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OULNET-281화 (281/492)
  • 00281  제 71 장 - 그레이 트롤 추격대  =========================================================================

    퉁 퉁 퉁 퉁 퉁 퉁…….

    투투투 투투투 투투투…….

    대물저격총과 저격소총의 섞인 소리가 그의 귀에 미약하게 들려왔다.

    역시 마법소음기를 사용한 것이 소음을 이토록 줄이는데 큰 역할을 했다.

    쿠워오오오 쿠훼에에에 크아아아아…….

    하지만 일반 트롤도 아니고 트롤 중에서도 전투력이 상급에 속하는 호전적인 그레이 트롤들의 몸을 D급 생체실드 중화탄으로 뚫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다.

    생체실드 중화탄에 맞은 그레이 트롤들이 붉은 빛이 번쩍이며 넘어졌지만 그것은 대물저격총에서 발사된 총탄이 가지고 있는 물리적 충격에 의해 중심을 잃고 넘어진 것이지 치명상을 입어 쓰러진 것이 아니었다.

    거기에 간간히 섞여 있는 그레이 트롤 전사들은 B급 몬스터가 아닌지 의심이 될 정도로 몸에 푸른빛을 번쩍이며 생체실드 중화탄을 사방으로 튕겨 냈다.

    이놈들은 쓰러지지도 않고 몸만 움찔거릴 뿐이었다.

    “퇴각!”

    소울은 그레이 트롤 추격대가 일정 거리 이내로 들어오자 곧바로 퇴각 명령을 내리고 번개같이 뒤돌아 달려갔다.

    그러자 정면과 좌우 숲에서 저격을 하던 그의 소환수와 엘리트 전사들이 일제히 자리를 떠서 계곡 안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크레모어가 터지면 일제사격 한번 후에, 즉시 다음 매복지인 저 아래쪽 능선으로 달려가라.”

    “네, 마스터.”

    엘리트 전사들이 한 목소리로 대답을 하자 소울은 까망이의 아공간에서 휴대용 대전차로켓포를 꺼냈다.

    크레모어가 터지고 정신이 없을 때 로켓포를 한방 날리고 일제사격을 가하면 한 놈이라도 잡아 죽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었던 것이다.

    “옵니다.”

    비스크의 말에 소울이 휴대용 대전차로켓포를 들었다.

    회색의 피부를 가진 덩치 큰 그레이 트롤 수십 마리가 일제히 계곡 안쪽을 향해 달려들었다.

    쾅! 콰콰쾅!

    우릉 우르릉 우르릉!

    그때였다.

    클레모어가 일제히 터지며 계곡 안쪽이 바깥쪽으로 순식간에 일제히 쓸려나갔다.

    그레이 트롤은 뜨겁게 달궈진 수만 개의 쇠구슬들이 엄청난 속도로 날아와 온몸을 두들겨 대자 그 충격에 뒤로 붕 떠서 밀려나갔다.

    그 모습에 곧바로 소울이 휴대용 대전차로켓포를 발사했다.

    푸슝!

    쐐애애액 쾅!

    워낙 밀집해 있어서 ‘한 놈은 맞겠지!’ 하고 생각했는데 정말 그중에서 딱 한 놈이 걸리더니 상체가 산산조각이 났다.

    “예스!”

    소울은 주먹을 높이 들고 소리쳤다.

    그게 신호인줄 알았는지 본과 스켈레톤 그리고 엘리트 전사들이 일제히 대물저격총과 저격소총을 쏘아댔다.

    퉁 퉁 퉁 퉁 퉁 퉁…….

    투투투 투투투 투투투…….

    쿠워오옥 쿠훼에엑 크아아악…….

    확실히 크레모어에 당한 상태에서 대물저격총과 저격소총을 일제사격하자 효과가 있었다.

    최소한 그레이 트롤 세 마리가 전투불능이 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까망아, 전리품 수거해와!]

    [규!]

    까망이가 죽은 트롤의 마석과 사체를 수거하러 출발하자 소울은 오히려 퇴각을 명령했다.

    “퇴각한다. 다음 매복지를 향해 전력으로 달려갔다.”

    우두두두두두!

    도도도도도도!

    푸티나를 타고 달려가는 소울의 뒤쪽으로 본과 스켈레톤 부대 그리고 엘리트 전사들이 전력 질주하는 모습이 길게 이어졌다.

    맨 뒤에서 트로트와 비스크가 서로 경주를 하듯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달려왔다.

    [본, 여기 지형 어때? 저놈들이 우회해서 오는 것이 가능할까?]

    [마이로드, 매복하기에는 지형이 좋지 않습니다. 조금 더 내려가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래, 그럼 조금 더 달려보자.]

    하지만 소울은 그냥 무조건 달려가지 않았다.

    중간 중간에 대전차지뢰를 몇 개 꺼내서 묻어 놓았다.

    걸리면 좋고 아니면 아공간을 비워서 좋다고 생각했다.

    처음에 생각한 데로 매복하는 것이 마땅치 앉자 한참을 더 내려와야 했다.

    그때 멀리서 폭음이 들려왔다.

    쿵 쿵!

    대전차지뢰가 터지는 소리였다.

    “여기가 좋겠다. 모두 절벽 사이를 통과한 후 돌아서 양쪽 위로 올라간다.”

    “네, 마스터.”

    이번에 보이는 지형은 거대한 거인이 도끼로 대지를 찍어서 만들어 놓은 것 같은 깎아지른 절벽 사이였다.

    워낙에 수풀이 우거져서 지형자체가 잘 보이지 않았지만 소울은 용케 그런 지형을 잘 찾아냈다.

    이런 지형은 전형적인 매복지형이라서 전략과 전술을 아는 자라면 절대 들어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 사지(死地)는 울창한 수풀로 뒤덮여 있어 그 본 모습을 철저히 감추고 있었다.

    그들은 절벽 사이를 통과해서 뒤로 돌아 위로 올라갔다.

    주변의 움직임이 한눈에 들어오는 좋은 지형이었다.

    무엇보다 수풀이 울창해서 자신들의 모습을 감춰주고 있었다.

    ‘여기서 승부를 한번 봐야하나?’

    소울은 언제까지 이놈들에게 시달리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적당히 추격대를 뿌리치고, 밤에는 소울넷에 접속해서 보고를 하여 꿈에 그리던 보상을 빨리 받고만 싶었다.

    [까망아, 재고조사 좀 하자. 백린탄 좀 꺼내봐!]

    [규!]

    소울은 일단 아공간에 있는 백린탄의 재고량을 확인해봤다.

    [염산과 황산은 얼마나 있는지 보고 싶다.]

    [규!]

    그동안 염산과 황산을 마구 뿌려대고 백린탄을 자주 써서 생각보다 많은 양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일반 소이탄은 꽤 있었다.

    ‘그레이 트롤 추격대의 숫자에 맞춰 적당히 일반 소이탄과 섞어서 사용한다면 두 번 정도는 쓸 수 있는 양이구나.’

    소울은 빠르게 결단을 내렸다.

    “여기서 양쪽으로 매복한다. 땅에는 대전차지뢰와 크레모어로 함정을 팔 테니까 위에서는 신호를 주면 소이탄과 백린탄을 떨어뜨려서 그레이 트롤 추격대를 통구이로 만든다. 그 뒤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겠지?”

    “네, 저격을 하고 바로 튑니다.”

    “하하하, 맞아. 바로 그거야.”

    소울은 라이코스의 말에 웃음을 터뜨렸다.

    “그럼 모두 저격 포인트를 찾아보도록 해라.”

    “네, 마스터.”

    소울은 비스크에게 소이탄을 나눠주고 대물저격총과 저격소총의 탄창을 갈았다.

    절벽 아래로 내려가 중간에 크레모어와 대전차지뢰를 설치했다.

    “마스터, 추격대가 다가옵니다.”

    “스프린트, 수고했다.”

    이번에도 스프린트가 정찰을 하고 돌아와 상황을 알려줬다.

    그레이 트롤 추격대는 소울 일행의 매복에 당하고 대전차지뢰를 밟아서 벌써 다섯이나 전투불능에 빠진 것을 보고는 추격하는 속도를 절반으로 줄여야만 했다.

    웨어울프들을 만만히 봤다가 큰 코를 다치고 나니 정신을 차린 것이다.

    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조심조심하며 다가오고 있는 속도도 결코 느려터진 것  만은 아니었다.

    소울과 엘리트 전사들은 모두 각자 자리를 잡고 앉아 느긋하게 그레이 트롤 추격대를 기다렸다.

    한참 만에 그들이 절벽 앞까지 다가오자 다들 전투준비를 시작했다.

    그레이 트롤 추격대가 절벽 앞에서 잠시 미적거리더니 갑자기 엄청난 속도로 절벽 사이를 가로지르기 시작했다.

    ‘어? 저놈들이 눈치를 챘나?’

    소울은 자신이 그레이 트롤 추격대의 능력을 너무 허접하게 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천천히 걸어가던, 엄청난 속도로 달려가던, 결국 크레모어가 있는 곳으로 가게 되어 있었다.

    쾅! 콰콰쾅!

    우릉 우르릉 우르릉!

    제일 앞에서 엄청난 속도를 내며 달려가던 그레이 트롤 한 마리가 클레모어를 설치한 곳을 지나자 천둥이 치는 소리가 연속으로 터져 나오더니 절벽이 무너질 듯 진동했다.

    양쪽이 꽉 막힌 지형이라서 크레모어의 위력은 가히 발군이었다.

    “지금이다. 던져라.”

    소울이 소리치자 비스크와 엘리트 전사들이 일제히 소이탄과 백린탄을 절벽 아래로 집어 던졌다.

    쾅 콰쾅 쾅쾅쾅!

    쿠워오옥 쿠훼에엑 크아아악…….

    거대한 불꽃이 절벽 위까지 차례로 솟구쳐 올랐다.

    그레이 트롤 추격대는 온몸에 뜨거운 쇠구슬을 얻어맞고 화끈한 소이탄과 백린탄 세례에 피부가 타들어가 고통의 비명을 질러댔다.

    퉁 퉁 퉁 퉁 퉁 퉁…….

    투투투 투투투 투투투…….

    그 다음은 당연히 본과 스켈레톤 부대 그리고 엘리트 전사들의 대물저격총과 저격소총의 일제사격이었다.

    일제사격이 시작되자마자 그레이 트롤 다섯 마리가 생체실드 중화탄에 목이 날아가고 가슴에 커다란 구멍이 뚫리며 쓰러졌다.

    이대로 계속 공격을 하게 되면 전멸도 가능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운명의 여신은 아직 소울 일행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규우! 와이번이 내려온다.]

    소울은 까망이의 경고에 즉각 고개를 위로 치켜들었다.

    거대한 와이번 한 마리가 소울을 향해 빠른 속도록 쏘아져 내려오고 있었다.

    딱 보자마자 이놈이 누군지 바로 견적이 나왔다.

    [까망아, 와이번이 오는 길에 물을 뿌려! 그리고 난후에 염산과 황산을 뿌리고 백린탄을 써라!]

    [규!]

    소울은 빠르게 명령을 내리면서 뒤쪽으로 물러났다.

    촤아아아악!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고, 와이번은 갑자기 허공에 뭐가 쫙 뿌려지자 전에 당한 고통이 생각났는지 급히 몸을 틀면서 급정거를 했다.

    엄청난 속도로 내려오다 급정거를 하며 다시 미친 듯이 퍼덕퍼덕 날갯짓을 하고나자 간신히 피하는 데 성공할 수 있었다.

    와이번은 간신히 피했다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여기까진 이미 소울이 예상했던 범주였다.

    까망이는 소울의 말대로 물을 먼저 뿌리고 나서 와이번에게 다가가 이번에는 염산과 황산을 뿌렸다.

    치이이이익!

    쿠웨에에엑!

    와이번이 빠르게 날아다니면 예상 루트에만 뿌릴 수 있다. 하지만 날개를 퍼덕이며 호버링을 하는 것처럼 제자리에 가만히 떠 있으면 원하는 곳에 바로 뿌려댈 수 있었다.

    까망이가 뿌린 염산과 황산에 와이번은 또다시 온몸이 타들어가는 고통을 느끼며 마구 비명을 질러댔다.

    하지만 까망이의 결정타가 와이번의 바로 위에서 터져나갔다.

    쾅!

    바로 백린탄이 터진 것이다.

    와이번은 미친 듯이 날갯짓을 하며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지난번에 한번 당한 경험으로 인해 학습효과가 생겼는지 필사의 의지로 날갯짓을 해서 끝내 창공으로 날아오르는데 성공한 것이다.

    ‘저 때려죽일 놈의 닭대가리 새끼!’

    하지만 그 모습을 지켜보는 소울은 와이번의 탈출이 영 마뜩치가 않았다.

    이번 기회에 맛을 보여주지 않으면 평생 자신을 쫓아다니며 자신의 일에 훼방을 놓을 것만 같았다.

    [까망아, 휴대용 대공미사일을 줘!]

    [규!]

    까망이가 아공간에서 견착식 휴대용 대공미사일을 꺼내줬다.

    소울은 날아가는 와이번을 향해 조준하고는 냉정히 발사버튼을 눌렀다.

    쐐애애애애액!

    땅에서 대공미사일이 엄청난 속도를 내며 날아올랐다.

    와이번은 정신없이 날갯짓을 하는 와중에도 뭔가가 빠르게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것을 알고는 급격히 방향을 틀었다.

    그러나 인간이 만든 최첨단무기는 그렇게 회피를 한다고 해서 쉽게 도망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와이번의 급격한 회피기동에 맞춰서 급기동을 한 대공미사일은 결국 와이번의 동체를 맞추며 폭발해버렸다.

    꽝!

    허공에 폭발광과 함께 연기가 솟구쳤다.

    그 아래로 와이번이 뱅글뱅글 돌면서 땅으로 떨어져 내리는 것이 보였다.

    “예스!”

    또다시 소울의 주먹이 허공으로 치켜 올라갔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번 전투는 소탐대실(小貪大失)이 되고 말았다.

    그레이 트롤 추격대를 전멸시킬 수 있는 기회를 소울이 와이번을 잡는다고 한눈을 파는 바람에 결국 열 마리도 채 잡지 못하고 그레이 트롤들이 후퇴하는 모습을 눈만 깜빡이며 지켜봐야만 했다.

    ‘제기랄, 저 닭대가리 새끼 때문에 그레이 트롤 추격대를 놓쳤구나.’

    소울은 절로 한숨이 나왔다.

    앞으로 그레이 트롤 추격대를 오늘처럼 함정에 빠뜨리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두 번이나 함정과 매복에 당한 놈들이니 조금이라도 의심스러운 것은 회피하거나 우회를 할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그것은 그것대로 나름 장점이 있었다.

    회피를 하거나 우회를 하면 그만큼 이쪽에서는 시간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까망아, 전리품 챙겨라!]

    [규!]

    소울은 차갑게 머리를 식히며 냉정하게 판단했다.

    “모두 퇴각한다.”

    “네, 마스터.”

    엘리트 전사들은 소울의 말에 힘차게 대답했다.

    두 번의 매복과 함정을 통해 그의 능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확인할 수 있었다.

    듣기로는 그레이 트롤 전사와 일대일로 싸웠다는데 상처하나 입지 않은 그의 모습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 작품 후기 ============================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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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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