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OULNET-301화 (301/492)

00301  제 76 장 - 큐브의 등장  =========================================================================

“에엑, 그건 소망이가 소망공작실이라고 현판 마음대로 만들어서 가져다 붙인 것 아니었어?”

“아닌데, 그리고 소망이가 서머너즈 길드에서 얼마나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데 그딴 헛소리를 하는 거야. 너처럼 맨날 용돈 받아다가 친구들하고 클럽이나 다니며 술 퍼먹고 허송세월 하는 줄 알아?”

“오빠, 가끔 친구들과 클럽도 갈 수 있지. 뭘 그래?”

“그래. 알았다. 넌 그냥 계속 그렇게 열심히 놀아라. 대신 쓸데없는 욕심은 부리지 말고.”

소현이는 소울의 구박에 도끼눈을 뜨면서 소울을 바라봤다.

하지만 소울은 밖에서나 안에서나 이미 갑이었다.

“아니 얘가 어디서 그런 도끼눈을 뜨고 있어? 안되겠다. 아버지! 어머니! 이제 앞으로 소현이에게 용돈 주지 마세요. 혼자 아르바이트 해서 쓰라고 하세요.”

“오, 오빠, 잠깐! 왜 이렇게 성질이 급해? 아빠, 엄마, 이쪽 신경 쓰지 마시고 하던 얘기 계속하세요.”

이대산과 김혜진은 소현이의 말에 오히려 몸을 이쪽으로 돌리더니 슬슬 소현이를 잡기 시작했다.

“장남, 안 그래도 요새 소현이가 버릇이 없어져서 내가 걱정했는데 당장 용돈 끊도록 할게.”

“예전에는 소현이가 집안에서 참 귀염둥이였는데 요새는 집에 언제 들어오는지 통 얼굴을 볼 수가 없다. 새벽에 가끔 술 취해서 나한테 아저씨라고 부른 적도 있었어.”

“네에?”

김혜진의 말보다 이대산의 말이 더 충격적이었다.

새벽에 들어왔다는 것은 올나이트로 클럽에서 놀았다는 것이고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않고 아저씨라고 불렀다는 것은 하도 술을 많이 먹어서 꼭지가 돌았다는 뜻일 것이다.

“이 녀석이 이제 보자보자 하니까?”

소울이 얼굴을 딱딱하게 굳히고 소현을 쳐다보자 소현은 깜짝 놀라서 고개를 푹 숙였다.

잠시 후, 소현이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기 시작하자 소망이가 얼른 진화에 나섰다.

“소현이가 절 얼마나 많이 도와주는데 그래요. 그리고 그날은 제가 아는데 일찍 집에 간다는 것을 선배들이 안 놓아주고 억지로 술을 퍼 먹여서 그런 거예요. 그때 내가 같이 옆에 있어서 잘 알아요.”

“정말이야?”

소울이 인상을 쓰면서 소현이를 다그치자 소현은 소망이를 안고는 펑펑 울기 시작했다.

“아아아앙!”

그 모습에 김혜진이 황당하다는 표정을 짓더니 소울에게 눈짓을 했다.

다 큰 딸이 철딱서니 없이 굴어서 한번 혼이 나봐야 한다고 생각하긴 했는데 막상 어린아이처럼 울어대자 마음이 약해진 것이다.

“꽃등심 나왔습니다.”

그때, 밖에서 꽃등심이 수북하게 담긴 커다란 접시를 든 웨이트리스들이 안으로 들어왔다.

그 소리에 엉엉 울던 소현이 고개를 들고는 냅킨으로 눈물을 닦아냈다. 그래도 꽃등심은 먹고 싶은 모양이었다.

소울은 속으로 킥킥대면서 겉으로는 근엄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소현은 소울의 눈치를 보면서 안절부절못했다.

“아버지, 어머니, 많이 드세요.”

“너도 많이 먹어라.”

“네, 소망이도 많이 먹어라.”

“응, 형도 많이 먹어.”

소울은 소현이를 한번 차갑게 쳐다보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꽃등심 굽기 시작했다.

소현은 뜨거운 불에 익어가는 꽃등심을 보자 침을 꿀떡 삼키며 한편으론 긴장을 했다.

집안에서의 소울의 위상은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대단했다.

큰 오빠에게 마구 소리를 치는 것도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 했을 때나 가능했던 일이다.

집안의 경제권을 누가 꽉 잡고 있고, 자신의 학비와 용돈이 어디서 나오는지 뻔히 알고 있는 소현에게 소울은 곧 생명줄이나 마찬가지였다.

정말 큰 오빠가 화가 나서 당장 용돈 끊으라고 말하면 아버지, 어머니는 당장 끊고도 남을 사람들이었다.

물론 착한 소망이에게 용돈을 강탈하면 되지만 그런 사실이 또 나중에 밝혀지면 도저히 뒷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지금은 그저 큰 오빠의 처분을 바라고 납작 몸을 낮춰야할 때였다.

“오빠, 내가 잘라줄게.”

소현은 곧바로 자신의 생각을 행동으로 연결하는 기민함을 보였다.

그녀는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소울의 손에서 가위를 뺏더니 다 익은 꽃등심을 가져다가 잘라서 이대산과 김혜진의 접시에 올려놓았다.

그리고는 가장 맛있어 보이는 부분을 소울의 접시에 올려놓았다.

“큰 오빠, 많이 먹어. 내가 세상에서 오빠 제일 사랑하는 거 알지?”

“그랬니?”

“응, 몰라주면 나 무척 섭섭해.”

소현은 꽃등심을 먹고 싶어 환장할 지경이었지만 대를 위해서 소를 희생하는 정신을 발휘해서, 각고의 인내로 위기를 극복하려했다.

꽃등심은 정말 입에서 살살 녹았다.

얼마나 맛있는지 어떻게 그 많은 고기가 입안으로 다 들어가는지 모를 정도였다.

하지만 아무리 맛있는 것도 어느 정도 이상 먹으면 배가 부르기 마련이다.

다들 배가 불러서 이제 꽃등심을 쳐다보지도 않을 때까지 소현은 그렇게 끝까지 꽃등심을 단 한 점도 먹지 않고 서서 웨이트리스처럼 가족들에게 봉사했다.

“소현아, 이제 너도 그만하고 먹어라.”

“아니에요. 오라버니가 아직 더 드셔야 해요.”

“야야! 속 보이까 그만하고 먹어. 이젠 내가 구워 먹을게.”

“아니야. 내가 구울게.”

“어허!”

소울이 소현을 보며 눈을 부라리지 그제야 못이기는 척하고 꽃등심을 자신의 접시에 가져다 놓았다.

그러더니 숨도 쉬지 않고 먹었다. 아니 폭풍처럼 흡입을 했다.

소울은 저렇게 좋아하는 꽃등심을 어떻게 참았을까 하는 생각에 절로 웃음이 나왔다.

“아버지, 어머니, 계시는 곳은 어때요? 살만해요?”

“우리야 뭐 네 덕분에 넓은 집에서 편하게 오순도순 잘 살고 있지.”

“나중에 이곳이 좀 안정이 되면 개성관광 따로 시켜드릴게요.”

“그래. 고맙다. 너도 항상 몸조심하고 지내야 한다.”

“네.”

소울은 간만에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이 무척 즐거웠다.

부모님은 행복하게 잘 지내시는 것 같았고, 소망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은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철딱서니 없는 막내 여동생은 어떻게 하던지 쓸 만 한 놈을 찾아서 빨리 시집을 보내버려야 할 것 같았다. 인물이 안 되니 나이가 차기 전에 빨리 치워버리는 것이 제일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한테 시집보내던지 매제 될 사람에게 좀 미안하네.’

소울은 아직도 살살 자기 눈치를 보는 소현을 보면서 작은 한숨을 쉬었다.

뭐 이해하려고 들면 전혀 이해 못할 일도 아니다.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눌려 지내다가 이제 집안 살림이 확 피고 용돈도 넉넉하게 받게 되자 그동안 못 누렸던 것들을 한꺼번에 누려보자는 심리가 깔려있을 것이다.

아직까지는 도를 지나치게 하진 않아서 그냥 가만히 내버려뒀지만, 아무래도 여자라서 어느 정도 적당한 제어는 꼭 필요할 것 같았다.

“앞으로 소현이는 소망이를 도와서 소망공작실에서 일하도록 해!”

“지금도 일하고 있는데?”

“말로만 일하면서 돈만 챙겨가지 말고 하루 8시간씩 주 5일 동안 정확하게 일하란 말이야.”

“그럼 풀타임인데?”

“월급 줄 테니까 제대로 일해. 알았지? 이번에 너 하는 것 보고 네 처우에 대해서 결정할 테니까 그리 알아.”

“정말?”

소울은 소현의 물음에 대답을 하지 않았다.

말을 안 들으면 그냥 용돈을 끊어버리면 된다.

요새 돈쓰는 재미가 든 그녀에게 용돈을 끊는 것은 마약중독자가 약을 끊는 것만큼이나 고통스런 일이 될 것이 틀림없었다.

“아버지, 지난번에 말씀드린 것 있잖습니까?”

“뭐? 농사얘기?”

“네. 황해남도는 거의 평원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대한민국의 식량안보 문제도 있고 실질적으로 이제 4모작도 가능한 상황이니 이번 기회에 아버지가 새로 설립되는 소울푸드 회사를 한번 맡아서 해보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내가 잘할 수 있을까?”

“그냥 관리만 하시면 됩니다. 사장으로 있으면서 돈 새지 않게 감독해주시고 부정행위가 없도록 감사만 잘 해주셔도 됩니다. 나머지는 제가 능력 있는 전문경영인과 대규모 플랜트 전문가를 섭외해서 자체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해놓겠습니다. 그리고 100% 제 돈으로 투자할 생각이니까 망한다고 해도 별 걱정할 것은 없습니다.”

“에이, 그래도 그렇게 말하면 안 되지.”

“그렇죠. 그러니까 걱정 하지 마시고 편하게 한번 맡아서 일해보시라는 겁니다.”

“알았다. 집에 가서 네 엄마와 한번 의논을 해보도록 하마.”

“네, 그렇게 하세요.”

소울은 이대산의 말에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들, 만약 네 아버지가 소울푸드에 사장으로 취임하면 난 어떻게 하냐?”

“해주시에다 멋진 집을 하나 지어드릴게요. 아니면 김정은의 별장이나 공산당 간부가 쓰던 별장 같은 것을 찾아서 드리도록 할게요.”

“별장? 호호호! 알겠다.”

김혜진은 김정은의 별장이라는 말에 만족한 듯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소울은 가족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가족식사가 끝나자 소울은 직접 헬리포트로 가서 헬기에 부모님과 소현을 태워 서울 세곡동 집으로 돌려보냈다.

소망과 같이 서머너즈 길드 개성지부에 도착한 그는 서항아 비서를 불러 소망을 인계했다.

“소망아, 서 비서를 따라가서 좀 쉬고 있어. 이따 간부회의가 시작되면 부를 테니까.”

“응, 알았어. 이따 봐!”

손을 흔들려 멀어지는 소망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소울은 칸슬로를 만나기 위해 2층 응접실을 찾았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칸슬로가 맥심 잡지를 보고 있다가 벌떡 몸을 일으켰다.

“마스터, 부르셨습니까?”

“오래 기다렸지?”

“아닙니다. 흥미로운 책들이 많이 있어서 그럭저럭 재미있게 시간을 보냈습니다.”

“하긴 그런 것을 보고 있으면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르게 되기도 하지. 가족식사가 있어서 당장 몸을 뺄 수는 없었다. 일단 앉지?”

“네, 마스터.”

소울과 칸슬로는 서로를 마주보고 소파에 앉았다.

“차를 한잔 마시도록 하지?”

“네, 좋습니다.”

비서를 시켜 차를 내오도록 해서 둘은 잠시 느긋하게 앉아 따뜻한 차를 즐기며 금 같은 침묵을 지켰다.

“숙소는 어떤가? 마음에 들어?”

“아주 좋습니다. 이런 곳에서 살 수 있다는 것이 정말 꿈만 같습니다.”

항상 적의 습격에 대비해 긴장을 하면서 살아야 했던 고향 땅과는 달리 이곳은 너무나도 평화롭고 안전했다.

칸슬로는 마나가 좀 희박하다는 느낌이 드는 것을 빼고는 이곳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지금 있는 곳은 임시 숙소일 뿐이야. 나중에 제대로 된 타운을 하나 만들어 주도록 할게.”

“네에? 정말이십니까?”

“당연하지.”

“감사합니다. 마스터.”

칸슬로는 어지간히 기쁜지 벌떡 일어나서 깊이 고개를 숙였다.

인간형으로 변한 칸슬로는 얼핏 보기에 쉰 살 전후의 나이로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웨어울프의 특성이 다 사라지진 않아 아주 박력 있고 거친 수컷의 향기가 풍겼다.

카바레나 성인 나이트클럽 같은 곳을 가면 인기가 폭발하지 않을까 싶었다.

“참 그런데 저를 보자고 하셨다면서요?”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있어서 불렀어.”

“그게 뭡니까?”

“웨어울프들이 하는 문신에 관해서 좀 물어보려고.”

“문신이요?”

칸슬로는 갑자기 소울이 문신에 대해 묻자 고개를 갸웃거렸다.

“혹시 칸슬로는 문신강체술에 대해 잘 알고 있나?”

“물론입니다. 레이칸 부족의 전사와 엘리트 전사들에게 문신을 그려준 게 바로 전데 모를 수가 없지요.”

“그렇군. 칸슬로가 알고 있는 문신강체술의 등급은 어느 정도지?”

“등급이라면 아마 상급 정도 될 겁니다. 최상급을 펼치려면 준비할 재료가 만만치 않아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지요. 하지만 상급 문신강체술을 펼치는 것은 당장이라도 그렇게 어렵지 않습니다.”

칸슬로의 자신 있는 말에 소울은 자신의 무릎을 탁 치며 좋아했다.

“호오! 그거 정말 잘됐군. 나한테 상급 문신을 해줄 수 있겠나?”

“마스터에게요?”

“왜? 문제가 있어?”

“아닙니다. 그건 아닙니다만 문신강체술은 원래 웨어울프들에게 특화된 술법이라 마스터에게 맞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몇 가지 재료로 시험을 해본다면 확실히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제야 소울은 칸슬로가 이미 자신의 정체를 파악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자신의 정체를 파악했다고 해도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여전히 소울은 레이칸 부족의 정식 주술사이고 레이칸 부족의 생사를 쥐고 있는 갑의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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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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