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02 제 76 장 - 큐브의 등장 =========================================================================
몇 가지 재료로 시험해본다는 말에 칸슬로가 뭘 걱정하는지 알 것 같았다.
하지만 소울은 이미 그 문제에 대한 정답을 알고 있다.
굳이 자신의 피부에 직접 문신을 할 필요 없이 흡수하면 되는 것이다.
“칸슬로 굳이 그럴 필요 없어. 엘리트 전사의 몸에 상급문신을 새긴 후 피부만 떼어내서 내가 흡수하면 되니까 말이야.”
“아! 그런 방법이 있었군요. 그렇다면 당장이라도 가능합니다. 안 그래도 레이칸 족장에게 펼친 상급 문신강체술이, 레이칸 족장이 나이가 먹고 살이 찌는 바람에 맞지 않게 되어 폐기하고 다시 그리려던 참이었습니다.”
“그래? 그것 참 잘됐군. 그럼 언제 가능하지?”
“당장 오늘 저녁이라도 가능합니다. 레이칸 족장도 이번에 가져온 조상의 유물 중 하나를 마스터에게 보상 겸 감사의 표시로 넘긴다고 하니 저녁에 꼭 한번 들려주시기 바랍니다.”
“그렇게 하지.”
“감사합니다.”
칸슬로는 역시 양심이 있는 주술사였다. 그는 주고받아야 할 것에 대해 철저했다.
웨어울프 사이에는 말로만 감사하다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감사하면 항상 뭔가 현물을 줘야한다.
그것도 상대가 원하는 것을 줘야 정말 고맙다는 표시가 되는 것이다.
오고가는 현물 속에 싹트는 우정이라고 해야 할까?
그러고 보면 웨어울프들은 상당히 물질적인 종족이다.
“천만에, 일단 레이칸 부족과 투멘 부족에게는 비스크를 붙여 줄 테니까 어지간한 일은 비스크를 통하면 돼. 어지간한 것은 다 구할 수 있을 거야.”
“저희 레이칸 부족을 구해주시고 이렇게 안전한 거처까지 내 주시니 정말 감사합니다.”
칸슬로는 벌떡 일어나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소울은 그의 인사를 당연한 듯 받고는 지나가듯 한 마디를 던졌다.
“내일 오전 대 몬스터 장벽 앞으로 모든 서머너즈 길드의 대원들이 모여 합동 전술 훈련을 하게 되는데 혹시 레이칸 부족도 참석이 가능할까?”
“물론입니다. 어차피 저희 레이칸 부족은 마스터에게 몸을 의탁을 했으니 이제 제대로 밥값을 해야지요.”
“하하하! 아주 좋은 자세야. 그럼 그 문제는 칸슬로에게 일임하도록 하지.”
“네, 그럼 가서 차질 없이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칸슬로가 다시 한 번 정중히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가자 소울은 속으로 생각했다.
‘괜히 시간 질질 끌 필요 없다. 내일 레이칸 부족과 투멘 부족을 접수한다. 하루라도 그냥 놀리는 것보다 밥값을 벌어 스스로 자립하게 하는 것이 서로 떳떳하겠지.’
소울은 자리에서 일어나 옆의 회의실로 갔다. 곧 간부회의가 열리기 때문이다.
회의실 안으로 들어가자 비서들을 빼고 아직 아무도 온 사람이 없었다.
“마스터, 오셨습니까?”
“응, 다들 들어오라고 해.”
“네, 마스터.”
이동해 비서와 서항아 비서가 밖으로 나가자 실비아가 그에게 생과일주스를 한잔 가지고 왔다.
“머루 주스에요.”
“고마워.”
소울은 실비아를 한번 쳐다보더니 붉디붉은 머루 주스를 마셨다.
진한 머루의 향기가 입안을 가득 채우자 송악산의 정기가 혀끝에서 뛰어 노는 것 같았다.
“맛있네.”
“그렇죠? 한잔 더 드릴까요.”
“부탁해.”
실비아는 소울을 위해 머루 주스를 가지러 밖으로 나갔다.
그 사이 그는 이제 새로 설립하고 있는 ‘소울푸드’에 대해 생각해봤다.
‘카길(Cargill), 아처 대니얼스 미들랜드(ADM), 번지(Bunge) 같은 국제 곡물가를 주름잡는 다국적기업까지는 못 되더라도 최소한 한반도 안에서 굶주리는 사람은 없게 만들어야지.’
사실 소울은 소울푸드로 떼돈을 벌 생각은 없었다.
그저 자체적으로 먹거리를 해결하고 싶은 소박한 꿈이 있을 뿐이다.
스스로 식량을 해결할 수 없는 구조적 모순을 가지고 있는 농업 후진국에다 식량안보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을 쓰고 있지 않고 있는 세계적으로도 아주 특이한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그리고 그 위에 매년 수백만이 굶주림으로 죽어가고 있다는 악명 높은 국가, 북한이 있었다.
한반도라는 좁은 땅덩어리에 7,250만이 넘는 많은 인구가 오밀조밀하게 살고 있는데 만약 몬스터 웨이브나 해양몬스터로 인해 무역로가 막혀 식량의 반입이 안 된다면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이 굶주림에 시달리다 죽어갈까?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이미 몬스터 웨이브로 인한 식량대란의 조짐은 세계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그리고 자국의 국민을 굶게 만들면서까지 식량을 수출할 나라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게 머릿속으로 소울푸드의 미래를 생각하고 있는 사이, 회의실로 서머너즈 길드와 소울 디펜스의 주요 간부들이 줄줄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국정현 사무총장
황금보 홍보부장
유정아 고문
이소망 소망공작실 실장
정일용 고문변호사
김민호 제1 레기온 대장
로날도 제2 레기온 대장
장백두 제3 레기온 대장
오한라 제4 레기온 대장
태산영 제5 레기온 대장
김영신 소울 디펜스 사장
나인권 소울 디펜스 정보부장
두보환 소울 디펜스 보안부장
민정돈 소울 디펜스 관리부장
박정일 소울 디펜스 영업 1부 부장
서이진 소울 디펜스 영업 2부 부장
조중삼 소울 디펜스 영업 3부 부장
남사천 소울 디펜스 영업 4부 부장
리진철 소울 디펜스 영업 5부 부장
…….
“마스터를 뵙습니다.”
유정아와 이십여 명의 사내들이 일제히 고개를 숙이며 한 목소리로 인사하자 소울은 가볍게 고개를 숙이고는 한손을 펴서 앞으로 내밀며 말했다.
“다들 오랜만입니다. 앉으세요.”
모두 착석을 하자 소울은 회의실에 있는 이들과 한 번씩 눈을 마주치며 살펴봤다. 이들은 서머너즈 길드와 소울 디펜스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사람들이다.
하나같이 자신감에 차 있는 모습이 참 보기가 좋았다.
“바로 회의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그동안 내가 개성필드 안에 들어가서 겪었던 일들과 오늘 능력자협회 협회장과 능력개발청 청장을 만난 것까지 얘기하도록 하겠습니다.”
소울은 시간 낭비하지 않고 곧바로 회의를 시작했다.
사실 말이 회의지 일방적으로 그가 그동안 겪었던 일들을 모두에게 설명해주는 것에 불과했다.
하지만 소울의 입에서 거론되는 내용 하나하나는 밖에서 보면 거의 일급 기밀이나 다름없었다.
한 시간 가까이 이어진 소울의 이야기에 회의실은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다들 그만큼 집중해서 듣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모든 것을 곧이곧대로 다 전해주는 짓은 하지 않았다.
코어를 확인해서 소울넷에 보고하여 보상을 받았다던가, 코어를 확인하기 위해 물결 모양의 차원의 문을 통해 들어간다던가, 히물레야 산맥의 지배자가 히마라는 이름을 가진 화이트 드래곤이라던가, 하는 민감한 내용들은 철저히 함구했다.
다만 당장 내일이 지나면 알게 될 차원의 균열이 큐브로 바뀐다던가, 중대형 몬스터 웨이브의 규모와 주력 몬스터인 바실리스크에 대한 정보 등은 빠뜨리지 않고 모두 공개해버렸다.
또한, 레이칸 부족과 투멘 부족의 정체가 웨어울프이며 그들을 내일 서머너즈 길드의 외인부대로 영입할 것이라는 계획도 밝혔다.
소울의 긴 얘기를 들은 간부들은 하나같이 입을 떡 벌리면서 놀라워했다.
차원의 균열 안에 이런 놀라운 세계가 있었는지 몰랐기 때문이다.
“마스터, 정말 살아 돌아오신 것이 기적이군요.”
“맞습니다. 전 와이번이 마스터를 기습해왔다는 얘기를 듣는 순간, 심장이 다 벌렁거렸습니다.”
국정현과 정일용이 놀랐다는 표정을 숨기지 않고 말하자 소울은 피식 웃으면서 다섯 명의 레기온 대장을 쳐다봤다.
“레기온이라는 것은 처음 듣는데 설명 좀 해주겠습니까?”
소울의 의문은 국정현 사무총장이 바로 풀어줬다.
“그동안 서머너즈 길드는 폭발적인 성장을 해왔습니다. 현재 정식 길드원은 이미 오천 명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동안의 느슨했던 조직을 단단히 조이고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서 조직개편을 단행했습니다.”
“조직개편?”
“그렇습니다. 아시다시피 서머너즈 길드는 5인 파티가 기본입니다. 5인 파티 다섯을 모아 팀으로 정하고, 10개 팀을 모아서 공격대라고 불렀는데 이 부분이 너무 비효율적이라 5인 파티 넷을 모아 공격대로 재편했습니다.”
“그러니까 5인 파티 다섯으로 25명이 팀이고 팀 넷으로 100명을 모아 공격대를 만들었다는 말이군.”
“맞습니다. 현재 100명으로 만들어진 공격대가 50개가 있는데 10개의 공격대를 모아서 레기온을 이룹니다. 현재 서머너즈 길드는 5개의 정식 레기온이 있습니다.”
국정현의 말을 들어보니 대충 이해가 갔다.
바뀐 점은 전의 공격대 숫자는 250명이었는데 이것을 100명으로 줄이고 공격대 10개를 묶어서 레기온이라는 이름을 붙였다는 말이다.
소울은 국정현 사무총장을 통해 김민호, 로날도, 장백두, 오한라, 태산영 다섯 명의 각 레기온 대장을 소개받아 인사를 했다.
“그런데 간부회의에 금소희와 성유나가 참석했네요?”
그러고 보니 황금보 홍보부장 뒤에 금소희와 성유나가 얌전히 앉아 있었다.
“금소희 대원과 성유나 대원은 그동안 서머너즈 길드를 위해 기여한 바가 크고 홍보를 위해 꼭 필요한 인재들이라 이번에 홍보부에서 과장으로 승진 발령했습니다.”
“아! 그래요?”
소울은 국정현의 설명에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두 사람이 서머너즈 길드의 대원이라는 이유만으로 이미 대한민국에서 서머너즈 길드의 인기가 급부상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어서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또한, 마스터와의 원활한 연계와 호위, 마스터를 위한 특별한 파티가 필요하다는 인식 아래 실비아 비서, 금소희 과장, 성유나 과장을 마스터와 하나로 묶어서 파티로 만들기로 했습니다.”
“네에?”
소울은 깜짝 놀라서 목청을 높였다가 실비아, 금소희, 성유나 세 미녀의 섭섭하다는 듯 촉촉이 젖은 눈들을 보고는 급히 입을 다물고 말았다.
뭔가 알 수 없는 음모가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하지만 간부회의 중이라서 자신만을 위한 파티에 대한 얘기는 나중에 따로 국정현과 나누기로 하고 넘겼다.
“소울 디펜스 영업부도 확장을 한 모양입니다.”
이번에는 김영신 소울 디펜스 사장이 나섰다.
“남사천 소울 디펜스 영업 4부 부장과 리진철 소울 디펜스 영업 5부 부장을 소개합니다.”
김영신은 남사천과 리진철을 소개하며 현재 소울 디펜스의 전력에 대해 간단히 설명했다.
“소울 디펜스는 이제 북한의 4군단을 완전히 장악해 전력을 재편하고 조직개편까지 마친 상태입니다. 각 영업부는 1개 사단에 해당하는 오천 명의 대원으로 이뤄졌고 국방부의 지원을 받아서 무기와 장비를 교체했습니다. 현재 영업 1부는 개성에 주둔하고 있고 영업 2부, 3부, 4부, 5부는 해주시를 비롯한 황해남도에 주둔해 몬스터를 소탕하고 치안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훌륭하군요. 그동안 정말 수고가 많았습니다.”
“아닙니다. 저희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소울의 칭찬에 김영신은 겸손하게 대답했다.
하지만 눈빛에 어리는 자부심만큼은 숨기지 못했다.
“서머너즈 길드와 길드 산하 소울 디펜스에서 정말 열심히 해줘서 고맙습니다.”
소울은 회의실의 모든 사람들을 한눈으로 아우르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그리고 눈에 힘을 주고는 다음 말을 이었다.
“아까 말씀드린 데로 내일 새로운 세상이 열리게 됩니다. 개성필드가 사라지고 큐브가 열리게 됩니다. 어떤 식으로 바뀔지는 내일 우리 모두가 직접 확인을 하면 될 것입니다. 아침 9시까지 서머너즈 길드의 모든 대원들은 개성필드에 설치된 대 몬스터 장벽 관문 앞으로 모여 있어야 합니다. 또한, 소울 디펜스 영업 1부는 혹시 모를 다른 길드의 큐브 난입에 대비해 철저히 경비를 해야 할 것입니다.”
소울의 목소리가 조금씩 커져가고 있었다.
그것에 맞춰 그의 말을 듣는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몸이 뜨거워지고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그동안 우리는 일방적으로 몬스터 웨이브에 당하기만 해왔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일어나는 중대형 몬스터 웨이브를 이용해 나는 오히려 중대형 몬스터의 사체를 대량으로 얻을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것에 대해 여러분의 좋은 의견을 구하고 싶습니다.”
항상 독특한 발상으로 놀라게 만든 소울의 말에 그들은 이번에는 도대체 중대형 몬스터의 사체를 어떻게 대량으로 얻겠다는 건지 그 방법이 무척이나 궁금해졌다.
============================ 작품 후기 ============================
재미있게 읽어주시고, 추천 한방씩만 꽝꽝! 찍어주고 가세요. ^^
선호작, 추천, 코멘트, 쿠폰,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유쾌한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