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OULNET-278화 (278/492)

00278  제 70 장 - 코어(core)  =========================================================================

소울은 직감적으로 이놈을 이용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행히 신의 뜻인지 트롤 전사는 연신 씩씩대면서 소울 일행이 모여서 얘기를 하고 있는 곳을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

[까망아, 이놈의 발을 걸어서 넘어뜨려!]

[규!]

쿠엑!

콰당!

이유를 알 수 없는 분노에 휩싸여 아무런 생각 없이 걸어가다가 갑자기 발이 뭔가에 걸려 중심을 잃은 트롤이 휘청거리며 두 손을 허공으로 젓다가 결국 땅바닥에 엉덩방아를 찧고 넘어졌다.

“크크크크…….”

소울은 그 모습을 보고 작게 웃음을 지었다. 그렇다고 억지로 웃는 것은 아니었다.

일부러 자극을 하려고 웃음소리를 내려고 했는데 정말 넘어지는 모습이 너무나 우스꽝스러워 저절로 웃음이 튀어 나왔다.

쿠와아앙!

제풀에 자기가 혼자 넘어져놓고 트롤 전사 테라스는 소울을 쳐다보며 으르렁댔다.

그레이 트롤 족의 전사이자 차기 족장으로 내정된 테라스는 자신을 마음껏 비웃는 것으로 보이는 소울을 도저히 용서할 수 없었다.

“이놈 감히 나를 비웃다니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

“이놈이라니? 아니 이런 모자란 놈이 있나? 네가 혼자 넘어져놓고 어디다 시비야?”

“뭐? 모자란 놈이라고?”

테라스의 눈이 회까닥 돌아갔다. 테라스가 가장 싫어하는 말을 소울이 무의식중에 지껄여버린 것이다. 꼭지가 돈 테라스의 어깨가 분노로 인해 부르르 떨렸다.

‘어라? 이거 내가 뭔가를 잘못 건드렸나보네?’

소울은 불길한 예감에 급히 무리에서 이탈해서 뒤로 물러섰다.

아니나 다를까 테라스가 소울을 향해 폭주하듯 달려오고 있었다.

그런데 소울이 기대했던 거와는 달리 테라스는 놀라운 순발력을 발휘하며 소울이 물러선 방향으로 급하게 꺾여 들어왔다.

급히 쉐도우 스텝을 사용해서 물러서는 방향을 확 꺾은 소울은 팔에 소름이 돋았다.

후욱!

자신이 있던 자리의 허공으로 거대한 무쇠몽둥이가 공기를 가르는 섬뜩한 소리를 내며 스치고 지나갔던 것이다.

‘으헥, 이거 까딱 잘못하다간 바로 골로 가겠다.’

소울은 순간 정신을 집중하며 빠르게 뒷걸음질을 쳤다.

물론 그 방향은 허공에 떠 있는 물결이 있는 방향이었다.

“쥐새끼 같은 놈!”

테라스가 이를 갈며 쫓아오자 소울은 다시 몸을 옆으로 틀었다.

후욱 훅!

뭔 놈의 트롤이 평생 달리기만 연습했는지 순발력이 장난이 아니었다.

소울은 자신이 트롤 전사에 대해 너무 과소평가를 한 것이 아닌가 하고 후회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테라스의 무쇠몽둥이에 자신의 완소 머리통을 내줄 수는 없었다.

창!

그는 급히 자오검을 꺼내 들고는 이리저리 테라스의 공격을 피했다.

덩치로 보거나 무기를 보거나 절대 부딪치면 소울만 손해인 상황이었다.

그래서 소울은 일단 이리저리 피하면서 최대한 테라스의 공격방식에 적응해갔다.

어떤 몬스터도 약점이 있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소울은 그러면서도 착실하게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몸을 이동시키고 있었다.

“도망만 가지 말고 한번 제대로 붙어보자.”

“야, 이 모자란 새끼야. 너 같으면 그렇게 하겠냐? 대가리에 똥만 찼나? 어째 말하는 게 정말 부족한 새끼네.”

“아니, 뭐라고? 이 씹어 먹을 개 새끼가?”

“나 개 아니거든 이 2% 부족한 재수 없는 회색 똥 덩어리야!”

테라스는 ‘아가리 배틀’에서 그만 완패를 당하고 말았다.

머리끝까지 화가 솟구친 테라스는 이제 눈에 뵈는 것이 없었다.

오직 소울의 대갈통을 무쇠몽둥이로 때려서 산산조각을 내는 것만이 지상목표가 되어버렸다.

거친 몬스터들의 세계에서 남의 싸움처럼 재미있는 것은 없다.

테라스의 부족인 그레이 트롤을 시작해서 레이칸과 투멘까지 둘의 싸움을 흥미진진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아니 그 정도가 아니라 동굴 바깥으로 나가려던 몬스터들도 돌아와서 구경을 시작했다.

소울이 이런 사실을 알았다면 레이칸이나 투멘에게 섭섭하게 생각을 했겠지만 사실 소울이 조장한 이번 싸움은 누가 말리고 어쩌고 할 사이도 없이 너무나도 빠르게 일어났다.

거기에다 은연중에 그레이 트롤 부족은 레이칸과 투멘의 웨어울프들을 반포위한 상태였다. 여차하면 한꺼번에 공격에서 모조리 잡아먹으려는 것이다.

트롤에게 웨어울프는 별미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이제 좀 이놈의 움직임이 눈에 익네. 당한 것이 있으니 조금은 갚아줘야겠지.’

소울은 눈에 불을 켜고 테라스를 쳐다보다가 살짝 왼손을 앞으로 내밀면서 작게 속삭이듯 말했다.

“그리스, 그리스!”

연속 두 번의 그리스 마법이 들어가자 테라스는 순간적으로 중심을 잃고 비틀거렸다.

순간 빗살처럼 앞으로 튕겨나간 소울이 자오검을 사정없이 대각선으로 그어버렸다.

촤악!

쿠에엑!

테라스의 새끼손가락이 잘려 허공으로 솟구치자 테라스가 고통의 비명을 질렀다.

[까망아, 가져와!]

[규!]

테라스의 잘린 새끼손가락이 땅으로 떨어지기도 전에 까망이에게 회수되어 소울의 왼쪽 손에 쥐어졌다.

“병신 새끼!”

소울은 한껏 오만한 표정을 지으며 테라스의 새끼손가락을 테라스를 향해 흔들었다.

트롤답게 어느새 테라스의 새끼손가락에 난 상처는 아물어 있었다. 하지만 잘려나간 새끼손가락이 바로 재생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테라스는 소울이 말한 ‘병신’이라는 말에 또다시 열이 빡치는 것을 느끼며 서둘러 중심을 잡았다.

“이런 것은 아예 싹 태워버려야 맛이지. 주술의 묘(妙)! 염화(炎火)!”

화르륵!

소울은 테라스가 잘 보이도록 왼손을 앞으로 내밀며 그의 새끼손가락을 주술로 일으킨 불로 싹 태워버렸다.

쿠웨에에에에에에에!

열이 받아도 좀 많이 받은 것 같았다.

소울은 테라스가 동굴 광장을 진동시킬 정도로 큰 포효를 터뜨리는 순간, 주변을 빠르게 한번 훑어본 뒤 잽싸게 뒤로 몸을 튕겼다.

휘익! 쾅!

아니나 다를까 테라스는 포효를 터뜨리자마자 곧바로 소울을 향한 최단거리 직선루트로 쏜살같이 달려와 무쇠몽둥이를 내리찍었다.

그 속도가 아까보다 배는 빨라진 것 같았다.

사사삿 사사삿…….

소울도 그런 사실을 깨닫고 절정의 쉐도우 스텝을 밟으며 한 박자 먼저 몸의 방향을 틀어 꾸준히 뒤로 물러섰다.

‘다 왔다. 이제 조금만 뒤로 더 가면 된다.’

슬쩍 뒤쪽을 살펴보자 크기가 3m 는 되어 보이는 원형의 투명한 물결이 넘실대고 있었다. 그리고 그곳을 지키는 스파토이(용아병)들이 완전무장을 한 채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쿠웨에에에에에에에!

어느새 전면에 테라스가 짓쳐들고 있었다.

그의 눈에는 스파토이들이 전혀 보이지 않는 모양이었다.

소울은 극히 짧은 시간동안 머리를 팽팽 돌려 생각했다.

‘잘못하면 스파토이에게 공격당할 수 있다. 일단 무기를 버리고 당하는 척 연기를 해야겠다.’

빠른 판단을 내린 소울은 쉐도우 스텝을 밟으며 뒤로 빠르게 물러섰다.

하지만 그의 움직임에 맞춰 테라스의 움직임도 같이 따라 움직였다.

도망을 치는 것이라면 속도에서 이길 자신이 있었지만 이런 식으로 좌우이동과 뒷걸음을 치는 것으로는 테라스의 속도를 이겨낼 수 없었다.

휘익! 창!

결국 테라스가 휘두른 무쇠방망이에 소울의 자오검이 튕겨 나갔다.

그 충격에 소울은 뒤로 주르륵 몸이 밀리는 것을 느끼며 속으로 이를 갈았다.

하지만 그의 표정과 행동은 반대였다.

마치 크게 다친 것처럼 그의 몸이 뒤로 주르륵 밀리더니 나중에는 데굴데굴 굴러갔다. 당연히 이것은 소울이 밀리는 힘을 거스르지 않고 물러나며 오히려 일부러 데굴데굴 구르는 연기를 해서 허공에 떠 있는 물결 앞까지 최대한 가깝게 다가간 것이다.

예상대로 무기를 날리고 데굴데굴 구른 다음 바닥에 쓰러지자 스파토이들은 소울에게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하지만 소울이 바닥에 쓰러진 것을 보자 신이 난 테라스는 스파토이까지 갈아엎을 생각인지 거대한 무쇠몽둥이를 세차게 휘둘러 왔다.

아마 그게 스파토이를 자극한 모양이었다.

용의 뼈에서 탄생했다는 전설의 스파토이들은 테라스의 행위를 공격으로 간주했는지 순식간에 테라스를 향해 쏘아져 들어갔다.

카카카카카캉!

촹! 차차차창 창창!

싸움은 이제 제 2 막으로 넘어갔다.

제 1 막이 소울과 테라스의 싸움이라면 이제 제 2 막은 테라스와 스파토이의 싸움이었다.

‘이상하다. 아무리 생각이 없는 스파토이라고 해도 이곳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 텐데 왜 한 놈도 나한테는 신경을 안 쓰는 거지? 혹시 코어는 스파토이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건가?’

소울은 그렇게 의문을 느끼면서도 행동은 민첩하게 움직였다.

테라스와 스파토이가 정신없이 싸우고 있는 이틈에 그는 바로 뒤에 있는 물결 속으로 잽싸게 몸을 던진 것이다.

촤아아악!

마치 물속으로 다이빙을 한 것처럼 물이 갈라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물결 속을 파고드는 순간, 온몸의 감각이 사라지며 마치 분자단위로 몸이 분해되는 것 같은 묘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이명 같이 윙윙 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자신의 몸이 뭔가 묵직한 막을 뚫고 지나가는 기분이 들었다.

쿵! 데굴데굴!

소울의 몸이 바닥에 떨어져 구르다가 멈췄다.

“들어왔다.”

자신도 모르게 소리친 소울은 자신의 감각이 이미 돌아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벌떡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주변을 날카로운 시선으로 살펴봤다.

어두운 공간이었다.

반경 50m 안은 밝은 편이었지만 그 밖은 짙은 어둠의 장막이 깔려 있어서 뭐가 있는지 보이지 않았다.

눈앞에는 검은 대리석 같이 반짝이며 윤이 나는 사각형의 제단 위에 직경 2m 정도 되어 보이는 붉은 공처럼 둥근 물체가 밝은 빛을 내며 둥둥 떠 있었다.

‘이게 코어구나.’

소울은 본능적으로 자신이 눈앞에 보이는 붉은 구체(球體)가 코어(core)라고 확신했다.

그는 홀린 듯이 코어를 향해 다가갔다.

제단을 걸어 올라가 붉게 빛나는 코어를 마주보자 소울의 입가에 절로 미소가 그려졌다.

코어는 반투명한 재질로 만들어진 듯 안이 훤히 비췄다.

밝게 빛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눈이 아프거나 자극이 되지 않았다.

붉은 코어의 속은 마치 텅 빈 것처럼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다만 코어의 유리알처럼 맑은 표면에 특이한 모양의 문양과 숫자, 기호가 섞여 띠를 이루며 지속적으로 돌고 있었다.

[까망아, 이거 찍어라.]

[규!]

소울의 머리카락 속에 숨어 같이 코어가 있는 공간으로 들어온 까망이는 소울의 명령에 즉시 소울의 전투헬멧의 카메라 모듈을 꺼내 열심히 찍기 시작했다.

‘가만 이걸 굳이 찍을 필요가 없구나. 어차피 기억의 창고에서 얼마든지 볼 수 있는 것인데 말이야. 하지만 혹시 모르니 보험이라 생각하고 찍어놓는 것이 좋겠지.’

소울은 혹시 몰라 코어의 겉면을 회전하는 띠를 집중해서 쳐다보고 그 특이한 문양과 기호 그리고 숫자를 기억하려고 노력했다.

또한 제단의 주변을 샅샅이 살펴서 혹시 자신도 모르게 뭔가 놓칠지 모르는 일을 대비했다.

그렇게 한참을 코어가 들어있는 공간 안에서 제단과 코어를 살펴보던 소울은 갑자기 바깥쪽 상황이 궁금해졌다.

그래서 자신이 들어온 입구를 향해 걸어갔다.

들어온 입구에도 바깥쪽과 동일하게 생긴 투명한 원형의 물결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재미있는 것은 바깥쪽과는 다르게 안쪽에서는 밖의 모습이 그대로 투영되어 보인다는 사실이다.

“어라? 설마 시간이 정지된 건가?”

소울은 놀라서 입을 딱 벌렸다.

테라스가 눈에 살기를 뿌리며 허공에 떠 올라 커다란 무쇠몽둥이를 휘두르는 모습이 보였다.

아니 그 모습이 마치 사진처럼 허공에 박혀서 움직이지 않았다.

스파토이들이 방패를 앞세우고 무기를 꺼내든 채 테라스를 향해 짓쳐 들어가는 역동적인 모습도 보였다.

역시 사진처럼 달려가는 모습이 정지 상태에 있었다.

‘세상에, 코어가 들어있는 이 공간은 시간이 멈춰있는 곳이구나.’

그 하나의 사실만으로도 코어가 얼마나 특별한 존재인지 알 것 같았다.

소울은 고개를 위로 들어올렸다.

천장은 보이지 않았지만 코어의 위쪽에 거대한 마법진이 허공에 그려진 채 둥둥 떠서 천천히 돌아가고 있는 것이 보였다.

[까망아, 저 위에 있는 마법진도 찍자.]

[규!]

소울은 까망이에게 열심히 찍게 하고 자신도 열심히 살펴봤다.

하지만 잠깐 쳐다보았는데도 불구하고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털썩!

그는 바닥에 누워버렸다.

그리고 마법진을 쳐다보자 아까보다 훨씬 보는 게 편해졌다.

============================ 작품 후기 ============================

*** 드디어 코어가 있는 공간으로 들어왔네요. ^^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즐거운 하루 되세요.

선호작, 추천, 코멘트, 쿠폰, 후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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