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OULNET-287화 (287/492)
  • 00287  제 72 장 - 보고서(report)  =========================================================================

    자신의 상태창은 보기에 따라서 엄청나다고 할 수도 있고 허접하다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레벨에 ‘D급 소환계·F급 강화계’라고 또렷하게 적혀 있는 것을 보면 현재의 한계가 분명하게 드러난다.

    D급 소환계 능력자라면 어디 가서 무시를 당하지 않을 만큼 꽤 괜찮은 능력자다. 거기에다 F급 강화계 능력이 있어서 듀얼 능력자가 된 소울의 상태는 절대 무시할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잡다한 능력 두 개보다 한 가지 능력이라도 등급이 높은 것을 가지고 있는 것이 현실적으로 대우를 받는 세상이다.

    소울이 아무리 발버둥을 쳐봐야 D급 능력자라는 것을 벗어날 수 없다.

    서머너즈 길드의 규모에 비하면 확실히 서머너즈 길드마스터의 등급이 많이 낮았다.

    서머너즈 길드 안에서도 이미 D급 능력자들이 꽤 존재했다.

    F급 소환계 능력자가 소환에 성공하면서 갑자가 등급이 무섭게 오른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외부 영입을 통해 보충된 전력들이었다.

    물론 소울은 자신의 등급을 뛰어 넘는 강력한 전투력을 가지고 있다.

    소환수와 테이밍 된 비스트, 생체실드 중화탄 등이 하나로 섞이면서 일어나는 전투력 상승이라는 무서운 시너지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337 길드의 길드마스터들에 비해 등급이 낮아서 보이지 않는 무시와 은근한 차별을 당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메인 보고자 보상은 일단 무조건 등급의 상승과 관련된 것을 받아내야 한다. 나에게는 지금 신검(神劍)이기(異器) 보다 등급의 상승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여기서 만약 내가 C급 소환계 능력자가 된다면 까망, 푸티나, 본은 나의 등급 상승에 영향을 받아서 곧바로 C급 소환수가 될 확률이 높다. 그렇게만 된다면 나 하나만의 전력 상승으로 끝나지 않고 내 소환수들과의 동반 등급 상승으로 이어져 어마어마한 시너지 효과를 내게 될 것이다.’

    보상으로 무엇을 받게 될지는 아직 모른다.

    정말 끝내주는 것을 받을 수도 있고, 복불복으로 도박하는 심정으로 뭔가를 선택해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라펠 등을 통해 그동안 전해들은 얘기로는 어느 정도 자신이 원하는 것에 맞추거나 근접한 보상을 해준다고 했다.

    우주의 고차원적 상위 지성체들이 만든 소울넷이라면 자신의 등급 하나 올리는 것은 분명히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소울은 자신의 기억창고를 한번 살펴본 후, 소울넷 접속을 해제했다.

    일단 보고를 올렸으니 자신이 소울넷에 들어와서 해야 할 일은 다 끝낸 것이다.

    이제는 보상이 들어오기만을 기다리면 된다.

    그 시간이 너무 기다려지는 소울이다.

    의식이 무서운 속도로 가라앉았다.

    * * * * *

    눈을 뜨자 파란 하늘이 보인다.

    솜사탕과도 같은 몽실 거리는 구름이 파란 하늘을 배경삼아 둥둥 떠다니는 것 같다.

    시원한 강바람이 얼굴을 간지럽히며 볼을 쓰다듬고 지나간다.

    귓바퀴가 쳇바퀴라도 되는 양 바람이 뱅글뱅글 안에서 돌며 바람소리를 들려준다.

    머리카락 몇 개가 바람을 타고 떠올라 파르르 떨리자 손가락을 살짝 들어 한쪽으로 밀어낸다.

    “마스터, 일어나셨습니까?”

    비스크의 음성이 들려오자 잠시 평화를 만끽하던 심상(心想)이 질그릇 깨지듯 부서져갔다.

    몸을 일으킨 소울은 비스크를 보며 착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응, 그래. 혹시 그동안 무슨 일 있었어?”

    “아니요.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 강상(江上)이동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본카누에 올라탄 후, 규칙적인 흔들림에 깜빡 잠이 들었던 모양이다.

    덕분에 소울넷에 접속하여 무사히 보고를 마칠 수 있었으니 강을 타고 내려가는 작전은 여러모로 그에게 큰 도움이 됐다.

    “비스크, 얼마나 더 가야 개성필드가 나오지?”

    “제가 강남필드 쪽은 빠삭한데 이쪽 지리는 좀 그냥 그렇습니다.”

    “모른다는 말이야?”

    “아니 뭐 꼭 그렇다는 말은 아닙니다만 라이코스나 스프린트의 말에 의하면 이틀은 더 가야한다고 합니다.”

    “흐음.”

    비스크는 혹시라도 말꼬리를 잡혀서 야단을 맞을까봐 두려웠는지 절대 모른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여전히 하는 짓이 밉상이었다.

    이틀 만에 목적지에 도착한다면 그리 나쁜 속도는 아니다.

    그레이 트롤들이 혹시라도 미리 앞서가서 기다린다면 아마 그게 큰 문제가 될 것이다.

    ‘몰래 기습이라도 해서 숫자를 좀 줄여 놓아야하나?’

    사보타주는 아니더라도 그냥 이대로 그레이 트롤들이 계속 쫓아오게 놔두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을 하자 지금 그레이 트롤들이 어디에 있는지 궁금해졌다.

    [본, 해골전투마를 타고 하늘로 올라가서 정찰을 좀 하도록 해!]

    [예스, 마이로드. 그레이 트롤들이 어디쯤 왔는지 확인하라는 말씀이죠?]

    [응, 정확해.]

    본은 즉시 강물 위로 해골전투마를 토해내더니 해골전투마 위로 훌쩍 뛰어 올랐다.

    해골전투마가 거대한 날개로 날갯짓을 하자 당장 물속으로 빠질 것만 같았던 해골전투마는 마치 강물 위를 네 발로 차면서 달리는 것처럼 앞으로 쏜살같이 달려갔다.

    찰랑 찰랑!

    그러더니 어느 순간, 휙 하고 하늘로 멋지게 날아올랐다.

    언제 봐도 간지가 줄줄 흐르는 멋진 비행이었다.

    펄럭 펄럭!

    본을 태운 해골전투마는 점점 더 높은 하늘 위로 상승했다.

    그리고 주변의 시야가 한눈에 보일만큼 높이 올라가자 본은 그때부터 아래를 내려다보며 주변을 정찰했다.

    그의 눈에서 주황색 광채가 피어오르자 마치 망원경을 보는 것처럼 멀리 떨어져 있는 경치들이 눈앞으로 끌려오는 것만 같았다.

    멀리 거대한 히물레야 산맥이 그 웅장한 자태를 드러냈다.

    끝없이 펼쳐진 들판에 수많은 초식동물들이 평화롭게 풀을 뜯어 먹는 모습이 보인다.

    들판을 가로지르는 강위에 검은 성냥갑 같은 뗏목들이 줄지어 흘러내려가는 것도 보였다.

    본은 강과 뗏목을 중심으로 조금씩 시야를 가까운 곳에서부터 먼 곳으로 확대해나갔다.

    그러자 곧 자신이 원하던 목표가 눈에 들어왔다.

    [마이로드, 발견했습니다. 그레이 트롤 부족이 강가를 따라서 빠르게 달려 내려오고 있습니다.]

    [거리는 얼마나 떨어져 있지?]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달려오고 있어서 이대로 가면 몇 시간 이내로 강가에서 저들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됩니다.]

    [저들의 숫자는 얼마나 되나?]

    [이백 오십 마리입니다.]

    [어휴, 이거 골치 아프게 됐네. 저놈들을 어떻게 뿌리치지?]

    본의 전언을 듣는 순간, 소울은 아찔한 느낌을 받았다.

    뗏목을 타고 가면 분명히 따돌릴 줄 알았는데 벌써 그레이 트롤들의 모습이 보인다니 이거 자신이 그들을 너무 과소평가 한 것이 아닌가 싶었다.

    ‘문제는 공중에서 이놈들을 폭격하고 싶어도 마땅한 무기가 없다는 거네.’

    아직 소이탄 몇 개는 남아있었지만 그것만으론 저들의 추격을 따돌릴 수 없었다.

    까망이의 아공간이 작은 편이 아니었지만 조금만 더 컸더라면 좋을 뻔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그래봐야 떠나간 버스요, 죽은 자식 부랄 만지기이다.

    [마이로드, 앞으로 저희는 이 상태로 이틀을 더 가야합니다. 그레이 트롤들이 골렘이 아닌 이상 저런 속도로 계속 달린다면 반드시 지치게 되어 있습니다. 아직 시간이 넉넉하니 적절한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본, 네 말이 맞다. 지금 당장 저놈들을 어떻게 하는 것보다는 저놈들이 지쳤을 때, 한방을 노려야겠다.]

    소울은 자신이 너무 긴장해서 시야가 극도로 좁아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본의 말대로 일단 이틀이란 시간이 남아있으니 그 안에 천천히 생각해보면 반드시 이 문제를 해결할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희로애락(喜怒哀樂), 생노병사(生老病死)와 관계없이 시간은 언제나 유수처럼 잘만 흘러간다.

    뗏목에 탄 채 먹고 싸고 잠을 자도 시간은 멈추지 않고 계속 흐른다.

    해가 떨어지고 밤이 되어도 달빛 부서지는 강물 위를 뗏목은 계속 흘러간다.

    “푸티나, 트로트, 옜다. 이거 먹어라.”

    “꾸잉!”

    “키잉!”

    푸티나와 트로트는 소울에게 고개를 숙여 감사인사를 하고는 사이좋게 오우거 다리를 뜯어 먹었다.

    소울과 비스크는 까망이의 아공간에 넣어둔 전투식량을 꺼내 먹었다.

    다행히 본과 스켈레톤 부대는 아무것도 먹지 않아 식비가 크게 절감이 됐다.

    ‘그러고 보니 언데드 소환수가 이런 장점이 있었네. 무한 스태미나에 식비 절감, 확실히 효율적이야.’

    소울은 그렇게 쓸데없는 생각을 하면서 입을 오물거렸다.

    전투식량으로 비빔밥을 선택했는데 달이 훤하게 비추는 강물 위에서 비빔밥을 먹자 뭔가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으면서도 잘 어울렸다.

    그는 비빔밥을 다 먹고 나자 입가심으로 독일에서 수입해온 캔 맥주를 하나 꺼내 따서 먹었다.

    “카! 시원하고 맛있다. 왜 맥주는 독일 맥주가 좋은지 알 것 같네.”

    진한 맥주 맛이 혀끝에 감돌자 비빔밥의 냄새와 향기가 한꺼번에 사라지며 달달한 맥주냄새가 입안에 감돌았다.

    더럽게 맛없고 맹맹한 맥주를 무슨 엄청난 것이라도 되는 양 온갖 선전을 다해서 비싼 값에 국민들에게 팔아먹고 있는 국내 주류제조회사는 정말 깊이 반성을 해야 한다.

    독일, 아니 일본만 하더라도 진하고, 맛있고, 부드러운 각종 명품 맥주들이 즐비하다. 왜 우리나라에는 그런 명품 맥주가 나오지 않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다행히 요즘은 외국에서 들여오는 맥주를 쉽게 구할 수 있고 중소 양조회사에서 정성을 다해 독특하고 개성 있는 맥주들을 만들고 있어서 그나마 좀 나아진 듯하다.

    ‘내가 지금 왜 맥주 맛 타령이지? 그것보다 우리를 추격해오는 그레이 트롤 놈들을 한 놈이라도 저격해서 없앨 방법을 생각하지 않고…….’

    소울은 스스로를 반성하면서 빈 캔을 우그러뜨렸다.

    ‘가만, 내가 지금 저격이라고 했나? 달밤에 저격이라. 어떻게 저격을 하지?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서 저격을 해야 하나? 아니야. 강가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저격은 불가능하다. 적의 발걸음을 묶어두려면 뭔가 다른 방법이 있어야 해. 빠른 기동력으로 치고 빠지면 좋을 것 같은데……. 빠른 기동력? 치고 빠진다고? 본이 하면 되겠구나.’

    소울은 결국 한 가지 방법을 생각해낼 수 있었다.

    [본, 해골전투마를 타고 그레이 트롤 부족의 뒤로 가서 한 놈씩 저격해라. 걸리면 쫓아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도망쳐라!]

    [마이로드, 게릴라 작전을 쓰는 것입니까?]

    [그래. 빠른 기동력으로 치고 빠지는 작전을 쓰는 것이다. 지속적으로 괴롭히다보면 분명히 적들은 병력을 나눌 거야. 병력을 분산해도 좋고 적들의 발길을 늦춰도 좋다. 어느 쪽이던 우리에겐 이득이다. 까망이를 붙여 줄 테니 전리품 수거와 탄창 보급은 걱정하지 마.]

    [예스, 마이로드. 즉시 시행하겠습니다.]

    본은 바로 해골전투마를 토해내더니 훌쩍 등에 올라탔다.

    그리고는 달빛 가득한 하늘로 날아올라 크게 한 바퀴 원을 그리더니 뒤로 날아갔다.

    ‘지능이 뛰어난 소환수를 데리고 있으니 이런 좋은 점이 있었구나.’

    소울은 까망이와 푸티나도 본처럼 지능이 높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머리가 나쁘면 손발이 고생이라고, 까망이와 푸티나는 일일이 자세하게 명령을 내려줘야 알아듣기 때문에 적지 않은 수고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펄럭 펄럭…….

    날개 달린 말인 페가수스도 아닌 것이 달밤에 허공을 빠른 속도로 날아갔다.

    강가를 따라 내려가자 얼마 지나지 않아 회색의 피부를 가진 커다란 덩치를 가진 트롤들이 우르르 몰려서 달리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본은 해골전투마를 그들의 뒤쪽으로 가게 하더니 크게 원을 돌아서 지상으로 내려왔다.

    따가닥 따가닥 따가닥…….

    해골전투마는 날개로 인해 공중에서 빠르게 날수 있었지만 역시 근본은 말인지라 달리는 것이 자연스러웠다.

    거기다 아무리 빨리 달려도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그 말은 해골전투마 위에서 마법소음기를 끼운 대물저격총을 든 본에게 아주 편안한 저격환경을 만들어 줄 수 있다는 뜻과 같다.

    본은 달려가는 그레이 트롤 부족의 행렬 맨 끝에 오백 미터까지 접근한 다음 재빠르게 해골전투마를 세웠다.

    그리고 대물저격총을 꺼내 저격을 시작했다.

    퉁 퉁 퉁 퉁 퉁 퉁…….

    탄창이 비자 본은 재빨리 새 탄창으로 교환하면서 지속적으로 대물저격총을 쐈다.

    그레이 트롤 전사들을 정면에서 D급 생체실드 중화탄으로 저격하면 잘 박히지 않는다. 하지만 투사, 즉 일반 그레이 트롤을 뒤에서 D급 생체실드 중화탄으로 저격하면 꽤 잘 박혔다.

    ============================ 작품 후기 ============================

    *** 보상에 관해 다양한 많은 의견을 보내주셨네요. ^^ 신중하게 고민해봐야겠습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즐거운 하루 되세요.

    선호작, 추천, 코멘트, 쿠폰, 후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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