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OULNET-304화 (304/492)
  • 00304  제 76 장 - 큐브의 등장  =========================================================================

    소울은 레이칸이 내민 묵직한 창을 받아들고 이리저리 살펴봤다.

    그가 창을 살펴보는 동안 칸슬로의 자세한 설명이 이어졌다.

    “마스터, 이 창의 이름은 드래곤 스피어입니다.”

    “드래곤 스피어?”

    “네, 이 창의 창촉이 드래곤의 발톱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그게 정말인가?”

    “그렇습니다. 이 창대도 드래곤의 뼈 중 하나로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가만히 칸슬로의 말을 들어보니 창촉은 드래곤 발톱이 확실한데 창대가 드래곤의 뼈로 만들어졌다는 것은 확실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팅 팅!

    손가락 끝으로 창촉을 쳐보니 마치 도자기를 쳤을 때 나는 맑고 깊은 소리가 들려왔다.

    텅 텅!

    이번에는 창대를 손가락으로 쳐보자 마치 안이 빈 대나무와 같은 울림소리가 들렸다.

    “창 치고는 상당히 가볍네요.”

    “그렇지요? 창대가 드래곤의 뼈라는 전설이 내려오기는 하는데 정확히 뭐로 만들어졌는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어지간한 중대형 몬스터도 이 창을 쉽게 막을 수는 없다는 겁니다.”

    “아니 그런 좋은 창이 있다면 당장 사용을 할 것이지. 왜 지금까지 창고에 처박아 놓았지?”

    소울이 의문을 제기하자 칸슬로는 레이칸 족장을 한번 슬쩍 쳐다보더니 작게 소근거렸다.

    “마스터, 그것은 조상들이 이 창을 함부로 쓰지 못하게 여러 가지 제약을 걸어놓았기 때문입니다.”

    “음, 그렇군요.”

    소울은 그 제약이라는 것이 뭔지 듣고 싶지 않았다.

    어쩐지 그것을 들으면 뭔가에 발목이 잡힐 것 같았기 때문이다.

    “드래곤 스피어는 잘 받았습니다. 내가 소중히 잘 쓰도록 하지요.”

    드래곤 스피어를 받아 마땅한 표정을 짓고 있는 소울을 보자 레이칸은 그 뻔뻔스러움에 기가 막혔다.

    조상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귀한 보물을 준 것 치고는 반응이 너무나도 미미했다.

    하지만 레이칸의 심기를 거슬리는 소울의 반응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상급 문신도 지금 전달 받도록 하지요.”

    “그러시겠습니까? 그럼 당장 준비하지요. 레이칸 족장님, 옷을 벗어주세요.”

    “아! 네.”

    칸슬로에게 미리 말은 들었지만 막상 자신의 등에 새겨진 상급 문신을 해제한다고 하니 무척이나 아쉽고 섭섭했다.

    그렇다고 이미 약속한 것을 안 하겠다고 할 수는 없었다.

    레이칸 족장이 옷을 벗고 웃통을 까자 울퉁불퉁한 근육이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꿈틀거렸다. 하지만 배가 좀 나오고 몸에 살이 찐 느낌이 들긴 했다.

    “레이칸 족장님, 등 돌리고 이쪽으로 앉으세요.”

    “네.”

    레이칸은 얼굴을 딱딱하게 굳힌 채 등을 돌리고 의자에 앉았다.

    그의 등 한복판에는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꿈틀거리는 푸른 늑대의 얼굴이 문신으로 그려져 있었다.

    ‘호오, 저것이 상급 문신인 모양이군.’

    푸른 늑대의 얼굴 문신의 사방에는 알 수 없는 기호와 문양이 일정한 간격으로 차례대로 그려져 있었는데 저걸 직접 그리려면 정말 보통 정성이 들어가지 않고는 힘들 것 같았다.

    칸슬로는 들고 온 가죽 가방 안에서 온갖 약병이 가득한 나무상자 하나를 꺼냈다.

    투명한 기름 같은 것이 들어 있는 약병을 든 그는 거침없이 뚜껑을 따고 알 수 없는 짐승의 털로 만든 붓을 들어 안에 담갔다.

    투명한 기름이 잔뜩 묻자 칸슬로는 붓을 꺼내 레이칸의 등에다 투명한 기름을 듬뿍 발라주었다.

    “아후론 카리키나 푸드란 호로산드…….”

    그리고는 도저히 알아들을 수 없는 묘한 주문을 외치더니 자신의 손가락에 상처를 내어 피를 내더니 그것을 레이칸의 등에 그려진 상급 문신 위에 뿌렸다.

    화악!

    신기하게도 칸슬로의 피가 레이칸의 등에 닿자 갑자기 상급 문신에서 푸른 빛이 넘실거리기 시작했다.

    “마스터, 윗도리를 벗고 이쪽으로 앉아 주세요.”

    “그러지.”

    소울은 입고 있던 긴팔티셔츠를 훌러덩 벗어 버리고 역삼각형의 멋진 근육을 드러냈다.

    그는 칸슬로가 가리키는 의자에 앉아 가만히 그가 하는 행동을 지켜봤다.

    칸슬로는 소울의 등에 손을 대고 어디에 상급 문신을 붙일지 고민하는 것 같았다.

    그러더니 곧바로 작고 날카로운 손칼을 꺼내 거침없이 레이칸의 등에 상처를 냈다.

    아니 정확하게 레이칸의 등에 있는 상급 문신의 주변을 원형으로 도려내고 있는 것이다.

    레이칸의 등에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까 바른 투명한 기름으로 인해 레이칸은 전혀 고통을 느끼지 않았다.

    찌이이이이익…….

    칸슬로는 상급 문신 주변을 칼로 원을 그리며 도려내자 레이칸의 등가죽을 손가락으로 단단히 잡더니 조금도 망설임 없이 잡아 당겨서 벗겨냈다.

    생가죽이 벗겨지는 소름끼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레이칸의 표정은 전혀 고통을 못 느끼는지 담담했다.

    “마스터, 이게 말씀드렸던 상급 문신입니다. 여기 보시면 이 부분과 요 부분이 조금 틀어졌습니다. 그래서 아마 100%의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문신강체술의 효율은 어떻게 되지?”

    “일반적인 상급 문신의 80% 정도입니다.”

    “그 정도는 나쁘지 않네. 그런데 여길 이렇게 하면 어때?”

    소울은 까망이를 불러 레이칸의 몸의 체형이 변하면서 뒤틀어진 상급 문신의 문양과 기호를 조금씩 복원했다.

    생기를 조금씩 집어넣고 또 빼는 방법으로 원래의 상급 문신의 모양을 회복시켜 나갔던 것이다.

    “오오오,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 정말 마스터의 능력은 끝이 없군요.”

    칸슬로는 자신의 눈앞에서 처음에 그렸던 것처럼 완벽한 모양으로 회복되는 상급 문신이 그려진 레이칸 족장의 등가죽을 보면서 감탄해마지 않았다.

    힐끗 고개를 돌려보자, 레이칸 족장의 등은 이미 웨어울프의 재생력으로 인해 이미 깨끗한 피부로 회복된 상태였다.

    ‘확실히 웨어울프는 트롤처럼 재생력 하나는 쩌는 놈들이다.’

    소울은 이제 칸슬로의 손길에 몸을 맡기며 뒤로 돌았다.

    차가운 레이칸 족장의 등가죽이 달라붙자 영 기분이 찜찜했다.

    “마스터, 이제 상급 문신이 신체에 투영될 것입니다. 조금 고통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알았어.”

    소울이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을 하자, 칸슬로는 소울의 등에 달라붙어 있는 레이칸 족장의 등가죽, 즉 상급 문신을 향해 또다시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푸르나 흐르나 키나카나 얼이투나 아라크사 타무훈…….”

    소울은 칸슬로가 주문을 외우기 시작하자 차갑고 뜨거운 기운이 등에서 꿈틀대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칸슬로가 말한 대로 그렇게 고통스럽지는 않았다.

    오히려 사우나를 한 후 찬물 속으로 들어간 것 같은 기분 좋은 느낌이 강했다.

    “마스터, 다 됐습니다.”

    “수고했어.”

    소울은 벌떡 일어나 화장실에 있는 전신거울을 향해 걸어갔다.

    등을 돌려 보니 자신의 등에는 레이칸 족장의 등가죽이 찰싹 달라붙어 있었다.

    잠시 고민을 하던 소울은 곧바로 눈을 감았다.

    ‘굳이 찝찝하게 레이칸 족장의 등가죽을 붙이고 다닐 이유는 없다. 상급 문신만 챙기고 등가죽은 제거하도록 하자.’

    그는 그렇게 결정하고 즉시 레이칸 족장의 등가죽 제거에 들어갔다.

    사실 그건 별로 어렵지 않았다.

    상급 문신에서 나오는 기운에 집중하여 자신의 몸에 고정시키고 레이칸 족장의 등가죽은 삼매진화와 같은 순수한 내단의 화기(火氣)를 써서 태워버리면 간단했다.

    칸슬로는 소울이 지금 뭘 하나 구경을 하다가 그의 등에서 불길이 일어나자 자신의 입을 막고 놀라워했다.

    몇 초 지나지도 않았는데 소울의 등에서 더 이상 불길이 치솟지 않자 칸슬로는 조심스럽게 소울에게 다가갔다.

    “마스터, 상급 문신이 없어졌습니다.”

    “아니야. 그 자리에 그대로 있어. 가죽은 태우고 상급 문신은 내가 흡수한 것야.”

    “그, 그게 가능한 겁니까?”

    “이렇게 하면 믿을까?”

    놀랍게도 소울이 등에 힘을 주자 푸른 늑대의 머리가 마치 소울의 등속에서 밖으로 튀어 나올 것 같은 모양으로 나타났다.

    “놀랍군요. 상급 문신의 능력이 100% 아니 120%의 효율을 보일 것 같습니다.”

    “그래? 그거 듣던 중 반가운 소리군.”

    소울은 칸슬로의 말에 환한 미소를 지었다.

    칸슬로는 소울에게 자신의 엄지손가락을 내보이며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였다.

    자신의 등가죽을 생으로 헌납한 기분이 들어 맘이 불편했던 레이칸도 소울이 행한 기사(奇事)에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고 쳐다보고 있었다.

    소울은 상태창을 열어 무장과 스킬을 확인했다.

    무장: 드래곤 스피어(A, 드래곤 발톱)

    스킬: 문신강체술(상급, 웨어울프)

    드래곤 스피어는 A급 무기로 등록됐고, 문신강체술은 예상대로 상급이 되었다.

    그는 만족한 미소를 지으며 레이칸과 칸슬로를 쳐다봤다.

    “감사합니다. 그럼 오늘은 이만 들어가서 쉬시고 내일 아침에 뵙도록 하죠.”

    “네, 마스터. 편히 주무세요.”

    “알겠습니다. 내일 뵙겠습니다.”

    레이칸과 칸슬로는 소울에게 인사를 하고는 방을 나섰다.

    소울도 둘과의 볼일이 끝나자 곧바로 3층으로 걸어 올라갔다.

    자신의 거처로 꾸민 스위트룸으로 문을 열고 들어가자 속이 훤히 비치는 시스룩의 검은 원피스를 입은 유정아가 다리를 꼬고 소파에 앉아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왜 이렇게 늦었어?”

    “내가 늦은 것이 아니라 네가 빠른 거지.”

    “에엥, 설마 지금 나만 급한 거였어?”

    “하하하, 아니야. 나도 좀 급해. 그래도 샤워는 하고 와야겠다.”

    “그럼 우리 시간도 아낄 겸 같이 하자.”

    유정아는 어느새 소울의 옆구리에 찰싹 달라붙어 있었다.

    그녀의 뜨거운 숨소리와 풍만한 가슴에서 열기가 전해지자 소울은 피식 웃음을 흘리며 그녀의 나긋나긋한 허리를 자신의 팔로 감싸 안았다.

    “딱 두 시간만 하자.”

    “그래. 짧고 굵게 가지 뭐.”

    둘은 서로의 입술에 가볍게 입맞춤을 하고는 사이좋게 욕실로 걸어 들어갔다.

    그리고 정말 두 시간 동안 3층의 스위트룸의 침대는 몸살을 겪어야했다.

    오늘은 환하게 달이 떠 있다.

    달 토깽이가 떡방아를 찧는 모습이 손에 잡힐 듯이 선했다.

    참 떡치기 좋은 날이었다.

    * * * * *

    개성필드를 둘러싼 대 몬스터 장벽의 유일한 출입구인 관문 주변은 입추의 여지도 없는 만원이었다.

    어디서 소문을 듣고 왔는지 국내의 방송국과 언론사의 방송용 차량은 거의 빠짐없이 모여 있는 것 같았다.

    관문의 입구에는 아침 일찍부터 중무장을 한 소울 디펜스 대원 수천 명이 중형전술차를 바리게이트처럼 세워 사람들의 접근을 원천적으로 차단한 채 철통같은 경비를 서고 있었다.

    그들의 앞에는 무려 오천여명이나 되는 서머너즈 길드 소속 길드원들이 각 레기온과 공격대를 기준으로 질서정연하게 줄을 맞춰 서서 누군가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한쪽 끝에는 모두 가죽갑옷으로 무장한 육백여명의 레이칸 부족과 투멘 부족의 모습도 보였다.

    성질 급한 기자들은 벌써부터 방송용 카메라로 그들의 모습을 찍어 방송을 내보내고 있었고, 다른 기자들은 어떻게 하던 간부들과 접촉해서 인터뷰를 따내기 위해 이리저리 열심히 뛰어 다녔다.

    부우우우웅 끼이익 끼익 끼익…….

    그때, 소울 디펜스 대원들의 외부 경비를 손쉽게 통과한 소형전술차 몇 대가 안으로 들어와 관문 앞에 멈춰 섰다.

    첫 번째 소형전술차의 운전석이 열리고 실비아가 밖으로 나와 서둘러 뒷문을 열자 안에서 오우거 가죽갑옷으로 무장한 소울이 선글라스를 쓴 채 밖으로 나왔다.

    그 뒤로 푸티나와 본이 차례로 나오고 조수석에서도 비스크가 내렸다.

    두 번째 소형전술차가 도착하자 금소희와 성유나가 내리더니 소울의 뒤쪽으로 다가왔다.

    세 번째 소형전술차에서 두 사람이 내리자 기자들이 일제히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능력자협회 회장 백두원과 능력개발청 청장 지동현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코어에 연결된 차원의 균열이 큐브로 전환되는데 00:01:00 남았습니다.

    ‘시간이 다 됐군.’

    소울은 개성필드 위에 떠 있는 말풍선을 통해 남은 시간이 1분밖에 없다는 것을 확인하자 곧바로 박정일 소울 디펜스 영업 1부 부장에게 신호를 보냈다.

    구르르릉 구르르릉!

    그러자 곧 대 몬스터 장벽의 관문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양쪽으로 열리기 시작했다.

    개성필드 안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오자 소울은 숨을 잔뜩 들이쉬더니 크게 소리쳤다.

    “이제 개성필드가 큐브로 바뀐다.”

    -코어에 연결된 차원의 균열이 큐브로 전환되었습니다.

    개성필드의 말풍선이 바뀌었다.

    푸확!

    순간, 갑자기 개성필드에서 눈이 멀어버릴 것 같은 엄청난 광채가 쏟아져 나오더니 하늘 위로 똑바로 솟구쳤다.

    “우와아아!”

    관문 앞에 서 있던 모든 사람들이 그 엄청난 광경에 놀라서 입을 딱 벌렸다.

    정면 가까이에서는 느낄 수 없을 수도 있었지만 뒤쪽에서 보면 굵기가 100m도 넘을 것 같은 거대한 빛의 기둥이 하늘로 솟구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이 빛의 기둥은 반경 수백km 밖에 있는 사람들도 또렷하게 볼 수 있었다.

    ============================ 작품 후기 ============================

    ** 드디어 큐브 시대가 열렸습니다. ^^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유쾌한 하루 되세요.

    선호작, 추천, 코멘트, 쿠폰,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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