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12 제 78 장 - 대박행진 =========================================================================
자신들이 초토화시킨 몬스터 부락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이 한눈에 나타났다.
‘여기는 나 하나 와서 해결될만한 곳이 아니구나. 최소한 공격대 이상, 아니 레기온을 끌고 와야 정리가 가능하겠어.’
소울은 그렇게 생각하며 조용히 몸을 돌려서 왔던 길을 돌아갔다.
[오던 길에 오크 타운 하나만 쓸고 가자.]
[규! 그래요.]
[예스, 마이로드.]
[꾸잉!]
눈에 보이는 모든 몬스터 부락을 쓸어버리면서 자신이 새롭게 얻은 무기의 실전 테스트를 해보려던 것에서 일단 한 발짝 물러서기로 했다.
그렇다고 그냥 돌아갈 수는 없어서 아까 오면서 봐둔 오크 타운 하나를 목표로 삼았다.
오크 타운은 최소 단위가 천 마리인 것 같았다.
분명한 계급이 있었고 상하 위계질서가 잡혀 있는 것을 보니 보통 놈들이 아니었다.
거기에다 반 수 이상이 무장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오크 타운에 천 마리가 넘는 오크들이 있다고 해도 쳐들어온 적들의 무력이 너무나 뛰어났다.
무엇보다도 오크 타운의 오크들은 본과 스켈레톤 기병대 같은 빠른 기동력을 가진 중기병(重機兵, Heavy Cavalry) 부대를 만나본 적이 없었다.
속수무책(束手無策).
한마디로 오크들에겐 이들을 상대할 답이 없었다.
거기에 일반 불곰 보다 훨씬 더 커 보이는 무시무시하게 생긴 푸티나가 시도 때도 없이 라이트닝 쇼크웨이브를 쏟아내자 오크들은 가을바람에 낙엽 쓸리듯 쓸려갔다.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었다.
오크 타운 입구에 떡 버티고 선 인간 한명으로 인해 도망치는 것도 사실 불가능했다.
근처에만 가면 허공에서 빠르게 돌고 있는 날카로운 수리검이 머리와 몸에 숭숭 구멍을 뚫어 버리니 입구로는 가까이 다가갈 수조차 없었다.
“쿠와아아아!”
몇 마리의 오크전사들이 나타나 소울을 향해 달려들었다.
두두두두두두!
소울은 크레센트를 꺼내 즉시 시위를 당겼다.
빈 시위에 마나를 쏟아 넣자 순식간에 검은 연기가 쏟아져 나와 새까만 화살이 만들어졌다.
핑 핑 핑 핑!
크악 케엑 커억 쿠엑!
거의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의 엄청난 속도로 날아간 은밀한 암흑의 화살은 오크전사들의 가죽갑옷을 단숨에 뚫어 버리고 가슴에 정확히 박혀들었다.
소울은 다크엘프의 마법활인 크레센트의 위력에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계속 크레센트를 쓸 생각은 없었다.
아직도 실전 테스트를 거치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그의 신무기는 줄을 서서 대기 중이었기 때문이다.
크레센트를 인벤토리에 집어넣은 그는 이번에는 페어리의 투명반지를 시험해보기로 했다.
“투명!”
스스슷!
시동어를 말하자 그의 몸이 순간 투명하게 변했다.
대낮에 햇빛이 빛나고 잇는데도 그의 모습은 잘 보이지 않았다.
어디 있는지 알고 있는 상태에서 정신을 집중해야만 간신히 허공에 일렁이는 물결 모양의 실루엣이 보였다.
만약 지금이 낮이 아니고 밤이라면 아마 절대로 발견할 수 없을 것이 분명했다.
차앙!
그 상태에서 소울브레이커를 뽑아 들었다.
소울의 모습이 사라지자 어디론가 가버렸다고 착각한 오크들이 본과 스켈레톤 기병대를 피해 입구로 몰려들었다.
서걱 서석 찹찹 촤악 철썩 사각 사각…….
크아악 케에엑 커어억 쿠에에엑 꾸어어…….
오크들은 자신의 팔다리가 왜 잘리는지 이해를 하지 못했다.
그리고 목이 잘린 대가리가 땅에 툭 떨어지자 더 이상 그런 의문조차 가질 수 없었다.
페어리의 투명반지의 효능이 참 대단했다.
3분 33초가 지나는 동안 단 한 마리의 오크도 소울을 찾지 못했고 기척조차 감지하지 못했다.
“디바인 쉴드!”
이번에는 왼팔에 착용하고 있는 디바인 건틀렛을 살짝 위로 치켜들며 디바인 쉴드를 장착했다.
그러자 은빛으로 빛나는 디바인 건틀렛의 바깥쪽에 반투명한 원형의 방패가 생성되었다.
‘이게 디바인 쉴드구나.’
디바인 실드는 신성력을 잔뜩 품고 있어서 보는 이로 하여금 성스러운 느낌을 받게 만들었다.
하지만 몬스터들은 디바인 쉴드를 보자마자 슬금슬금 뒤로 물러났다.
마치 절대로 마주치고 싶지 않은 천적이라도 만난 듯 두려움과 불쾌감을 느끼는 듯 했다.
몬스터들의 모습에 소울은 디바인 쉴드에 마나를 불어 넣어봤다.
내단에서 쏟아져 나온 마나가 디바인 쉴드로 쏟아져 들어가자 반투명한 디바인 쉴드의 색이 점점 파랗게 변하더니 나중에는 새파랗게 변했다.
더 마나를 쏟아 넣자 이제는 짙은 남색으로 변해갔다.
‘혹시 크기고 조절이 가능하나?’
소울은 디바인 건틀렛에 마나를 불어 넣으면서 크기가 커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자 디바인 쉴드의 크기가 즉시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계속 마나를 불어 넣으면서 크기를 확장시키자 자신의 몸을 모두 덮을 정도로 커졌다. 아니 소울의 몸을 모두 덮고도 남아 계속 커져서 나중에는 디바인 건틀렛을 위로 들어야했다.
자신의 몸의 두 배 이상으로 커져버린 디바인 쉴드는 결국 자신의 몸을 완전히 덮고도 남아 사방을 덮어버렸다.
마치 솥뚜껑을 땅바닥에 놓은 것 같은 모습이 된 것이다.
그 모습이 소울에겐 마치 벙커 안에 들어와 있는 느낌을 받게 했다.
만족한 결과에 미소를 지은 소울은 디바인 쉴드를 원래 크기로 줄였다.
그리고 디스트로이어를 꺼냈다.
오크가 다가오지 않으니 소울브레이커나 헬 나이프를 시험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에게는 근접무기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A급 상급 마나건인 디스트로이어도 있었다.
그는 주변을 둘러보다 튼튼하게 생긴 통나무 집 2층에서 활을 쏘고 있는 오크궁수를 발견했다.
소울은 오크궁수를 향해 디스트로이어를 조준했다.
푸슝!
디스트로이어에서 푸른 광채가 무서운 속도로 쏘아져 나갔다.
쾅!
우르릉 쿠쿠쿵!
절로 입이 떡 벌어졌다.
오크궁수를 노리고 쐈는데 디스트로이어는 오크궁수가 있던 통나무 집 자체를 무너뜨려 버렸다.
그제야 소울은 자신이 디스트로이어를 너무 쉽게 봤다는 것을 깨닫고 급히 디스트로이어에 정신을 집중해서 옵션을 확인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디스트로이어에 여러 가지 레버와 버튼이 부착되어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모든 버튼을 일일이 다 확인 할 수는 없었지만 설정 버튼을 누르자 홀로그램이 떠서 디스트로이어의 셋팅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 정도는 알아냈다.
소울은 일단 디스트로이어의 레버를 내려 위력을 조절했다.
마나를 불어 넣어야만 레버가 조절이 되는 것을 보니 나름 여러 가지 안전장치를 잘 갖췄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쏭!
디스트로이어를 오크전사를 향해 조준하고 쏘자 살짝 경박스런 발사음이 들려왔다.
오크전사가 그 자리에 쓰러졌다. 그런데 너무 위력을 줄여놓았는지 죽지 않고 계속 꿈틀거렸다.
소울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더니 레버를 다시 조금 위로 올렸다.
쓩!
다시 한 번 디스트로이어를 쓰러진 오크전사를 향해 쏘자 오크전사는 두 번 다시 움직이지 않았다.
겨우 적절한 위력을 찾아내자 그는 본격적으로 주변에 보이는 오크들에게 디스트로이어를 난사하기 시작했다.
쓩 쓩쓩 쓩쓩쓩 쓩쓩쓩쓩!
오크전사가 한 방에 죽어 나갈 정도의 위력이라서 일반 오크나 오크궁수들은 맞는 즉시 즉사였다.
디스트로이어는 안에 상급 마나석이 박혀있어서 마나가 다 소진되기 전까지는 총알이 무한대나 마찬가지였다.
또한 상급 마나석에 마나가 다 소진되어도 유저가 마나를 불어 넣어주면 얼마든지 사용이 가능했다.
마나석은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마나가 채워지는 특성이 있어서 얼마든지 재활용이 가능했고 특히 상급 마나석은 일반 마나석에 비해 월등한 마나회복 능력이 있어서 마나를 완전 소진하고도 하루만 지나면 다시 풀로 채울 수 있었다.
“샷건모드!”
소울은 디스트로이어의 사격모드를 샷건모드로 바꿨다.
그러자 디스트로이어의 총신이 즉시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쓩!
펑!
쓩쓩!
펑 펑!
말은 샷건모드였지만 위력은 샷건과 비교할 정도가 아니었다.
마치 RPG 로켓탄을 발사한 것처럼 푸른 광채가 닿는 곳은 그 즉시 펑펑 터져나갔던 것이다.
소울은 디스트로이어가 참 마음에 들었다.
위력을 마음대로 조절하고 사격모드까지 선택을 할 수 있는 이런 총이 있다는 것은 상상조차 해보지 못했다.
정말 총은 지구에서만 만들 수 있는 것처럼 착각했던 자신의 편견이 부끄러워졌다.
아무리 최첨단 과학기술을 활용해도 지구에서는 디스트로이어 같은 상급 마나건을 제작할 수 없을 것이다.
디스트로이어는 단순히 과학기술만으로는 제작이 불가능한 ‘마도병기’이기 때문이다.
소울이 새롭게 얻은 자신의 무기와 방어구를 테스트해보고 있는 사이, 오크 타운은 본과 스켈레톤 기병대 그리고 푸티나에 의해 완전히 초토화가 되어 버렸다.
어느새 까망이는 전리품을 챙기느라 바쁘게 돌아다니고 있었고 스켈레톤 기병대도 모두 해골전투마에서 내려 오크들의 몸에서 퀘스트 클리어를 위한 증거품을 수거하러 다녔다. 푸티나도 오크 타운의 창고와 타운 족장과 타운 주술사의 집을 털러 바쁘게 뛰어 다녔다.
정말 잘 훈련된, 환상적인 팀워크를 자랑하는 ‘전리품 수거팀’이라 할 수 있었다.
전리품 수거가 끝나고 오크 타운을 나와 적당한 거리에 서자 소울은 디스트로이어의 설정을 유탄모드로 바꾸고 레버를 위로 올렸다.
초토화 된 오크 타운은 소울을 위해 마지막까지 디스트로이어의 실전 테스트 상대가 되어줬다.
푸캉!
쾅!
꽈르릉 우르르릉 쿵!
유탄모드에 직격당한 오크 타운이 그대로 폭발하며 무너져 내렸다.
그 모습에 소울은 절로 입이 딱 벌어졌다.
“오마이갓!”
오크 타운은 시뻘건 화염을 토해내며 활활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오크 도시에 살고 있는 오크들이 불안한 표정을 지으며 연기를 바라보고 있었다.
노스폴 평원에서 평화롭게(?) 살아가고 있던 오크들에게 재앙의 신이 내려왔다는 것을 아직 그들은 알지 못했다.
* * * * *
큐브 광장의 중앙에 있는 분수대 앞에서 비상회의가 소집됐다.
비약을 통해 쥐꼬리만 한 능력이 상승한 국정현과 김영신 등 서머너즈 길드와 소울 디펜스 간부들은 다행히 개성큐브에 의해 능력자로 인정받아 큐브 안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개성큐브에 들어오신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하하하, 이 모든 것이 마스터의 은혜입니다.”
“하하하! 맞습니다. 내가 능력자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분위기는 참으로 화기애애했다.
이제 서머너즈 길드와 소울 디펜스 사이에 존재했던 보이지 않는 벽은 사라졌다.
소울 디펜스 사장과 간부들이 능력자가 되자 더 이상 서로를 구분하는 것이 무의미해졌던 것이다.
“자! 이제 회의를 시작하도록 합시다.”
“네, 마스터.”
소울이 주의를 환기시키자 분수대 앞에 모인 수십 명의 서머너즈 길드와 소울 디펜스의 핵심 간부들의 분위기가 일변했다.
“당장 비약으로 인해 파생할 영향력이 만만치 않습니다. 앞으로 이것을 어떻게 이용할지 생각해봅시다.”
“마스터, 이건 볼 것도 없습니다. 무조건 소울 디펜스의 대원부터 복용시켜 능력자로 만들어야 합니다.”
“맞습니다. 17 저격여단, 60 저격여단, 29 해상저격여단 등 4군단의 특수부대를 모두 정보부와 보안부 예하부대로 섞어서 재편했는데 이들부터 비약을 복용시키는 것이 좋겠습니다.”
“현재 소울 디펜스 영업부가 5부로 늘어나면서 숫자제한도 풀린 만큼 이들을 활용하는 것이 제일 좋을 것 같습니다.”
다들 만장일치로 비약의 사용처는 소울 디펜스 대원들이라는 중론이 모여졌다.
4군단을 흡수하는 것도 모자라서 황해남도와 개성특급시의 모든 군사조직과 당조직을 흡수하는데 성공한 소울 디펜스는 현재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었다.
영업부는 3부에서 5부까지 늘어났고 각 영업부도 숫자제한을 풀어 오천 명에서 다시 만 명으로 늘어나있었다.
이렇게 조직을 급격하게 확대할 수 있게 된 배경에는 소울이 소울투자를 통해 지원해준 긴급 운영자금이 큰 몫을 했다.
그리고 이렇게 급속도로 세력이 커지고 있는 소울 디펜스 대원들이 모두 능력자로 변한다면 서머너즈 길드의 능력은 더 이상 말하지 않아도 얼마나 강력해질지 기대가 됐다.
“좋습니다. 비약의 사용처는 소울 디펜스 대원을 중심으로 하도록 하겠습니다.”
“와아아아아!”
“감사합니다.”
============================ 작품 후기 ============================
** 최하급이긴 하지만 일반인을 능력자로 만들어서 큐브 안으로 들어오게 만들어 주는 비약은 쓰기에 따라서 얼마든지 대세를 뒤흔들 수 있는 중요한 아이템이 될 수 있습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유쾌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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