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OULNET-303화 (303/492)
  • 00303  제 76 장 - 큐브의 등장  =========================================================================

    “일단 바실리스크는 뱀입니다. 뱀을 잡는 것은 땅꾼입니다. 우리가 땅꾼의 역할을 하면 됩니다. 예를 들어서 대 몬스터 장벽 한쪽에 바실리스크가 통과할 수 있는 강철로 만든 거대한 파이프를 연결하는 겁니다. 그리고 그 파이프를 통해 나오는 바실리스크의 대가리를 제철제강 회사에서 사용하는 작두 같은 절단기를 이용해서 잘라버리는 겁니다. 스케일이 좀 커지긴 하겠지만 잘만하면 바실리스크의 사체에 전혀 손상을 주지 않고 대량으로 사체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아!”

    회의실의 앉아 있던 모든 사람들이 자신도 모르게 감탄성을 터뜨렸다.

    이건 듣도 보도 못한 기발한 아이디어에 엄청난 스케일을 가진 작전이었기 때문이었다. 문제는 과연 바실리스크의 대가리가 생각처럼 절단기에 잘 잘릴까 하는 것이다.

    “마스터, 그런데 개성필드가 큐브로 바뀐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큐브로 바뀐다면 중대형 몬스터 웨이브도 조금 다르게 전개되지 않을까요?”

    “아마도 그렇겠지요. 하지만 한반도에 몬스터 필드는 개성필드만 있는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개성필드를 제외하고도 9개가 더 있습니다. 가까이는 평양필드와 강남필드가 있겠지요.”

    “아! 그렇군요.”

    질문을 했던 황금보는 곧바로 자신의 실수를 인정했다.

    이후 장내는 바실리스크를 잡기위한 기발한 아이디어들이 마구 쏟아져 나왔다.

    그중에서 소울은 마음에 드는 몇 가지 방안을 놓고 전략전술의 전문가들을 총동원해서 세부계획을 만들어 오라고 결정했다.

    “바실리스크 공략에 대한 것은 이쯤 얘기하도록 하고 몇 가지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합니다.”

    소울은 뜨겁게 달궈진 회의실 분위기를 불구덩이로 만들어 놓을 새로운 의제를 꺼내놓았다.

    “중대형 몬스터 웨이브를 우리만 겪는 것도 아니고 세계의 모든 나라들이 다 같이 겪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언제까지 우리만 정보를 독점하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우리가 가지고 있는 정보를 공개하려고 합니다.”

    “설마 공짜로 그냥 퍼주겠다는 말씀은 아니시겠지요?”

    당장 국정현이 놀라서 묻자 소울은 즉시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물론 공짜는 아닙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주 비싸게 받을 생각은 없습니다. 누구든지 일정 로열티만 내면 얼마든지 가져다 사용할 수 있게 하려고 합니다.”

    “그러니까 그 로열티를 얼마나 받으실 생각인 겁니까?”

    “가능하면 지구의 모든 나라가 직접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저렴한 로열티를 받으려고 있습니다.”

    국정현과 김영신은 서로의 얼굴을 한번 쳐다보더니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소울은 그들의 생각과는 달리 한술 더 뜨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포션 제작 비법을 전격적으로 공개할 생각입니다.”

    “포션 제작 비법이요? 그건 우리 길드에서도 상위 10위 권 안에 들어가는 중요한 기밀이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하지만 포션의 제작방법은 언제가 다 알려지게 될 정보입니다. 우리는 남들보다 조금 더 빨리 공개를 하는 것뿐입니다.”

    사실 포션은 우주의 여러 차원과 세계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만들어 지고 있었다.

    그중 가장 안정적이고 효과적으로 알려진 것은 신전에서 신관들이 자신의 신성력을 쏟아 부어 만든다는 신성포션과 트롤의 피를 정제해서 만드는 힐링포션이 있다.

    물론 이밖에도 엘프들이 세계수의 가지와 각종 약초를 배합해서 만드는 엘프포션과 드워프들만의 비전으로 알려진 힐링석수 등도 꽤나 유명하다.

    그러나 역시 가장 보편적으로 알려진 포션은 신성포션과 힐링포션이었다.

    소울은 이중 트롤의 피를 정제해서 만드는 힐링포션 중 하급 포션의 제조비법을 공개할 생각이었다.

    “공개할 포션의 제조 비법 등급은 일단 하급입니다. 그래야 각국에서 자체적으로 일정양의 포션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제조 비법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중대형 몬스터인 트롤을 쉽게 잡을 수는 없으니 생산량은 그리 많지 않을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중급과 상급 포션 제조 비법은 당장 풀 생각이 전혀 없으니 오히려 우리에게 중급과 상급 포션을 사려고 구매자들이 몰릴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무엇보다도 파이가 커지겠군요.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더 잘 먹는다고 포션을 써서 효과를 본 능력자라면 중급 포션과 상급 포션을 구매하는데 돈을 아끼지 않을 거예요.”

    소울의 말에 유정아가 맞장구를 치자 다들 부정적이었던 생각이 조금씩 긍정적으로 변해갔다.

    “마석을 이용해 무기와 방어구에 오러와 마나의 전도율을 높이는 비법도 공개할 생각입니다. 이것도 역시 등급은 하급부터 시작합니다.”

    “처음부터 너무 많은 것을 푸는 것이 아닐까요?”

    “뭐 그렇게 볼 수도 있습니다만 당장 중대형 몬스터 웨이브를 눈앞에 두고 있는 상황이니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우리가 보따리를 먼저 푸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합니다.”

    소울의 말에 다시 유정아가 적극 찬성했다.

    “좋은 생각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정보가 우리에게는 그렇게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일단 파이가 커져야 나중에 작게 잘라 먹더라도 배부르게 먹을 수가 있는 법입니다. 소울 연구소에서 간단히 시뮬레이션을 해본 결과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소울 연구소는 유정아가 연구소장으로 있는 서머너즈 길드의 종합연구소이다.

    개인적인 연구를 소망공작실에서 한다면 서머너즈 길드와 소울 디펜스를 위한 공적인 연구는 소울 연구소에서 한다.

    해당 사항의 전문가인 유정아가 대놓고 소울을 두둔하자 다른 간부들은 감히 반론을 제기할 수 없었다.

    덕분에 소울은 편하게 자신의 주장을 계속 끌고 나갈 수 있었다.

    “이번에 직접 중대형 몬스터와 전투를 해보니 생체실드 중화탄의 등급과 몬스터의 등급이 같아야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현재 생체실드 중화탄 C급을 소울메탈에서 만들고 있는데, 소망공작실에서 생체실드 중화탄 B급을 제작하도록 하세요.”

    “네, 마스터.”

    소망이 잔뜩 기합이 든 자세로 일어나 크게 대답을 했다. 그러자 소울은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손을 움직여 앉으라고 말했다.

    그제야 자신이 너무 긴장했다는 것을 깨달은 소망이 얼굴을 붉히며 슬그머니 자리에 앉았다.

    “그렇다고 소울메탈에서 생체실드 중화탄 C급만 만들 수는 없을 겁니다. 일단 생체실드 중화탄은 주문과 각 등급에 상관없이 최대한 많이 만들어 놓도록 하세요.”

    “네, 그렇게 지시하겠습니다.”

    소울메탈의 운영은 일단 유정아가 전담하고 있어 그녀가 대답을 해야 했다.

    그녀의 얼굴을 보며 소울은 몇 가지 도안을 꺼내 나눠주며 말했다.

    “이번에 중대형 몬스터를 상대할 때 발리스타와 같은 공성무기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생체실드 중화탄을 응용한 생체실드 중화볼트를 만들어 사용하면 어떨까 합니다. 물론 생체실드 중화투창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생체실드 중화볼트와 중화투창이요?”

    김영신은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김영신은 어차피 능력자가 아니기 때문에 그의 의견은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서머너즈 길드의 간부들이었다.

    “어련히 마스터가 잘 알아서 준비했을까 믿음이 생깁니다. 전 시도해볼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중대형 몬스터를 상대할 무기가 더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국정현과 레기온 대장들이 하나씩 찬성을 하자 소울은 크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유정아를 바라봤다.

    그러자 유정아도 고개를 끄덕이더니 찬성표를 던졌다.

    “소울 연구소에서 발리스타와 생체실드 중화볼트 시제품을 만들도록 하겠습니다. 물론 생체실드 중화투창도 연구해보죠.”

    “몇 가지 더 급하게 개발해야할 무기가 있습니다. 대 몬스터 전용 액상 화염탄과 소이탄입니다. 이 무기들은 철저히 몬스터의 생체실드를 깎거나 무력화 시키는 용도로 만들어져야 합니다.”

    소울의 말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

    드디어 대 몬스터 전용 무기가 생기게 되었기 때문이다.

    대 몬스터 전용 무기의 필요성은 오래전부터 대두되어 왔다.

    하지만 그동안 능력자들의 능력과 현대무기의 화력에 크게 의지해서 대 몬스터 전용 무기의 개발은 아직 걸음마 단계였다.

    이미 몇 번씩 반복되어 온 몬스터 웨이브로 인해 각국은 보유하고 있는 탄약의 재고가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었다.

    전쟁을 하면 괜히 나라가 망하는 게 아니다.

    막대한 전비(戰費)를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면 결국 정부는 파산하고 나라는 망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각국은 제대로 된 전쟁도 치루지 않고 그저 몬스터 웨이브를 막는데 급급한 상황이었다. 그리고 그 비용은 전쟁을 치루는 전비에 버금갔다.

    한마디로 몬스터 웨이브 때문에 어마어마한 전비를 소모하고 있는 셈이다.

    이번에 세계 능력자협회 회장 오라클이 예언한 중대형 몬스터 웨이브에 나타날 몬스터들은 대부분 생체실드를 사용할 수 있는 강력한 놈들이다.

    소형 몬스터들은 그럭저럭 현대 화약무기가 잘 먹혔지만 중대형 몬스터들까지 잘 먹히리란 보장은 없다.

    현대 화약무기가 강력한 화력을 집중 투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만큼 제조비용과 단가가 높다는 약점도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도 화력을 집중 투사를 하는 만큼 땅에 돈을 들이 쏟아 붓는 것과 마찬가지다.

    예상되는 중대형 몬스터 웨이브 방어예산은 미국 같은 천조국 정도가 아니면 아마 감당하기가 쉽진 않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등장하는 대 몬스터 전용무기, 특히 대 중대형 몬스터 전용무기는 지구의 무기사(武器史)에 큰 획을 긋게 될 것이다.

    “정부에서 군대를 동원하여 몬스터를 쓸어버리면서 무식하게 화력을 쏟아 붓는 일을 과연 얼마나 더 계속 지속할 수 있겠습니까? 모르긴 해도 아마 정부는 지금 거의 한계에 오지 않았나 싶습니다. 앞으로는 집중적인 화력투사보다 효율을 더 중요하게 여기게 될 것입니다. 몬스터 사냥의 패러다임이 새롭게 바뀌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이런 상황에 빠르게 대처하고 적응해나가야 합니다.”

    “네, 마스터.”

    소울의 말에 다들 마음속으로 느끼는 것이 있는지 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렇게 서머너즈 개성지부 2층의 회의실은 해가 지고 밤이 늦도록 불이 꺼지지 않았다.

    * * * * *

    “오래 기다렸습니다.”

    “아닙니다. 덜 바쁜 우리가 오는 게 맞습니다.”

    “그렇게 생각해주니 고맙군요.”

    레이칸 족장은 이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비록 소울이 레이칸 부족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크게 신경을 써주고 거처까지 마련해줬지만 어쩐지 자꾸 자신이 그의 부하가 되어가는 기분이 들어 마음 한쪽이 찜찜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에 비하면 칸슬로 주술사는 참 대단했다.

    이미 그에게 마음을 빼앗겨 버렸는지 아니면 웨어울프의 전통적인 삶을 포기했는지 소울의 비위를 맞추기에 여념이 없었다.

    “식사는 하셨습니까? 아무리 바빠도 몸은 챙기면서 회의를 하셔야지요.”

    “걱정해줘서 고마워!”

    레이칸은 소울이 칸슬로를 대하는 태도도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칸슬로는 레이칸 부족에서 존경받는 주술사이다. 그런데 소울은 마치 친구나 부하처럼 편하게 말을 놓고 있었다.

    아무리 종이 다르더라도 지킬 것은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레이칸 족장님, 무슨 근심이라도 있으십니까?”

    “아닙니다.”

    “그럼 다행입니다. 혹시라도 불편한 것이 있으면 언제든지 말해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레이칸은 소울의 말에 자신도 모르게 긴 한숨을 쉬었다.

    칸슬로가 그의 옆으로 다가와 소울이 보지 못하게 몸으로 가리더니 손가락으로 그의 옆구리를 푹 찔렀다.

    “족장님, 우리 레이칸 부족의 영웅에게 공적에 대한 보상을 해드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 그, 그렇지요.”

    레이칸은 칸슬로의 말에 퍼뜩 정신을 차리더니 자신의 옆에 세워놓은 창 하나를 소울에게 내밀었다.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레이칸 부족의 보물입니다.”

    “그럼 아주 중요한 것인데 제가 이것을 받아도 되겠습니까?”

    “강하고 좋은 무기는 강한 전사만이 차지할 자격이 있습니다. 난 비록 레이칸 부족의 족장이지만 이 창을 가질 자격을 획득하지는 못했습니다.”

    ============================ 작품 후기 ============================

    * 레이칸 부족에게 창을 받았습니다. 과연 어떤 창일까요?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유쾌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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