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83 제 71 장 - 그레이 트롤 추격대 =========================================================================
스물네 마리의 그레이 트롤은 사방으로 퍼져 나가더니 불빛이 번쩍이는 곳을 향하여 전력으로 질주했다.
참호 안에서 그레이 트롤들이 돌격해오는 것을 보자 소울은 크게 소리쳤다.
“한 놈만 노려라. 한 놈씩 조져서 쓰러뜨린다.”
“네, 마스터.”
퉁 퉁 퉁 퉁 퉁 퉁…….
투투투 투투투 투투투…….
본과 스켈레톤 부대 그리고 엘리트 전사들이 각각 5인1조로 대물저격총과 저격소총을 집중해서 사격했다.
소울의 이런 작전은 그대로 적중했다.
몇 놈은 아예 쓰러져서 일어나지 못했고 몇 놈은 일어나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부상이 커서 쉽지 않았다.
물론 트롤 종족의 특성으로 인해 치명상이 아닌 다음에야 시간이 지나면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되겠지만 당장 돌격에서 떨어져나간 것만으로도 소울 일행에게는 부담이 확 줄었다.
‘둘이나 셋은 죽은 것 같고, 다른 셋은 전투불능이구나. 이제 열여덟 마리 남았나?’
소울은 그 짧은 순간에도 적들의 숫자를 세보며 머리를 굴려대고 있었다.
“퇴각하라!”
“네, 마스터!”
그레이 트롤들이 너무 가까이 다가오자 즉시 퇴각 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엘리트 전사부터 차례대로 참호 중앙의 교통로를 타고 뒤로 달려갔다.
푸쉬시시시이이이이!
그때, 본이 참호 밖으로 연막을 내뿜으면서 주변을 완전히 가려버렸다.
그러자 달려오던 그레이 트롤들은 저절로 속도를 줄이면서 긴장했다.
하지만 속도를 줄인다고 해서 특별히 그레이 트롤들에게 유리해지는 일은 없었다.
아직도 참호 안에는 스켈레톤 부대가 그대로 남아 그레이 트롤들을 하나씩 조준사격하고 있었다.
스켈레톤들은 본이 펼친 연막에 시야가 방해받지 않는다. 그리고 설사 연막으로 인해 시야가 가려진다고 해도 마치 적외선조준경처럼 그레이 트롤들의 생기를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여전히 저격이 가능했다.
퉁 퉁 퉁 퉁!
투투투 투투투!
“돌격하라!”
낭트가 괴성을 지르며 다시 속도를 내서 달려가자 그레이 트롤 추격대는 일제히 함성을 지르며 달려왔다.
그제야 본과 스켈레톤 부대도 조용히 교통로를 타고 뒤쪽으로 빠져 나와 두 번째 참호로 빠르게 달려갔다.
그때, 첫 번째 참호 안에 설치해 놓은 대전차지뢰가 일제히 터져나갔다.
쾅 콰쾅 쾅!
푸티나를 제외하고 소울과 웨어울프는 그렇게 무겁지 않았다. 본과 스켈레톤 부대도 대전차지뢰를 터뜨릴 정도의 무게를 지니지 않았다.
하지만 그레이 트롤은 충분히 대전차지뢰를 터트릴 정도로 육중한 몸을 가지고 있었다.
그레이 트롤 추격대가 참호 안에 들어와서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대전차지뢰를 밟자 함정에 설치된 대전차지뢰는 연쇄폭발을 일으키며 일제히 터져버렸다.
아무리 C급 몬스터와 B급 몬스터의 생체실드가 강력해도 발밑에서 터지는 강력한 폭발과 충격을 이겨낼 정도는 아니었다.
순식간에 몇 마리의 그레이 트롤의 몸이 산산조각이 나서 허공으로 비산했다.
[본, 안개를 치워라.]
[예스, 마이로드!]
본이 자신이 만들어낸 안개를 빨아들이자 시야를 확보한 엘리트 전사와 스켈레톤 부대는 1km 밖의 안전한 두 번째 참호에서, 첫 번째 참호에서 우왕좌왕하는 그레이 트롤 추격대를 하나씩 저격했다.
핑 핑핑 핑핑핑…….
케엑 커억 크아악 쿠에엑…….
그레이 트롤 추격대는 또다시 허무하게 당한 매복과 기습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사정없이 두들겨 맞아야했다.
하지만 가슴을 부여잡으며 입에 피를 쏟고 있는 낭트만큼은 아직도 냉정을 유지하고 있었다.
“모두 이 구덩이 안으로 들어와라.”
그레이 트롤들은 낭트의 말을 듣고 하나 둘씩 참호 안으로 굴러들어왔다.
그제야 더 이상 쏠 대상이 사라진 대물저격총과 저격소총의 소리가 뚝 끊겼다.
“아니 저놈들이 왜 참호 안에서 기어 나오지를 않지? 그냥 돌격을 해야 하는데?”
두 번째 참호에서 이런 상황을 보게 된 라이코스가 분통을 터뜨렸다.
“학습효과라는 것이지.”
“네?”
라이코스가 무슨 말인지 이해를 하지 못하자 소울은 그냥 피식 웃음을 흘리며 말을 아꼈다. 굳이 그에게 설명을 해줄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누군지 모르지만 저 그레이 트롤 놈 중에서 제법 머리가 돌아가는 놈이 있었구나. 한번 사용한 함정은 안전하다는 생각을 다하다니……. 하지만 과연 그럴까?’
소울은 첫 번째 참호를 바라보며 싸늘한 비웃음을 흘려주었다.
[까망아, 가서 참호 안에 소이탄 몇 개만 던져주고 와라! 참, 오다가 전리품도 좀 챙겨와!]
[규!]
우리의 만능일꾼, 까망이가 얼른 대답을 하고는 첫 번째 참호로 날아갔다.
다른 자에게는 보이지 않는 까망이의 움직임이 소울에게는 너무나도 선명하게 보였다.
까망이는 허공을 둥실둥실 떠서 첫 번째 참호 위로 다가갔다. 그리고 아공간에서 소이탄 몇 개를 꺼내 ‘T’자 모양의 참호의 중앙에 떨어뜨렸다.
휘익 휙휙휙!
쾅 콰콰쾅 콰쾅!
쿠웨에에에엑 퀘에에에엑 쿠아아아악!
그레이 트롤들의 처절한 비명소리가 들판에 울려퍼졌다.
소이탄의 폭발로 온몸에 불이 붙어 활활 타오르는 트롤 한 마리가 참호 밖으로 기어 나와 몸부림을 치자, 그 불빛은 두 번째 참호 안에서 대기하고 있던 엘리트 전사와 스켈레톤 부대의 저격을 불러왔다.
핑 핑핑 핑핑핑…….
케엑 커억 크아악 쿠에엑…….
어두운 밤에 커다란 그레이 트롤의 몸이 불에 타고 있는 모양은 마치 횃불처럼 첫 번째 참호 주변을 환하게 비춰줬다.
“불붙은 놈은 쏘지 말고 내버려둬!”
“네, 마스터.”
소울은 진심으로 안쓰러운 표정을 지었다.
참호전은 몬스터들에게 지극히 생소한 전법이다.
몬스터 중에 땅을 파고 사는 놈도 많고 땅을 잘 파는 놈도 많지만, 역시 참호전은 몬스터들보다 인간들에게 훨씬 익숙한 전투방식이었다.
소울은 1차, 2차 세계대전을 통해 얼마나 많은 군인들이 참호 속에서 죽어갔는지 잘 알고 있었다.
책과 사진, 영화, 다큐멘터리 등 온갖 매체를 통해 참호전에 대한 자료가 인터넷에 넘쳐흐르니 사실 모를 레야 모를 수가 없었던 것이다.
거기에다 소울에게는 전장(戰場)의 치트키라고 할 수 있는 까망이와 그의 아공간이 있었다.
소이탄이 당장 그레이 트롤 추격대를 몰살시키지는 못해도 생체실드를 약화시키거나 아예 발동을 방해해 생체실드 중화탄으로 저격을 하는 것을 돕게 만들 수는 있었다.
C급 몬스터이건 B몬스터이건 간에 생체실드만 벗겨내면 이놈들도 피와 살로 이루어진 생명체이다.
현대 화약무기가 생체실드에 약한 면모를 보이고 있지만 이렇게 적절히 섞어서 사용한다면 얼마든지 중대형 몬스터를 사냥하는 것이 가능했다.
물론 C급 몬스터나 B급 몬스터가 가지고 있는 스피드와 전투력으로 인해 이런 상황 자체를 만드는 것이 절대 쉬운 일은 아닐 테지만 말이다.
결과적으로 그레이 트롤 추격대는 첫 번째 참호까지 와서 스물넷 중 여덟이 죽고 여덟이 심각한 화상을 입었다. 하지만 이들은 추격의 의지를 꺾지 않았다.
“마스터, 저놈들이 이상한 짓을 합니다.”
“그렇군. 정말 머리가 좋은 놈이네.”
소울은 그레이 트롤 열여섯 마리가 일렬로 서서 달려오는 것을 보며 기가 막혔다.
맨 앞에서 달려오는 놈은 자신의 얼굴을 두 팔로 철저히 보호하며 파란 빛을 연신 번쩍이며 달려오고 있었다.
재미있는 것은 엘리트 전사와 스켈레톤 부대가 대물저격총과 저격소총으로 생체실드 중화탄을 날려대자 못 견디겠는지 뒤로 물러가고 두 번째 놈이 앞장을 섰다는 점이다.
‘저런 식으로 생체실드를 이용해 다가올 줄은 몰랐군. 하지만 너희들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구나.’
소울은 까망이를 불러 휴대용 대전차미사일을 꺼냈다.
판저파우스트-3 대전차미사일이다.
장갑관통력이 균질압연강판 700mm나 되는 무서운 놈이었다.
탄두가 장전된 발사관을 들어 앞으로 향하고 조준경을 정면에서 일렬로 달려오는 그레이 트롤의 맨 앞의 놈의 가슴을 향해 발사했다.
파앙!
쐐애애애액!
쾅!
폭발하기 전, 맨 앞에서 달려오던 그레이 트롤 전사의 몸에서 푸른빛이 번쩍였지만 그렇다고 무사할 수는 없었다.
첫 번째와 두 번째 놈의 가슴이 단번에 뻥 뚫리고 일렬로 달려오던 행렬이 무참하게 무너져 내렸다.
놀라운 것은 그레이 트롤 전사 두 놈이 가슴이 뚫렸는데도 불구하고 아직 죽지 않았다는 것이다.
“뭐하고 있어! 일제사격하지 않고?”
소울의 호통소리에 놀란 엘리트 전사들이 그제야 대물저격총을 쏘기 시작했다.
본과 스켈레톤 부대는 벌써부터 대물저격총과 저격소총을 쏘고 있었다.
퉁 퉁 퉁 퉁 퉁 퉁…….
투투투 투투투 투투투…….
핑 핑핑 핑핑핑…….
케엑 커억 크아악 쿠에엑…….
재수가 없어도 어찌 이렇게 없는지…….
그레이 트롤 추격대는 태어나서 이렇게 호되게 적에게 당해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더욱 억울한 것은 적의 모습이 눈앞에 보이지도 않는 상태에서 계속 원거리 타격만으로 동료들이 쓰러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낭트는 두 눈에 시퍼렇게 살기를 줄줄 흘리며 소리쳤다.
“가만히 있으면 당한다. 모두 흩어져서 돌격하라.”
온몸의 털은 다 타고, 피부는 그을음이 가득하고 몸에는 구멍이 숭숭 뚫리고, 폭발로 내장이 뒤흔들린 그레이 트롤 추격대는 낭트의 외침에 정신을 번쩍 차렸다.
이제 이판사판 공사판이었다.
그레이 트롤들은 이를 악물고 젖 먹던 힘을 다해 일어나더니 일제히 산개해서 돌격해왔다.
물론 그 와중에도 집중된 저격에 당해 몇 놈은 골로 가버렸다.
‘이제 반은 죽였네.’
소울은 미친 듯이 달려오는 그레이 트롤들을 보면서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복수에 미친놈들은 복수로 인해 죽어야 마땅하다.
그들은 방금 한번 당하고도 과거로부터 교훈을 얻지 못했다.
이래서 역사교육이 중요한 것이다.
역사를 통해 교훈을 얻지 못한 민족은 망하게 마련이다.
눈앞에 문교부의 마크가 환상처럼 잠시 보이다가 붉게 타오르면서 사라져갔다.
“퇴각하라.”
도도도도도도!
우두두두두두!
한쪽은 들어오고 한쪽은 나갔다.
어김없이 또 한 번 연막이 안개처럼 퍼져 나가고 두 번째 참호 안에서 대폭발이 일어났다.
쾅!
꽈르릉 꽈릉!
소울이 두 번째 참호에 설치해놓은 것은 고폭탄이었다.
주변이 환해질 정도로 밝은 섬광이 터져 나오며 참호가 통째로 날아가 버릴 정도의 강력한 폭발이었다.
당연히 그레이 트롤들은 하늘 높이 날아가 사방으로 비산되었다.
[본, 이제 안개 치우고 저격해라.]
[예스, 마이로드.]
하지만 소울은 조금도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그레이 트롤이란 놈들의 생명력이 질기기가 미노타우로스의 힘줄보다 더 질겼던 것이다.
“아직도 살아있는 놈들이 여덟이나 있습니다.”
“정말 지독한 놈들이군.”
다들 그레이 트롤의 지독한 생명력에 놀라고는 있지만 이제는 해볼만 하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본! 저놈들을 모조리 죽여 버려라!]
[예스, 마이로드!]
드디어 소울은 직접 나서기로 결정했다.
본과 스켈레톤 부대가 참호에서 튀어나와 그레이 트롤 추격대를 향해 달려갔다.
“1조는 왼쪽, 2조는 오른쪽을 공격한다. 중앙은 내가 맡는다. 총공격!”
“와아아아아아!”
총공격 명령이 내려지자 엘리트 전사들이 일제히 함성을 지르며 참호를 박차고 달려갔다.
소울을 태운 푸티나도 신나게 정면을 향해 달려갔다.
‘어디 까망이의 솜씨를 좀 볼까?’
그는 까망이를 소환하더니 달려가는 속도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온몸이 그을음으로 가득한 그레이 트롤 한 마리를 향해 수리검을 날렸다.
[날아라! 까망이!]
[규!]
핑!
까망이는 엄청난 속도로 날아가 그레이 트롤의 심장을 그대로 뚫어버렸다.
퍽!
풀썩!
이미 온몸이 만신창이가 되어 남은 재생력을 자신의 몸을 회복시키는데 전부 투자하고 있던 놈이라, 소울의 공격을 눈을 보고도 즉시 생체실드를 일으키는 것이 불가능했다.
세상에서 가장 단단하다는 다이아몬드 보다 10배는 더 단단한 티탄산바륨주석합금으로 만들어진 수리검은 그 어떠한 저항도 받지 않고 그레이 트롤의 심장을 뚫어 요단강 너머로 보내버렸다.
‘오! 좋았어. 이참에 토마호크도 확인해보자.’
소울은 수리검처럼 티탄산바륨주석합금으로 만들어진 토마호크를 꺼내 오른손에 단단히 쥐더니 몸을 오른쪽으로 기울이며 사정없이 오른팔을 힘차게 휘둘렀다.
============================ 작품 후기 ============================
* 이곳은 하루종일 비가 주룩주룩 내리네요. 노트북이 고장나서 비맞으며 고치러 잠깐 밖을 나갔는데 갑자기 골이 띵 하네요. 설마 떨어졌던 감기가 다시 들어오는 것은 아니겠지요? (ㅎㄷㄷ) -.-;;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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