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96 제 74 장 - 신위(神威) =========================================================================
덕분에 인간형으로 변한 그들은 하나 같이 흑형을 능가하는 말만한 성기와 풍만한 가슴을 다 드러내놓고 부끄럽지도 않은 듯 서로의 모습을 보며 낄낄대고 있었다.
다행히 이들도 가죽조끼와 반바지 정도는 모두 하나씩 가지고 있어서 서머너즈 길드 공격대가 도착하기 전까지는 모두 그럭저럭 대충 민감한 부분은 가릴 수 있게 됐다.
“마, 마스터?”
그런데 갑자기 비스크가 그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봤다.
“왜?”
“괜찮으십니까?”
“무슨 말이야?”
소울은 비스크의 당혹스런 표정을 보며 무슨 일인가 하고 오히려 인상을 쓰고 쳐다봤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까망이와 푸티나, 본과 스켈레톤 기병대 그리고 트로트까지 모두 그를 둘러싸고 동물원의 원숭이 구경을 하듯 쳐다보고 있었다.
[본, 무슨 일이냐?]
[마스터의 몸에서 빛이 새어나오고 있습니다.]
[뭐?]
그제야 소울은 자신의 몸을 살펴보고는 대경실색했다.
정말 본의 말대로 자신의 몸에서 하늘을 닮은 맑고 푸른빛이 은은히 빛나고 있었던 것이다.
“마스터, 갑옷에서 연기가 납니다.”
그때 비스크의 말을 듣고 자신이 입고 있는 오우거 가죽갑옷을 살펴보자 가죽의 이음새에 집어넣은 접착제가 타고 있는 것이 보였다.
놀란 소울은 급히 오우거 가죽갑옷을 벗었다.
아니 자신의 몸에 걸치고 있는 모든 옷까지 다 벗었다.
무기와 장비까지 해제해 까망이에게 넘겼다.
그리고는 그 자리에서 눈을 감고 자신의 몸을 관조해봤다.
그러자 차츰 자신의 몸의 상태를 이해할 수 있게 됐다.
‘그동안 온갖 기운을 흡수해서 크기를 키우던 내단이 더 이상 수용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기운들이 내 몸에 꽉차있는 상태로구나. 이 상태로 계속가면 몸이 감당을 할 수 없게 된다. 지금의 내 몸으로는 이 많은 기운을 절대 수용할 수 없다. 방법은 내단을 더욱 압축하고 정제해서 몸 안의 기운을 흡수하는 것이다. 아니면 이 모든 기운을 넉넉히 수용할 수 있는 그릇을 키우는 수밖에 없다. 탈태환골을 해서 몸의 그릇을 키우는 것이다.’
소울은 지금 자신이 아주 중요하고도 위험한 기로에 서 있다는 것을 직감했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지금 당장 해야 한다. 시간을 끌면 끌수록 감당할 수 없는 상태가 오게 되는 것이다.
‘제기랄, 프란시스코에게 중급과 상급의 소울 크리스털을 모두 한꺼번에 적용해달라고 한 게 실수였군. 역시 단계를 차근차근 밟아가지 않으니 이런 부작용이 생기는구나. 하지만 덕분에 난 새로운 단계로 올라갈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소울은 일단 부정적인 생각을 머릿속에서 지웠다.
그리고 긍정적인 생각으로 똘똘 무장했다.
[지금 난 중요한 기로에 서있다. 각성을 하게 될지 탈태환골을 하게 될지 모른다. 내가 눈을 들때까지 나를 지켜라!]
[규! 알겠어요.]
[예스, 마이로드.]
[꾸잉!]
소울의 소환수인 까망이와 본, 푸티나가 일제히 그의 의지에 화답했다.
까망이가 소울의 머리 위에 자리를 잡고 둥둥 떠서 주변을 감시하자 본과 스켈레톤 기마대가 즉시 소울의 주변을 둘러싸 봉쇄했다.
푸티나가 소울의 앞에 거대한 몸을 세워 떡 버티고 섰다.
갑작스런 소울의 소환수들의 행동에 레이칸 족장과 칸슬로를 비롯한 웨어울프들이 크게 동요했다.
하지만 곧 본에게 상황 설명을 들은 비스크에 의해 레이칸 부족과 투멘 부족의 전사들이 모두 소울의 주변에 넓게 포진했다.
그들은 부족을 구한 영웅을 위해 자발적으로 그의 각성을 지켜보며 그의 안전을 지키기로 한 것이다.
이 놀라운 일에 레이칸 족장과 칸슬로 주술사도 고개를 끄덕이며 자연스럽게 동참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서머너즈 공격대가 도착했다.
비스크가 곧바로 다가가 조용히 하라고 말을 하면서 현재 마스터 소울의 상황을 설명하자 서머너즈 공격대 대원들은 모두 자기의 일처럼 기뻐하며 계곡의 양쪽으로 나뉘어 포진했다.
계곡 안은 그렇게 많은 사람과 웨어울프들 그리고 그레이 트롤이 있었지만 그 누구도 말을 하지 않고 오직 한 사람만을 향해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었다.
한편, 자신의 소환수들에게 자신을 지키라고 당부를 한 소울은 곧바로 외부에 대한 신경을 끊고 자신의 내부에 대한 관조를 시작했다.
구슬만한 내단이 어느새 당구공만큼 커져있는 게 보였다.
온몸을 꽉꽉 채운 능력과 기운들이 시시각각 몸 전체에서 꿈틀대고 있는 것이느껴졌다.
궁극의 잠재력 개화를 해주는 최상급 소울 크리스털을 복용했다.
근력, 민첩, 체력, 지혜, 마나, 오러, 소환력, 정령력을 올려주는 소울 크리스털을 중급과 상급으로 해서 각각 복용했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을 프란시스코의 권능을 빌려 한꺼번에 자신의 몸에 적용시켰다.
그러니 지금 얼마나 많은 능력과 기운들이 소울의 몸에 쌓여 있는지 가히 짐작이 될 것이다. 만약 프란시스코의 권능이 관여하고 있지 않았다면 이 기운들은 사지백배로 치달려 그의 몸을 갈기갈기 찢어 놓았을지도 모른다.
‘앞으로는 절대 과식하지 말아야겠다.’
소울은 역시 과식은 위험하다는 진리를 깨달았다.
그는 정신을 집중해서 일단 단전에서 꿈틀거리고 있는 내단에 의지를 부여했다.
‘돌아라! 기운을 흡수해라! 압축하고, 정제해라!’
그의 강력한 의지가 내단에 닿자 당구공만한 내단이 즉시 회전을 시작했다.
웅웅웅웅웅웅…….
회전은 원심력을 발생시키고 흡입력을 만들었다.
내단의 안에 있던 기운들이 강력한 회전에 점점 압축이 되어가고 회전에 의한 흡입력이 외부의 기운, 즉 소울의 몸에 차고 넘치는 기운들을 빨아들였다.
‘된다.’
소울은 자신의 생각대로 진행되어가자 크게 기뻐했다.
하지만 곧 그는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
일부의 기운은 내단으로 들어갈 생각을 전혀 안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차, 근력, 민첩, 체력, 마나, 오러를 올려주는 소울 크리스털의 기운은 내단에 흡수되는 게 맞지만 지혜, 소환력, 정령력을 올려주는 소울 크리스털은 내단에 흡수될 리가 없잖아. 스피릿 파워가 흡수해야지.’
그제야 자신이 지금 뭘 깜빡했는지 깨달았다.
소울은 자신의 스피릿 파워를 정수리에서 일깨워 내단처럼 회전을 시킨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강한 의지로 자신의 몸을 채우고 있는 내단에 흡수되지 않고 있는 기운들을 불러들였다.
처음에는 꿈쩍도 하지 않다가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재차 불러들이자 빠른 속도로 정수리로 모여들었다.
‘아!’
소울은 정수리로 몰려드는 기운이 스피릿 파워로 흡수되면서 일어나는 영적인 고양감에 절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동시에 순간적으로 살짝 열린 직관력으로 인해 소울은 결국 이런 방법으로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무리 스피릿 파워와 내단에서 기운을 흡수해도 새로 개화된 잠재력과 이미 그의 몸을 포화상태로 채운 기운들을 수용하기에는 분명한 육체의 한계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탈태환골 밖에 답이 없구나. 그렇다면 탈태환골을 해야겠지.’
정답을 알게 되자 소울은 그동안 자신이 단단하게 틀어쥐고 있던 몸에 대한 장악력을 살짝 풀어버렸다.
그의 몸은 이미 기운이 포화상태가 되었을 때부터 탈태환골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였다.
창조주의 형상을 따라 만들어졌다는 사람의 몸은 마치 소우주와 같다는 말을 종종 하기도 한다. 정말 그의 몸에 신성이라도 존재하는 것인지, 변화를 허용하자 곧바로 그의 몸은 자신의 격을 스스로 높이기 시작했다.
정신이 각성하는 것처럼 몸도 스스로 각성을 시작한 것이다.
화르르르륵!
일단 외부적으로 보이는 몸의 변화는 소울의 온몸에서 솟구치는 파란 하늘색의 불덩어리가 인두겁을 태우듯 불리의 껍데기 가죽을 태워버리기 시작한 것이다.
한순간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모습으로 변한 소울의 머리카락과 온몸의 털이란 털이 모두 홀라당 타버렸다.
동시에 그의 몸의 안팎이 빠르게 뒤틀리기 시작했다.
우두둑 우두두둑 우두두두둑…….
뼈가 부러져 조각이 났다가 늘어나며 다시 붙고 다시 부러졌다가 새로 붙기를 반복했다.
온몸의 근육이 뻥튀기처럼 불어나더니 마치 몸이 거대한 공처럼 변했다가 다시 가라앉기를 수차례 반복했다.
손톱과 발톱이 빠졌다가 새로 나고 이빨이 몽땅 빠지고 새로운 이빨이 나오기 시작했다.
눈과 귀에서 진물이 흘러나오고 오줌과 똥이 쏟아져 내렸다.
온몸의 피부에서 불순물이 흘러나오고 죽은 피부가 밀려서 떨어져 내렸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채 바닥에 떨어지기도 전에 그의 몸에서 타오르는 파란 하늘색 불꽃을 만나 그대로 증발을 해버렸다.
외적인 부분의 탈태환골도 극적이었지만 내부의 변화는 더 드라마틱했다.
심장이 터질 듯이 커졌다가 다시 작아지면 심혈관과 근육이 새롭게 변해갔다.
폐의 조직이 더 조밀해지고 폐안에 온갖 불순물들이 한순간에 증발했다.
내부의 장기들이 모조리 커졌다가 작아지기를 반복하면서 더욱 강화가 됐다.
뼈의 성분이 변하며 더욱 강하고 단단해졌다. 조직은 조밀해지고 무게는 가벼워 진 것이다.
신경조직은 더 확장되고 혈관은 넓어지고 질겨졌다.
근육은 공처럼 부풀면서 다 끊어졌다가 다시 줄어들면서 붙기를 반복하며 얇고 질기게 압축되어져갔다.
피부조직은 새로워지고 피부는 몇 꺼풀이 밖으로 밀려나가면서 아기피부처럼 하얗고 깨끗하게 변했다.
웅웅웅웅웅!
단전에 자리를 잡고 강력한 회전을 하던 내단은 당구공의 크기에서 압축과 정제를 반복하면서 호두알 크기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전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엄청난 양의 기운을 그 안에 압축해서 담고 있었다.
스피릿 파워도 극적인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었다.
정수리에 몰려있던 스피릿 파워가 하나의 공처럼 단단히 뭉치더니 이내 회전을 하면서 내단 같이 작은 구슬 모양으로 변해버린 것이다.
물론 이것은 그의 정신이 자신의 내부를 관조하면서 느끼는 관념적인 개념이라서 실질적으로 손에 잡히는 그런 물체는 아니었다.
하지만 손에 만져지던 만져지지 않던 스피릿 파워가 하나의 단(丹)처럼 뭉쳐서 존재한다는 사실을 변하지 않는다.
또한 내단이 호두알만한 크기지만 역시 기운으로 이루어진 것이라 실제적으로 만져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역시 그의 몸에 실제로 존재하고 있고 내단의 기운을 뽑아서 사용할 수 있다는 진실도 변하지 않는다.
어찌됐던 몸을 터트릴 기세로 그의 몸에 꽉 찬 기운들은 내단과 스피릿 파워로 흡수되고 압축되어 정제되었다.
그러고도 남은 기운들은 소울의 육체의 격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탈태환골을 하는데 사용되었다.
아니 그렇게 사용되고도 남아서 그의 뼈와 근육, 오장육부와 신경, 혈관과 피에 녹아서 스며들어갔다.
그의 온몸에서 타오르던 파란 불꽃이 조금씩 사그라져 갔다.
그리고 점차 그의 변해버린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새롭게 자란 검은 머리카락이 바람에 흔들리며 햇빛에 비취자 푸른빛이 반짝거렸다.
얼굴의 골격도 조금 변했는지 생긴 것은 분명히 똑같은데 어쩐지 예전에 비해 굉장히 잘생겨 보이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탈태환골 중의 미묘한 얼굴 골격과 위치의 변화가 이런 기적 같은 일을 만들어 냈다.
185cm의 건장한 체격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아름다운 몸은 전설의 화공이 와도 그려낼 수 없는 완벽한 균형이 잡힌 골격과 압축된 근육으로 덮여있었다.
일단 키만 해도 처음 169.5cm 이던 것에 비하면 정말 격세지감이 느껴질 만한 대변화였다.
배에는 선명한 왕자가 그려진 복근이 보였고, 허벅지는 탄탄한 근육으로 덮여 굳건히 대지 위를 지탱하고 있었다.
사타구니 사이의 남성도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 흑형이 부럽지 않을 것 같았다.
웅웅웅웅웅!
하지만 아직도 탈태환골은 끝나지 않았는지 소울의 몸에서 기이한 울림이 들리고 그의 눈도 뜨이지 않았다.
그러나 소울은 이미 자신의 변화를 확연하게 인지하고 있었다.
그는 비록 눈을 감고 있었지만 소울넷 인터페이스를 마음속으로 불러들여 상태창을 열고 레벨, 능력, 스탯을 확인하고 있었다.
레벨: 소환계(B)·강화계(B)·민첩계(B)/(+)
능력: 소울넷 접속, 스피릿 파워(B), 내단(B)
스탯: 근력 271, 민첩 287, 체력 279, 지혜 283, 소환력 301
일단 자신의 레벨이 한 단계 올라간 것이 마음에 들었다.
============================ 작품 후기 ============================
* 수정공지: 코어 보고 보상이 너무 작다는 의견이 있어서 보상 150만 포인트를 1000만(천만) 포인트로 수정했습니다. 나중에 밸런스 붕괴가 오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좀 되네요.
** 보조 보고자에게 뭘 받는 것이 좋을지 아이디어를 내주세요. 일단 글람검법을 잘 쓰기 위해서 검이 하나 필요하다고 나왔네요. 구체적으로 어떤 무기나 장비가 좋을 지 말씀해주시면 글에 반영하겠습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시고 추천 한방씩 꽝꽝. ^^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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