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89 제 73 장 - 극적(劇的)인 보상(報償) =========================================================================
“저 불빛이 번쩍이는 방향으로 전사들은 밀집해서 방어막을 형성해라.”
“네, 족장님.”
바카써스가 꼼수를 쓰자 본은 의외라는 듯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불에 활활 타고 있는 모든 그레이 트롤을 다 가릴 수는 없었다.
퉁 퉁 퉁 퉁 퉁…….
저격은 끝없이 이어지며 불에 타서 몸부림 치고 있는 놈들을 하나씩 대가리를 터뜨려 죽였다.
바카써스는 즉시 본을 향해 달려들었다.
이번에는 나름 우회를 해서 은밀하게 달려들었지만 그런 꼼수에 속을 본이 아니었다.
본은 오히려 해골전투마를 타고 다니며 멋진 마상저격술을 보여줬다.
명중률은 떨어졌지만 불에 타고 있는 놈들 사이로 대충 쏴도 맞을 놈은 다 맞았다.
바카써스는 본의 이런 행동에 기가 막혀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이 움직이는 것이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고 본에게 다가서려는 시도를 멈추지 않았다.
이렇게 본과 바카써스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밤새도록 벌어졌다.
그레이 트롤 추살대는 결국 병력을 분산시켜 추격을 속개했다.
본은 바카써스 때문에 그레이 트롤 추살대를 공격하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그래도 해골전투마의 기동력과 비행능력을 무기 삼아 끊임없이 바카써스와 그레이 트롤 추살대를 괴롭혔다.
레이칸 부족을 태운 뗏목은 소울의 노력, 아니 소울의 소환수인 본의 아름다운 달밤의 노력으로 인해 뗏목에 앉아 먼 거리를 편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아직도 추격은 계속되고 있었다.
* * * * *
“이제 반나절만 더 가면 된다고 합니다.”
“그렇군. 이제 우리는 맨 앞으로 가도록 하자.”
비스크의 말에 소울은 스켈레톤 부대에게 소리쳤다.
그러자 본카누는 서서히 속도를 내기 시작하더니 뗏목을 하나둘씩 앞서 나가기 시작했다.
노가 있고 돛이 있는 뗏목이라고 해도, 본카누는 허접한 뗏목과는 비교할 수 없는 빠른 속력으로 결국 맨 앞에 가는 뗏목의 옆으로 따라붙을 수 있었다.
첫 번째 뗏목에는 칸슬로와 레이칸 족장 그리고 엘리트 전사들이 타고 있다.
이제 거의 목적지에 다 왔기 때문에 족장과 엘리트 전사들이 솔선수범해서 부족을 지키려고 앞장선 것이다.
“제 소환수가 아까 잠깐 왔다갔습니다. 그레이 트롤 부족들이 우리가 상륙하는 때와 비슷한 시점에 도착할 것이라고 하더군요.”
“날개 달린 말을 타고 다니는 그 소환수 말인가?”
“그렇습니다.”
“이거 큰일 났군. 숫자가 얼마나 된다고 하던가?”
“아직도 백이 넘는다고 합니다.”
소울에 말에 레이칸 족장은 길게 한숨을 쉬었다.
산술적으로 650 대 100이라고 하지만 엄연히 적은 중대형 몬스터인 트롤이었다.
그것도 트롤 종족 중에서 가장 덩치가 좋은 전투력이 높고 호전적인 그레이 트롤이었다.
부족 전체가 전력을 다해도 이길 수 있을지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그런 사정을 짐작한 소울이 레이칸 족장을 위로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들은 여기까지 오는 동안 며칠을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습니다. 물리치는 것은 힘들지 모르지만 저들의 발걸음을 이곳에서 붙잡는 것은 충분히 가능할 것입니다.”
“정말 그럴까?”
레이칸은 소울의 말에 회의적으로 답했다.
하지만 소울은 미리 내릴 곳에 가서 지형지물을 확인한다면 얼마든지 유리한 환경에서 싸울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족장님과 칸슬로 주술사님은 먼저 레이칸 부족을 이끄시고 신세계로 넘어가십시오. 도착하면 비스크가 미리 대기하고 있을 겁니다. 그레이 트롤 부족은 제가 맡겠습니다.”
“말이라도 고맙네. 하지만 그건 불가하네. 엘리트 전사 전체와 일반 전사 서른을 붙여줄 테니 조금만 시간을 끌어주게.”
“알겠습니다.”
소울은 엘리트 전사 열과 전사 서른을 붙여준다는 말에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굳이 지원해준다는 병력을 거절할 필요는 없다.
이정도 전력을 지원해준다면 굳이 소울이 무리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발이 빠르고 길을 아는 전사를 한명 붙여 주십시오.”
“엘리트 전사 스프린트가 좋을 것 같군. 데려가게.”
“감사합니다.”
스프린트는 곧바로 뗏목에서 본카누로 넘어왔다.
“지형을 잘 아는 전사 한명을 제게 붙여주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미리 가서 지형을 살펴봐야 하니까요.”
“라이코스를 데리고 가게!”
“라이코스라면 믿을 만하지요.”
환한 미소를 지으며 레이칸 족장을 바라보자 라이코스가 힐끗 족장을 한번 바라보더니 곧바로 본카누로 넘어왔다.
“그럼 우리 먼저 가도록 하겠습니다.”
“수고하게.”
“참, 한 가지 절대 잊어서는 안 되는 일이 있습니다. 신세계로 넘어가기 전에 반드시 모든 부족의 구성원이 인간형으로 변신을 해야 합니다. 신세계를 지배하는 것은 인간들이기 때문입니다.”
“알았네. 그 말은 이틀 동안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으니 모든 부족의 구성원이 잘 지키리라 믿네.”
“감사합니다. 그럼 나중에 보겠습니다.”
소울은 마지막으로 인사를 꾸벅하고는 본카누에 앉아 출발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본카누는 쏜살같은 속도로 강을 타고 내려갔다.
“칸슬로 님, 마스터가 정말 내가 아는 그 불리가 맞는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전에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불리의 몸에 조상들께서 예언하신 구원자의 영혼이 임했다고 말입니다.”
“난 아직도 잘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구원자의 영혼이란 것이 정말 존재하는지 말입니다.”
레이칸 족장을 바라보며 칸슬로는 그의 마음을 이해했다.
만약 자신도 마스터를 꿰뚫어 볼 수 있는 영안이 열리지 않았다면 분명히 그를 의심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소울이 구원자라고 철썩 같이 믿고 있는 칸슬로는 쓸데없이 레이칸이 그를 의심하는 것을 두고만 보고 있진 않았다.
“마스터를 못 믿으시겠거든 차라리 저를 믿으십시오. 제가 언제 허튼 소리 한 적 있습니까?”
“흐음,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 저도 더 이상 할 말이 없군요.”
“제 말을 믿으세요. 믿으면 구원을 얻습니다.”
“알겠습니다. 칸슬로 님을 믿지 못한다면 세상에 믿을 수 있는 자가 어디 있겠습니까? 믿겠습니다. 믿고말고요. 마스터도 믿어 보겠습니다.”
“그가 누군지는 그렇게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누가 있어 과연 마스터처럼 자신의 생명을 던져가며 저렇게 레이칸 부족을 위해 열심히 싸울 수가 있습니까? 이미 그의 무력과 용기는 엘리트 전사와 일반 전사 그리고 부족의 모든 젊은이들에게 큰 감명을 주고 있습니다. 모르긴 해도 당장 부족회의를 열면 레이칸 족장님은 족장의 목걸이를 내려놓아야 할지도 모릅니다.”
“하하하, 그렇게만 된다면 저도 찬성입니다. 저보다 무력이 강한 자가 족장이 된다면 저는 언제든지 안심하고 족장의 목걸이를 내려놓겠습니다.”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오랜 세월동안 같이 역경을 넘기며 쌓인 신뢰가 그들 사이에 보이지 않게 흐르고 있었다.
촤아악 촤아악 촤아악!
본카누는 무서운 속도로 앞으로 쭉쭉 뻗어나갔다.
소울의 명령에 스켈레톤 부대가 본격적으로 힘을 다해 노를 젓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반나절은 더 가야 도착한다는 목적지를 두 시간 만에 도착해버렸다.
“상륙하라.”
“네, 마스터.”
소울은 본카누가 강기슭에 닿자 곧바로 훌쩍 뛰어서 땅에 내렸다.
단단한 대지를 밟으니 그제야 답답했던 가슴이 좀 시원해졌다.
푸티나와 트로트도 소울과 비슷한 마음인지 주변을 신나게 뛰어 다녔다.
“마스터, 그럼 저희는 먼저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비스크, 최소한 서머너즈 길드의 제1 공격대와 제2 공격대를 데리고 와라.”
“네.”
“그리고 중화기를 가져오는 것 잊지 말아라.”
“화끈한 것으로 준비해 오겠습니다.”
비스크는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으며 스프린트의 손을 잡아끌고는 곧장 서쪽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쪽이 개성필드로 가는 지름길인 모양이었다.
“라이코스, 우리는 어디로 가서 적을 상대하는 게 좋겠습니까?”
“조금 앞으로 가면 작은 계곡이 나옵니다. 거기서 막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군요. 여기서 거리는 얼마나 됩니까?”
“100m 정도 됩니다.”
“그럼 바로 출발합시다.”
“네, 마스터.”
라이코스는 소울에게 깍듯이 대했다.
그의 무용을 직접 눈으로 봤고, 그레이 트롤 추격대를 처리하는 지혜를 겪었으며, 허공에서 기이한 무기와 폭발을 일으키는 각종 쇳덩이를 꺼내는 신기를 봤다.
거기에다 칸슬로 주술사의 대를 이은 부족의 정식 주술사이니 소울을 정중하게 대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표정이었다.
소울과 라이코스가 먼저 출발하고 푸티나와 트로트가 따라오자 스켈레톤 부대는 강물에서 본카누를 꺼내더니 번쩍 들어 머리 위에 이고 따라갔다.
뒤를 돌아본 소울과 라이코스 그런 모습에 자신들도 모르게 입을 딱 벌렸다.
하지만 고생을 하는 것은 자신이 아니라서 소울은 그냥 가만히 내버려뒀다.
그리고 혹시 본카누가 필요한 일이 생길지도 모르니 가져가는 것도 나쁜 일은 아니었다.
“라이코스가 가서 표식을 해놓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라이코스는 자신들이 내린 곳의 나무 위로 올라가 부족의 상징이 되는 깃발을 한 개 걸어 놓았다.
바람에 펄럭이는 것을 보니 깃발을 못보고 그냥 지나치지는 않을 것이다.
강에서 나와 조금 뒤로 걸어가자 라이코스가 말한 계곡이 나타났다.
그리 높은 계곡은 아니지만 그래도 적을 상대하기에 나쁘지 않은 지형이다.
‘중앙을 스켈레톤 부대가 틀어막고 양쪽을 엘리트 전사와 일반 전사가 막으면 충분히 시간을 벌 수 있겠구나.’
소울은 절대 그레이 트롤들과 싸워서 이긴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목적은 무조건 버티며 시간끌기였다.
“본카누를 계곡의 중앙에 내려놓고 방어진을 짜라!”
“네, 로드!”
스켈레톤 부대가 한 목소리로 대답을 하자 소울을 고개를 가볍게 한번 끄덕여준 후, 계곡의 옆을 타고 위로 올라갔다.
꼭대기에서 주변을 살펴보니 주변지형이 한 눈에 들어왔다.
“라이코스, 신세계로 들어가는 관문이 어디 있죠?”
“저쪽입니다.”
소울은 라이코스가 가리키는 방향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평지라서 그냥 달려가면 되는 곳이라 큰 문제는 없어보였다.
“여기에서 거리가 얼마나 떨어져 있습니까?”
“걸어서 대략 한 시간 정도 걸립니다.”
“그럼 뛰어가면 20분이면 가겠군요.”
“최대한 속력을 낸다면 그 정도는 걸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속으로 한번 계산을 해봤다.
‘비스크가 오고 가는데 한 시간이면 충분하겠군. 하지만 서머너즈 길드의 2개 공격대를 데리고 오려면 못해도 2시간은 걸릴 테지? 그럼 레이칸 부족이 도착하는 것과 얼추 비슷한 시간이 되겠구나. 이거 완전히 시간싸움이 되겠는데?’
고개를 돌려 자신들이 내려온 강가를 살펴봤다.
강변으로 평지가 쫙 깔려있어서 그레이 트롤 부족이 오는데 아무런 장애가 없었다.
“역시 이곳이 싸우기에 제일 좋은 곳이군요.”
“그레이 트롤의 돌파만 막는다면 시간을 벌기에는 이곳만한 곳이 없습니다.”
“그럼 본격적으로 적을 맞을 준비를 하러 갑시다.”
“네, 마스터.”
소울은 라이코스를 데리고 계곡의 중앙으로 내려왔다.
“본카누 앞쪽으로 가서 넓은 참호를 파라.”
“네, 로드.”
스켈레톤 부대는 즉시 소울의 명령에 계곡을 가로로 해서 참호를 파기 시작했다.
참호를 파는 이유는 그곳에 들어가려는 것이 아니었다.
그레이 트롤들이 돌격을 하지 못하게 함정을 만들고 참호를 파며 나오는 흙을 이용해 방어벽을 세우려는 것이다.
삽질에 화신, 스켈레톤 부대는 정말 무서운 속도로 쉬지않고 삽질을 해댔다. 그리고 순식간에 함정으로 사용할 넓은 참호를 만들어냈다.
참호를 파고 나온 흙은 본카누 앞쪽으로 낮은 방어벽을 만들어 놓았다.
‘이제 본이 와서 적당히 안개로 바닥을 가리기만 하면 되겠구나.’
그렇게 적을 맞이할 준비가 끝나자 어느새 2시간이 지나갔다.
뒤쪽에서 엘리트 전사 열과 일반 전사 서른이 뛰어왔다.
동시에 앞쪽에서 본이 무서운 속도로 달려오고 있었다.
따가닥 따가닥 따가닥…….
[본, 앞쪽에 함정을 만들었으니 뛰어 넘어오도록 해라.]
[예스, 마이로드.]
[수고 많았다.]
[천만에 말씀이십니다.]
본은 해골전투마에게 날개를 활짝 펴게 만들어 급조한 함정을 사뿐하게 뛰어 넘어왔다.
[적은?]
[곧 도착할 것 같습니다.]
[숫자는?]
[정확히 백 마리입니다.]
============================ 작품 후기 ============================
*** 벌써 11월의 마지막 날이 됐네요. 오늘 한번 미친 듯이 달려봅시다. ^^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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