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OULNET-308화 (308/492)
  • 00308  제 77 장 - 개성큐브  =========================================================================

    “그러니까 내가 특혜를 받았다는 말이군.”

    -그렇습니다.

    뭐 나쁘지는 않았다.

    다른 사람들은 인벤토리가 다섯 칸으로 시작하지만 자신은 스물다섯 칸으로 시작한다니 나쁠 이유가 전혀 없었다. 아니 오히려 소울넷의 중급 유저인 것을 감사해야 할 판이었다.

    소울은 미소를 지으며 인벤토리에서 청동검을 집어 들었다.

    그러자 자신의 손에 청동검의 차갑고 무거운 손잡이가 잡혔다.

    휘익 휘익!

    양쪽으로 몇 번 휘둘러보니 좀 짧긴 하지만 꽤 균형이 잘 잡힌 좋은 검이었다.

    물론 청동으로 만들었으니 오래 사용하긴 애초에 글러먹은 검이기도 했다.

    -튜토리얼 퀘스트를 클리어 한 유저에게 초심자 퀘스트와 초보자 퀘스트를 권장합니다. 초심자 퀘스트를 받으시겠습니까?

    소울은 고민하지 않고 바로 초심자 퀘스트와 초보자 퀘스트를 차례대로 받았다.

    그리고 초심자 퀘스트를 먼저 시작했다.

    -초심자 퀘스트를 선택하셨습니다. 먼저 방어구 상점으로 가서 가죽장갑 하나를 구매하도록 합시다.

    소울은 일단 시키는 대로 하기로 마음먹고 미니맵을 확인했다.

    미니맵을 선택해서 확장하자 방어구 상점이 어디 있는지 금방 알 수 있었다.

    방어구 상점을 찾아 가죽장갑 하나를 구매하고 보상을 받은 소울은, 그렇게 초심자 퀘스트에서 시키는 대로 무기 상점, 잡화 상점, 마법 상점, 의복 상점, 신전, 창고, 경매장, 아카데미, 야외경기장, 게이트 등을 차례로 방문하고 보상을 받았다.

    초심자 퀘스트를 끝내자 이제 소울은 제법 그럴듯한 무장을 갖출 수 있게 됐다.

    튜닉에 가죽샌들을 신고 청동검을 든 것은 그대로지만 그 위에 싸구려 가죽으로 만든 흉갑, 장갑, 투구, 방패까지 무장을 하게 된 것이다.

    튜토리얼 퀘스트와 초심자 퀘스트만으로 이 정도로 무장을 갖추게 된 것을 보니 확실히 처음 선택이 나쁘지 않았다.

    거기에다 퀘스트 2개를 클리어 하면서 보상으로 받은 큐브 코인 300c는 현 시점에서 절대 적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는 일단 여기서 한번쯤 숨을 돌리고 가기로 했다.

    광장 중앙의 분수대로 가자 각 레기온의 대장과 공격대 대장들이 모여서 열심히 회의를 하고 있었다.

    소울이 다가가자 그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서 군례를 올렸다.

    “마스터!”

    “편하게 쉬어.”

    “네, 마스터!”

    그들의 군례를 한 손을 들어서 화답한 소울은 분수대에 걸터앉아 제1 레기온 대장 김민호에게 보고를 들었다.

    “튜토리얼 퀘스트와 초심자 퀘스트까지는 큐브 1층에 국한된 퀘스트이고 초보자 퀘스트부터 본격적인 퀘스트란 말이지?”

    “그렇습니다. 이미 초보자 퀘스트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보상을 전부 정리해놓았습니다.”

    김민호가 잡화 상점에서 구매한 종이에다 퀘스트와 보상을 정리해 놓은 것을 소울이 확인했다.

    초보자 퀘스트: 북쪽 끝에 있는 게이트를 통해 노스폴 평원으로 나가 병든 고블린과 부상당한 코볼트 그리고 다 죽어가는 오크를 각각 한 마리씩 잡는다. 파티 가능

    초보자 퀘스트 보상: 최하급 비약 1개, 최하급 힐링포션, 최하급 마나포션, 큐브 코인 500c, 몬스터 사체

    소울은 보고서를 읽어보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다른 것은 다 이해가 가는데 최하급 비약은 뭐지?”

    “그게 각자 받는 것이 다르다고 합니다. 최하급인 것은 동일하나 생명의 비약, 정신의 비약, 투지의 비약, 민첩의 비약 등 이름이 각각 다릅니다.”

    “설마 저걸 먹으면 힘이 세지고, 스피드가 올라가고, 마나가 불어나고, 전투력이 상승한다는 뜻은 아니겠지?”

    “정확히 바로 그런 의미입니다.”

    “뭐시라?”

    튜토리얼 퀘스트와 초심자 퀘스트까지는 대충 분위기를 익혀보려고 일부러 참여했다.

    초보자 퀘스트는 몬스터를 잡는 퀘스트라 어지간하면 참석하지 않고 기본 퀘스트부터 하려고 했는데 어쩔 수 없이 한번 해봐야 할 것 같았다.

    때론 백번 듣는 것보다 한번 경험해보는 것이 더 이해가 빠르기 때문이다.

    특히 초보자 퀘스트 보상으로 주는 최하급 비약 1개가 만약 자신이 생각하는 바로 그것이라면 반드시 하나 얻어서 비교해봐야 했다.

    “마스터, 초보자 퀘스트는 파티가 가능합니다. 그리고 튜토리얼 퀘스트와 초심자 퀘스트를 클리어 한 사람은 최대 5개 까지 퀘스트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그래? 그럼 초심자 퀘스트를 하러 가면서 받을 만한 것이 어떤 것이 있을까?”

    “전직 전까지는 북쪽의 게이트를 통해 노스폴 평원으로 가서 몬스터를 사냥해야합니다. 그러니 그와 관련된 퀘스트를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전직?”

    “네, 그렇습니다. 일정한 레벨이 쌓이면 전직이 가능하다는 정보를 입수했습니다.”

    “별게 다 있군. 그렇다면 일단 초보자 퀘스트를 제외한 4개의 쓸 만한 퀘스트를 추천해봐!”

    “네, 마스터.”

    소울은 기왕 가는 김에 한꺼번에 퀘스트를 클리어 하고 싶은 욕심에 김민호를 통해 4개의 퀘스트를 추천 받았다.

    분수대를 떠나 의뢰소로 돌아온 소울은 김민호의 추천대로 초보자 퀘스트를 비롯한 4개의 무한 반복 퀘스트를 더 선택했다.

    고블린 퇴치 퀘스트: 고블린을 사냥하고 증거를 가져와라. 고블린의 왼쪽 귀.

    코볼트 퇴치 퀘스트: 코볼트를 사냥하고 증거를 가져와라. 코볼트의 앞니.

    오크 퇴치 퀘스트: 오크를 사냥하고 증거를 가져와라. 오크의 왼쪽 새끼손가락.

    슬라임 퇴치 퀘스트: 슬라임을 사냥하고 증거를 가져와라. 슬라임 핵.

    퀘스트창을 열어 총 5개의 퀘스트가 등록된 것을 확인한 소울은 곧바로 의뢰소를 나와 북쪽의 게이트로 걸어갔다.

    광장 분수대에서 정북(正北)을 향해 걸어가면 나오게 되는 게이트는 단 한 곳과 연결되어 있다.

    바로 각종 몬스터들이 무리를 지어 살아가고 있는 몬스터의 천국 노스폴 평원이다.

    직경 5m의 거대한 타원형의 문 안은 연두색으로 빛나는 물결이 찰랑거렸다.

    소울은 게이트를 보자마자 히물레야 산맥의 알라야 분지 북쪽 끝에 있는 화이트 드래곤 히마의 레어가 시작되는 동굴 광장이 생각났다.

    코어를 확인하러 갔을 때, 허공에 떠 있던 물결을 통해 들어갔었는데 지금 눈앞에 연두색으로 빛나는 타원형 문 안의 물결도 그와 아주 흡사해보였다.

    ‘색깔만 없다면 그때 그것과 아주 똑같은 판박이구나. 그럼 그때 봤던 바로 그 물결은 결국 게이트란 말이네. 그것도 차원을 이동하는 차원이동 게이트!’

    일단 노스폴 평원으로 향하는 게이트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차원이동 게이트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나도 부드럽게 차원과 차원 사이를 이동할 수 있었다.

    스팟!

    아무런 어지러움도 없었고 거부감도 없었다.

    뭘 어떻게 했는지는 몰라도 마치 그냥 문을 통과하듯 자연스럽게 이동하게 만든 큐브 시스템의 능력은 정말 대단해보였다.

    “후아! 후아…….”

    몇 번 심호흡을 하자 폐안으로 마나의 향기가 가득 들어오는 것이 느껴졌다.

    이곳도 지구와는 달리 마나가 아주 풍부한 곳인 것 같다.

    하긴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몬스터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줄도 모른다.

    “마스터, 오셨습니까?”

    “아! 마스터?”

    막상 노스폴 평원으로 들어오자 소울은 게이트 바로 앞에 진을 치고 있는 서머너즈 길드 대원들로 인해 마음대로 움직이기가 불편했다.

    “다들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거지?”

    “모든 길드원이 초보자 퀘스트를 혼자서 깰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저희들이 그런 길드원을 위해 파티를 해주려고 대기하고 있습니다.”

    참 좋은 시스템이다.

    물론 이것은 같은 소속의 길드원이기 때문에 가능한 얘기였다.

    소울은 그들에게 자신의 사정을 설명하고 어디로 가는 것이 제일 좋은지 물어봤다.

    “마스터와 같은 능력을 가지신 분에게 사실 이곳은 너무나도 쉬운 사냥터입니다. 그래도 일단 퀘스트를 해야 하니 북쪽을 향해 똑바로 올라가보십시오.”

    “북쪽?”

    “네, 그쪽으로 가면 강이 나옵니다. 물이 있는 곳에 초식동물들이 넘쳐나니 당연히 몬스터도 넘쳐나겠지요. 북쪽으로 올라가면 갈수록 고블린, 코볼트, 오크의 부락이 점점 커진다는 정찰 결과가 있습니다.”

    “거리는 얼마나 되지?”

    “여기서 강까지는 10km 쯤 됩니다.”

    “고맙다.”

    “천만에요. 마스터.”

    소울은 길드원들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일단 게이트 밖으로 나왔다.

    분수대로 간 소울은 트로트와 장난을 치고 있는 푸티나와 정자세로 멀뚱멀뚱 서 있는 본을 데리고 다시 게이트 안으로 들어왔다.

    귀찮게 걸어가는 것보다 푸티나를 타고 빠르게 강가를 다녀올 생각이었다.

    노스폴 평원에 도착한 소울은 푸티나의 등에 훌쩍 올라타더니 본을 쳐다봤다.

    [본, 너도 올라타라. 해골전투마를 타고 가면 너무 시선을 많이 끌 수 있어. 차라리 푸티나를 같이 타고 달리는 것이 시간절약도 되고 주의를 끌지 않는 좋은 방법이야.]

    [예스, 마이로드.]

    본은 푸티나가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이며 허락을 하자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훌쩍 푸티나의 등 위로 올라탔다.

    [푸티나, 북쪽을 향해 달려라.]

    [꾸잉!]

    [까망이는 먼저 북쪽으로 가서 10km 밖에 진짜 강이 있는지 살펴보고 주변에 몬스터 부락이 있으면 찾아놓도록 해.]

    [규! 알겠어요.]

    우두두두두두두!

    푸티나가 노스폴 평원을 질주하기 시작하자 그 뒤로 먼지가 폴폴 올랐다.

    하늘은 맑고 푸르렀다.

    구름은 물결의 파도처럼 줄줄이 이어지며 하늘에 하얀 무늬를 그려 놓았고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은 폐부 속을 씻어 내리는 기분을 만끽하게 했다.

    진동하는 푸티나의 몸을 통해 대지에 퍼져 있는 생명의 기운이 툴툴 솟구쳐 올라오자 소울의 내단이 꿈틀거리며 화답을 하는 것만 같았다.

    그렇게 기분 좋은 상태로 10분을 달리자 눈앞에 커다란 강이 흘러가는 것이 보였다.

    [까망아, 어디야?]

    [규! 강을 따라 상류로 올라오시면 되요. 몬스터 부락이 한 두 개가 아니에요.]

    [그래? 알았다. 푸티나, 들었지? 강을 따라 올라가자.]

    [꾸잉!]

    소울은 까망이가 주는 정보를 따라 다시 10분 정도 강을 거슬러 올라갔다.

    그들 앞으로 까망이가 마중이라도 나온 듯 나타나더니 왼쪽의 평원으로 일행을 이끌었다.

    [규! 이쪽으로 가면 고블린과 코볼트 그리고 오크의 부락이 모여 있는 곳이 있어요.]

    [오오오! 수고했어. 역시 우리 까망이가 최고야!]

    [규! 아잉, 몰라요.]

    소울은 갈수록 귀엽게 말을 하는 까망이로 인해 기분이 더 좋아졌다.

    [참, 나 까망이에게 능력 하나 받아야 하는데 지금 줄 수 있어?]

    [규! 어떤 능력이요?]

    [전에 산동성에서 온 중국 능력자들 잡아 죽였을 때 기억하지?]

    [규! 기억해요.]

    [야오린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던 민첩계 여자 능력자가 가지고 있던 환시(幻矢) 능력을 물려받았으면 좋겠어.]

    [규! 알겠어요. 잠깐만요.]

    까망이는 스스로 능력의 방이라는 이름을 붙인 자신의 몸 안의 한 공간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동안 여러 능력자와 몬스터들로부터 흡수한 각종 능력과 기운들을 구슬에 담아 놓았는데 이미 한쪽은 능력의 구슬로 빼곡하게 채워져 있었다.

    [규! 찾았어요.]

    [그래? 확실하지?]

    [규! 확실해요. 일반화살을 쓰는 것이 아니라 환상처럼 보이는 기운이 담긴 화살을 쏘는 기술이잖아요?]

    [그래. 맞아. 바로 그거야.]

    [호호호, 여기 있어요. 받으세요.]

    소울이 흥분해서 말하자 까망이는 웃으면서 소울의 머릿속으로 능력의 구슬을 집어넣었다.

    소울은 묘한 느낌을 주는 능력의 구슬이 머릿속으로 들어오자 즉시 흡수해서 자신의 능력으로 받아들였다.

    B-급 소환수가 된 까망이의 고유 능력은 바로 각종 기운과 능력을 흡수하고 방출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 능력을 전해주는 것도 어렵지 않은 판에, 하물며 자신의 주인인 소울에게 능력을 전해주는 것은 까망이에게 정말 일도 아니었다.

    그래서 그런지 소울은 까망이에게 능력의 구슬을 받자마자 어떻게 흡수해서, 어떻게 사용하는지 바로 알 수 있었다.

    ‘음, 이제야 환시를 어떻게 사용하는 지 알 것 같군.’

    야오린의 환시 능력을 담은 구슬을 흡수한 소울은 곧바로 자신도 그녀가 쓰는 환시를 쓸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스킬: 환시(幻矢)(중급)

    상태창을 열어 스킬 칸을 살펴보자 분명하게 자신의 능력으로 등록이 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제 쓸 만한 활만 하나 구하면 소울에게는 강력한 원거리 공격능력 하나가 갖춰지게 되는 셈이다.

    새롭게 얻은 능력을 확인하는 사이, 푸티나는 까망이가 일러준 방향을 향해 부지런히 달려 커다란 평원 하나를 사이에 두고 각각 삼각형으로 자리를 잡은 몬스터 부락 3개를 발견할 수 있었다.

    ============================ 작품 후기 ============================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유쾌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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