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88 제 72 장 - 보고서(report) =========================================================================
그 사실을 깨달은 본은 가급적이면 그레이 트롤 전사보다 일반 그레이 트롤들을 골라서 저격했다.
그레이 트롤이 무려 열 마리나 바닥에 쓰러지자 본은 해골전투마의 박차를 가했다.
따가닥 따가닥 따가닥....
해골전투마가 빠르게 쓰러진 그레이 트롤들이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아직도 몇 놈이 살아서 꿈틀거리고 있자 본은 해골전투마에게 명령을 내렸다.
해골전투마는 본의 명령에 따라 살짝 허공으로 몸을 띄웠다가 아래로 내려오면서 말발굽으로 쓰러진 그레이 트롤들의 머리를 밟아서 으깨버렸다.
퍽 퍼벅!
마치 수박을 발로 밟아서 깨듯 말발굽에 밟힌 그레이 트롤의 머리는 단 한방에 산산조각이 나 버렸다.
뜨거운 뇌수와 뇌 조각들이 사방으로 퍼지며 비릿하고 역겨운 냄새를 피웠다.
해골전투마는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아직 죽지 않은 그레이 트롤의 머리통을 빠르게 밟고 돌아다녔다.
그 사이 까망이는 그레이 트롤 사체 안으로 들어가 마석을 챙기고 그레이 트롤 사체를 통째로 아공간에 담았다.
각종 폭탄과 장비로 가득 차있던 까망이의 아공간이 이제는 거의 텅 비워져 그레이 트롤 사체를 담을 공간은 충분했다.
까망이가 전리품을 수거하고 그레이 트롤의 사체를 정리하자 본은 즉시 해골전투마를 출발시켰다.
따가닥 따가닥 따가닥....
빠르게 달려가자 곧 그레이 트롤 부족의 끝을 따라잡을 수 있었다.
본은 오백 미터까지 접근하자 또다시 해골전투마를 급정거 시키더니 대물저격총을 꺼내 저격을 시작했다.
퉁 퉁 퉁 퉁 퉁 퉁…….
또다시 그레이 트롤들이 한 마리씩 쓰러지며 낙오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까와 같은 운이 없었다.
몇 마리 잡지도 못했는데 금방 그레이 트롤 전사 한 놈이 눈치를 채고는 소리쳤다.
“뒤에 적이 나타났다.”
“잡아라!”
우르르르르!
순식간에 그레이 트롤 추살대는 달리는 것을 멈추고 반대로 돌아섰다.
수십 마리의 그레이 트롤들이 본을 향해서 미친 듯이 달려들었다.
하지만 본은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그들이 적당한 거리로 달려올 때까지 열심히 저격에 전념했다.
퉁 퉁 퉁 퉁 퉁 퉁…….
역시 정면으로 달려드는 놈들은 생체실드를 액티브로 끌어올려서 사용했다.
덕분에 대부분의 생체실드 중화탄은 그들의 몸에서 튕겨져 나갔다.
확실히 저격은 뒤통수에 대고 하는 것이 효율이 아주 좋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이었다.
따가닥 따가닥 따가닥!
그레이 트롤들이 이백 미터까지 다가오자 본은 곧바로 해골전투마의 기수를 돌려 뒤로 도망갔다.
아무리 그레이 트롤들이 빨리 달린다고 해도 달리는 것에 특화된 해골전투마의 속도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본은 적당히 거리를 벌린 후 멈춰 서서 저격을 하다가 가까이 다가오면 다시 도망가고, 다시 거리를 적당히 벌리면 멈춰 서서 저격하는 패턴을 반복했다.
몇 번이나 같은 행동을 반복하자 아무리 생체실드를 액티브로 써대는 그레이 트롤이라고 해도 생체실드만을 전문적으로 중화시키는 D급 생체실드 중화탄 세례에 멀쩡할 수가 없었다.
거기에다 중간에 까망이 끼어들어 트롤의 발을 걸어 넘어뜨리거나 온갖 디버프를 걸어 생체실드의 등급을 떨어뜨리자 그레이 트롤들의 피해는 급속히 커져갔다.
결국 30분도 안되어 본을 쫓아온 그레이 트롤 스무 마리가 모조리 차가운 땅바닥에 쓰러지게 됐다.
본은 더 이상 자신을 쫓아오는 놈이 없자 이제 반대로 기수를 돌려 그레이 트롤 부족을 향해 다가갔다.
물론 까망이는 쓰러져있는 그레이 트롤의 마석과 사체를 몽땅 챙기는 꼼꼼함을 잊지 않았다.
따가닥 따가닥 따가닥!
신나게 들판을 질주해서 다가가자 그레이 트롤 다섯 마리가 남아서 그들의 동료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레이 트롤 추살대 전체가 남아서 기다릴 수는 없었는지 다섯 마리를 남겨서 동료를 데리고 오라고 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그레이 트롤 추살대의 실수였다.
스무 마리가 넘는 그레이 트롤도 잡아 죽였는데 본과 까망이가 고작 몇 마리를 잡아 죽이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
퉁 퉁 퉁 퉁 퉁…….
본이 대물저격총을 쏘고 까망이가 디버프를 비롯한 온갖 훼방을 놓아대자 그레이 트롤 다섯 마리는 순식간에 차가운 땅바닥에 쓰러졌다.
까망이가 전리품을 수거하자 본은 곧바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곧바로 허공으로 붕 떠서 빠르게 쏘아지듯 하늘을 날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열심히 강가를 따라 달려가는 그레이 트롤 추살대의 모습이 보였다.
본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해골전투마를 하강시켰다.
이번에는 약간 앞쪽으로 미리 가서 매복을 했다.
대각선으로 비스듬하게 조준을 해놓자 곧이어 그레이 트롤 추살대가 조준경의 십자선에 들어왔다.
퉁 퉁 퉁 퉁 퉁…….
그때부터 본은 생체실드 중화탄을 아끼지 않고 사정없이 대물저격총을 쏘아댔다.
총구가 뜨거워지면 자신의 안개를 조금 소환해서 열을 식히는 방식으로 목표를 고정해놓고 빨리 쏘는 방식을 취했다.
이백 마리가 넘는 그레이 트롤 추살대를 대각선에 서서 다가오는 놈들을 마구 쏘아대자 몇 놈이 생체실드 중화탄에 맞아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그리고 곧 그레이 트롤 추살대는 난리가 났다.
“매복이다. 적을 찾아라.”
“전사들은 오른쪽으로 가라.”
결국 그레이 트롤 추살대는 본의 공격으로 인해 일단 달리는 것을 멈춰야했다.
그리고 즉각 매복을 하고 있는 본을 찾아 나섰다.
하지만 1km나 떨어져 있는 본을 발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본은 굳이 대물저격총을 쏘지 않았다.
그의 목적은 그레이 트롤 추살대의 행군을 방해하는 것이지 그레이 트롤을 많이 잡아 죽이는 것이 아니었다.
반경 수백 미터를 이 잡듯이 뒤졌지만 매복을 한 놈을 찾아 내지 못하자 그레이 트롤 족장 바카써스는 다시 출발을 명령했다.
하지만 몇 걸음 가지도 못해 또다시 저격이 시작되자 그레이 트롤 추살대는 다시 그 자리에 멈춰서고 말았다.
이번에는 본이 쏜 대물저격총의 불빛을 누가 보기라도 했는지 본이 있는 방향으로 정확하게 다가왔다.
그러자 본은 즉시 자리를 1km 앞쪽으로 전진해서 대기했다.
어차피 기다리고 있으면 또 지나갈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느긋하게 해골전투마의 안장에 앉아서 기다렸다.
아니나 다를까 조금 시간이 지나자 그레이 트롤 추살대가 꾸물거리며 다가왔다.
정확히 1km 정도의 거리로 들어오자 본은 아까처럼 신나게 대물저격총을 쏘았다.
퉁 퉁 퉁 퉁 퉁…….
점점 탄창을 가는 속도가 빨라지자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지친 그레이 트롤들이 하나 둘씩 생체실드 중화탄에 맞아 바닥으로 쓰러져갔다.
당연히 그레이 트롤 추살대는 그레이 트롤 전사들을 보내 본을 쫓아왔다.
그러자 본은 또다시 이동을 시작했다. 이번에는 있던 자리에서 2km 앞쪽으로 가서 대기했다.
그 바람에 그레이 트롤 전사들은 본을 찾는 일에 허탕을 치고 말았다.
잠시 후, 허탕을 그레이 트롤 추살대는 아까와는 달리 빠른 속도로 달려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천천히 오건 늦게 오건 저격은 멈추지 않았다.
그제야 본의 목적을 눈치 챈 바카써스가 그레이 트롤 추살대를 둘로 나눠서 전진시켰다.
본은 충분히 그들이 가까워지자 곧바로 해골전투마의 기수를 돌려 달아났다.
어두운 밤길을 빠르게 달려 허공으로 날아오른 본은 이번에는 그레이 트롤 추살대의 뒤쪽으로 접근했다.
그리고는 또다시 처음과 같은 방식으로 저격을 시작했다.
“크와아아아아앙! 도대체 어떤 새끼야? 이런 개뼈다귀 같은, 호랑말코 새끼가 있나? 왜 우리의 복수를 방해하는 거야?”
참다못한 바카써스가 분통을 터트리며 직접 본을 잡으러 나섰다.
본은 파란 빛을 번쩍이며 생체실드 중화탄을 튕겨내며 무서운 속도로 다가오는 바카써스를 보면서 그가 족장이라는 것을 눈치 챘다.
본의 입가에 회심의 미소가 그려졌다.
따가닥 따가닥 따가닥…….
본은 해골전투마의 기수를 돌려 달아났다.
바카써스가 혼신의 힘을 다해 무서운 속도로 따라왔다.
30분 동안, 달밤에 서로를 쫓고 쫓기는 질주가 이어졌다.
하지만 그래봤자 무한 스태미나를 가진, 지치지 않는 해골전투마를 따라 잡을 수는 없었다.
달리는 것만은 속도와 스태미나 양쪽에서 결코 해골전투마를 뛰어 넘을 수 없었던 것이다.
“이런 거지같은 새끼들! 허억 허억 허억…….”
결국 바카써스는 달리는 것을 멈추고 거친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러자 본은 귀신같이 그가 서 있는 것을 알고 대물저격총을 들어 그의 얼굴을 향해 저격을 해댔다.
퉁 퉁 퉁 퉁 퉁 퉁…….
바카써스의 얼굴에서 푸른빛이 번쩍거리며 생체실드 중화탄이 튕겨나갔다.
하지만 얼굴을 때리는 고통까지 튕겨나가는 것은 아니었다.
“이런 고블린의 설사똥 같은 새끼가…….”
포기했던 바카써스 마음에 뜨거운 불이 타올랐다.
바카써스는 즉시 몸을 튕기듯 달려 나갔다.
그러자 본은 즉시 대물저격총을 쏘는 것을 멈추고 달아났다.
또다시 30분 가까이 쫓고 쫓기는 대질주가 벌어졌다.
하지만 아무리 잡으려고 해도 해골전투마를 탄 본을 잡을 수 없었다.
결국 포기한 바카써스는 즉시 몸을 돌려 반대로 달려갔다.
본이 뒤통수에 대고 대물저격총을 쏘아댔지만 바카써스는 이를 악물며 무시하고 달렸다.
본은 피식 웃음을 흘리더니 깨끗이 포기하고 어둠속으로 달려 몸을 감췄다.
바카써스가 잠시 고개를 돌려 어디로 갔는지 살펴보더니 이내 빠르게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그 사이 본은 해골전투마를 타고 하늘을 날아 그레이 트롤 추살대가 있는 근처로 먼저 다가갔다.
그레이 트롤 부족의 족장인 바카써스를 기다리던 그들을 향해 본은 아낌없이 대물저격총으로 생체실드 중화탄을 날려줬다.
그러자 그레이 트롤 추살대는 즉시 본의 뒤를 쫓아 달려왔다.
본은 해골전투마의 속도를 조절해서 그들을 최대한 강가에서 멀리 떨어진 지점으로 유인해냈다.
그레이 트롤들은 잡힐 듯 말 듯 아슬아슬하게 도망가는 본이 너무나 얄미워서 꼭 잡아서 씹어 먹을 생각에 미친 듯이 쫓아왔다.
하지만 해골전투마를 타고 있는 본을 잡는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들은 한 시간 이상을 정신없이 본을 쫓다가 어느 순간 정신을 차렸는지 다시 오던 길로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본과 까망이의 합작이 시작됐다.
맨 뒤에서부터 야금야금 한 놈씩, 한 놈씩 잡아 죽여 나가자 그들이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갈 즈음에는 이십여 마리 이상이 낙오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몇 시간 만에 다시 한 자리에 모인 그레이 트롤 추살대는 아직도 뺀질거리는 얼굴로 해골전투마에 앉아 저격을 하고 있는 본을 보며 이를 갈았다.
이 단 한 놈으로 인해 실종된 그레이 트롤이 오십여 마리가 넘었기 때문이다.
실종된 놈들은 사체도 발견되지 않았다.
분명히 말을 타고 있는 놈이 어떤 술수를 부린 것이 분명했다.
“안되겠다. 모두 가깝게 뭉쳐서 달려가자. 바깥쪽으로 전사들이 서서 전사의 힘(생체실드)을 끌어 올리며 간다.”
“네, 족장님.”
드디어 바카써스가 머리를 쓰기 시작했다.
퉁 퉁 퉁 퉁 퉁 퉁…….
핑 피핑 팅 팅 팅…….
본은 그레이 트롤 추살대가 바짝 붙어서 달려가자 곧 대물저격총을 아무리 쏘아도 소용이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
하지만 본에게는 아직 까망이가 있었다.
[규우! 소이탄을 쓴다.]
[좋은 방법이다.]
그동안 소울이 싸우는 것을 옆에서 지켜봤던 까망이는 이렇게 적이 많이 뭉쳐있을 때는 소이탄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까망이는 그들이 달려가는 방향으로 먼저 가서 소이탄을 꺼내 놓았다.
그레이 트롤 추살대가 달려오자 까망이는 소이탄을 그들의 정 가운데로 던져 버렸다.
쾅!
화아아아악!
쿠에엑 크아악 퀘에엑…….
행렬의 정중앙에서 터진 소이탄의 위력은 무시무시했다.
조밀한 공간에 밀집된 병력은 소이탄에 직격 당하자 금세 온몸에 불이 붙어 버렸다.
그리고 이 단 한 번의 공격으로 인해 바카써스 족장의 계획은 무참히 박살났다.
퉁 퉁 퉁 퉁 퉁…….
기회가 오자 본은 또다시 대물저격총을 쏘아댔다.
그레이 트롤들이 하나 둘씩 몸에 구멍이 뚫리며 쓰러졌다.
“이런 죽일 놈!”
바카써스는 정말 화가 나서 돌아버릴 것 같았다.
비슷한 숫자에 당하는 거라면 말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단 한 놈이었다.
둘도 아닌 단 한 놈 때문에 트롤 부족 중 최강의 부족으로 떠오른 자랑스러운 그레이 부족의 전사와 투사들이 허무하게 죽어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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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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