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OULNET-284화 (284/492)

00284  제 71 장 - 그레이 트롤 추격대  =========================================================================

촤악!

빠르게 달려가는 푸티나의 등 위에서 비틀거리며 서 있는 그레이 트롤의 목을 토마호크로 후려치자 허공으로 그레이 트롤의 목이 붕 떠올랐다.

“둘!”

소울은 자신이 죽인 그레이 트롤이 두 마리라는 것을 말하려는지 소리를 치자 사방에서 그에 화답하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셋!”

본의 대검이 그레이 트롤 한 놈의 골통을 쪼갰다.

“넷!”

스켈레톤 레인저가 그레이 트롤의 한쪽 눈에 화살을 박았다.

“다섯!”

스켈레톤 엘리트가 그레이 트롤의 앞뒤에서 사이좋게 심장과 목을 찔렀다.

“여섯, 일곱!”

엘리트 전사 안트로프와 한스가 그레이 트롤의 목덜미를 물어뜯고 등을 앞발톱으로 깊이 쑤셔 버렸다.

“여덟!”

마지막 여덟이라는 말이 나오자 소울은 소리가 난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엘리트 전사 라이코스와 네바단이 그레이 트롤 전사 한 놈의 목과 심장에 날카로운 앞발톱을 쑤셔 박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크윽, 나 낭트가 웨어울프 따위에게 당하다니……. 커억!”

풀썩!

그레이 트롤 추격대의 대장을 맡은 낭트가 이승을 떠나면서 마지막으로 지껄인 말이었다.

와아아아아!

마지막 그레이 트롤 전사가 죽자 엘리트 전사들이 두 손을 하늘로 번쩍 들더니 소울을 바라보며 함성을 질렀다.

엄청난 대승이었다.

일부 엘리트 전사는 자신들의 손으로 그레이 트롤 전사를 죽인 것이 믿기지 않는지 연신 자신의 두 손을 쳐다보고 있었다.

엘리트 전사들이 감격으로 인해 환호성을 지르며 승리를 기뻐할 때, 소울의 소환수들은 빠르게 현장을 정리했다.

까망이가 그레이 트롤의 마석을 챙기고 본이 그레이 트롤의 사체를 챙겼다.

푸티나에게 그레이 트롤 전사 한 놈의 사체를 먹이로 던져준 소울은 히물레야 산맥을 바라보며 긴 한숨을 쉬었다.

‘그레이 트롤 추격대를 간신히 처리했네.’

그레이 트롤 추격대를 전멸시키느라 소울은 가지고 있던 염산, 황산, 백린 등을 다 써버렸다.

소이탄도 이제 거의 안 남았고 대전차지뢰와 휴대용 대전차미사일도 다 떨어졌다.

거기에다 넉넉히 가지고 온 생체실드 중화탄, 특히 D급 탄의 소모가 극심했다.

다행인 것은 이제 개성필드를 향해 달리는 일만 남았다는 것이다.

“이제 그만 마지막 참호로 가자. 육포와 물을 마시면서 내일까지 이대로 쉬기로 하자.”

“네, 마스터.”

엘리트 전사들은 세 번째 참호로 들어가서 육포를 꺼내 먹고 물을 마셨다. 그리고 지친 몸을 바닥에 뉘여 휴식을 취했다.

소울은 푸티나가 옆으로 발라당 눕자 그의 배 위로 올라가 침대처럼 편하게 누웠다.

그러자 트로트가 푸티나의 옆으로 와서 누웠고 본과 스텔레톤 부대만 참호에 서서 주변을 감시했다.

‘다 끝났다. 이대로 한숨 자는 거야. 소울넷에 접속되면 보고를 하고 보상을 챙기면 된다.’

계속 긴장한 상태로 지내서 그런지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아주 피곤했다.

소울의 눈을 감자 까망이가 그의 몸 위로 와서 치유능력을 발휘했다.

그러자 온몸이 시원해지면서 편안해졌다.

[까망아! 고마워!]

[규!]

소울은 까망이에게 고맙다는 의지를 보내면서 서서히 잠에 빠져 들었다.

그의 입가에 연한 미소가 지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행운의 여신은 소울에게 미소를 지어주지 않았다.

[마이로드, 잠깐 일어나보셔야겠습니다.]

[응, 뭔데?]

[불빛이 보입니다.]

[뭐시라?]

소울은 본의 말을 듣다가 불빛이라는 말에 벌떡 몸을 일으켰다.

이대로 1분만 더 있었으면 잠을 잘 수 있었을 텐데 상황이 그에게 잠을 허락하지 않았다.

참호에 서서 고개를 히물레야 산맥을 향해 고정시키고 있는 본의 옆으로 다가간 소울은 그가 바라보고 있는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

“저건 횃불인가?”

“그렇게 보입니다.”

“그런데 왜 저렇게 횃불이 많지?”

소울은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가만히 살펴보니 분명히 히물레야 산맥 쪽에서 이쪽을 향해 다가오고 있는 불빛이 분명했다.

그때 그의 머릿속으로 뭔가가 번쩍하며 스치고 지나갔다.

‘설마, 그레이 트롤 부족 전체가 오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

소울은 자신의 생각이 틀리기를 간절히 바랬다.

자신이 스스로 생각하고도 이건 도저히 상상하기도 싫은 최악의 가정이었던 것이다.

“라이코스, 그레이 트롤 부족의 숫자가 얼마나 되지?”

“제가 알고 있기로는 삼백이 넘습니다.”

“삼, 삼백?”

소울의 말과 행동에 심상치 않은 기분을 느낀 엘리트 전사들이 모두 일어나더니 참호에서 고개를 내밀고 히물레야 산맥 쪽을 바라봤다.

“트롤이 횃불도 쓰나?”

“저놈들은 일반 트롤이 아닙니다. 그레이 트롤 부족입니다. 트롤 전사들은 굉장히 지능이 뛰어납니다. 특히 그레이 트롤 족장과 주술사는 유사인종 못지않은 지혜를 지녔다고 알려졌습니다.”

“그럼 저게 그레이 트롤 부족이라는 말이지?”

“그럴 가능성이 높습니다.”

“스프린트, 가서 확인해봐. 절대 들켜선 안 돼.”

“네, 마스터.”

일단 가장 달리기가 빠른 스프린트를 보냈다.

“마스터, 불빛의 방향이 정확히 이쪽을 향하고 있습니다. 아까 함정이 폭발할 때 본 모양입니다.”

“시간이 얼마 없다는 말이군.”

소울은 라이코스의 말에 고개를 옆으로 살래살래 흔들었다.

“스프린트가 오면 모두 이곳을 떠난다. 출발준비를 하고 있어라.”

“네, 마스터.”

소울은 혼자 두 번째 참호로 다가갔다.

[까망아, 아까 죽은 낭트라는 놈의 시체를 꺼내봐!]

[규!]

소울은 커다란 그레이 트롤 전사 낭트의 시체를 참호 안으로 질질 끌고 들어갔다.

그는 토마호크를 꺼내 낭트의 배를 쫙 갈랐다.

그러자 피가 울컥 쏟아져 나왔다.

같은 무게의 금보다 비싸게 거래된다는 트롤의 피가 바닥을 적셨지만 소울은 조금도 신경을 쓰지 않았다.

[까망아, 이놈의 뱃속에 있는 오장육부를 몽땅 비우고 이 안에 가지고 있는 폭탄으로 꽉꽉 채워!]

[규!]

까망이는 소울의 명령에 주저 없이 낭트의 오장육부를 몽땅 흡수해버리고 대신 아공간에 남아있는 크레모어, 고폭탄, 소이탄 등을 꽉꽉 채워 넣었다.

소울은 마지막으로 그 안에 시한폭탄을 설치해놓고는 까망이를 불렀다.

[까망아, 이놈의 뱃가죽을 잘 붙여라!]

[규!]

죽은 놈의 뱃가죽을 원상 복귀해 놓은 소울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참호를 벗어났다.

그 즈음 스프린트가 엄청난 속도를 내며 달려왔다.

“마스터, 즉시 여기를 벗어나야합니다. 그레이 트롤 부족이 전부 몰려왔습니다.”

“그래? 알겠다. 모두 출발하자.”

“네, 마스터.”

소울은 점점 다가오는 불빛을 한번 쳐다보고는 서둘러 자리를 벗어났다.

그들의 모습이 눈으로 더 이상 확인 할 수 없을 만큼 멀리 사라지자 히물레야 산맥 쪽에서 다가오는 불빛들이 점점 참호가 있는 곳을 향해 다가왔다.

우두두두두두두…….

삼백육십 마리나 되는 그레이 트롤들이 일제히 횃불을 들고 달려오자 그 자체만으로 이미 대지는 지진이 일어난 것처럼 진동하고 있었다.

트롤 종족 역사상 가장 호전적인 부족으로 기록될 그레이 트롤 부족은 질서정연한 모습으로 참호를 향해 달려왔다.

이중 무려 육십 마리나 일반 그레이 트롤 보다 훨씬 덩치가 크고 전투력이 뛰어난 부족의 전사라는 사실은 이들에게 크나큰 자랑이자 기쁨이었다.

하지만 반대로 이들이 거점으로 삼고 살아가는 히물레야 산맥 주변의 몬스터들에게는 재앙이나 마찬가지였다.

행렬의 반 정도가 지나가자 다른 그레이 트롤 전사보다 두 배는 더 커 보이는 거대한 덩치를 지닌 그레이 트롤 한 마리의 모습이 보였다.

바로 그레이 트롤 부족의 족장인 ‘바카싸스’였다.

바카싸스 옆에는 이 모든 문제의 발단이 된 테라스가 눈에 살기를 뿌리며 걸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뒤에 온갖 보석으로 몸을 장식한 그레이 트롤 부족 최고의 현자이자 주술사인 ‘와이즈리’가 주변을 살피며 걸어왔다.

“족장님, 이곳이 분명합니다.”

“그렇군. 여기서 뭔가 폭발했어.”

와이즈리의 말에 바카싸스가 자신의 턱을 쓰다듬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전사 하나가 참호 속에 죽어 있는 낭트의 모습을 발견하고 소리쳤다.

“낭트 전사의 사체다.”

“뭐라고? 낭트님이 죽었단 말이야?”

테라스는 낭트가 죽었다는 말에 다짜고짜 참호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조심해라. 웨어울프 놈들이 또 뭔 짓을 해놓았는지 모른다.”

와이즈리가 놀라서 소리쳤지만 테라스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테라스는 참호 속에서 낭트를 발견하고 그의 앞에서 무릎을 털썩 꿇었다.

낭트 전사가 눈을 감고 있는 모습과 그의 몸에 난 여러 상처를 보자 확실히 죽었다는 느낌이 선명해졌다.

“이 개놈의 새끼들, 절대 용서하지 않겠다.”

테라스는 이를 박박 갈며 낭트의 몸을 안아들었다.

하지만 평소보다 배는 더 무거워진 낭트의 몸무게에 자신도 모르게 몸을 휘청거리고 말았다.

테라스는 낭트의 몸을 들면서 뭔가 툭하고 끊어진 것을 느끼지 못했고 낭트의 갑옷 사이로 삐죽 튀어 나온 검은 선도 보지 못했다.

다만 테라스는 참호 안을 쳐다보고 있는 다른 그레이 트롤 전사들이 자신을 비웃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자 두 팔과 다리에 힘을 잔뜩 주고 참호 위로 훌쩍 뛰어서 올라왔다.

“아버지, 낭트 전사가 죽었습니다.”

“그렇구나.”

바카써스는 테라스의 말에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와이즈리는 뭔가 굉장히 불안한 느낌이 들어서 날카롭게 소리쳤다.

“테라스, 뭐 하러 낭트 전사의 사체를 들고 나왔지? 그냥 거기에다 묻어 주지 않고?”

“낭트 전사는 나에게 있어 스승이나 마찬가지였소. 어떻게 저런 곳에 묻을 수가 있소? 조상의 묘에 모셔야하오.”

와이즈리는 하오체를 쓰는 테라스를 향해 속으로 이를 갈았다.

‘저런 버르장머리 없는 자식! 말하는 싸가지 하고는……. 위대한 족장의 핏줄에서 어떻게 저런 덜 떨어진 도마뱀 같은 새끼가 태어났지?’

와이즈리는 고개를 살래살래 흔들더니 옆의 전사들을 향해 눈짓을 했다.

그러자 그레이 트롤 전사 둘이 테라스에게 다가와 낭트의 사체를 빼앗으려 들었다.

하지만 테라스는 그럴 생각이 전혀 없는지 뒷걸음질을 치면서 바카써스에게 다가갔다.

“아버지, 제가 낭트를 조상의 묘에 모실수 있도록 허락해주세요.”

“으음, 좋다. 그럼 낭트의 사체는 끝까지 네가 책임지고 들고 다녀야 한다.”

“아! 감사합니다.”

테라스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와이즈리를 쳐다봤다.

그의 표정은 마치 자신이 와이즈리와의 싸움에서 승리를 한 표정이었다.

그 모습에 와이즈리의 눈 밑의 근육이 파르르 떨려왔다.

동시에 낭트의 뱃속 안에서 돌아가고 있던 타이머가 0을 가리켰다.

콰앙!

순간 그레이 트롤 부족의 행렬 가운데에서 대폭발이 일어났다.

얼마나 엄청난 폭발이었는지 주변이 일순 대낮처럼 환해지고, 멀리서도 검은 버섯구름이 보일 정도였다.

그레이 트롤 수십 마리가 폭사했고, 수십 마리가 중상을 입었다.

테라스는 그 자리에서 분자단위로 분해되어 사라졌고 와이즈리는 머리통이 날아가면서 즉사했다.

바카써스는 폭발에 휘말려 수십 미터를 날아갔지만 순간적으로 생체실드를 있는 데로 발현하여 상체 반쪽이 날아가는 중상을 입는데 그치고 간신히 살아남았다.

지이이이잉!

바카써스는 참혹한 고통 가운데 골이 빠개지는 이명소리가 들려오자 머리를 흔들어 털었다. 이를 악물고 트롤 종족 특성인 재생능력을 있는 데로 끌어올려 자신의 몸을 빠르게 회복시켰다.

실시간으로 뼈가 자라고 살이 차오르고 신경이 이어지는 모습은 보는 자로 하여금 괴물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만들었다.

“족장님!”

“난 괜찮다. 피해를 파악하라.”

“네, 족장님.”

뒤늦게 나타난 그레이 트롤 전사들이 바카써스의 건재에 내심 안도의 한 숨을 쉬었다.

그레이 트롤 전사들이 부산하게 움직이자 서서히 피해가 파악되기 시작했다.

“으으으, 테라스는 어떻게 됐느냐?”

“찾을 수 없습니다.”

폭탄이 가득 담긴 낭트의 시체를 들고 있었으니 시체의 한조각도 찾기 힘들 것이다.

“크흐윽, 와이즐리 주술사는?”

“사망하셨습니다.”

“으으, 이런 개 같은, 웨어울프를 이 세상에서 아예 멸종시켜버리고야 말겠다.”

바카써스는 분노로 인해 거친 숨을 몰아쉬며 땅바닥을 주먹으로 마구 후려쳤다.

============================ 작품 후기 ============================

즐겁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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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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