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05 제 77 장 - 개성큐브 =========================================================================
국제우주정거장(International Space Station, ISS)에서 생활하던 우주인들이 지구에서 솟구친 하얀 빛의 기둥이 구름을 뚫고 대기권을 벗어나 우주를 향해 뻗어나가는 모습을 보자 놀라서 기겁을 했다.
“제임스, 저것 좀 봐!”
“Oh! my God! 지구에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지?
“아키라, 저 빛의 기둥이 뭔지 알겠어?”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다. 미하일, 카메라 좀 가져와봐. 사진을 찍어야겠다.”
“하인리히, 사진보다는 본국에 먼저 연락을 해봐야 하는 것 아냐?”
…….
그들은 카메라를 가져와 사진을 찍고 지구로 급히 연락을 하는 등 부산한 모습을 보였다.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우주인들이 놀란 함성을 지르고 있을 때, 지구의 궤도를 돌고 있는 각국의 정찰위성과 군사위성에서는 빛의 기둥이 하늘로 솟구쳐 우주로 쏘아져 올라가는 것을 보고는 발원점이 어디인지 찾기 시작했다.
기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곳이 개성이라는 것이 밝혀지자 각국의 정찰위성과 군사위성은 곧바로 한반도로 모여 들기 시작했다.
각국의 정보기관은 개성필드에서 일어난 일이라는 것을 발견하고 곧바로 대한민국 정부에 문의를 하거나 서울 주재 각국 대사관에 연락하여 현재 일어나는 현상이 무엇인지 알아내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이러한 각국의 노력은 대한민국 방송국에서 생방송으로 송출하는 방송으로 인해 무색해졌다.
“정말 경이로운 일입니다. 도대체 이 빛의 기둥은 무엇일까요? 그리고 앞으로 개성필드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리포터조차 놀라서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조차 모를 정도였다.
‘5분 33초!’
개성필드에서 하늘로 솟구친 빛의 기둥이 머물렀던 정확한 시간이다.
“우와아아아!”
“저게 뭐야?”
“이건 또 뭐지?”
“웬 검은 돌이냐?”
“크기가 100m 는 되겠는데?”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왜 갑자기 빛의 기둥이 나타났다가 사라지고 거대한 검은 구조물이 나타나는 거야?”
…….
개성필드를 둘러싼 대 몬스터 장벽의 관문 앞에 모인 수많은 사람들이 원인을 알 수 없는 연속적인 기현상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거듭 감탄성을 터뜨려야 했다.
그나마 직업의식이 투철한 각 방송국의 기자와 카메라맨들이 제일 먼저 정신을 차리고 눈앞에 나타난 거대한 검은 구조물을 경쟁적으로 찍어 방송국으로 송출했다.
“시청자 여러분! 본 기자는 지금 눈으로 보고 있어도 도저히 믿을 수가 없는 기현상으로 인해 심장이 터질 것만 같습니다. 도대체 빛의 기둥에 이어 나타난 이 검은 정육면체의 구조물은 무엇일까요? 마치 검은 대리석이라도 되는 양 표면은 매끄럽기 그지없습니다. 크기도 가로, 세로, 높이가 100m 는 되어 보이고 모양은 보시다시피 정육면체입니다. 갑자기 개성필드는 어디로 가고 이 정육면체의 구조물이 나타났을까요?”
“아! 속보입니다. 현재 강남필드가 사라졌다고 합니다. 다시 말씀 드립니다. 현재 강남필드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강남필드가 있던 장소는 원래대로 구룡산과 대모산만 존재한다고 합니다. 강남필드가 사라진 것은 이곳에서 일어난 현상과 상관관계가 있는 것일까요? 아직은 아무것도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방송국 기자들에 의해 알려진 새로운 사실이 주변으로 퍼져나가기도 전에 서머너즈 길드 본부에서 강남필드가 사라졌다는 보고가 소울에게 다이렉트로 전달되었다.
“확실한 거야?”
“그렇습니다. 정기적으로 정찰을 하는 소울 디펜스 대원들이 직접 알려온 일입니다. 이제 더 이상 강남필드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실비아의 단호한 말에 소울은 고개를 끄덕였다.
놀라운 일이었다.
단순히 코어에 의해 개성필드가 사라지고 그 자리에 큐브가 나타나는 줄로만 알았는데 코어에 연결되어 있던 다른 몬스터 필드까지 사라지게 만들 줄은 미처 몰랐다.
‘이렇게 되면 최소한 2개 이상의, 복수의 몬스터 필드가 코어 하나에 연결되어 있다고 봐야겠군. 아니다. 지금 내가 그런 것에 신경 쓸 때가 아니다. 당장은 눈앞에 나타난 이 큐브에 집중해야할 때야.’
소울은 고개를 살짝 좌우로 흔들어 잡념을 털어 버리고 눈에 잔뜩 힘을 줬다.
가로, 세로, 높이가 각각 정확히 100m 인 정육면체의 검은 큐브가 소울의 눈을 유혹하듯 빛나고 있었다.
결정적으로 그의 눈에만 보이는 말풍선 같은 것이 검은 큐브의 위에 떠올라 있었다.
-차원의 균열이 성공적으로 큐브로 전환되었습니다. 큐브 안으로 진입하시겠습니까?
말풍선 안의 내용을 읽은 순간, 그는 심장이 쫄깃해졌다.
마치 거역할 수 없는 운명의 손길이 자신을 부르고 있는 것 같았다.
‘차려진 밥상을 못 먹는 놈이 병신이지. 이럴 땐 당연히 못 먹어도 고(go)다!’
그는 약간 과장된 몸짓으로 말풍선 안에 그려진 녹색의 수락 버튼을 손가락으로 지그시 눌렀다.
팟!
그의 몸이 그 자리에서 꺼지듯 사라졌다.
“아!”
소울은 자신의 몸이 어디론가 순간이동 되었음을 깨달았다.
눈앞에 보이는 것이 더 이상 대 몬스터 장벽의 관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가 있는 곳은 축구장만한 거대한 광장이었다. 그것도 사방이 매끄러운 검은 대리석으로 덮여 있는 특이한 장소였다.
가로, 세로, 높이가 각각 족히 1km 는 될 것 같은 거대한 광장은 마치 고대 로마나 아테네를 보는 것 같았다.
광장 중앙에는 거대한 분수가 시원하게 물을 뿜어내고 있었고, 사방에는 검은 대리석 같은 돌로 만들어진 커다란 동상과 건축물 등이 즐비했다.
그러나 소울은 주변을 빠르게 한번 둘러보고는 다시는 눈길을 주지 않았다.
그에게는 분수나 동상, 건물이나 각종 구조물이 조금도 중요하지 않았다.
-큐브(시리얼넘버 314159265358)에 최초로 접속하셨습니다.
-큐브에 새로운 이름을 부여할 수 있습니다.
-큐브에 최초로 진입한 특전이 주어집니다.
-큐브를 최초로 발견한 자에게 칭호가 주어집니다.
소울은 눈앞에 떠오르는 말풍선을 보면서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큐브에 최초로 진입을 하게 되면 뭔가 생길 것이라고 하더니 정말 칭호와 특전이 주어졌다.
그는 일단 큐브의 이름을 생각해봤다.
‘복잡할 게 뭐 있어. 개성필드에서 생긴 것이니 개성큐브라고 하면 되지.’
참 심플한 마인드를 가진 남자답게 소울은 큐브에 ‘개성큐브’라는 새로운 이름을 부여했다.
-큐브(시리얼넘버 314159265358)가 ‘개성큐브’로 이름이 바뀌었습니다. 한번 바뀐 이름은 고칠 수 없습니다.
몇 번을 물어봐도 개성큐브란 이름을 바꿀 생각이 없었던 그는 말풍선에서 나오는 수락버튼과 확인버튼을 차례대로 눌렀다.
그리고는 자신에게 주어진 특전과 칭호가 뭔지 확인했다.
- 칭호, 디스커버러(Discoverer, 발견자): 코어를 최초로 발견 & 확인한 자에게 주어지는 영광스런 칭호이다. 큐브상점에서 아이템 구매 시 10% 할인, 판매 시 5% 할증이 붙는다. 큐브 안에서 1회에 한해 부활을 사용할 수 있다.
- 큐브 최초 진입 특전: 1주일간 큐브를 독점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파티를 만들어 초대를 하면 파티원도 같이 이용이 가능하다. 숫자에는 제한이 없다.
정말 ‘악’ 소리 나는 놀라운 칭호와 특전이었다.
디스커버러(Discoverer, 발견자)라는 칭호는 큐브상점을 이용할 때 무조건 아이템 가격의 10%를 디스카운트 받는다. 반대로 아이템을 팔 때는 파는 가격의 무려 5%를 더 받아 낼 수 있다.
거기에다 특혜를 받는 기간은 무한대로 기간 종료가 정해져 있지 않았다.
놀라운 것은 큐브 안에서 1회에 한해 부활을 사용할 수 있다는 말이었다.
이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엄청난 특혜였다. 비록 1회에 한하기는 했지만 여분의 목숨을 가진다는 것이 과연 상식적으로 가능한 일인가?
큐브 최초 진입 특전도 놀라웠다.
1주일간 큐브를 독점할 수 있고 파티를 만들면 숫자에 제한 없이 출입이 가능하다고 했다.
숫자에 제한이 없다면 지금 큐브 밖에서 대기하고 있는 서머너즈 길드 소속의 능력자 오천 명을 파티로 묶어서 큐브 안으로 데리고 올 수 있다는 말이 된다.
‘뭐 이런 미친 혜택이 다 있지? 길드 내에서 구매하는 아이템 모아 10% 내에서 할인된 가격으로 일괄구매하고, 판매하는 것도 5% 내에서 일괄판매하면 엄청난 이익이 되잖아? 거기에다 큐브를 1주일간 독점할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이점이다. 숫자도 제한이 없으니 서머너즈 길드 소속 능력자를 몽땅 데리고 들어와서 사방으로 풀어버리게 되면 엄청난 선점의 효과를 톡톡히 누릴 수 있다.’
잠시 서서 생각을 해보는 것만으로 소울은 자신에게 돌아올 혜택이 엄청나다는 것을 깨달았다.
코어를 보고하면서 받은 천만 소울넷 포인트로 인해 밸런스 붕괴를 걱정한 자신의 무색할 지경이었다.
그는 일단 칭호를 장착했다.
상태창에 칭호가 생기더니 부활에 대한 상세설명이 보였다.
‘부활은 다른 사람을 위해 아껴 둘 수도 있지만 그것처럼 멍청한 짓이 없지. 무조건 부활은 내 자신을 위해 써야한다.’
소울은 1회에 한해 가능한 부활을 아낌없이 자신을 위해 사용하기로 했다.
부활을 자신에게 사용하자 예약부활이 걸렸다.
이제 혹시라도 큐브 안에서 죽게 되면 자동으로 다시 부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는 부활에 대한 얘기는 절대 그 누구에게도 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이런 비밀은 다른 사람이 모르는 게 더 큰 극적 효과를 발생시킨다.
소울은 큐브 안의 광장을 차분히 구경하고 싶었지만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대충 둘러보고 큐브 밖으로 나가기로 했다.
-큐브 밖으로 나가시겠습니까?
큐브에서 나가는 방법은 간단했다.
큐브 안에 들어오자마자 생긴 큐브 인터페이스에서 왼쪽 아래에 있는 문 아이콘을 누르면 큐브 밖으로 나갈 것을 묻는 말풍선이 떠오른다. 수락버튼을 누르면 즉시 밖으로 나갈 수 있었다.
“와아아아아!”
“마스터가 나오셨다.”
“마스터!”
소울은 큐브 밖으로 나오자 환호를 하는 오천 명의 서머너즈 길드 소속 능력자와 수천 명의 소울 디펜스 소속 대원들을 보고는 두 손을 번쩍 들었다.
“서머너즈 길드는 지금 이 순간 개성큐브 안으로 집입 할 것이다. 모두 진입 준비를 하라.”
“네, 마스터.”
오천 명의 능력자가 동시에 대답을 하자 주변의 소음이 일거에 사라져버렸다.
일단 서머너즈 길드의 간부들을 모아서 큐브의 이름을 개성큐브로 정했다는 소식을 전하고 자신과 파티를 하게 되면 당장 큐브 안으로 같이 진입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렸다.
“일반인도 들어갈 수가 있는 겁니까?”
“그건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시도를 해도보록 하지요.”
소울 디펜스 사장 김영신의 말에 국정현이 인상을 쓰며 말했다.
“지금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일단 서머너즈 길드 소속 능력자들과 파티를 해서 우선 진입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국정현의 말에 김영신은 자신이 실수했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
국정현의 말이 옳다고 생각한 소울은 즉시 큐브 인터페이스를 열어 ‘파티창’을 띄웠다.
제일 먼저 각 레기온의 대장을 파티원으로 초대하고, 이어 레기온의 대장들이 각 공격대의 대장을 초대했다.
공격대의 대장들은 각 팀장들을 초대했고, 팀장들은 각 파티의 파티장을 초대했다.
마지막으로 파티장이 파티원들을 초대하자 무려 오천 명이 넘는 서머너즈 길드의 능력자들이 모두 소울의 파티원으로 등록이 되었다.
소울은 파티창의 설정을 만져 서머너즈 길드의 이름을 등록하고 각 레기온과 공격대, 팀과 파티를 정리했다.
그러자 큐브 인터페이스 파티창에 오천 여명의 서머너즈 길드 소속 능력자들의 조직도가 간단하게 만들어졌다.
‘대단하다. 정말 간단하고도 직관적으로 만들어진 시스템이구나. 역시 소울넷이 만든 에센스넷의 큐브 시스템답군.’
이제 남은 것은 레이칸 부족과 투멘 부족이었다.
소울은 레이칸 족장과 투멘 족장 그리고 칸슬로 주술사를 불러 상황을 설명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
“당연히 약속한대로 서머너즈 길드의 외인부대로 들어가겠습니다.”
“그럼 서머너즈 길드의 명령체계를 준수하시겠단 말씀이십니까?”
“그렇게 하겠습니다. 우리 모두 마스터에게 충성을 맹세하겠습니다.”
이미 빛의 기둥과 개성큐브의 등장으로 얼이 빠져있는 레이칸과 투멘 그리고 칸슬로는 소울의 서머너즈 길드 영입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 작품 후기 ============================
* 드디어 큐브가 나타났네요.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제가 다 기대가 됩니다. ^^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유쾌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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