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OULNET-280화 (280/492)

00280  제 70 장 - 코어(core)  =========================================================================

레이칸 족장이 제법 자세하게 설명을 잘해서 그런지 다들 빠르게 사방으로 흩어져서 짐을 싸기 시작했다.

수십 개의 천막이 순식간에 분해되어 잘 접히고, 훈제를 해놓은 오우거와 트롤 고기가 공평하게 모두에게 분배됐다.

엘리트 전사들과 일반 전사들은 중무장을 하고 전투준비를 끝냈고 모든 레이칸 부족의 웨어울프들은 자신의 몸보다 더 큰 큼직한 등짐을 하나씩 메고 레이칸 요새 서문으로 하나씩 모여들었다.

레이칸 족장과 칸슬로 주술사까지 큼직한 배낭을 하나씩 메고 있는 것을 보자 소울은 조금 미안해졌다.

자신은 아무 짐도 메지 않고 푸티나의 등 위에 편하게 올라타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레이칸 족장과 칸슬로 주술사를 비롯해서 레이칸 부족의 웨어울프 그 누구도 소울에 대해 뭐라고 하지 않았다.

오히려 푸티나처럼 거대한 불곰을 타고 다니고 수십이나 되는 소환수 부대를 이끌고 다니는 소울을 경이롭다는 표정으로 바라볼 뿐이었다.

“출발!”

30분도 되지 않아 레이칸 부족 전체가 서문에 모두 모이자 레이칸 족장은 즉시 이동명령을 내렸다. 가급적이면 최대한 빠르게 알라야 분지를 빠져 나가고 싶었기 때문이다.

사람처럼 온갖 문명의 이기를 소유하고 있지 않은 웨어울프들이라서 그런지 의식주(衣食住)에 필요한 최소한의 도구만을 챙긴 채 짐을 쌌다.

족장이라서 덜 들고 일반 웨어울프라고 해서 더 들고 하는 일은 없었다.

부족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것은 적당히 나눠서 들었고 자신들의 짐은 각자 들고 갔다.

레이칸 부족 엘리트 전사 다섯이 전면에 포진해서 길을 열었고 그 뒤를 전사 열이 따랐다.

레이칸 족장과 칸슬로가 전사들의 뒤를 따라 걷자 레이칸 부족 웨어울프들이 일제히 줄을 지어 그들의 뒤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행렬의 맨 마지막에 소울 일행과 엘리트 전사 다섯. 일반 전사 열이 배치되어 만약의 사태에 대비를 했다.

웨어울프들은 배가 고프면 오우거와 트롤을 훈제한 육포를 먹었고 목이 마시면 물통의 물을 마셨다.

인간처럼 식사를 한다고 불을 피우고 밥을 지을 필요가 없는 웨어울프들은 그렇게 해가 질 때까지 쉬지 않고 빠르게 걸어 알라야 분지 입구에 도착했다.

“어서오게. 레이칸 족장!”

“먼저 와 있었군. 투멘 족장!”

알라야 분지 입구에는 투멘과 투멘 부족의 웨어울프들이 레이칸 부족을 기다리고 있었다. 확실히 피해를 많이 입긴 한 모양인지 전사들은 거의 보이지 않았고 일반 웨어울프들만 이백오십명 정도 모여 있었다.

투멘과 레이칸은 반갑게 서로의 손을 잡고 악수를 했다.

“행렬의 앞쪽에 서게.”

“고맙네.”

레이칸의 말은 투멘 부족을 지켜주겠다는 간접적인 표현이었다.

투멘의 얼굴이 절로 환하게 펴졌다.

알라야 분지 입구에서 잠시 전열을 정비한 한 웨어울프들은 레이칸 족장의 명령에 의해 행렬의 끝으로 엘리트 전사 전부와 대부분의 일반 전사를 배치했다.

레이칸 족장까지 소울과 함께 행렬 뒤로 쳐져서 가기로 결정했다.

“몬스터란 몬스터는 여기 다 모여 있으니 앞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이제부터 우리는 속보로 빠르게 히물레야 산맥을 빠져 나간다.”

소울은 레이칸의 말에 눈을 크게 떴다.

‘속보라니? 지금 이게 속보 아니었어?’

잠시 쉬면서 물을 마시고 체력을 비축한 레이칸 부족과 투멘 부족은 석양을 바라보며 알라야 분지를 나와 본격적으로 히물레야 산맥을 빠져나갔다.

혹시 몰라 일부 정찰조를 배치해놓은 그들은 이제 집을 향해 행군했다.

힘과 체력이 좋은 육백오십 여명의 웨어울프들이 각자 짐을 들고 속보로 이동하는 속도는 경이로울 정도였다.

소울이 보기에 이건 속보가 아니라 조금 천천히 달리는 것과 같았다.

하지만 레이칸 족장은 그레이 트롤이 신경 쓰이는지 자꾸 뒤를 돌아봤다.

“그레이 트롤 놈들이 쫓아오면 제가 남아서 그들을 막겠습니다.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네.”

레이칸은 소울의 호의를 거절하지 않았다.

지금 같아서는 고블린이 동맹을 청해 와도 받아들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만큼 레이칸은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었다.

이런 위기의식은 비단 레이칸만이 느끼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알라야 분지를 빠져 나가고 있는 유사인종과 수인족 그리고 소형 몬스터들은 모두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알라야 분지의 입구를 빠져 나와 히물레야 산맥을 내려가자 뒤쪽에서 엄청난 숫자의 고블린과 오크 등이 빠져 나오는 것이 보였다.

조금만 늦었어도 그들의 행렬에 막혀서 시간이 지체 됐을 텐데 다행히 웨어울프들의 동작이 조금은 더 빨랐다.

이제부터는 시간싸움이다.

중대형 몬스터들이 알라야 분지에서 굶어죽지 않으려면 필연적으로 밖으로 나와서 사냥을 해야 한다.

당연히 소형 몬스터들은 최대한 알라야 분지에서 떨어지려고 할 것이고 조금이라도 더 멀리 간 소형 몬스터들은 중대형 몬스터들에게 공격받을 확률을 크게 떨어뜨릴 수 있다.

하지만 레이칸 부족은 단순히 이런 문제만으로 위기의식을 느끼는 것만은 아니었다.

그동안 레이칸 요새를 공격하다 실패해서 큰 피해를 입은 트롤과 오우거 같은 중대형 몬스터들이 알라야 분지 밖으로 나가면 두고 보자며 벼르고 있었다.

특히 소울과 동굴 광장 안에서 싸웠던 그레이 트롤 부족은 복수를 위해 쫓아올 가능성이 높았다. 그리고 추격대가 만들어 진다면 트롤 전사들이 포함될 가능성이 컸다.

레이칸 요새와는 달리 의지할 성벽이 없는 들이나 산에서 그레이 트롤 부족 추격대와 조우하게 된다면 레이칸 부족과 투멘 부족에게 재앙이 될 수도 있었다.

그래서 레이칸은 최대한 빠르게 히물레야 산맥을 빠져 나가려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불길한 예감은 틀리는 경우가 없다.

레이칸이 느낀 위기의식 그대로 알라야 분지 쪽에선 큰 소란이 일어나고 있었다.

그레이 트롤 부족의 추적대가 자신들의 앞길을 막고 있는 고블린과 오크들을 닥치는 대로 잡아 죽이며 길을 트고 있었던 것이다.

이 소식은 알라야 분지 밖에 배치해놓은 웨어울프 정찰조에 의해 즉각적으로 전해졌다.

“우려하던 일이 드디어 생기고 말았어.”

“그렇군요. 하지만 그레이 트롤 부족의 추격대를 전멸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발걸음을 붙잡고 지연시키는 정도라면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그게 정말인가?”

레이칸은 소울의 호언장담에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다만 저와 제 소환수만으로는 조금 부족한 감이 있네요. 제게 엘리트 전사들을 붙여 주시면 충분히 가능할 것 같습니다.”

“으음, 좋네. 그렇게 하지.”

레이칸은 소울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라이코스, 안트로프, 네바단, 코로나, 스프린트, 자크, 한스, 칼리스, 아포카, 룰라! 이상 엘리트 전사 열 명은 지금부터 마스터를 따라가라.”

“네, 족장님.”

엘리트 전사들은 한 목소리로 대답을 하고는 조금의 의문도 없이 소울의 옆으로 다가왔다. 그래도 안면이 있다고 라이코스와 안트로프가 소울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

‘선의는 선의로 갚아야지.’

소울도 라이코스와 안트로프를 향해 미소를 짓고는 바로 명령을 내렸다.

“엘리트 전사를 두 개의 조로 나눈다. 라이코스, 네바단, 코로나, 스프린트, 자크는 1조다. 1조 조장은 라이코스로 한다.”

“네, 마스터.”

“안트로프, 한스, 칼리스, 아포카, 룰라는 2조다. 2조 조장은 안트로프로 하겠다.”

“네, 마스터.”

엘리트 전사들은 마치 싸우러 가는 것을 즐기기라도 하는 것처럼 입가에 옅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과연 레이칸 부족 최고의 전사들인 엘리트 전사다운 여유만만 태도였다.

“비스크, 이들에게 대물저격총을 지급하고 사용하는 방법을 가르쳐라.”

“네, 마스터.”

소울은 레이칸 부족의 최고 전사들인 엘리트 전사들을 그레이 트롤 추격대에 먹이로 던져주는 짓은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비스크에게 대물저격총 10정을 주고 쓰는 법을 가르쳤다.

“레이칸 족장님, 한 가지 질문이 있습니다.”

“말하시게.”

“그레이 트롤들이 우리가 사는 곳이 어딘지 모르고 있습니까?”

“아! 그렇군.”

소울은 레이칸이 잘못 생각하고 있는 맹점을 정확하게 지적했다.

레이칸은 소울의 말에 레이칸 부족의 근거지로 돌아가도 그레이 트롤의 추격을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할 수 없군. 조상의 유물만 수습해서 일단 신세계로 넘어가야겠군.”

“입구에서 만나기로 하죠.”

“좋아. 그렇게 하세.”

소울은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레이 트롤이 추격하는 것을 핑계로 레이칸 부족과 투멘 부족을 자연스럽게 개성필드 밖으로 유도하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오히려 그레이 트롤들에게 감사인사를 해야 하나?’

레이칸 부족과 투멘 부족을 털도 뽑지 않고 통째로 집어 삼키려는 소울의 음모도 모른 채 레이칸 족장은 그렇게 철썩 같이 소울을 믿고 다시 만날 약속을 하고 말았다.

그레이 트롤 추격대가 점점 가까이 다가오자 웨어울프들의 발걸음이 바빠졌다.

속보로 가던 속도를 이제는 뛰어 가는 속도에 맞추자 육백오십 여명의 웨어울프들은 뒤에 먼지만 잔뜩 남긴 채 쌩하고 눈에서 사라져버렸다.

“전시인 관계로 존칭은 생략하겠다. 스프린트는 추격대가 얼마나 가까이 왔는지 가서 확인하라.”

“네, 마스터.”

레이칸 부족 중 제일 속도가 빠른 스프린트가 쌩하니 뒤로 달려갔다.

“1조는 왼쪽 숲에 매복하고 2조는 오른쪽 숲에 매복한다. 추격대가 저 언덕을 넘어 내려오면 저격을 시작해도 좋다. C급 생체실드 중화탄이 없는 관계로 D급을 사용해서 저격하기 바란다. 적이 저 능선을 넘어오면 저기 보이는 저 계곡 안으로 후퇴한다. 계곡 안쪽에는 함정을 설치할 예정이니 추격대의 발길을 묶으면 우린 빠른 속도로 다음 매복지로 이동한다.”

“네, 마스터.”

“비스크는 2조와 같이 움직인다.”

“네, 마스터.”

“본과 스켈레톤 부대는 이쪽 숲 정면에 매복하고, 푸티나는 나와 함께 움직인다. 이상이다.”

소울이 빠르게 매복작전을 설명하자 모두 한 목소리로 대답을 하고는 각자 자신의 조와 부대로 나뉘어 움직이기 시작했다.

작전은 단순했다.

정면과 좌우에서 삼면으로 매복을 한 상태로 저격을 하다가 일정 거리를 넘어오면 일제히 계곡 안쪽으로 퇴각한다.

추격대가 계곡 안으로 따라오면 함정을 발동시켜 발을 묶고 다음 매복지로 이동해서 같은 작업을 반복하는 것이다.

이제 처음 대물저격총을 만지는 엘리트 전사들이니 처음부터 어려운 작전을 하면 손발이 맞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시작은 이렇게 단순하면서도 효과적으로 적의 발을 묶는 작전을 써야했다.

‘그럼 나는 함정을 설치하러 가볼까?’

소울은 제일 먼저 계곡으로 달려가서 적당한 곳에 함정을 설치했다.

급하게 준비하는 것이라 복잡하고 어려운 함정은 만들 수 없었다.

간단하게 크레모어 몇 개를 준비하고 함정을 빠져나오는 놈을 위해 휴대용 대전차로켓포를 준비했다.

‘이제 보는 눈도 없으니 본격적으로 내 전용무기를 써야겠다.’

그는 까망이의 아공간에서 수제 명품 대물저격총과 대형권총을 꺼내 등에 메고 양쪽 허벅지에 찼다. 자오검은 테라스와 전투를 한 후 회수하지 못해 날려먹었다.

그래서 대신 토마호크와 군용대검을 꺼냈다.

모든 준비가 끝나자 소울은 즉시 매복을 하고 있는 숲으로 가서 본의 옆에 섰다.

[마이로드, 적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렇구나. 저격을 준비하자.]

[예스, 마이로드.]

본과 스켈레톤 부대는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어느새 저격의 전문가 같은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각자 주변으로 흩어져 몸을 숨기고 저격에 적합한 장소를 기가 막히게 찾아냈다.

소울은 그 모습에 피식 웃음을 흘렸다.

다다다다다!

스프린트가 빠르게 달려오자 소울은 밖으로 나가 손을 흔들었다.

그러자 스프린트는 1조가 매복을 하고 있는 곳을 향해 달려갔다.

잠시 후, 땅바닥에 미약한 진동이 느껴졌다.

드디어 그레이 트롤 추격대가 도착한 것이다.

쿠워어어호오오오!

수십 마리의 그레이 트롤들이 갑자기 살기 찬 포효를 지르며 언덕을 넘어 무서운 속도로 달려 내려오자 소울은 그 모습에 절로 소름이 쫙 끼쳤다.

하지만 그의 기분과는 상관없이 본과 스켈레톤, 엘리트 전사 1조와 2조는 소울이 처음에 명령한 대로 추격대가 언덕을 내려오자마자 동시에 저격을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 지금 막 탈고한 한편 더 올립니다. 따끈따끈 합니다. ^^;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즐거운 하루 되세요.

선호작, 추천, 코멘트, 쿠폰, 후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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