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23 제 81 장 - 새로운 소환수 =========================================================================
특히 능력자협회 회장 백두원과 능력개발청 청장 지동현이 서머너즈 길드의 행동이 지극히 상식적이고 정당하다며 손을 들어주고 있어서 일단 여론도 서머너즈 길드의 행동을 두고 보자는 쪽으로 기울어 있었다.
‘고구려 길드라……. 나쁘지 않아. 국내 최대 길드라는 명성도 있고 무엇보다도 네버다이 길드에서 발을 빼는 형국이라서 우리 길드가 지원을 하면 모양새는 상당히 좋아진다. 여론도 우리 쪽으로 기울 것이고. 이번에 고구려 길드를 도와서 중대형 몬스터 웨이브를 넘기고 나면, 기회를 봐서 평양필드의 코어도 한번 확인해볼까?’
소울은 슬그머니 욕심이 치밀어 올랐다.
전 세계의 촉각이 집중되어 있는 상황에서 서머너즈 길드는 337 길드를 비롯한 국내외 길드들의 다양한 러브콜링을 받고 있었다.
아직까지는 적당히 탐색하는 단계에 불과하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 이들은 지금까지와는 달리 아주 적극적인 자세로 바뀔 것이 분명했다.
이런 이들의 관심을 당장 눈앞에 떨어진 중대한 위협인 중대형 몬스터 웨이브로 돌리는 일은 반드시 필요했다.
“고구려 길드를 지원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전향적인 자세로 도와주도록 하세요. 하지만 평양필드의 지분은 확실히 확보해야합니다.”
“어느 정도나 얻기를 바라십니까?”
“아무래도 49% 이상은 얻기 힘들지 않겠어요?”
“알겠습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지난번에 내가 얘기했던 것처럼 평양필드에 세워지고 있는 대 몬스터 장벽을 이용한 중대형 몬스터들의 사체 획득계획을 제대로 세워보세요. 고구려 길드에 계획을 잘 설명하면 그들도 손해 보는 일이 아니니 적극적으로 나설 겁니다.”
“마스터, 그런데 이번에 중대형 몬스터 웨이브의 핵심이라는 바실리스크들은 등급이 D급에서 C급 사이일 텐데 그 엄청난 숫자와 덩치를 과연 대형절단기로 해결할 수 있을까요?”
국정현이 살짝 회의적으로 말하자 소울은 오히려 고개를 바짝 치켜든 채 반문했다.
“대형절단기가 안 되면 내가 직접 나서서 바실리스크의 대가리를 자르겠습니다. 아니면 푸티나를 시켜도 되고요. 그리고 꼭 대형절단기만 쓰라는 법이 어디 있습니까? 뱀 잡는 방법이 그거 하나 밖에 없습니까?”
“아! 그렇군요. 그 문제는 그럼 서머너즈 길드 전략팀과 같이 의논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국정현이 한발 물러서자 소울은 더 이상 그것에 관해 언급을 하지 않았다.
고구려 길드와의 협력에 대한 얘기를 꺼냈다.
“이번에 고구려 길드를 지원하는 과정에서 분명히 고구려 길드로부터 여러 가지 제안이 들어올 겁니다. 기본적으로 우리도 337 길드 중 하나 정도는 우군으로 만들어 놓는 것이 좋을 겁니다. 고구려 길드 정도라면 우리와 동맹관계를 맺기에 충분한 실력을 가지고 있다고 봅니다.”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고구려 길드와 잘 얘기해보겠습니다.”
이후로도 국정현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핵심 안건에 대한 브리핑을 이어갔다.
하지만 소울의 생각에 이 정도는 얼마든지 국정현의 선에서 해결할 수 있는 일들이었다.
그는 급한 안건에 대해서만 답을 주고 나머지는 일단 엿새 뒤에 자신이 나올 때까지 보류시켜 놓으라고 말했다.
국정현과 회의를 마치고 큐브 안으로 돌아오자 1층 광장이 수많은 서머너즈 길드의 길드원들과 소울 디펜스 대원들로 가득 차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김영신 소울 디펜스 사장이 아주 작심을 하고 소울 디펜스 대원들을 큐브 안으로 밀어 넣고 있었다.
‘국정현 사무총장의 정보 획득과 분석은 아주 뛰어나다. 하지만 참모형 인재라서 그런지 추진력이 좀 약해. 반면에 김영신 사장은 확실히 전 육군 제3보병사단장이라는 과거의 전력이 있어서 그런지 추진력이 장난 아니네.’
소울은 큐브1층 광장의 움직임만으로도 김영신의 능력과 성향을 알 수 있었다.
지금 같은 상황에선 국정현의 성향보다 김영신의 성향이 더욱 큰 효과를 낼 수밖에 없다.
유정아가 생각났다.
사실 유정아가 소울 연구소에서 연구만 하지 않았어도 서머너즈 길드의 고문으로 국정현의 일을 많이 도와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바빠도 너무 바빴다.
연구할 과제도 많았고 벌려 놓은 일도 많았다.
소울 연구소와 소울메탈을 비롯한 관리해야 대상도 넘쳐났다.
있어도 쓸 수 없는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인 그녀의 능력이 새삼 아까워졌다.
소울은 이번 일을 통해 왜 지금 같이 몬스터들이 횡행하는 실업대란의 시대에 인재난이 벌어지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직장을 구하는 사람은 많지만 창조적인 마인드의 인재는 드문 것이 현실이었다.
길게 심호흡을 하며 주먹을 꽉 쥐었다.
천천히 고개를 돌려 계단을 타고 지하로 걸어 내려갔다.
그의 눈이 조금씩 차갑고 싸늘하게 변해갔다.
지금부터는 냉정한 마음으로 언데드 몬스터들을 박살내면서 퀘스트를 하나씩 클리어 해나가며 던전 안을 질주해야한다.
계단을 밟고 내려가는 소울의 머릿속에는 이미 큐브 밖의 일들은 까맣게 멀어져가고 있었다.
* * * * *
지하2층에 있는 게이트를 통해 들어온 던전의 이름은 ‘망령의 계곡’이다.
이름만 딱 들어봐도 뭐가 나올지 대충 짐작이 간다.
퀘스트를 잔뜩 받아온 소울은 까뮤와 본 그리고 푸티나에게 전투준비를 시키며 퀘스트를 클리어 할 최단거리를 계산해봤다.
‘흐음, 계산을 하고 자시고 할 것도 없네. 그냥 계곡을 따라서 이대로 쭉 돌파하면 되는 거 아닌가?’
정말 생각해보니 자신의 생각이 그럴 듯 했다.
큐브 지하2층 던전, 망령의 계곡의 등급은 D급이다.
자신은 까뮤와 함께 푸티나를 타고 가고 본과 스켈레톤 기병단이 자신의 주변을 철통같이 지키며 그대로 계곡을 쓸어버리면 될 것이다.
그워어어어 크어어어어…….
사각진형을 만들어 망령의 계곡 안으로 전진하자 사방에서 붕대를 감은 머미(mummy)들과 해골뼈다귀를 덜컥거리는 스켈레톤들이 우르르 몰려나왔다.
본과 스켈레톤 기병단도 같은 언데드인데 생긴 것부터 하는 짓까지 확실히 급의 차이가 있었다.
하지만 쪽수만 많다고 이들이 망령의 계곡의 주인은 아니었다.
이들은 영화로 말하자면 엑스트라에도 끼지 못하는 그저 스쳐가는 행인들에 불과했다.
꺄아아아 크아아아…….
머미와 스켈레톤 떼거리의 위쪽 상공으로 희뿌연 안개 같은 것들이 마구 몰려오기 시작했다.
망령의 계곡의 주인이라고 할 수 있는 존재들이 나타난 것이다.
육체를 잃어버리고 원념에 휩싸인 고스트, 고스트 보다 한 단계 위로 사람의 영혼을 뽑아 먹으면서 자라나는 하얀 천을 뒤집어 쓴 레이스, 마른 시체가 푸른 로브를 걸치고 있는 모습을 한 스펙터가 차례로 소울을 향해 다가왔다.
그 모습에 까뮤가 소울의 품에서 연인처럼 안겨 있다가 매끄러운 살결을 반짝거리며 꿈결 같은 목소리로 속삭여왔다.
“주인님, 제가 나가볼까요?”
“그러고 싶어?”
“네, 저 정도는 제가 해결해야죠?”
“그래라 그럼.”
소울은 굳이 자신이 해결하겠다고 나서는 까뮤를 말리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까뮤는 소울의 뺨에 뽀뽀를 한번 하고는 그대로 허공을 붕 떠서 날아가 다가오는 희뿌연 유령형 몬스터들을 마주했다.
꺄아아아 크와아아 키히이이이…….
고스트, 레이스, 스펙터들은 일제히 고함을 지르며 까뮤를 포위했다.
본능적으로 까뮤가 강적이라는 것을 알았는지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포위해서 협공을 하려고 했다.
부드럽게 원을 그리며 공중을 유영하는 까뮤의 몸 가까이 다가온 놈들은 기습적으로 까뮤를 향해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들이 아무리 까뮤를 공격하려고 해도 까뮤의 몸에 손끝하나 가져다 댈 수 없었다.
까뮤의 몸에서 진한 남색의 광채가 순간적으로 확 퍼져 나오며 스치듯 지나가자 오히려 가까이 다가온 놈들의 뿌연 몸에서 시퍼런 불길이 치솟아 오르더니 고통스런 비명을 질러댔다.
꺄아아아악 크아아아악 키야아아악!
귀청을 마구 긁어대는, 팔다리에 소름을 절로 돋게 만드는 끔찍한 비명소리에 소울은 하늘을 바라보며 인상을 썼다.
하지만 막상 눈앞의 까뮤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얼굴에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허공에서 수영을 하듯 헐벗은 몸을 활갯짓을 해댔다.
단순히 창공을 자유롭게 부유해 돌아다니는 데도 불구하고 까뮤를 공격하러 다가오는 수많은 고스트, 레이스, 스펙터들은 차례로 시퍼런 불길에 휩싸이며 고통스러워했다.
까뮤의 양쪽 팔이 좌우로 활짝 펴졌다.
순간, 시퍼런 불길에 휩싸인 고스트, 레이스, 스펙터 무리가 자석에 끌리기라도 하 듯 까뮤의 품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까뮤가 이들을 본격적으로 흡수하기 시작한 것이다.
육체를 잃고 원념으로 살아가던 고스트는 자신의 모든 힘을 까뮤에서 헌납하고 소멸했다.
약한 레이스를 사냥하고 인간의 영혼을 뽑아 먹으며 자라난 레이스들도 결과는 고스트와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조금 더 반항을 하는 몸짓을 보였지만 결국 까뮤의 몸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순간 모든 영적 에너지를 빨린 채 한줌의 재도 남기지 못하고 소멸하고 말았다.
까뮤의 근처로 다가가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 지 눈치 챈 스펙터들이 즉시 공격을 포기를 하고 탈출을 시도했다. 하지만 이미 주변 영역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는 까뮤의 눈을 피해 도망가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까뮤가 만든 인력에 의해 스펙터들은 하나 둘씩 빨려 들어가 너무도 허무하게 자신의 영적 에너지를 차례로 헌납하며 소멸되어갔다.
지상에서도 본과 스켈레톤 기병단에 의해 일방적인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지만 공중에서 일어나는 까뮤와 유령형 몬스터처럼 일방적이지는 않았다.
머미와 스켈레톤에 이어 광기가 가득한 버서커와 스켈레톤 병사, 스켈레톤 메이지가 차례로 나타나자 잠시 전선은 소강상태를 이뤘다.
하지만 공중전은 그런 것이 없었다.
힘의 차이가 그대로 존재와 소멸로 이어지는 100% 진검승부라서 압도적인 힘의 우위를 가지고 있는 까뮤의 일방적인 식사로 전투는 귀결되었다.
원래 지상에서 언데드 몬스터들이 이렇게 흔들어주고, 공중에서 유령형 몬스터들이 기습을 하여 적들을 죽이고 영혼과 시체를 먹어치워야 하는데 어쩐지 오늘은 영업실적이 전혀 오르고 있지 않았다.
‘D급의 언데드 던전이 이정도면 C급은 어느 정도로 강한거지? 나야 본과 스켈레톤 기병단, 까뮤와 푸티나가 있어서 쉽게 해결하고 있지만 어지간한 능력자들의 파티로는 이런 물량공세를 당해내기가 결코 쉽진 않겠구나.’
소울은 언데드 던전을 들어오는 길드원들과 대원들에게 단단히 주의를 줘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잠시 주춤했던 본과 스켈레톤 기병단은 스켈레톤 맘모스 15마리를 전면에 쐐기 형으로 세우고 돌격을 시작했다.
그러자 아까와는 달리 진로를 가로막았던 언데드 몬스터들이 가을바람에 낙엽 쓸리듯 밀려났다.
속도가 빠르면 빠를수록 강력한 돌파력과 전투력을 보이게 되는 기병단의 특성답게 본과 스켈레톤 기병단이 속도를 내면서 돌진하자 망령의 계곡의 언데드 몬스터들은 곧 속수무책으로 나가떨어졌다.
거기에다 공중에서 까뮤가 유령형 몬스터들을 유혹해서 깡그리 잡아먹고 있으니 망령의 계곡은 앞으로 더 이상 망령들을 쉽게 찾을 수 없게 되는 기현상이 일어날 것 같았다.
본과 스켈레톤 기병단이 망령의 계곡을 끝에서 끝으로 몇 번 왔다 갔다 하며 돌격을 해대자 대부분의 머미와 스켈레톤, 버서커 등은 스켈레톤 맘모스와 해골전투마의 말발굽에 짓밟혀 초토화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울은 망령의 계곡을 끝에서 끝으로 돌진하는 작업을 멈추지 않았다.
[본, 스켈레톤 메이지들을 포획하면 정말 우리 스켈레톤 위자드들이 더 강해지는 것 맞아?]
[네, 맞습니다. 마이로드.]
그렇다.
사실 본과 스켈레톤 기병단은 스켈레톤 메이지를 포획하기 위해 망령의 계곡을 계속해서 왔다 갔다 하고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짓도 열 번, 스무 번이 넘어가자 조금씩 지겨워지기 시작했다.
공중에서 끝없이 쏟아져 나오는 유령형 몬스터들을 먹어치우는 까뮤만 그저 신났을 뿐이다.
[본, 스켈레톤 메이지 포획조만 따로 남겨놓고 나머지는 퀘스트를 진행하도록 하자.]
[예스, 마이로드.]
소울은 지하2층에서 받아온 퀘스트를 클리어 하는데 굳이 자신이 직접 나서지 않았다.
본에게 얘기하면 본이 알아서 스켈레톤 기병단을 사방으로 보내 퀘스트 아이템을 찾아오고 퀘스트 언데드 몬스터를 잡아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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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유쾌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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