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OULNET-300화 (300/492)

00300  제 75 장 - 갑(甲)이 되기 위한 준비  =========================================================================

소울은 절대 핵무기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아니 이 자리에 모인 세 명 모두 핵무기를 쓰는 것은 절대 반대였다.

“그럼 대량살상무기는 어떤 것을 말하는 겁니까?”

“대 몬스터 장벽 안에다 대전차지뢰와 중대형 클레이모어를 잔뜩 깔아두고 네이팜탄과 백린탄 같은 소이탄을 대량으로 터뜨리는 겁니다. 뭐 화염방사기 같은 것을 지속적으로 쏴도 좋고요.”

“그럼 초토화 작전을 벌이자는 말씀이십니까?”

“비슷합니다. 중요한 것은 포격보다는 네이팜탄이나 백린탄 같은 소이탄을 주로 쓰는 것이 효과적이란 말입니다.”

“포격보다 화공이 더 효과적이란 말이군요.”

“쉽게 말하자면 그렇습니다.”

그제야 백두원과 지동원은 소울이 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인지 대충 알 것 같았다.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겠지만 대량으로 생산을 하려면 꽤 많은 네이팜유와 화학원료가 있어야겠네요.”

“네이팜탄이라고 해서 꼭 네이팜유만 사용하란 법이 있나요? 그리고 국내에 비축된 화학원료는 아마 생각보다 꽤 많이 있을 겁니다. 세계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생화학전력을 가지고 있는 나라니까 그 정도는 충분히 생산할 수 있을 겁니다.”

“하긴 중화학공업이 발달한 나라니까 작정하고 만들면 어마어마한 양을 생산할 수 있을 겁니다.”

일반적으로 세계에서 미국, 러시아 다음으로 강력한 생화학전력을 가지고 있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혹자는 이미 다 폐기해서 국내에는 더 이상 없다고 하는데 그거야 말로 믿거나 말거나이다.

설사 정말 다 폐기했다고 하더라도 제조비법까지 같이 폐기해서 없앤 것도 아니고 국내에 비축된 화학원료의 양이 절대 적지 않다는 것을 감안하면 언제든지 만들려고 맘만 먹으면 대량생산을 할 수 있다.

“기왕 얘기가 나왔으니 하는 말입니다만 몬스터도 엄연히 생명체입니다. 대 몬스터 장벽으로 사방이 가로막힌 상황에서 화학무기를 사용하면 저들도 분명히 어느 정도 피해를 입게 됩니다. 특히 바실리스크는 기본 형태가 뱀입니다. 파충류에게 온도가 급격히 올라가는 화공은 치명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분명히 세계 어딘가에는 바실리스크 한두 마리 정도는 생포해놓은 능력자협회가 있을 겁니다. 바실리스크의 약점을 알아봐야겠습니다.”

“그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제가 얻은 정보에 따르면 바실리스크는 백반(白礬)을 아주 싫어합니다.”

“뱀이니 당연히 백반을 싫어하겠지요.”

“무슨 이유인지는 증명할 수 없지만 일정양의 백반은 바실리스크의 행동반경을 크게 제한시킬 정도로 위력이 있다고 합니다. 물론 백반을 쓸 필요 없이 소이탄으로 다 태워버리는 것이 정답입니다.”

백반(白礬): 칼륨, 암모늄, 나트륨 따위의 일가(一價) 금속의 황산염과 알루미늄, 크롬, 철 따위의 삼가(三價) 금속의 황산염으로 이루어진 복염(複鹽)을 통틀어 이르는 말. 보통은 황산알루미늄과 황산칼륨의 복염인 칼륨백반을 이른다. 떫은맛이 나는 무색투명한 정팔면체의 결정으로, 물에 녹으며 수용액은 산성을 나타낸다. 매염제, 수렴제 따위로 쓴다. 화학식은 MⅠMⅢ(SO4)2ㆍ12H2O. 비슷한 말은 명반(明礬).

바실리스크가 백반을 싫어한다는 정보는 칸슬로 주술사에게 들은 얘기였다.

바실리스크의 약점을 찾기 위해서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 나온 말 중 하나였다.

하지만 바실리스크가 백반을 싫어한다고 해서 백반으로 바실리스크를 죽일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이런 방법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대 몬스터 장벽의 한쪽에 바실리스크가 통과할 수 있는 커다란 파이프를 길게 만들어 놓는 겁니다.”

“그걸 만들어서 어떻게 하자는 말입니까?”

“바실리스크가 하나씩 기어 나올 때마다 잡아 죽여야지요. 제철소나 제강소에서 쓰는 커다란 작두 같은 놈을 입구에다 가져다 놓고 대가리만 잘라도 되고요. 자동으로 잘리면 아마 처리 시간이 더 빨라질 겁니다.”

“가만, 그 방법을 쓰면 바실리스크의 사체를 거저 얻을 수 있어서 좋겠네요. 그런데 커다란 작두 같은 것으로 과연 바실리스크의 가죽을 자를 수 있겠습니까?”

“그거야 테스트를 해보면 알 것 아니겠습니까? 단단한 철강제품도 숭숭 잘라버리는 놈이니 아마 바실리스크의 대가리 정도는 잘 자르지 않겠습니까?”

일정한 강도와 무게 그리고 속도가 뒷받침이 된다면 얼마든지 가능한 얘기였다.

중대형 몬스터 웨이브에서 몬스터들을 다 태워 죽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적당히 몬스터의 사체와 마석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했다.

“이런 중요한 정보를 저희에게 주시는 이유가 뭡니까?”

“정말 생각해보니 그렇군요.”

백두원과 지동현이 소울을 보면서 질문했다.

그들의 머리로는 소울이 왜 자신들에게 이런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첫 번째는 중대형 몬스터 웨이브를 잘 막아서 피해를 최소화하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좋은 뜻이네요.”

“두 번째는 두 분에게 기회를 드리고 싶어서입니다.”

“기회를 주다니요?”

백두원과 지동현은 무슨 소리인지 영문을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급하게 결정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내일 오전 중으로 제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게 되실 테니까요.”

“무슨 소리인지 지금 알아듣게 설명해보세요.”

“간단한 정보는 드리도록 하지요. 하지만 어차피 설명해도 보지 않고는 믿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까 그게 무슨 소립니까?”

더 이상 시간을 끌었다간 백두원과 지동현이 화를 낼 것 같았다.

소울은 웃으면서 작게 속삭였다.

“내일 개성필드가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 큐브가 나타날 겁니다.”

“몬스터 필드가 사라진다는 말인가요?”

“큐브가 나타나다니요? 큐브가 뭡니까?”

사실은 소울도 보지 못했으니 더 이상 말을 해선 안 된다. 나중에 자신도 몰랐다는 것이 들통 나면 곤란하기 때문이다.

“개성필드가 사라진 자리에 큐브가 나타나면 아마 새로운 방식의 전투가 시작될 겁니다. 아니 몬스터 필드에서는 몬스터와 전투를 벌였지만 큐브에서는 몬스터사냥을 할지도 모릅니다.”

“네에?”

“……?”

백두원과 지동현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의구심을 버리지 못했다.

“큐브라는 것이 생겨서 새로운 방식의 전투가 시작되면 능력자들의 위상에 큰 변화가 오게 되겠군요.”

“역시 협회장님은 예리하십니다. 일단 친한 기자 하나씩 불러서 생방송을 준비하세요. 내일 저희 서머너즈 길드는 큐브가 생기면 제일 먼저 들어가서 안을 확인할 예정입니다. 서머너즈 길드 합동 훈련이라는 제목 정도면 아마 기자들이 와 줄 겁니다.”

“지금 우리보고 서울로 돌아가지 말고 내일 오전까지 여기서 대기하라는 소립니까?”

“그게 싫으시면 지금 돌아가셨다가 내일 새벽에 오셔도 됩니다. 편할 데로 하십시오. 하지만 개성필드가 큐브로 변하는 순간은 꼭 보셔야 할 겁니다. 그걸 놓치면 평생 후회하게 될 테니까요.”

마지막 말은 두 사람에게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하는 다짐 같은 것이었다.

백두원과 지동현은 그런 뜻까지는 몰랐지만 정말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그 현장을 놓치지 않고 꼭 자기 두 눈으로 보고 싶었다.

“스케줄을 조정해야겠군.”

“나도 약속을 몇 개 취소해야겠어요.”

백두원과 지동현은 동시에 마음의 결정을 내렸다.

“내일 큐브가 생기고 난 후에 다시 얘기를 하도록 하시죠. 지금 백날 얘기해봐야 안 믿으면 그만이니 말입니다.”

“이소울 마스터, 지금까지 한 말이 모두 사실이라면 이건 정말 엄청나게 큰 화제를 불러올 것입니다. 오라클이 예언한 중대형 몬스터 웨이브를 근본적으로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 것이나 마찬가지가 아닙니까?”

“그렇게 볼 수도 있겠네요. 이 정보를 가지고 백두원 협회장님이 세계 능력자협회로 가셔서 정보를 공개하면 아마 세계 능력자협회 부회장 자리정도는 따 놓은 당상이실 겁니다. 또한, 바실리스크의 사체를 최대한 확보하여 정부의 중대형 몬스터 웨이브 대책 재원을 마련 할 아이디어를 제공하시게 될 지동현 청장님의 위상도 절대 예전과 같지 않을 겁니다.”

“아!”

“으음.”

소울이 노골적으로 어떤 식으로 이 정보를 가공해서 써먹을지 예를 들어주자 백두원과 지동현의 눈에서 불이 번쩍이는 것처럼 빛났다.

소울은 일단 두 사람에게 열심히 당근을 던져 줬다.

“회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내일 다시 뵐 때까지 그 누구에게도 이 정보를 흘리시면 안 됩니다. 특히 두 분이 믿고 계신 가족과 비서, 보좌관들에게도 절대로 말해선 안 됩니다. 약속해주세요.”

“알겠습니다.”

“절대 말하지 않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내일 다시 뵙죠.”

소울은 둘에게 인사를 하고는 밖으로 나가 이동해 비서와 서항아 비서를 각각 백두원과 지동현에게 붙여줬다.

VIP로 잘 대접하라는 의미도 있지만 철저히 감시를 하라는 의미가 더 강했다.

“마스터, 부모님과 쌍둥이 동생 두 분이 도착하셨습니다.”

“그래? 그럼 만나러 가야지.”

소울은 가족이 왔다는 실비아의 말에 그녀를 따라 2층 접객실로 갔다.

“칸슬로 주술사도 도착해있습니다만.”

“가족이 먼저지. 기다리라고 해.”

“네, 마스터.”

그의 냉정한 말에 실비아는 다시 눈이 몽롱해졌다. 여자들에게는 역시 가족을 우선시 하는 남자가 매력적인 모양이다.

“소울아!”

“아버지, 어머니!”

“형!”

“오빠!”

KBS 방송국에서 했던 이산가족 상봉 생방송도 아니고, 이대산과 김혜진은 소울을 보자 마치 10년, 아니 한 20년 만에 만나는 가족인 것처럼 눈물을 흘리며 끌어안았다.

“아이고, 내 새끼. 그래 어디 좀 보자. 사지 멀쩡하지?”

“하하하, 당연하지요. 제가 좀 튼튼합니까?”

“그렇구나. 그런데 어디서 그동안 뭘 했기에 내 아들의 얼굴이 마치 기생오라비처럼 이렇게 매끈하게 변했지?”

역시 어머니는 강했다.

김혜진은 어느새 이대산을 옆으로 밀어버리고 소울을 품안에 독차지하고 있었다.

“어? 정말이네? 형! 원래 이렇게 잘 생겼어?”

“그래. 임마! 내가 원래는 이렇게 좀 생긴 놈이었어. 그동안 잘 관리를 안 해서 그렇지.”

“오빠, 뭐야 이거. 분명히 나 모르는 무슨 비법이 있지? 가르쳐줘!”

“큰아들, 너 이제 보니 키도 좀 커진 것 같다.”

“데엑, 정말이네. 형! 원래 169.5cm 아니었어?”

“맞아. 오빠 170cm도 못 넘어서 루저(loser)라고 불렀잖아.”

“아니 이 녀석들이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180cm가 못 넘으면 루저라고 말하는 게 언제 적 얘긴데 아직도 그런 키드립을 쳐?”

확실히 서로를 너무나도 잘 아는 가족이라서 그런지 무슨 말을 해도 쉽게 넘어갈 것 같지 않았다. 소울은 일단 앉아서 밥 먹으면서 얘기를 하기로 했다.

“자자, 일단 다들 좀 앉아서 얘기합시다. 아니 꽃등심 좀 구워 먹으면서 얘기를 하는 것은 어떨까요?”

“이거 형이 내는 거 맞지?”

“그럼 내가 불렀으니 내가 내야지.”

소울이 낸다는 말에 이대산과 김혜진은 벌써 자리에 앉았고 소망과 소현도 슬그머니 엉덩이를 의자에 붙였다.

“좋아. 오랜만에 꽃등심으로 배터지게 먹어보자.”

“콜!”

“넉넉히 가져오도록 해라!”

“역시 우리 장남이 최고네.”

꽃등심이라는 말에 다들 입가에 침을 바르며 좋아했다.

고개를 돌려 대기하고 있던 실비아를 쳐다보자 실비아가 고개를 한번 숙이더니 밖으로 나갔다.

“저 예쁘게 생긴 처자는 누구냐?”

“어머니, 실비아라고 제 비서에요.”

“그래? 너 혹시 비서라고 이상한 것 시키고 그러진 않지?”

“네? 무슨 이상한 짓이요?”

소울이 눈을 껌뻑거리고 되묻자 민망해진 이대산이 김혜진의 옆구리를 툭 쳤다.

“아니 당신은 왜 막장 드라마에서 나오는 허무맹랑한 스토리를 자식에게 적용시켜?”

“내가 언제 그랬어요? 처자가 하도 야사시한 눈으로 내 아들을 쳐다봐서 그렇지요.”

“비서니까 쳐다봤겠지.”

“아니에요. 내가 확실히 봤어요.”

별 것 아닌 일로 이대산과 김혜진이 열을 올리자 소울은 고개를 살짝 흔들면서 소망을 쳐다봤다.

“식사 끝나고 간부회의 있다. 너도 참석해. 중요한 일이야.”

“알겠어.”

“오빠, 나는?”

“너는 뭐?”

소현이 소망이만 특별히 대하는 것 같자 샘이 났는지 들이댔다.

“나는 참석 안 해?”

“네가 서머너즈 길드의 간부냐?”

“어라? 그럼 소망이는 간부야?”

“당연하지. 소망공작실 실장이잖아.”

소울의 말에 소현이 크게 놀랐다.

============================ 작품 후기 ============================

*** 벌써 300회가 됐네요. 여기까지 같이 와주신 독자님들의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꾸벅)

재미있게 읽어주시고, 추천 한방씩만 쾅쾅! 찍어주고 가세요. ^^

선호작, 추천, 코멘트, 쿠폰,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유쾌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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