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90 제 73 장 - 극적(劇的)인 보상(報償) =========================================================================
[일단 함정을 가리게 연막을 낮게 깔았으면 좋겠다.]
[예스, 마이로드. 바로 연막을 치겠습니다.]
본이 입을 쫙 벌리자 곧 연기가 뭉클뭉클 솟구쳐 나오더니 바닥으로 낮게 깔리며 함정을 덮어갔다.
본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두 손을 본카누를 향해 펼쳤다.
우르릉!
촤악 촤아악!
쩌어억!
본카누가 크게 한번 진동을 하더니 함정을 따라 땅속에서 날카로운 뼈창을 수북이 뽑아냈다.
보기만 해도 살벌한 뼈창으로 이뤄진 또 하나의 방어막이 세워진 것이다.
[나쁘지 않군.]
[감사합니다. 마이로드.]
[그런데 그레이 트롤의 숫자가 왜 그대로지?]
[죄송합니다. 이번에는 몇 놈 밖에 더 제거하지 못했습니다.]
[책망을 하자는 것이 아니다. 이유를 알자는 것이야.]
본이 고개를 깊숙이 한번 숙이고는 곧 이유를 설명했다.
[그레이 트롤 부족은 아주 독종들입니다. 처음에는 까망과의 합작으로 크게 숫자를 줄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내 그레이 트롤 족장이 뭔가를 지시하자 쓰러진 시체를 들어 방패로 활용을 하더군요. 그리고는 죽은 동족의 시체를 뜯어먹으면서 달리기를 계속했습니다. 까망이 디버프를 걸고 제가 D급 생체실드 중화탄을 쏴봤지만 그레이 트롤의 시체를 뚫고 그들의 생체실드까지 뚫을 수는 없었습니다. 여러 가지 방법을 써서 자극을 해봤지만 결국 그레이 트롤 부족이 이곳으로 오는 것을 막지는 못했습니다.]
[네 말대로 독종이 분명하군. 이제부터 스켈레톤 부대를 지휘해서 적들을 막아라. 왼쪽은 엘리트 전사가 오른쪽은 일반 전사와 푸티나가 막을 것이다.]
[예스, 마이로드. 반드시 적을 막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믿는다.]
대화가 끝나자 본은 스켈레톤 부대에게 지시를 내려 적을 막을 준비를 했다.
소울도 엘리트 전사와 일반 전사를 양쪽으로 배치했다.
우두두두두두두…….
10분이 지나자 앞쪽에서 마치 수백 마리의 말이 달려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적이 다가옵니다.”
“지금부터 존칭을 생략하겠다. 모두 전투준비를 하라!”
“네, 마스터.”
소울은 잠시 앞을 지켜보다가 라이코스를 불러 빠르게 말했다.
“라이코스, 가서 뗏목을 분해해서 통나무를 계곡 입구에 쌓아놓으라고 전해라.”
“네?”
“그냥 가서 빨리 그렇게 전해.”
“알겠습니다.”
어차피 버릴 뗏목 나중에 도망가다가 그레이 트롤의 발목이나 좀 잡아보자는 심산이었다.
라이코스가 급히 뒤로 달려가자 소울은 트로트를 엘리트 전사 옆으로 보냈다.
“트로트, 이제 너도 밥값을 하자. 철저히 방어에만 전념해라!”
“키잉!”
트로트가 자신 있는 표정으로 쇠몽둥이를 들어올렸다.
그때, 드디어 온몸이 녹색의 동족의 피로 범벅이 된 흉측한 모습의 그레이 트롤들이 계곡 입구에 도착했다.
그런데 이놈들이 도착했으면 바로 들어올 생각은 안하고 입구에서 미적대기 시작했다.
소울은 그들의 이런 모습을 보는 순간, 곧 이놈들이 우회를 할 생각이 있다는 것을 눈치 챘다.
[까망아, 그레이 트롤의 사체 하나만 꺼내줘. 신분이 높아 보이는 놈으로.]
[규!]
까망이가 아공간에서 그레이 트롤 전사의 사체 하나를 꺼내 땅에 내려놓았다.
[본, 저놈들에게 잘 보이게 뼈로 기둥을 하나 세워라.]
[예스, 마이로드.]
본이 중앙에 높은 뼈 기둥을 하나 세우는 사이, 소울은 죽은 그레이 트롤 전사의 사체의 두 손을 밧줄로 묶어 기둥의 끝에 걸어 높이 매달았다.
그제야 소울이 무슨 짓을 하려는 지 짐작을 한 엘리트 전사들이 다가와 그를 도왔다.
순식간에 그레이 트롤 전사의 사체 하나가 뼈 기둥에 매달리자 소울은 본에게 빠르게 명령했다.
[본, 채찍으로 저놈의 등을 매우 쳐라!]
[예스, 마이로드.]
본은 소울의 명령이 떨어지자 곧바로 얇은 뼈로 연결된 긴 채찍을 하나 꺼내들더니 죽은 그레이 트롤 전사의 등을 후려갈기기 시작했다.
쫘악 쫘악 쫘악…….
시원하게 갈겨대는 본의 채찍질에 우회를 하려던 그레이 트롤들의 움직임이 딱 멈췄다.
그 모습에 소울은 급히 엘리트 전사와 일반 전사를 보고 소리쳤다.
“다들 뭐하고 있는 거야? 웃어라. 크게 웃어. 저놈들을 보고 마구 비웃어 주란 말이다.”
머리가 나쁜 전사들은 이해를 못하는 자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소울이 지금 그레이 트롤들을 계곡으로 끌어 들이려 한다는 것을 눈치 채고 있었다.
그래서 200%, 아니 300% 오버하면서 마구 웃음을 터뜨렸다.
“푸하하하하! 잘한다. 더욱 쳐라.”
“죽여라. 그레이 트롤은 모두 채찍으로 때려 죽여야 한다.”
“하하하하! 잿더미 같이 생긴 그레이 트롤들아 거기서 뭐하고 있냐?”
“야! 이 고자새끼들아!”
“무하하하하! 용기가 없구나. 병신들!”
“에라, 이 똥물에 튀겨 죽일 놈들아!”
“트롤의 똥꼬를 파버리자!”
“우헤헤헤헤! 잘한다. 잘해!
…….
역시 욕은 남쪽이 참 찰 지게 잘한다.
욕에 대한 주옥같은 영화가 하나 있는데 아마 그게 ‘황산벌’인가, 하는 영화였을 것이다.
백제 계백 장군과 5천의 결사대와 신라 김유신 장군과 5만의 병사가 벌이는 ‘욕배틀’은 정말 욕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를 준다.
‘아이, 이런 쓰벌 놈들, 욕 참 졸라게 못하네.’
소울은 레이칸 부족의 엘리트 전사와 일반 전사들이 하는 욕을 듣고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래서 직접 나서려고 하는데, 신기하게도 이들의 욕에 자극을 받았는지 그레이 트롤들이 일제히 계곡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오오오! 이게 먹히네.”
욕을 알아들었는지, 아니면 욕을 하는 뉘앙스를 듣고 열이 받았는지 알 수 없었다.
죽은 그레이 트롤 전사를 욕보여서 달려드는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소울이 싸우기 원하는 장소로 적이 들어오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것으로 일단 전투는 소울의 예상대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크와아아앙 캬아아앙 우와아아앙…….
계곡이 무너질 것 같은 엄청난 그레이 트롤의 포효가 이어지며 일제 돌격이 시작됐다.
소울도 전투준비를 외쳤다.
“전투준비!”
“네, 마스터.”
100 대 650도 위험한데 100 대 31의 싸움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소울은 약간 뒤로 물러서서 전장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위치에 섰다.
우두두두두두!
계곡이 무너질 듯 진동했다. 그리고 드디어 그레이 트롤들이 바로 눈앞까지 돌격해오고 있었다.
[까망아, 저놈들이 함정에 빠지면 남아있는 소이탄을 모조리 함정에 쏟아 넣어라.]
[규!]
소울은 까망이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까망이는 그의 뜻을 찰떡같이 알아듣고 수제 명품 대물저격총을 꺼내줬다.
대물저격총을 받자마자 소울은 정 가운데에서 달려오고 있는 거대한 덩치의 그레이 트롤 전사를 정조준 했다.
‘그레이 트롤 전사 보다 덩치가 더 큰 놈이네. 어라? 혹시 이놈 그레이 트롤 족장인가?’
조준경을 통해서 보니 확실히 맞는 것 같았다.
퉁 퉁 퉁 퉁 퉁…….
소울은 괜히 쓸데없이 생체실드 중화탄을 낭비하기 싫어서 바카써스의 무릎을 향해 대물저격총을 발사했다.
그의 탄창은 공간확장 마법진과 무게 감소 마법진이 그려진 탄창이라서 굳이 탄창을 바꿀 필요 없이 계속 총을 쏠 수 있다.
바카써스는 처음 한두 발은 참았지만 지속적으로 무릎 한곳만 쏴대는 소울의 행동에 슬슬 열이 올랐다.
소울은 그의 어그로를 완전히 끌고 있는 줄도 모르고 열심히 바카써스의 무릎을 작살내기 위해서 총을 쏴댔다.
그사이 제일 앞에서 달려들던 그레이 트롤의 첫 번째 줄이 함정에 빠져 들었다.
거의 동시에 까망이가 아공간에 남은 소이탄을 함정에 골고루 던져 넣었다.
쾅 쾅 쾅 쾅 쾅 쾅…….
규칙적인 폭발성이 들리고 화끈한 불덩이가 함정에서 위로 솟구치자 돌격을 하던 그레이 트롤들이 일제히 급정거를 하며 뒤로 물러섰다.
퉁 퉁 퉁 퉁 퉁 퉁…….
투투투 투투투 투투투…….
그 기회를 노리지 않고 소울과 스켈레톤 부대는 일제히 대물저격총과 저격소총으로 함정에 빠져 있는 그레이 트롤들을 저격했다.
일단 몸에 불이 붙으면 고통을 인해 생체실드에 집중을 하지 못하고, 생체실드도 크게 약화된다. 거기에다 까망이가 펼치는 디버프가 이어지면 D급 생체실드 중화탄은 C급의 그레이 트롤들에게 치명상을 줄 수도 있다.
화끈한 소이탄과 생체실드 중화탄의 조합은 기가 막히게 맞아 들어갔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레이 트롤 전체를 어떻게 해볼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다.
그래봤자 쓰러진 그레이 트롤은 채 열 마리에 불과했다.
크와아아아아아앙!
갑자기 바카써스가 눈에서 푸른 광채를 흘리며 크게 포효를 질렀다. 그러더니 함정 앞으로 달려와 높이 뛰어 올랐다가 아래로 떨어져 내리면서 땅바닥을 주먹으로 강하게 후려쳤다.
쾅!
꽈르르릉!
후와아아악!
바카써스의 주먹이 땅바닥을 후려갈기는 순간, 강력한 충격파가 일어나더니 소이탄의 불꽃을 확 밀어서 꺼뜨리며 먼지를 머리 위로 확 일으켰다.
‘아니? 이게 무슨 미친, 저놈이 지금 분명히 무슨 스킬인가, 아니면 필살기 같은 것을 쓴 것 맞지?’
소울은 놀라서 스스로에게 반문했다.
두 눈으로 바카써스가 하는 짓을 똑바로 쳐다본 소울은 갑자기 뒷골이 당기는 불안감이 치솟았다.
눈앞의 이 녀석은 이제 보니 보통 놈이 아니었던 것이다.
순간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것은 본이었다.
본은 스켈레톤 부대를 정돈하더니 대물저격총과 저격소총을 집어넣고 곧바로 방패와 대검을 들었다. 그러자 스켈레톤 엘리트 둘과 스켈레톤 베테랑 여덟은 일제히 거대한 방패를 꺼내들고 창칼을 치켜들었다.
그들의 뒤로 스켈레톤 레인저 여섯이 활을 당겼고, 스켈레톤 메이지와 스켈레톤 주술사들은 연속적으로 주문을 외웠다.
“블라인드!”
“석화!”
“슬로우! 홀드!”
“파워업, 스피드업!”
“리지스턴스 디피전스(저항력 무효화)!”
“디컴포즈(부패)!”
“포이즌 애로우!”
“파워다운! 스피드다운!”
쏟아지는 마법과 디버프로 인해 그레이 트롤들은 순식간에 능력이 떨어지고 주춤거렸다.
그러자 푸티나가 앞으로 나서더니 두 다리를 어깨 넓이로 벌리고 서서 똥을 누는 자세를 하고 잔뜩 힘을 주었다. 그러자 푸티나의 몸이 마구 커지더니 3.7m의 거대한 불곰으로 변신했다. 그리고 바로 푸티나의 강력한 일렉트릭 쇼크웨이브가 펼쳐졌다.
“꾸잉! 꾸잉!”
파츠츠츠츠츳! 펑!
쿠히이익 쿠웨이힉 쿠히이익…….
함정을 넘어 그레이 트롤들을 향해 광범위하게 펼쳐진 일렉트릭 쇼크웨이브 수십 마리의 그레이 트롤들을 감전시키며 일거에 적들의 기세를 꺾어버렸다.
이 모습에 바카써스는 위기의식을 느꼈다.
바카써스는 마법저항력이 뛰어난 그레이 트롤 전사들을 불러 모아 일시에 레이칸 부족의 전사들이 있는 곳을 향해 뛰어들었다.
크와앙 캬아앙 쿠와앙!
자신들이 들고 있던 동족의 사체를 앞세워 달려드는 바카써스의 전략에 본이 세운 뼈창도 무용지물이 되었다. 특히 바카써스가 뼈창 하나를 부수고 위로 올라오자 곧바로 그의 뒤로 그레이 트롤 전사들이 줄줄이 밀려들어오기 시작했다.
[본, 이쪽을 막아라.]
[예스, 마이로드.]
“전사들은 뒤로 물러선 뒤 가운데를 막아라!”
“네, 마스터.”
자신들이 그레이 트롤 전사를 막을 능력이 안 된다는 것을 알자 곧바로 레이칸 부족의 전사들은 뒤로 물러났다가 본과 스켈레톤이 옆으로 움직이자 그 자리를 채워나갔다. 하지만 그 사이, 이미 중앙으로 그레이 트롤들이 밀려들어오고 있었다.
‘이거 여차하면 그냥 뚫리겠는데…….’
소울은 그런 생각을 하면서 대물저격총을 등 뒤로 돌리고 왼손에 토마호크를 들고 오른손에 수제 명품 대형권총을 들더니 중앙을 돕기 위해 달려갔다.
역시 예상대로 본과 스켈레톤 부대는 방패와 창칼을 이용해 적절히 바카써스와 그레이 트롤 전사들의 진입을 효율적으로 막아냈다.
아직 함정에서 다 올라온 것이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올라오는 곳을 향해 화력을 집중하자 차분히 저들의 진격을 막아낼 수 있었다.
문제는 중앙이었다.
역시 일반 전사로는 그레이 트롤들을 막는 것이 무리였다.
소울이 후퇴를 생각할 즈음 그의 귀에 반가운 소리가 들려왔다.
도도도도도…….
“이놈들 나 레이칸이 왔다. 모조리 죽여주마.”
“우리 전사들도 왔다.”
와아아아아아!
때마침 레이칸 족장과 전사 스물이 지원을 왔다.
그제야 중앙이 간신히 균형이 잡히며 전투가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
이렇게 15분 정도만 시간을 끌면 아마 레이칸 부족은 모두 개성필드 안으로 진입해서 서머너즈 길드의 품에 안착할 것이다.
하지만 소울의 예상은 한 마리의 광폭한 그레이 트롤 족장으로 인해 무산되고 말았다.
온몸에 푸른빛을 줄기줄기 뿌려대는 바카써스가 갑자기 허공으로 치솟아 오르더니 소울을 향해 달려들었기 때문이다.
두두두두 두두두두…….
소울은 크게 놀라서 급히 옆으로 쉐도우 스텝을 밟아 피하며 대형권총을 쏴재꼈다.
왼손에 있는 토마호크도 떨어져 내리는 바카써스의 목을 향해 던지는 것도 잊지 않았다.
============================ 작품 후기 ============================
*** 2연참! ^^ 이쯤되면 눈치를 채셨을지도..... 인간적으로 추천 좀 쾅쾅 박아주세요.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즐거운 하루 되세요.
선호작, 추천, 코멘트, 쿠폰, 후원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