
상급 소환수 이상을 소환할 예정이라서 큐브 코인이 많이 든다는 설명이 있었지만 여전히 소울의 마음은 비싸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큐브 코인: 3,009,257c
큐브 코인의 잔액을 확인해보니 여전히 300만c 이나 되는 많은 큐브 코인이 남아있었다. 소울은 남은 잔액을 위안삼아 뜨거워진 머리를 식히며 일단 소환의 방으로 들어갔다.
“아!”
소환의 방으로 들어가자 자신도 모르게 절로 경탄성이 터져 나왔다.
정육면체로 이뤄진 소환의 방은 바닥에만 초대형 소환마법진이 그려져 있는 것이 아니었다. 동서남북 네 방향과 천장까지 모두 빽빽이 초대형 소환마법진이 그려져 있었다.
그 엄청난 광경에 비싸다는 생각이 바로 사라졌다.
‘이거 오늘 뭔가 제대로 하나 걸리겠는데?’
이제 그의 생각은 충만한 기대로 부풀어 올랐다.
소환의 방은 이미 소환에 관한 모든 준비가 완벽하게 되어 있어서 그저 자신의 피만 조금 소환마법진에 내어주면 그만이었다. 참 편리한 방식이다.
인벤토리에서 단검을 꺼내 자신의 손가락에 살짝 상처를 낸 소울은 핏방울을 손바닥에 모아 초대형 소환마법진의 중앙에 떨어뜨렸다.
후두두둑!
웅!
핏방울이 떨어져 내리는 순간, 초대형 소환마법진에서 강한 진동이 한번 일어나더니 은은한 광채가 흘러나왔다.
은은한 광채는 곧 동서남북 사방의 벽을 타고 올라가더니 끝내 천장으로까지 퍼져나갔다.
소환의 방 전체가 은은한 광채로 환하게 빛나게 되자 초대형 소환마법진이 새겨진 바닥에서 약 30cm 정도 위의 허공에 푸티나가 들어갈 만한 커다난 검은 원형의 공간이 비틀리듯 열리기 시작했다.
‘나와라. 나의 상급 소환수야! 이번엔 정말 센 놈으로, 제대로 된 놈으로 나와야한다.’
소울은 나름 간절한 소망을 담아 두 손을 가슴으로 모으고 눈을 빛냈다.
화악!
소환의 방을 은은하게 빛내던 빛이 점점 밝아지기 시작하더니 이내 소환의 방을 환한 빛으로 하얗게 물들어 버렸다.
소울은 눈이 멀어버릴 것 같아 급히 눈을 감고 팔을 들어 얼굴을 막았다.
툭!
바닥에 뭔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는 이내 소환의 방을 하얗게 물든 빛이 일시에 사라졌다.
침을 꿀떡 삼킨 소울이 자신의 눈을 보호하기 위해 반사적으로 치켜들었던 팔을 슬그머니 내렸다. 그리고는 살며시 실눈을 뜨고 초대형 소환마법진의 중앙을 쳐다봤다.
‘어라? 이건 뭐지? 알 아니야?’
소울은 야구공보다도 큰 타원형의 붉은 알을 발견했다.
허리를 굽혀 손으로 알을 집어 든 그는 그저 눈만 껌뻑거렸다.
그는 등골을 훅 스치고 지나가는 불안감에 자신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
‘설마 이놈도 성장하는 소환수라던가 까뮤처럼 반정령 같은 것은 아니겠지?’
이제 기왕이면 좀 제대로 된 소환수를 가지고 싶었다.
자신의 소환수들이 모두 제몫을 해주고는 있었지만 어디 가서 내 소환수라고 떳떳이 드러내놓고 자랑할 만한 멋진 모습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돌아가는 꼴을 보아하니 어쩜 자신은 소환사의 멋을 부릴만한 일은 평생에 걸쳐 일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소울은 붉은 알을 품어야 할지, 깨뜨려야할지, 답을 내지 못하다가 상처 낸 손가락에서 피를 한 방울 짜서 떨어뜨려봤다.
툭!
붉은 타원형의 알이 순식간에 핏빛으로 물들어갔다.
놀란 소울은 하마터면 알을 바닥에 떨어뜨릴 뻔 했다.
쩌저저적 짜자자작…….
이번에는 붉은 알 전체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어느 순간, 퍽하고 깨져 나갔다.
“헉!”
“빠아!”
붉은 알의 껍데기는 깨지는 순간 먼지가 되어 사라졌다.
그리고 안에서 주먹만 한 붉은 새 한 마리가 고개를 치켜들더니 소리를 냈다.
“넌 뭐냐?”
“빠아!”
“휴우! 이거 상급 소환수 맞아? 말도 제대로 못하는데…….”
어쩐지 소울은 큐브 신전에 사기를 당한 기분이 들었다.
그때 소울의 머릿속으로 음성이 들려왔다.
-피닉스의 알이 깨어났습니다.
-피닉스의 새끼가 당신을 인식합니다.
-피닉스의 새끼가 당신과 태초의 맹약을 맺기 원합니다.
“피닉스의 새끼? 그럼 붉은 알이 피닉스의 알이었단 말이야?”
소울은 크게 놀랐다.
피닉스의 새끼라면 나중에 전설적인 불멸의 피닉스가 된다는 말이 아닌가?
이건 정말 대박이었다. 물론 당장은 아니고 나중에, 아주 나중이 되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지금 당장이 아니더라도 피닉스가 될 가능성이 있는 피닉스의 새끼라면 꼭 계약을 맺어야한다.
그는 피닉스의 새끼를 똑바로 바라보며 또박또박 말했다.
“피닉스의 새끼와 태초의 맹약을 맺도록 하겠다.”
화아아아악!
그의 말이 끝나는 순간, 소울과 피닉스 사이에 붉은 빛이 환하게 빛났다.
소울은 마치 자신의 영혼이 피닉스의 영혼과 연결되어 묶이는 느낌이 들었다.
얼핏 보니 피닉스의 새끼가 자신을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
소울도 피닉스의 새끼를 마주보며 미소를 지었다.
주먹만 했던 피닉스의 새끼 몸이 아까보다 조금은 더 커진 것 같았다.
-피닉스의 새끼와 성공적으로 계약하셨습니다. 피닉스의 새끼에게 새로운 이름을 지어주세요.
소울은 고민에 빠져들었다.
피닉스의 새끼의 이름을 지으라니 순간적으로 머리가 멍해졌던 것이다.
‘피닉스의 새끼니까 픽시나 닉스로 할까? 아니야. 좀 이미지가 약해. 아! 렉시가 좋겠다.’
그는 순간적으로 뇌리에 스치는 이름이 하나 생각나 바로 그것으로 결정했다.
“너의 이름은 지금부터 렉시다. 렉시! 알았지?”
“빠아!”
화아아악!
다시 한 번 피닉스의 새끼, 아니 ‘렉시’의 몸에서 환한 빛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빛이 사라지자 렉시는 주먹 두 개의 크기로 변해있었다.
생각보다 굉장히 빠른 성장이라 소울은 조금 놀랐다.
그는 상태창을 통해 자신의 네 번째 소환수를 확인했다.
소환수 4: 렉시(E) - 피닉스(Phoenix), 블레이즈(blaze), 인페르노(inferno)
어떻게 된 게 알에서 깨어나자마자 렉시는 E급 소환수가 되어있었다.
확실히 클래스가 다른 놈이라서 그런지 시작부터 뭔가 조짐이 심상치 않았다.
종족이 피닉스라는 것은 상태창을 통해 확실하게 알게 됐고, 능력으로는 블레이즈와 인페르노를 가지고 있었다.
상세설명을 읽어보니 블레이즈는 자신을 활활 태우는 불길이었고, 인페르노는 불타는 지옥을 소환하여 걷잡을 수 없는 화염지옥을 만드는 광역스킬이었다.
‘호오, 이거 꼬맹이가 꽤나 강력한 스킬을 가지고 있네? 이렇게 되면 얘기가 좀 달라지는데…….’
소울은 자신과 자신의 소환수들에게 없는 렉시의 능력이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렉시를 써먹을지 머리를 굴려봤다.
불의 특성 상, 어떤 공격보다 파괴력 하나만큼은 발군의 능력을 자랑한다.
생각하면 할수록 렉시를 써먹을 수 있는 곳은 무궁무진하다.
한 가지 확실히 알 수 없었던 것은, 어떻게 해야 렉시의 능력을 키우고 등급을 올릴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건 역시 소울넷을 통해 좀 발품을 팔아봐야 할 것이다.
“렉시, 여기 까뮤와 본 그리고 푸티나와 인사를 나누도록 해. 우린 가족이니 서로를 잘 돌봐주도록 하자.”
“빠아!”
렉시는 입을 벌려 소리를 한번 지르곤 훌쩍 날아서 까뮤의 품안으로 들어갔다.
까뮤가 렉시를 손으로 받아 품에 안고 손가락으로 쓰다듬자 본과 푸티나가 다가와 렉시와 인사를 나눴다.
야구공 보다 조금 큰 렉시의 몸은 본과 푸티나의 몸에 가려져 제대로 보이지도 않았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렉시는 근본이 새라서 주 무대가 하늘이었다.
까뮤와 해골전투마가 있어 어느 정도 대공능력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고공을 마음껏 날아다니면서 자신의 눈이 되어주거나 비행 몬스터들을 하늘에서 요격하는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나 이제 렉시가 생겼으니 대공능력과 공중전에 대해서도 어디 가서 꿀리진 않을 것 같았다.
[자! 이제 지하3층으로 내려가서 던전으로 들어가자.]
[네!]
[예스, 마이로드.]
[꾸잉!]
[빠아!]
소환수 사총사는 소울에게 대답을 하고는 그의 뒤를 따라 지하3층으로 내려갔다.
큐브 지하3층, 북쪽 게이트를 통해 들어간 던전의 이름은 ‘언데드의 땅’이다.
말 그대로 언데드들이 살아가기에 최적의 조건을 가지고 있는 땅이다.
넓고 광활한 검은 대지에 온통 죽은 시체와 말들이 가득했다.
아무래도 이곳은 예전에 대규모 전투가 일어나 많은 죽음이 있었던 곳 같다.
본이 스켈레톤 기병단을 토해내 사각대형을 이루자 소울은 푸티나의 등에 올라타고 진형의 가운데로 들어갔다.
그의 머리 뒤쪽으로 까뮤와 렉시가 나란히 좌우 허공에 떠서 졸졸 따라왔다.
지하3층 언데드의 땅은 C급 던전이다.
그래서 그런지 처음부터 눈에 보이는 언데드 몬스터들이 질적으로 달라보였다.
스켈레톤 병사와 스켈레톤 궁사들이 제일 먼저 소울을 발견하고 다가오기 시작했다.
밴시가 창백한 모습을 한 채 싸한 소리를 내며 돌아다녔다.
해골마를 탄 다크워리어들이 언덕을 넘나들고 팬텀 스티드(유령마)을 탄 다크나이트가 그들의 뒤를 따라 달려가고 있었다.
멀리서 자신의 머리를 옆구리에 끼고 다니는 듀라한의 모습도 보였다.
‘이번에도 직진(直進)? 아니야. 이건 좀 힘들 것 같다. 차라리 풀링을 해서 하나씩 잡아 죽이는 것이 좋겠다.’
아무리 남자는 직진이라지만 이건 좀 아닌 것 같았다.
눈에 보이는 놈들이 하나같이 만만한 놈들이 없다.
이중에서 가장 약한 놈들이 스켈레톤 병사와 스켈레톤 궁사들이었는데 떼거리로 몰려다니고 있어서 한꺼번에 때려잡는 것이 결코 쉽지 않아보였다.
물론 대규모전투가 벌어진다면 본과 스켈레톤 기병단도 결코 만만치 않을 것이다.
하지만 소울은 굳이 위험을 자초하는 우를 범하고 싶지 않았다.
[본, 이곳에 매복을 하자. 적당히 이리로 끌고 와서 집중 공격하는 방식으로 언데드 몬스터들을 처리하자.]
[예스, 마이로드.]
본은 소울의 말을 바로 알아듣고는 호스아처를 세 군데로 적당히 나눠 보내 시간차를 두고 언데드 몬스터들을 유인해 오게 만들었다.
첫 번째 호스아처 팀이 돌아왔다.
뼈창을 들고 있는 수십 마리의 스켈레톤 병사와 역시 뼈 활을 들고 뼈 화살을 날리고 있는 수십 마리의 스켈레톤 궁사들이 우르르 몰려서 쫓아왔다.
중간에 뭔가 이상하다는 눈치를 챘는지 더 이상 다가오지 않고 눈치를 보자 본은 스켈레톤 맘모스를 하나 보내 다 죽어가는 연기를 시켜서 결국 매복지로 끌어 들이는데 성공했다.
그때부터는 일방적인 매타작이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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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유쾌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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