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OULNET-320화 (320/492)
  • 00320   제 80 장 - 사(死)의 찬미  =========================================================================

    하지만 본과 스켈레톤 기병단은 본질상 뼈를 기본 재료로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살이 녹아 쓰러진 뼈들을 그냥 남겨두지 않고 몽땅 흡수해버렸다.

    이로 인해 소울은 본의 아니게 ‘사의 찬미’에 연결된 게이트 근처를 안전지대로 만들어 버리는 큰 공을 세우게 됐다.

    [본, 정찰병을 사방으로 보내서 주변을 살펴봐!]

    [예스, 마이로드.]

    [너도 해골전투마를 타고 하늘로 올라가서 일대를 훑어보도록 하고.]

    [그렇게 하겠습니다.]

    소울의 명령을 받은 본은 스켈레톤 기병단을 사방팔방으로 보내 원거리 정찰을 시작했다.

    그리고 자신의 날개달린 해골전투마를 타고 하늘로 날아올라 일대를 크게 한 바퀴 돌아봤다.

    본과 스켈레톤 기병단이 정찰을 나간 사이, 소울은 푸티나의 등에 앉아 자신의 무기와 장비를 정돈했다.

    인벤토리가 생긴 이상, 굳이 자신의 몸에 무기를 덕지덕지 매달고 다닐 필요성이 사라졌다.

    특히 등에 메고 다니는 다크엘프의 마법 활인 크레센트와 레이칸 부족에게 받은 드래곤 스피어는 움직이는데 좀 걸리적거리는 현상이 있었다.

    소울은 소울넷 인터페이스와 큐브 인터페이스를 뒤져서 곧 방법을 찾아냈다.

    인벤토리에 연결된 장비창에 옵션을 걸면 언제든지 자신이 원할 때 무기를 꺼내 쓸 수 있었던 것이다.

    “크레센트 온, 크레센트 오프!”

    “드래곤 스피어 온, 드래곤 스피어 오프!”

    크레센트와 드래곤 스피어를 장비창에 넣고 온, 오프 기능을 옵션으로 걸자 순식간에 자신의 왼팔과 오른팔에 크레센트와 드래곤 스피어가 나타났다 사라졌다.

    이런 기능은 무기만 되는 것은 아니었다.

    방어구와 액세서리까지 얼마든지 장비 온, 오프 기능을 옵션으로 걸어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좋은 것을 발견했구나. 크레센트와 드래곤 스피어만 등에 매고 다니지 않아도 이렇게 편한 것을, 그동안 잘도 참고 등에 메고 다녔네. 크으!’

    소울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까뮤를 쳐다봤다.

    [까뮤, 이제 너도 수리검만으로는 좀 부족해보이니 이걸 쓰도록 해.]

    [어머, 그건 헬 나이프 아니에요?]

    까뮤는 소울로부터 헬 나이프를 받자 마치 연인에게 선물을 받은 것처럼 마냥 기쁜 표정을 지었다.

    헬 나이프는 마족의 발톱으로 만든 나이프로 강력한 저주와 디버프가 걸려있어 상처를 입게 되면 출혈과 재생불능이 일으킨다.

    소울은 헬 나이프를 자신이 써도 됐지만 자신보다 까뮤가 쓰는 것이 훨씬 효율이 좋은 것 같아서 과감하게 양보를 했다.

    [이제 그 헬 나이프로 마무리를 잘 부탁한다.]

    [네, 주인님. 선물 고마워요.]

    예쁘게 두 손을 앞으로 모으고 배꼽인사를 하는 까뮤를 바라보며 소울은 절로 아빠 미소가 그려졌다.

    [로드, 다녀왔습니다.]

    [응, 보고해봐.]

    날개를 접은 해골전투마에서 뛰어 내린 본이 소울에게 다가와 차분하게 주변 지형에 대해 보고를 시작했다.

    [사의 찬미 게이트를 중심으로 북쪽으로 올라가면 매 5km 마다 눈앞의 석조 건물과 동일한 건물이 나타납니다. 세 번째 석조 건물 다음에는 커다란 제단이 하나 나오는데 그 앞에 돌로 만들어진 문이 하나 보였습니다.]

    [돌문이 보였다고? 그럼 혹시 그게 지하2층으로 가는 길인가?]

    [거기까진 확인을 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그럼 제단까지 가는 길에는 주로 뭐가 있지?]

    [주로 좀비가 있었습니다. 구울 약간에 제단 근처에는 스켈레톤의 모습도 심심치 않게 보였습니다.]

    지하1층이라고 가정해보면 E급 언데드 던전에 맞게 좀비, 구울, 스켈레톤 정도가 있는 것이 맞다.

    이들이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숫자가 워낙 많아서 잘못하면 한방에 훅 쓸려갈 수가 있다는 점이지 전투력 자체가 높은 것은 아니었다.

    [골치 아프게 여기서 시간을 보낼 필요는 없는 것 같군. 제단까지 그냥 직선으로 돌파하자.]

    [예스, 마이로드.]

    참 단순하고도 간단한 방법이었다.

    하지만 소울이 아니면 이런 무식한 방법으로 결코 이곳을 돌파할 수 없었을 것이다.

    원거리 정찰에서 돌아온 스켈레톤 기병단의 보고도 크게 다르지 않아 그들은 곧바로 진형을 이루고 전진을 시작했다.

    중앙에 소울을 태운 푸티나가 들어가고 전면에 스켈레톤 맘모스 15마리가 걸어갔다.

    사각으로 스켈레톤 기병단이 둘러싼 상태로 전진하자 사방에서 좀비들이 몰려나와 스켈레톤 기병단을 두들겨 댔다.

    하지만 본과 스켈레톤 기병단도 언데드라 좀비들의 공격은 무용지물이었다.

    그들에게 좀비는 그냥 썩어 문드러져 가는 살덩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거기에다 본의 연막과 소울의 뱀피릭 미스트를 바닥으로 낮게 깔아 놓고 가자 좀비들이 우수수 바닥에 쓰러져 일어날 줄을 몰랐다.

    그런 좀비들의 뼈다귀를 본은 넙죽넙죽 잘도 빨아들여 흡수해버렸다.

    북쪽을 향해 15km를 걸어가자 정말 본이 말한 대로 커다란 제단이 보였고 제단 옆에 돌로 만든 문이 하나 있었다.

    소울은 본과 스켈레톤 기병단을 이용해 좀비, 구울, 스켈레톤을 초토화시키며 나아갔다. 어렵지 않게 제단에 도착한 그는 계단을 타고 제단 위로 올라갔다.

    -죽음의 제단에 도착하셨습니다. 제사장의 제물을 제단에 올려놓으시면 지하2층으로 가는 게이트가 활성화 됩니다.

    [제사장의 제물을 제단에 올려놓으라는데 이게 뭐지?]

    [혹시 이것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요?]

    본이 자신의 가슴에 손을 쑥 집어넣더니 수정으로 만들어진 해골을 하나 꺼냈다.

    소울은 수정 해골을 한손으로 받아 확인하자 곧 말풍선이 뜨면서 이것이 제사장의 제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게 되었다.

    [본, 이건 어디서 났어?]

    [전리품을 수거할 때 하나 챙겼습니다. 혹시나 해서 가지고 있었는데 로드께 필요한 물건이었군요.]

    [참, 잘했다.]

    [감사합니다. 로드.]

    소울은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려주고는 제단 위에 수정으로 만들어진 해골을 올려놓았다.

    화르르륵!

    제단에서 큰 불길이 위로 솟구쳐 올라 수정 해골을 통째로 붉게 달구기 시작했다.

    수정 해골이 점점 뜨거워지자 곧 파란색으로 변하더니 두 눈과 입에서 푸른 불길이 쏟아져 나와 돌로 만들어진 문을 향했다.

    철썩!

    지이이잉!

    푸른 불길이 돌문을 후려치는 순간, 갑자기 주황색 물결이 안에서 솟구쳐 나오며 게이트로 변해 넘실거렸다.

    -지하2층으로 가는 문이 열렸습니다. 게이트를 통과하시면 지하2층으로 이동합니다.

    [지하2층으로 가는 문이 열렸다. 모두 내려갈 준비를 하자.]

    [네.]

    [예스, 마이로드.]

    [꾸잉!]

    본은 바로 악어 입을 만들어 스켈레톤 기병단을 통째로 흡수했다.

    그러자 소울을 시작으로 그의 소환수들이 차례대로 그의 뒤를 따라 돌문 게이트 안으로 들어갔다.

    소울 일행이 게이트 너머로 사라지자 곧 넘실거리던 주황색 물결이 서서히 사라지며 원래의 돌문으로 변해버렸다.

    펑!

    그때였다.

    제단 위에 올려놓았던 수정으로 만든 해골이 갑자기 대포로 쏜 것처럼 하늘 높이 날아올라 포물선을 그리며 어딘가로 떨어져 내렸다.

    아마 또 다른 누군가가 수정 해골을 찾아 제단으로 가져오면 돌문도 다시 게이트가 되어 지하2층으로 가는 게이트를 열어 줄 것이다.

    을씨년스러운 바람이 불어오는 제단 위에는 뜨겁게 달궈진 돌덩이들이 피우는 김만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 * * * *

    소울넷에 접속하자 인터페이스 상단에 수많은 축하인사 쪽지가 쌓여있었다.

    코어를 확인하고 성공적으로 보고하여 메인 보고자 보상을 받은 소울은 이제 소울넷에서 나름 유명한 인사가 된 듯싶었다.

    “호오, 그렇지. 내가 좀 능력이 되지. 크흐흐흐!”

    소울은 기분 좋은 웃음을 흘리며 쪽지를 하나씩 읽어봤다.

    환한 표정을 짓던 소울의 얼굴이 조금씩 굳어지기 시작했다.

    아무리 좋은 말도 계속 들으면 질리는 법인데 이런 말을 수백 개 이상 받았으니 질릴 만도 했다.

    처음에는 하나씩 띄워서 읽던 소울도 나중에는 4개씩 띄워서 읽었다. 그러다가 나중에는 그것도 귀찮아지자 무표정한 얼굴로 허공에 16개씩 띄워놓고 속독으로 읽었다.

    “흐음, 라펠이 드디어 소환사가 되어 소원성취를 했군.”

    중간에 라펠이 보낸 쪽지를 읽게 된 소울은 다시 기분 좋은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그렇게 소환사가 되고 싶어 하더니 결국 보조 보고자 보상을 받아 소환사가 됐나 보다.

    타이러스에게도 쪽지가 하나 왔는데 자세한 내용은 밝히지 않았지만 소원하던 것을 이루게 됐다며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라펠과 타이러스를 불러 삼자대화를 한번 해볼까?”

    원래는 차원이 각각 다른 곳에 있는 사람을 불러들여 동시로 삼자대화를 한다는 것이 말도 안 되는 소리지만 소울넷 인터페이스 상급은 이런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다행히 라펠과 타이러스는 소울의 호출신호에 즉각 응답했다.

    인터페이스 정면에 라펠과 타이러스가 거의 동시에 올라왔다.

    “안녕하세요? 라펠!”

    “마스터, 반갑습니다.”

    “라펠이 소원을 이루었다니 축하합니다.”

    “감사합니다. 모든 게 마스터 덕분입니다.”

    라펠은 정중하게 머리를 숙여 소울에게 감사인사를 했다.

    “천만에요. 내 덕이 아니라 라펠의 노력이 이것을 가능하게 만든 것입니다.”

    소울도 얼른 같이 고개를 숙여 답례를 했다.

    타이러스가 마스터와 라펠을 한번씩 교대로 쳐다보더니 라펠에게 인사를 했다.

    “이게 누구신가요? 라펠 님, 아니신가요?”

    “타이러스 님, 반갑습니다. 이거 이런 식으로 얼굴을 뵙게 되네요?”

    라펠과 타이러스는 원래 안면이 있었는지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며 기쁘게 인사를 했다.

    “서로 아는 사이였어요?”

    “그렇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마스터 덕분에 알게 됐다고 봐야죠.”

    소울의 말을 통해서 서로의 존재를 알게 됐으니 딱히 틀린 말도 아니었다.

    라펠과 타이러스 그리고 소울은 그렇게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면서 즐거운 삼자대화를 즐겼다.

    특히 소울이 이번에 보상으로 받은 여러 가지 아이템과 스킬에 대한 평가도 함께 하며 유익한 대화를 가졌다.

    그러다 문득 타이러스가 조심스럽게 소울에게 물었다.

    “코어가 하나가 아닌 모양이던데, 앞으로도 계속 코어를 확인하고 보고를 하실 계획이십니까?”

    “그렇습니다.”

    “으음, 그렇군요. 제가 조언을 하나 해드려도 될까요?”

    “조언이요?”

    “그렇습니다. 원하신다면 제가 조언을 드리고 싶습니다.”

    소울은 타이러스의 말에서 뭔가 중요한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얼른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였다.

    “얼마든지 말하세요. 타이러스가 하는 조언이라면 당연히 제가 귀를 씻고 잘 새겨들어야지요.”

    소울이 적극적인 자세로 수용할 태도를 보이자 타이러스의 목소리가 전보다 훨씬 부드러워졌다.

    “지금 마스터가 가지고 있는 스킬을 제일 중요한 스킬을 익히지 않은 티가 납니다.”

    “네에?”

    “모든 능력의 기본이 되는 오러연공법이나 마나연공법을 익히지 않은 것 같아요. 맞죠?”

    “오러연공법과 마나연공법이요?”

    “그렇습니다. 메인 보고자로 소울넷 포인트 보상도 넉넉히 받으셨을 테니 이제 상급 오러연공법이나 상급 마나연공법을 소울넷 상점에서 사서 익히도록 하세요. 아무리 좋은 스킬을 가지고 있어도 오러연공법과 마나연공법이 있고 없고는 나중에 돌이킬 수 없는 차이를 만듭니다.”

    “그래요?”

    소울은 타이러스의 말에 즉시 상태창을 열어 자신의 스킬들을 확인해봤다.

    정말 그의 말대로 오러연공법이나 마나연공법 같은 스킬은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 없었다.

    ‘내가 너무 기운을 주먹구구식으로 운용했나?’

    생각해보니 정말 그런 것 같았다.

    하지만 사실 이건 소울의 잘못이 아니었다.

    원래 소울에게는 오러나 마나에 대한 친화력이 전혀 없었다. 아니 어떤 기운에 대한 친화력도 존재하지 않았다.

    능력에 관한한 최악의 재능과 잠재력을 가지고 태어난 소울에게 그나마 쥐꼬리만 한 소환력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신의 섭리 또는 미스터리한 신의 한수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탈태환골을 하고 궁극의 잠재력 개화 소울 크리스털, 최상급을 복용한 소울은 이제 더 이상 자신의 타고난 최악의 능력과 잠재력에 대한 비관을 할 필요가 없어졌다.

    이제는 오러나 마나를 쉽게 느낄 수 있었고, 스피릿 파워와 내단을 통해 세상에 존재하는 많은 기운들을 정확히 구별할 수 있게 되었다.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습니다. 오러연공법을 익히면 마나연공법을 익힐 수 없고 마나연공법을 익히면 오러연공법을 익힐 수 없다는 말을 들었는데 두 가지를 동시에 익힐 수는 없나요?”

    “으음, 기본적으로 엑설런트 기사들이 사용하는 오러와 마법사가 사용하는 마력은 성질이 아주 다릅니다. 쉽게 말해서 오러는 대자연에 존재하는 마나와 사용자의 의지 그리고 생체에너지가 결합되어 있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오직 체내에 존재하는 오러만을 소비합니다. 하지만 마법사의 마력은 대자연에 존재하는 마나를 서클이나 마나홀이라는 틀에 흡수, 정제, 압축, 방출하는 과정을 통해 얻습니다. 그리고 원하는 시점에 마법의 언어로 만들어진 주문을 외우고 시동어로 발현을 하여 몸 밖에 있는 마나와 동조 및 충돌시켜 사용합니다.”

    “뭔가 좀 복잡하네요.”

    “알고 보면 사실 그렇게 어려운 시스템은 아닙니다. 같은 마나를 다른 방법으로 사용한다는 아주 간단하고도 기초적인 내용이지요.”

    ============================ 작품 후기 ============================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유쾌한 하루 되세요.

    선호작, 추천, 코멘트, 쿠폰,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수정: 12-14-2015 1:13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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