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OULNET-307화 (307/492)

00307  제 77 장 - 개성큐브  =========================================================================

소울은 옷이 없어서 꼼짝도 못하는 미녀 네 명의 모습을 바라보며 피식 웃음을 흘렸다.

큐브 동쪽으로 가자 상업지구가 나타났다.

무기를 파는 상점에는 칼 모양의 간판이 달려있었고, 방어구를 파는 상점에는 갑옷 모양의 간판이 달려있었다.

간판만 봐도 뭘 파는 곳인지, 뭘 하는 곳인지 바로 알 수 있었다.

그는 일단 옷 모양이 그려진 간판이 달린 상점 안으로 들어갔다.

쇼윈도와 진열장에는 마치 고대와 중세의 옷과 비슷한 다양한 종류의 옷들이 진열 되어 있었다. 하지만 판매원은 단 한 명도 눈에 보이지 않았다.

대신 옷을 파는 상점 안으로 들어오자 곧바로 허공에 자신만 볼 수 있는 말풍선이 하나 떠올랐다.

-개성큐브 1층 의복 상점에 들어오셨습니다. 원하시는 옷을 선택해주세요.

말풍선에 딸려있는 버튼을 누르자 허공에 카테고리 별로 다양한 종류의 옷들이 주르륵 쏟아져 나왔다.

너무 많은 종류의 옷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자 그는 잠시 멍하니 그 모습을 쳐다보고 있다가 문득 오른쪽 위쪽에 정렬 버튼이 달린 것을 발견했다.

‘그렇지. 이 상태로는 하루 종일 걸려도 필요한 옷을 찾을 수 없다. 옵션 별로 정렬을 하는 게 좋겠다.’

일단 정렬 버튼을 누르고 옵션에서 ‘가격’을 찾아 가격 오름차순으로 정렬했다.

그는 몇 가지 옷과 가격을 살펴보다가 곧 제일 위쪽으로 스크롤을 올렸다.

-허름한 튜닉(1c): 허름한 천으로 대충 만든 소매 없는 헐렁한 통짜 옷이다.

소울은 ‘허름한 튜닉’이 마음에 들었다.

속옷과 겉옷을 겸하고 있고, 상의와 하의가 하나로 되어 있는 옷이라 당장 대량으로 구매해서 서머너즈 길드원들에게 입혀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아이템이었다.

무엇보다 마음에 드는 것은 가격이 참 착하다는 점이다.

큐브 코인으로 단 1c 밖에 하지 않는 가격은 당장 오천 벌을 사도 5,000c 밖에 되지 않는다. 물론 이것은 소울이 가지고 있는 소울넷 포인트를 기준으로 했을 때 느끼는 기분이라 포인트가 전혀 없는 사람에게는 여전히 많은 포인트로 느껴질 것이다.

소울 포인트로 환산하니 단 500 소울 포인트만 소비하면 될 것 같았다.

‘이게 좋겠다. 당장 급한 것은 발가벗었다는 부끄러움을 면하는 것이다. 천연옷감으로 만든 좋은 옷과 몬스터 방어구는 나중에 얼마든지 밖에서 조달할 수 있으니까 굳이 내가 사줄 필요는 없어.’

소울은 마음에 결정을 내리자 바로 천연옷감으로 만든 옷과 몬스터 가죽으로 된 갑옷을 입고 있는 길드원들을 모두 불러 들였다.

“여기 상점에서 튜닉을 사서 나눠줄테니 옷이 없는 자들에게 하나씩 나눠주도록 해라.”

“네, 마스터.

소울은 과감히(?) 500 소울 포인트를 5,000 큐브 코인으로 환전해서 오천 벌의 ‘허름한 튜닉’을 샀다.

직접 손으로 옷감을 만져보니 정말 허름한 옷감으로 만들었다는 티가 팍팍 났다. 조금만 격하게 움직이면 바로 쭉쭉 찢어 질 것 같았다.

‘잘못하면 옷사주고도 욕먹겠는데? 이걸 유정아에게 가져다주면 아마 난리가 날 거야. 할 수 없다. 조금 포인트를 더 쓰는 수밖에…….’

소울은 본의 아니게 이런 곳에서 유정아의 눈치를 보게 됐다.

할 수 없이 그는 10 큐브 코인이나(?) 하는 일반 ‘튜닉’을 구매했다.

그런데 막상 하나를 구매하고 보니 금소희와 성유나 그리고 실비아의 얼굴이 자꾸 눈앞에서 아른거렸다.

‘에이, 이왕 사는 김에 금소희와 성유나 그리고 실비아도 튜닉으로 사다줘야겠다.’

쓰는 김에 조금 더 큐브 코인을 써서 튜닉을 네 벌 산 소울은 힘찬 발걸음으로 중앙에 있는 분수대로 돌아왔다.

“마스터, 옷은 사오셨어요?”

“당장 급한 대로 이걸 사왔어.”

“어머, 이게 뭐에요? 튜닉 아니에요?”

“고대 로마 시대에 입던 의복을 팔고 있더라고.”

“호호호, 뭐에요? 그럼 우리 지금 고대의 옷을 입게 되는 거예요?”

실비아가 불만스런 표정으로 뭐라고 한 마디 하려는 순간, 금소희가 웃으면서 튜닉을 받아들고 좋아했다. 그러자 유정아와 성유나도 소울의 손에서 튜닉을 받아 들더니 이리저리 살펴보며 한마디씩 했다.

“입는 게 어렵진 않겠네.”

“여름에는 시원하겠네요.”

그 바람에 실비아의 나왔던 입이 쏙 들어갔다.

세상에서 가장 듣기 좋은 소리가 사랑하는 여인의 샤워하는 소리와 옷을 벗는 소리라고 한다.

하지만 소울이 보기에는 미녀들이 옷을 입는 소리도 그에 못지않게 즐거웠다.

특히 옷을 입는 모습은 의외로 상당히 자극적이었다.

“아!”

소울은 네 미녀가 옷을 다 입자 절로 감탄을 했다.

‘옷이 날개라는 말이 무색해지는구나. 정말 예쁘면 뭘 입어도 날개가 되는구나.’

정말 별것 아닌 디자인의 튜닉이었지만 유정아, 금소희, 성유나, 실비아가 입자, 이건 너무나도 야하고 섹시한 옷이 되어 버렸다.

특히 금소희와 성유나는 자신이 입고 있는 튜닉의 허리끈을 바짝 조여 리본을 만들어 맨 것만으로도 패션깡패라는 말이 절로 튀어나왔다.

서머너즈 길드 소속 길드원의 옷 문제가 해결되자 본은 즉시 연막을 입으로 몽땅 빨아들였다.

이제 시야를 확보한 오천 여명이 튜닉을 입고 떠들어 대자 광장은 순식간에 돛대기 시장처럼 시끄러워졌다.

떠들썩한 모습도 잠시, 소울이 서머너즈 길드의 간부들을 모아 명령을 내리자 다시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어갔다.

오천 여명이 동시에 사방으로 움직이며 속속 정보를 가져오니 중앙의 분수대에 앉아서 정보를 수집하는 레기온과 공격대 대장들을 통해 정보를 규합하는 소울은 금세 큐브 1층 전체의 지도를 만들 수 있었다.

“마스터, 일단 길드원들을 의뢰소로 보내서 튜토리얼 퀘스트를 받게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튜토리얼 퀘스트? 그게 뭐지?”

“튜토리얼 퀘스트는 마치 온라인 게임의 튜토리얼 퀘스트처럼 큐브에 관한 것을 알려주는 기능을 하는 퀘스트입니다. 이 튜토리얼 퀘스트를 모두 마치면 큐브에 빈손으로 들어온 능력자들에게 간단한 의복과 기본적인 무기를 준다고 합니다.”

“무기와 의복의 질은?”

“평범합니다. 튜닉과 가죽샌들, 청동으로 만든 창칼 같은 무기 하나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래?”

소울은 튜토리얼 테스트를 받게 하는 것에 대해 잠시 머릿속으로 생각해봤다.

당장 자신의 능력을 발휘한다면 튜토리얼 퀘스트 따위는 굳이 받지 않아도 될 것이다.

하지만 서머너즈 길드 소속 능력자들은 모두 자신과 같은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 무엇보다 큐브가 무엇이고 또 어떤 기능을 가지고 있는지 알려면 튜토리얼 퀘스트를 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일단 1주일간 서머너즈 길드에서 독점적으로 개성큐브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하루 정도는 투자해서 차분하게 단계를 밟아 올라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리고 큐브의 분위기를 살펴보려면 바닥부터 하나씩 확인해보면서 정보를 모으는 작업이 꼭 필요했다.

“서머너즈 길드 소속 능력자라면 단 한명도 빠지지 말고 튜토리얼 퀘스트를 받게 하는 것이 좋겠어. 튜토리얼 퀘스트가 끝나면 초심자 퀘스트, 초보자 퀘스트를 차례로 받게 하고 기본 퀘스트부터는 퀘스트를 골고루 분배해서 큐브에서 주는 모든 퀘스트를 하나도 빠짐없이 클리어 하도록 해.”

“아! 그렇게 해서 퀘스트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라는 말씀이시군요.”

“바로 그거야.”

서머너즈 길드에는 여러 가지 특이한 보조능력을 가진 능력자들이 존재했다.

이들은 비록 전투에서는 별 힘을 못 쓰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서 정보를 모으고 전략과 전술을 세우는 데는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소울은 광장 중앙의 분수대에 임시로 베이스캠프를 세우게 하고 큐브 내에 있는 모든 정보를 규합하도록 지시했다.

“마스터, 그럼 우리도 튜토리얼 퀘스트를 받으러 가요.”

“그렇게 하지.”

“초심자 퀘스트와 초보자 퀘스트도 같이 하면 좋겠다.”

금소희의 말에 소울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같이 할 수 있으면 같이 하도록 하자.”

“네, 좋아요.”

밝게 웃는 금소희의 환한 미소에 소울은 순간 심장이 쿵 하는 내려앉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싱그러운 웃음 하나가 치명적인 여인이었다.

하지만 막상 큐브 서쪽의 의뢰소에 들어가자 금소희의 바램대로 일은 진행되지 않았다.

튜토리얼 퀘스트부터 각자 따로 떨어져서 퀘스트를 진행하게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큐브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일반 퀘스트를 진행하기 전에 튜토리얼 퀘스트를 먼저 받아 보실 것을 권장합니다. 튜토리얼 퀘스트를 진행하시겠습니까?

소울은 혹시나 해서 다른 일반 퀘스트를 받아봤지만 어떤 퀘스트를 받아도 큐브 시스템에서는 튜토리얼 퀘스트를 먼저 받아보기를 권했다.

물론 강제로 싫다고 하면 일반 퀘스트를 받을 수도 있었지만 굳이 그렇게 무리하게 퀘스트를 받아야 할 만큼 급하진 않았다.

‘기왕 받는 것 다른 사람과 똑같은 조건으로 한번 받아보도록 하자.’

그는 오우거 가죽갑옷을 다 벗고 다른 길드원과 똑같이 튜닉만 하나 걸쳤다.

맨발인 채로 수락버튼을 누르자 곧바로 그의 몸이 어딘가로 순간이동을 했다.

-튜토리얼 퀘스트를 시작합니다.

말풍선이 새롭게 갱신 된 순간, 소울의 몸은 어느새 아름다운 정원에 들어와 있었다.

“여긴 또 어디지?”

-이곳은 튜토리얼 퀘스트를 진행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공간입니다.

그가 말을 하자 말풍선이 대답을 했다.

“내가 무엇을 물어보아도 다 대답을 할 수 있는 건가?”

-허락된 범위 내에서 무엇이든 대답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먼저 튜토리얼 퀘스트를 진행하시기를 권장합니다. 튜토리얼 퀘스트를 진행하다보면 궁금해 하시는 대부분의 질문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좋아. 그럼 일단 튜토리얼 퀘스트를 진행하도록 하지.”

-탁월한 선택이십니다.

소울은 말풍선의 정체가 무척 궁금했지만 일단 좀 참기로 했다.

그렇게 소울은 개성큐브 내에서 최초의 퀘스트를 진행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튜토리얼 퀘스트는 상당히 유용했다.

큐브 인터페이스를 여는 것부터 시작해서 인터페이스, 상태창, 인벤토리, 스킬창, 퀘스트창, 파티창, 미니맵, 메뉴창, 설정창 등 다양한 큐브 시스템의 기능에 대해 배울 수 있었다.

각 단계 마다 보상으로 큐브 코인을 주고, 튜닉과 가죽샌들 같은 아이템을 줬는데 이것만으로도 튜토리얼 퀘스트를 해야 하는 의미가 생길정도였다.

‘큐브를 통해서 우주에 존재하는 수많은 차원과 세계를 연결하여 여행을 하고, 몬스터와 악의 무리를 제거하여 결국 우주의 영웅이 된다는 설정은 너무 진부한 것 아니야?’

소울은 튜토리얼 퀘스트에서 정의하는 큐브의 존재의미를 보며 피식 웃음을 흘렸다.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큐브를 만든 자들이 세상에서, 아니 우주에서 가장 선한 일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소울은 이런 설정을 곧이곧대로 믿을 정도로 그렇게 순진하지 않았다.

세상은 절대적인 기준으로 나눌 수 없다. 그건 오직 신만이 가능하다.

이쪽에서 악당으로 취급하는 자가 반대편에서는 영웅이 되는 것이 세상이다.

흑백논리나 이분법만으로 세상을 본다면 이미 지구에 존재하는 인류의 반은 자신의 적이나 마찬가지가 된다.

지금도 자신만이 옳다고 주장하는, 상대적인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는 자들로 인해  지구 곳곳에는 테러와 전쟁이 끊이지 않는다.

-튜토리얼 퀘스트를 성공적으로 마치셨습니다. 보상으로 청동(bronze) 무기 하나를 선택하실 수 있습니다.

소울은 자신의 눈앞에 나타난 수많은 종류의 무기를 보면서 뒷머리를 긁어댔다. 무슨 무기를 골라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럴 땐 그저 제일 앞에 나오는 놈을 고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어 숏소드 모양의 청동검을 선택했다.

-청동검을 선택하셨습니다. 인벤토리를 확인하셔서 장비하시기 바랍니다.

소울은 큐브 인터페이스에서 인벤토리를 선택했다.

그러자 허공에 반투명한 창이 나타났다. 인벤토리가 열린 것이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인벤토리를 열면 분명히 다섯 칸이 존재한다고 들었는데 소울이 인벤토리를 열자 이상하게도 다섯 칸이 아니라 다섯 칸짜리가 다섯줄이나 더 있어 모두 스물다섯 칸이 열려 있었다.

“이건 또 뭐야? 왜 인벤토리가 스물다섯 칸이나 있는 거야?”

-이소울 유저는 큐브 시스템이 연결되어 있는 에센스넷의 상위 네트워크의 중급 유저라서 기본 인벤토리 대신 중급 인벤토리가 지급되었습니다.

============================ 작품 후기 ============================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유쾌한 하루 되세요.

선호작, 추천, 코멘트, 쿠폰,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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