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15 제 79 장 - 던전 돌파 =========================================================================
커다란 호수를 하나 건너가자 늪과 호수가 반반씩 있는 지형이 나왔다.
다행히 늪과 호수 사이에 단단한 대지가 있어서 걸어가는 데는 특별히 문제가 없었다.
그러던 순간, 소울은 묘한 불안감을 느꼈다.
‘어떻게 이런 곳에 이런 단단한 대지가 남아있을 수가 있지? 아니 이런 단단한 길을 과연 우리 같은 능력자만 이용할까?’
거기까지 생각이 들자 소울은 바로 고개를 흔들었다.
즉시 푸티나의 목을 발로 툭툭 쳐서 진행방향을 호수 쪽으로 돌렸다.
불현듯 단단한 대지가 남아 있는 길보다 늪이, 늪보다 호수가 더 안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호숫가를 타고 조심스럽게 내려가자 단단한 대지가 나 있는 길 양쪽으로 리자드맨 수십 마리가 매복을 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소울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빙글빙글 돌고 있는 본을 바라봤다.
[본, 주변에 리자드맨의 군락지가 있는지 살펴봐!]
[있습니다. 지금 가고 계신 방향으로 하나가 있고, 2시 방향으로 하나가 더 있습니다. 그리고 10km 쯤 더 내려가면 거대한 리자드맨의 도시로 보이는 것이 있습니다.]
[리자드맨의 도시?]
[그거 외에는 달리 표현할 단어를 찾을 수 없습니다.]
[으음, 알겠다. 위에서 계속 정찰을 해줘!]
[예스, 마이로드.]
소울은 일단 앞에 나오는 리자드맨의 군락지를 정리할 생각을 했다.
그리고 봐서 2시 방향에 있는 리자드맨의 군락지 하나를 더 없앨 마음을 가졌다.
1.5km 쯤 안으로 걸어 들어가자 드디어 본이 말한 리자드맨의 군락지가 보였다.
늪 안에 만들어 놓은 리자드맨의 군락지는 의외로 침입하기가 상당히 어렵게 설계되어 있었다.
‘오른쪽으로 가도 안 되고 왼쪽으로 가도 안 되고 그냥 정면으로 갈까? 그럼 안에서 포위될 것 같은데…….’
어느 쪽으로 침입해도 결국 중앙에서 포위되는 특이한 구조였다.
그렇게 잠시 고민을 하는 사이, 어느새 석양이 지기 시작했다.
땅거미가 지기 시작하자 밖으로 나갔던 리자드맨들이 속속 군락지로 돌아왔다.
사냥에 성공해서 짐승을 들고 오는 놈도 있었고, 낚시를 해서 커다란 물고기를 밧줄에 묶어 온 놈도 있었다.
하지만 소울에게 중요한 것은 오직 해가 지자 리자드맨이 모두 군락지도 돌아오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안으로 침입해서 소동을 일으킬 것이 아니라 아예 바깥으로 나가는 통로를 막아 버리고 차근차근 안으로 들어가면서 몰살을 시키는 방법도 나쁠 것 같지 않았다.
‘가만, 내가 굳이 저기로 들어가서 놈들을 일일이 상대할 필요가 있을까? 그냥 디스트로이어로 박살을 내도되잖아. 조금 모자라면 C+급 소환수인 푸티나의 라이트닝 쇼크웨이브로 마무리 하면 되겠지. 이번 기회를 통해 증폭의 서클릿의 위력을 한번 보는 것도 괜찮겠어.’
발상의 전환을 하자 의외로 답은 바로 옆에 있었다.
소울은 리자드맨 군락지 하나를 통째로 작살낼 마음을 먹고 잠시 기다려보기로 했다.
밖에 나갔던 놈들이 다 돌아오면 한 번에 잡을 생각인 것이다.
[모두 잘 들어라. 내가 디스트로이어로 리자드맨 군락지를 공격하면 푸티나가 라이트닝 쇼크웨이브로 다시 한 번 공격을 한다. 그럼 본은 리자드맨 군락지로 들어가는 세 곳의 출입구를 봉쇄하고 있다가 마무리를 짓는 거야. 까망이는 군락지 위에서 날아다니며 마무리 짓는 본을 돕도록 해. 알았지?]
[규! 알겠어요.]
[예스, 마이로드.]
[꾸잉!]
너무나 간단한 작전이라 사실 일이 잘못되는 게 오히려 이상한 상황이었다.
본은 해골전투마를 타고 내려와 스켈레톤 기병대를 쏟아냈다.
장소가 장소인 만큼 해골전투마와 스켈레톤 맘모스는 꺼내지 않았다.
본과 스켈레톤 기병대가 리자드맨 군락지의 출입구 세 곳으로 은밀히 접근해서 봉쇄하자 소울은 하늘을 한번 쳐다보고는 드디어 작전을 개시했다.
‘유탄모드!’
디스트로이어를 꺼내 유탄모드로 바꾸고 레버를 위로 올려 위력을 조정했다.
그리고는 디스트로이어를 리자드맨 군락지를 향해 조준했다.
그의 옆에서 푸티나가 몸을 일으켜 세우더니 두 귀와 가슴 그리고 네 발바닥을 발광시키고 라이트닝 쇼크웨이브를 쏠 준비를 마쳤다.
푸캉!
디스트로이어에서 푸른 구체가 빠르게 리자드맨 군락지를 향해 날아갔다.
쾅!
우지끈 뚝딱!
디스트로이어에서 발사된 유탄이 리자드맨 군락지를 명중시키자 통나무로 만들어진 리자드맨 군락지는 말 그대로 박살이 났다.
통나무는 산산조각이 났고 나뭇조각은 사방으로 비산되어 날아다녔다.
리자드맨들의 몸은 산산조각이 나거나 까맣게 타서 늪 속으로 떨어져 내렸다.
하지만 리자드맨들에게 내려진 재앙은 이게 전부가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시작에 불과했다.
푸티나가 거대한 몸을 세운 상태에서 두 발을 단단히 바닥에 고정시킨 후, 양쪽 앞발바닥을 앞으로 내밀어 세차게 부딪치며 내밀었다.
순간 푸티나가 쓴 증폭의 서클릿이 붉게 달아올랐다.
“꾸잉! 꾸잉!”
파츠츠츠츠츳!
퍼엉!
늪의 수면을 스치듯 날아간 라이트닝 쇼크웨이브가 리자드맨 군락지를 덮치자 디스트로이어의 유탄에 의해 박살난 리자드맨 군락지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그대로 늪 속으로 폭삭 주저 않고 말았다.
“어라?”
소울은 생각지도 못한 사태에 순간 당황했다.
리자드맨 군락지가 통째로 늪 속으로 무너져 내릴지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내가 너무 위력을 세게 했나?’
디스트로이어의 유탄모드도 강력했지만 푸티나의 발광모드에 증폭의 서클릿에 의한 증폭 중첩이 큰 효과를 봤다.
어찌됐던 리자드맨 군락지가 통째로 늪 속으로 빠져버리자 본과 스켈레톤 기병대는 멀뚱멀뚱 소울의 얼굴만 쳐다보고 있었다.
[까망아, 전리품 수거는 문제없지?]
[규! 전혀 문제없어요.]
반정령인 까망이에게는 늪이라는 지형지물은 아무런 장애도 되지 못했다.
까망이는 늪 속에 빠져 죽은 리자드맨들을 아공간에 쓸어 담고 그들의 몸에서 마석을 채취하고 기운을 빨아들였다.
이제 이 짓도 하도 많이 해서 까망이는 자신이 알게 모르게 엄청난 노하우를 가지게 됐다. 그래서 마석을 챙기고 몬스터의 사체를 아공간에 담고 기운을 흡수하는 일련의 전리품 수거과정이 거의 자동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가죽과 뼈만 남은 리자드맨의 사체가 아공간에서 나와 땅바닥에 쌓이고 있었다.
그제야 본과 스켈레톤 기병대가 몰려와 리자드맨의 가죽을 벗기고 뼈를 흡수하느라 부산을 떨었다.
참으로 알뜰하고도 효율적으로 전리품을 챙기는 소울의 소환수들이었다.
‘이렇게 되면 다른 리자드맨 군락지도 바로 가서 털어먹어야겠다.’
소울은 전리품 수거가 끝나자마자 자신의 소환수들을 데리고 늪과 호수 사이를 가로질러 또 다른 리자드맨 군락지로 다가갔다.
그리고 같은 방식으로 디스트로이어 유탄 한 방과 C+급 소환수인 푸티나의 라이트닝 쇼크웨이브 한 방으로 리자드맨 군락지 하나를 작살내고 전리품을 알뜰하게 챙겨갔다.
게이트를 통해 ‘웨렌 계곡’에서 돌아온 소울은 의뢰소로 가서 퀘스트를 클리어 하고 다시 퀘스트를 받아서 이번에는 ‘이스티나 숲’으로 들어갔다.
생각보다 리자드맨 군락지를 빨리 처리했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남아돌았던 것이다.
이스티나 숲은 소울이 생각한 것과는 전혀 달리 잡목이 무성한 숲이었다.
거목으로 뒤덮인 아마존 밀림 같은 환경의 숲이 아니라 키가 작은 잡목이, 크고 작은 언덕 사방에 쫙 퍼져있는 구조였다.
소울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봤다.
두 개의 달이 밝게 빛나고 있는 참으로 아름다운 밤이었다.
“아름다운 밤은 개뿔, 딱 개잡기 좋은 밤이구먼.”
그는 주변을 정찰하고 말고 할 것도 없이 바로 본에게 명령을 내렸다.
[본, 스켈레톤 기병대를 이끌고 가서 다 쓸어버려.]
[예스, 마이로드.]
본은 소울의 명령에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스켈레톤 기병대를 소환해서 달 밝은 밤, 잡목투성이의 언덕 위를 질주했다.
이번에는 거대한 스켈레톤 맘모스 두 마리를 앞세워 생기가 느껴지는 곳을 향해 그대로 돌진해갔다.
밤눈이 어두운 인간에게나 야간작전이 어렵지, 언데드인 본과 스켈레톤 기병대에게는 오히려 이런 밤이 더 활개 치기 좋은 시간이었다.
거기에다 이들은 따뜻한 피가 흐르는 생기가 모인 곳을 귀신처럼 잘 찾아냈다.
상성으로 보나 등급으로 보나, 놀은 본과 스켈레톤 기병대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달 밝은 밤에 사방에서 깨갱되는 구슬픈 개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스티나 숲에 몰려 살고 있는 놀의 군락지가 하나씩 박살이 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소울은 별로 즐겁지가 않았다.
격이 맞지 않은 싸움이라서 그런지 긴장감이 제로에 가까웠던 것이다.
소울은 놀의 군락지 몇 개를 작살내고 나자 더 이상 있고 싶은 생각이 사라져 곧바로 본과 스켈레톤 기병대를 철수시키고 게이트를 통해 개성큐브로 돌아갔다.
의뢰소에 가서 퀘스트를 클리어 하자 또다시 최하급 비약 수백 개와 큐브 코인 등 갖가지 보상이 인벤토리 안으로 우르르 쏟아져 들어왔다.
소울은 대충 인벤토리에 있는 것들을 한번 훑어 본 후, 곧바로 큐브 3층으로 올라갔다.
계단을 타고 개성큐브 3층으로 올라와 보니 1층과 2층이나 특별히 다른 점을 찾을 수 없었다.
굳이 찾으라고 한다면 역시 건물의 모양이 조금 더 세련되고 게이트가 몇 개 더 늘었다는 정도였다.
소울은 제일 먼저 북쪽에 있는 게이트를 확인했다.
노스폴 평원
웨렌 계곡
이스티나 숲
다일 강
거미의 동굴
풍요의 들판
통곡의 절벽
큐브 3층의 게이트는 무려 7개나 됐다.
2층에서 3층으로 올라오자 4개가 더 추가되었던 것이다.
그는 새로 생긴 4개의 게이트를 바라보며 김민호 제1 레기온 대장이 준 정보를 머릿속에서 끄집어냈다.
‘다일 강’은 수많은 강줄기가 모여 마침내 거대한 강을 이루는 지형이었다. 이곳에서 나오는 몬스터로는 자이언트 크로커다일, 대형 피라냐, 청동오리, 진흙 골렘 등이 있었다.
‘거미의 동굴’은 타란툴라를 닮은 거대한 거미들이 집단으로 서식하는 동굴로 동급의 능력자들도 어지간하면 피하고 싶어 하는 던전이었다.
‘풍요의 들판’은 꽃과 기화요초가 가득한 풍요로운 대지로 초식동물들의 천국이었다. 어지간한 몬스터들은 감히 이 근처로 접근조차 하지 못하는 이유가 하나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샤크비’라는 이름을 가진 거대 말벌이 풍요의 들판 한 가운데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었다.
초식동물들은 일체 건들지 않는 이 샤크비는 몬스터의 피와 고기를 좋아하는 특이한 식성을 가진 거대 말벌이었다.
‘통곡의 절벽’은 각종 거대 도마뱀들의 집단 서식지로 덩치가 말만한 놈들이 수두룩했다. 이들은 주변의 생물을 닥치는 대로 잡아먹는 대식가로 유명했다.
그리고 이들이 집단으로 한 번씩 움직일 때마다 근처의 먹이사슬이 깨지고 생태계가 파괴되어 난리가 일어났다. 아무래도 천적이 없어서 그런 모양이었다.
소울은 일단 의뢰소로 가서 퀘스트를 잔뜩 받아왔다.
제일 먼저 다일 강으로 가서 푸티나의 라이트닝 파워를 이용해 강물을 마구 지져버렸다.
그러자 자이언트 크로커다일와 대형 피라냐를 비롯한 온갖 거대 물고기들이 배를 까뒤집고 강물 위로 떠올랐다.
까망이가 잽싸게 전리품을 수거하는 사이, 소울은 디스트로이어로 청동오리를 사냥하고 푸티나와 스켈레톤 맘모스를 이용해 진흙 골렘을 때려잡아 강제로 핵을 뽑아 챙겼다.
특이한 것은 청동오리는 말 그대로 청동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오리라는 것이다.
어떻게 청동으로 만들어진 거대 오리가 살 수 있는지 알지 못해서 몇 마리를 포획해서 소울 연구소로 보내 연구를 하게 했다.
다일 강 지류 몇 곳을 쑥대밭으로 만든 소울은 의뢰소에 가서 퀘스트를 클리어 하고 다시 새로운 퀘스트를 받아 이번에는 거미의 동굴로 찾아갔다.
정말 타란툴라를 닮은 커다란 거미들이 집단으로 서식하는 동굴이 나왔다.
하지만 본과 스켈레톤 기병대를 앞세운 파상공세에 거대거미들은 속수무책으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크고 작은 거미들이 떼거리로 몰려나오면 푸티나가 몸을 발광시키면서 라이트닝 쇼크웨이브를 써서 몰살을 시켰고, 기습을 해오면 까망이가 다가가 쥐도 새도 모르게 수리검으로 거미들의 머리통을 뚫어 버렸다.
소울도 크레센트를 이용해 원거리에서 지원을 했고 본과 스켈레톤 기병대가 빠른 기동력을 이용해 치고 빠지면서 공격을 해대자 거미의 동굴은 차츰 거미의 무덤으로 변해갔다.
============================ 작품 후기 ============================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유쾌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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