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10 제 78 장 - 대박행진 =========================================================================
푸티나가 고개를 돌리고 의뢰소를 향해 걸어갔다.
그제야 소울을 향해 몰린 길드원들의 시선이 다시 사방으로 분산되었다.
의뢰소에 도착한 소울은 퀘스트창을 열고 차례로 퀘스트를 클리어 시켰다.
초보자 퀘스트, 고블린 퇴치 퀘스트, 코볼트 퇴치 퀘스트, 오크 퇴치 퀘스트, 슬라임 퇴치 퀘스트가 모조리 클리어 됐다. 슬라임 퇴치 퀘스트가 클리어 된 것은 오고 가는길에 슬라임 몇 마리를 잡아 죽였기 때문에 클리어 된 것이다.
고블린의 왼쪽 귀, 코보트의 앞니, 오크의 왼쪽 새끼손가락, 슬라임 핵이 모조리 의뢰소 안으로 쏟아져 들어가고 대신 각종 보상이 그의 인벤토리에 쏟아져 내렸다.
인벤토리를 확인하자 최하급 생명의 비약, 정신의 비약, 투지의 비약, 민첩의 비약 등이 차곡차곡 쌓여있는 모습이 보였다.
소울은 하나씩 꺼내서 맛을 보고는 직접 복용해서 효과를 확인했다.
비약이 몸에 들어가는 순간, 정신을 집중해서 자신의 몸에 일어나는 미세한 효과를 확인했다.
‘흐음, 생각대로 이 비약이라는 것이 소울 크리스털과 아주 비슷하구나. 하지만 최하급 소울 크리스털과 비교 해봐도 최소 10분의 1, 최대 100분의 1까지 희석한 물건이 틀림없다. 역시 소울넷 상점에서 파는 것과는 질적으로 차이가 많이 나는구나.’
혹시나 소울 크리스털이 아닐까 하고 걱정했던 것은 결국 그의 기우로 끝나고 말았다. 하지만 미미한 효과에도 불구하고 이 비약이라는 놈을 많이 먹게 되면 틀림없이 능력자의 능력이 올라가게 되어 있다.
자신을 포함한 능력자들은 하나같이 힘에 환장한 놈들이다.
조금이라도 가지고 있는 힘을 더 크게 늘릴 수만 있다면 아마 그 어떤 것으로도 대가를 치르려 할 것이다.
마석, 몬스터의 사체, 퀘스트, 보상 등 큐브 안에 능력자를 유인하는 요인은 많지만 이 비약보다 더 강력한 유인 요인은 아마 찾기 힘들 것이다.
큐브 1층은 최하급 레벨의 능력자들이 모이는 공간일 것이다.
그렇다면 하급, 중급, 상급 레벨의 능력자가 모이는 공간에서 주는 퀘스트 보상은 어떨까?
계속 이렇게 희석된 소울 크리스털과 같은 비약만을 줄까?
아니다. 급이 올라가게 되면 분명히 그에 맞게 소울 크리스털과 비슷하거나 혹은 그것을 능가하는 비약도 나올 것이다.
소울은 이런 사실이 밖에 알려진다면 어떻게 될까 상상을 하는 것만으로도 으스스한 느낌이 들어 몸을 떨었다.
분명 비약의 파급효과는 장난이 아닐 것이다.
또한 그 영향은 길드와 능력자 세계의 지각을 바꿀만한 기폭제가 될 것이다.
‘어? 가만, 꼭 비약이 능력자들의 능력만 올려주는 것일까? 혹시 일반인이 복용하면 능력이 생겨 능력자가 될 수 있는 것 아냐?’
퍼뜩 뇌리를 스치는 생각에 그는 순간 몸이 굳어 버렸다.
그의 머릿속으로 계속 이어지는 생각이 여러 가지 시나리오로 변해가자 절로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자신이 생각하는 가설이 정말 사실로 증명된다면 이건 지구의 산업혁명에 버금가는 일대 혁명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확인해보자.”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그는 종종 걸음으로 걸어 광장 분수대 앞으로 갔다.
“김민호 제1 레기온 대장!”
“네, 마스터”
“바쁜가?”
“아닙니다. 하실 말씀이 있으십니까?”
“잠깐 나 좀 봅시다.”
소울은 정신없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김민호를 콕 집어서 한쪽으로 불렀다.
그리고는 자신이 생각하는 가설에 대해 설명했다.
김민호는 눈을 커다랗게 뜨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마스터, 그, 그게 정말 사실이라면 이건 온 세상이 뒤집어 질 일입니다. 당장 소울 디펜스의 대원들 중 충성심이 높고 전투력이 뛰어난 대원들에게 힘의 비약을 복용시켜 능력자로 만들어낸다면 현재 오천 여명의 길드원을 가지고 있는 서머너즈 길드는 당장 만 단위의 능력자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또한 F급 소환계 능력자를 섭외하려고 굳이 더 이상 애를 쓰지 않아도 됩니다.”
“그렇겠지. 그러니까 자네가 지금 당장 큐브 밖으로 나가서 테스트를 해보란 말이야. 성공하면 국정현 사무총장, 김영신 소울 디펜스 사장부터 시작해서 서머너즈 길드와 소울 디펜스의 간부들을 모두 데리고 들어와.”
“알겠습니다.”
“참, 소망공작실의 실장도 잊지 말고.”
“네, 마스터.”
소울은 자신의 인벤토리에서 최하급 힘의 비약, 민첩의 비약, 생명의 비약, 지혜의 비약, 정신의 비약, 투지의 비약, 강화의 비약, 원소의 비약 등 각종 비약을 수백 개를 꺼내 몽땅 김민호에게 넘겨줬다.
김민호는 소울이 주는 비약의 숫자를 보고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쳐다봤다.
“비약이 왜 이렇게 많습니까?”
“퀘스트를 많이 깨서 그래. 그리고 나의 가설이 사실로 증명이 되면 퀘스트 클리어의 우선순위를 좀 바꿔야 할 거야.”
“물론입니다.”
“그럼 수고하게.”
“네, 마스터.”
김민호가 군례를 하며 분수대 앞으로 돌아가자 소울은 잠시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큐브 인터페이스에서 말풍선을 띄웠다.
“내가 아직 보상을 못 받았거든 어디로 가야 받을 수 있지?”
-퀘스트에 대한 보상은 의뢰소로 가시면 됩니다. 퀘스트창을 열어서 확인하시면 보상받을 장소가 나옵니다.
말풍선이 스르륵 바뀌며 대답을 하자 소울은 자신의 질문이 잘못됐다는 것을 깨닫고 피식 웃음을 흘렸다.
“내가 말을 잘못했군. 코어 보고에 대한 보상을 아직 못 받았는데 어디로 가야하지?”
-혹시 큐브의 상위 네트워크에서 주는 보상이라면 창고로 가시면 됩니다.
“창고?”
-그렇습니다. 큐브 안에서 창고는 단순히 물건을 보관하는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일정한 대가를 지불하면 큐브의 상위 네트워크를 통해 지구가 있는 은하계의 반대편에 있는 행성으로도 물건을 보낼 수 있습니다.
“그렇군. 그럼 보조 보고자들이 보내는 것도 거길 가면 찾을 수 있겠군?”
-큐브와 큐브사이 뿐만 아니라 상위 네트위크를 통해서 보내는 물건도 창고를 이용하시면 됩니다. 물론 현재 개성큐브에서 다른 큐브나 상위 네트워크로 물건을 보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계신 분은 이소울 유저가 유일합니다.
“좋은 정보 고마워!”
-천만에요. 그럼 건승하십시오.
누가 만들었는지 정말 큐브 시스템의 AI는 뛰어난 것 같았다.
말하는 것도 자연스럽고 유저를 존중해주는 자세는 저절로 친근감이 들게 만들었다.
물론 만든 놈이 그것을 노리고 있었을 수도 있다. 아니 틀림없이 그것을 노렸을 것이다.
소울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면서 창고를 찾았다.
아울렛이나 대형마트처럼 생긴 창고를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커다란 창고의 안팎으로 수없이 많은 창구가 열려 있었지만 아직 창고를 사용하는 길드원은 몇 명 되지 않아 무척 한가했다.
그는 빈 창구로 가서 허공에 떠있는 말풍선을 건드렸다.
-개성큐브 창고에 오신 이소울 유저를 환영합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나에게 보낸 물건이 있을텐데?”
-네, 큐브의 상위 네트워크에서 보낸 물건들이 도착했습니다. 개인 창고를 열어서 직접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말풍선의 말대로 소울은 큐브에 있는 자신의 개인 창고를 열었다.
길드원들이 모아온 정보에 의하면 보통 개인 창고는 인벤토리의 2배, 그러니까 10칸으로 시작한다고 한다.
하지만 소울은 인벤토리의 2배를 넘어 4배에 달하는 100칸이 열려있었다.
그리고 그중에 11칸에 각각 뭔가가 들어 있었다.
그는 개인 창고 옆으로 인벤토리를 열어서 안에 있는 물건들을 몽땅 옮겼다.
손가락으로 쓱쓱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물건이 개인 창고에서 인벤토리로 바로 옮겨졌다.
-창고를 이용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이 애용해주세요.
소울은 자신의 눈앞에 떠오른 말풍선을 한손을 휘둘러 없애버리고는 인벤토리에 담긴 물건을 하나씩 확인해봤다.
제일 먼저 그가 인벤토리에서 꺼낸 것은 코어를 확인하고 보고한 메인 보고자에 주어진 보상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상급 마나건 ‘디스트로이어’였다.
묵직한 무게에 데저트이글(Desert Eagle)만한 크기를 가진 디스트로이어는 권총이라는 무기라고 하기 보다는 예술품에 가까웠다.
금장과 은장이 교묘하게 섞이며 독특하고 화려한 문양이 총구에서 손잡이 끝까지 전체에 걸쳐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명장의 손길이 느껴지는 섬세한 조각과 곳곳에 새겨진 마법진의 아름다운 문양이 합쳐지자 소울은 디스트로이어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디스트로이어에 같이 딸려온 권총집을 꺼내 허리에 차고 디스트로이어를 권총집에 넣고 상태창을 띄우자 디스트로이어가 A급 마나건이라는 표시가 떠올랐다.
“일단 모양은 마음에 드는군.”
수제 명품 대물저격총과 대형권총도 어디 가서 모양이 빠진다고 볼 수 없을 만큼 예술성이 돋보였지만 디스트로이어에 비교할 만큼은 아니었다.
결정적으로 수제 명품 대물저격총과 대형권총은 큐브 안으로 반입이 안됐다.
안 그래도 주 무기로 사용하던 수제 명품 대물저격총과 대형권총이 없어지자 허전했던 판에 이렇게 수제 명품 대물저격총과 대형권총을 단숨에 대체할 수 있는 상급 마나건이 나오자 소울은 마음속으로 만세를 부르고 있었다.
재미있는 것은 디스트로이어에 어떤 짓을 해놓았는지 모르지만 손으로 만지작거리는 것만으로 디스트로이어의 사용법이 머릿속에 각인이 된다는 것이다.
‘저격모드!’
소울은 머릿속에 떠오르는 데로 저격모드를 발동시켰다.
지이이잉 철컥!
순간, 디스트로이어의 총신이 앞으로 쭉 늘어나며 중간에 삼각대가 툭 튀어 나왔다. 그리고 위쪽으로 망원조준경 같은 것이 하나 떠올랐는데 눈으로 살펴보니 이건 무슨 홀로그램처럼, 먼 거리의 형상이 바로 눈앞에 실제로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한마디로 지구의 기술과는 비교할 수 없는 상급 차원의 세계에서 만든 티가 팍팍 났다.
마나건모드, 샷건모드, 오토건모드, 유탄모드 등 여러 가지 모드가 생각나 전부 한 번씩 테스트를 해보고 싶었지만 자신이 있는 곳은 큐브 안이었다.
테스트를 하려면 북쪽 게이트를 통해 노스폴 평원으로 가야했다.
일단 디스트로이어를 권총집에 집어넣고 다시 인벤토리를 열었다.
아직 확인할 것이 10개나 남아 있었다.
밥을 안 먹어도 배부르다는 소리가 나올 법 했다.
소울은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푸티나의 등 위로 올라탔다. 그리고는 큐브 광장 북쪽에 있는 게이트를 향했다.
게이트를 통해 노스폴 평원으로 나오자 그를 따라오던 본이 해골전투마를 꺼내 올라탔다.
[강이 있는 곳을 향해 천천히 가자.]
[예스, 마이로드.]
[꾸잉!]
[규! 알겠어요. 제가 정찰을 할게요.]
소환수들이 자신의 말에 하나씩 대답을 하자 그는 더 이상 주변의 일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
이제부터는 코어를 확인하고 메인 보고자로 소울넷에 보고하면서 이름을 올렸던 보조 보고자들이 약속하고 보낸 선물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그는 마치 산타클로스를 기다리는 어린 아이의 심정으로 인벤토리에 담긴 물건을 하나씩 꺼내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꺼내 본 것은 칼라볼그가 보낸 화려한 문양의 검 한 자루였다.
소울브레이커 - 영혼까지 베어버린다는 전설의 마법검을 완전하게 복제한 레플리카(replica)다. 진품의 성능에 비해 거의 떨어지지 않는다는 평가로 인해 엑설런트 기사들의 많은 사랑을 독차지한 히트작품이다.
인벤토리에 들어갔다 나오게 되면 어김없이 붙는 상세설명을 통해 칼라볼그가 보낸 검의 정체를 확인할 수가 있었다.
소울브레이커라는 이름에 혹시나 했던 소울은 ‘역시 짝퉁이구나.’ 하는 생각에 피식 웃음을 흘리고 말았다.
부웅 부웅 휘익 휘익!
하지만 곧 자신의 생각이 잘못됐다는 것을 깨달았다.
소울브레이커는 진품을 완벽히 복제해냈다는 말처럼 정말 제대로 된 검이었던 것이다.
특히 소울브레이크에 마나를 불어넣자 검신이 진한 남색으로 빛나는 것이 왜 마법검이라고 하는 지 알 것 같았다.
두 번째로 꺼낸 것은 세이지가 보낸 검은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풀 플레이트 아머였다.
둠 플레이트 – 형태변환이 가능한 마법갑옷이다. 정장, 평상복, 파티복, 전신갑옷, 팔찌, 다섯 가지로 형태변환이 가능하다. 대 마법 방어진과 대 물리 방어진을 비롯한 각종 보조마법들이 인챈트 되어 있어 방어력이 높다. 가격 대비 성능이 뛰어난 인기 양산품 중 하나이다.
세이지에게 특별히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생각보다 자신에게 꼭 필요한 물건을 보내줬다.
평상시에는 팔찌로 차고 있다가 전시에는 바로 풀 플레이트 아머로 바꿔서 장착을 할 수 있는 마법갑옷은 각가지 마법이 걸려 있어서 방어력이 뛰어나다고 했다.
물론 테스트를 해봐야겠지만 오우거 가죽갑옷 보다는 좋은 방어구가 아닐까 기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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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유쾌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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