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OULNET-277화 (277/492)
  • 00277  제 70 장 - 코어(core)  =========================================================================

    강력한 물리방어력과 어지간한 마법에는 뚫리지 않는 강한 저항력을 가지고 있는 오우거의 가죽은 옛날부터 웨어울프들에게 갑옷을 만드는 최고의 소재로 꼽혔다.

    부족 최고의 장인들이 정성을 다해 만들어낸 오우거 가죽갑옷을 입은 첫 번째 수혜자는 레이칸 부족의 영웅으로 떠오르고 있는 소울이었다.

    탕탕!

    “가죽갑옷에서 왜 쇳소리가 나냐?”

    “흉갑은 오우거의 가죽을 세 겹으로 덧댄 뒤 특수한 약물처리를 했다고 합니다. 아마 그래서 그럴 겁니다.”

    소울이 흉갑을 손가락을 툭툭 치며 하는 질문에 비스크가 자세한 설명으로 답했다.

    아직까지 묘한 약품냄새가 가시지 않은 새 오우거 가죽갑옷을 입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소울을 위해 비스크가 옆에서 시중을 들었다.

    제일 먼저 흉갑을 입고, 흉갑의 윗부분의 고리에 어깨부분을 가리는 쇄갑을 달았다. 무릎까지 오는 갑옷 하의를 입고 흉갑 아래쪽 끝에 고리를 걸었다.

    완갑과 호구, 그리고 정강이 보호대를 차고 가죽투구를 썼다.

    발에는 웨어울프의 발톱이 튀어 나올 수 있게 구멍이 뚫린 가죽샌들 비슷한 것을 신었다.

    “어떠냐?”

    “잘 어울리십니다.”

    소울은 스마트폰을 꺼내 자신을 찍게 한 후 사진을 확대해서 살펴보고는 정말 비스크의 말대로 꽤 잘 어울린다는 것을 알게 됐다.

    ‘겉으로는 웨어울프가 아닌지 절대 알 수 없겠군.’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인 소울은 왼쪽 허리에 자오검을 차고, 왼쪽 어깨 끝에 스켈레톤킹의 어금니를 액세서리처럼 매달았다.

    “이제 가볼까?”

    “마스터, 무운을 빕니다.”

    “고맙다.”

    소울은 자신의 천막을 거침없이 나섰다. 천막 앞에는 어느새 왔는지 칸슬로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마스터, 이걸 가지고 가십시오.”

    “이건 반지가 아닙니까?”

    대뜸 그에게 반지를 내미는 칸슬로를 쳐다보자 칸슬로가 웃으면서 설명했다.

    “오크샤먼의 액세서리를 이용해 만든 반지입니다.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이 강력한 실드를 사용하실 수 있을 겁니다.”

    “고마워요.”

    소울은 보는 눈이 있어서 말을 놓지 못했지만 그의 손바닥에 놓인 반지만큼은 감사한 마음으로 재빨리 챙겼다.

    저벅 저벅 저벅…….

    남문을 향해 당당하게 걸어가자 남문 앞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는 레이칸 족장과 엘리트 전사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어제 몬스터들이 난동을 피우고 불까지 크게 나서 가디언 카람코가 많이 열 받은 모양이네. 이렇게 새벽같이 회합을 하자고 성화를 내는 것을 보면 말이야.”

    “그러게 말입니다. 어제는 잘 주무셨습니까?”

    “별의 별 놈들이 다 우리 레이칸 요새를 노리고 쳐들어와서 많이 자지는 못했네. 하지만 몇 시간 눈을 붙일 수는 있었어.”

    생각보다 빨리 회합이 열리게 됐다.

    물론 의도를 하고 저지른 짓이었지만 그래도 당장 다음날 아침 일찍 회합을 열자고 하는 것을 보면 카람코가 정말 화가 많이 나긴 한 모양이었다.

    “마스터, 잘 잤습니까?”

    “마스터, 좋은 아침입니다.”

    “마스터, 오늘은 신수가 훤해 보입니다.”

    소울을 향해 엘리트 전사들이 반갑게 웃으며 차례로 인사를 해왔다.

    그들의 얼굴을 보며 소울도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자! 이제 준비가 다 된 것 같으니 출발하도록 하지.”

    “네, 족장님.”

    레이칸 족장이 크게 한번 외치고 앞으로 나서 걸어가자 그의 뒤를 소울이 쫓아갔다. 그리고 둘의 주변을 엘리트 전사들이 빠르게 둘러쌌다.

    칸슬로는 이미 공식적으로 주술사의 자리를 소울에게 넘겨줬다. 그래서 오늘은 회합에 참여 하지 않는다.

    레이칸과 소울 일행은 보무도 당당하게 화이트 드래곤 히마의 레어가 있는 알라야 분지 북쪽 끝을 향해 걸어갔다.

    걸어가면서 주변을 둘러보니 아직도 어젯밤의 광란에서 입은 상처로 인해 몬스터들의 비명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왔다.

    일부는 쓰러진 상태로 피를 흘리며 그대로 죽어가는 놈들도 보였다.

    그런 몬스터 주변에서 사체를 노리고 알짱거리는 놈들도 있었다.

    여기저기 불에 탄 흔적이 보이고 가끔 커다랗고 새까만 숯 덩어리 같은 게 듬성듬성 있는 것도 눈에 들어왔다.

    아무래도 어젯밤 화마에 당한 녀석들일 것이다.

    ‘생각보다 피해가 컸던 모양이구나.’

    소울은 자신이 저지른 대형 참사를 바라보면서 한편으론 자랑스럽기도 하고 한편으로 걸릴까봐 조마조마하기도 했다.

    한참동안 걸어가자 자신들처럼 회합에 참여하러 움직이는 몬스터 무리의 대표들이 피곤에 쩐 표정으로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레이칸 족장과 소울 일행은 자연스럽게 그들 무리들과 합류해서 드래곤 레어가 시작되는 커다란 동굴로 모여들었다.

    동굴 입구를 통과하자 곧 거대한 광장이 나타났다.

    광장의 한쪽 끝에는 소울이 노리고 있는, 허공에 떠 있는 물결의 모습이 흐릿하게 눈에 들어왔다.

    ‘조금만 기다려라. 곧 들어가 줄 테니까…….’

    소울은 허공에 떠 있는 물결을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웅성웅성!

    지난번처럼 회합을 여는 장소는 거대한 야외경기장이었다.

    고블린, 코볼트, 오크, 트롤, 오우거, 웨어울프, 사이클롭스, 미노타우로스, 드레이크, 바실리스크, 그리폰, 와이번…….

    수많은 몬스터의 종족, 부족 대표들이 모이기 시작하자 그곳은 곧 각종 몬스터들의 전시장처럼 변했다.

    소울은 그 많은 몬스터 중 유독 와이번들을 조심스럽게 살펴봤다.

    혹시라도 자신을 쫓아다니는 그 정신 나간 와이번이 오지 않았을까 하는 염려 때문이었다.

    ‘어휴, 다행히 여기까지 쫓아오지는 않았구나.’

    소울은 그 미친 개 또라이 와이번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만으로도 왠지 마음이 편안해졌다. 아무리 날고 기는 소울이라고 해도 아직까지 와이번을 상대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회합에 참여할 몬스터 대표들이 다 모이자 곧 화이트 드래곤 히마의 가디언인 리치 카람코가 등장했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검고 긴 로브를 입고 해골바가지에 보라색 광망이 번득이는 두 개의 눈을 가진 카람코가 장내로 들어오자 각자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있던 몬스터 대표들이 일제히 입을 다물었다.

    카람코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주변을 한번 둘러보더니 대뜸 큰 소리를 쳤다.

    “거두절미하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다. 어젯밤 내가 너희들 때문에 몇 시간이나 불을 끄러 이 주변을 돌아야했는지 아는가? 도대체 어떤 썩을 놈이 불을 지른 거야?”

    “…….”

    카람코가 대놓고 터트리는 노화에 장내의 그 누구도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

    찍소리 하지 못하고 가만히 그를 쳐다보고 있자 카람코는 그 모습이 마음에 들었는지 언성을 조금 낮췄다.

    “좋다. 일단은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니까? 내가 분명히 경고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밤이 되기도 전에 싸움을 걸고 전투를 한 놈들이 많다는 얘기를 들었다. 찾아내서 엄벌을 처해야 하겠지만 일단 우리는 신세계를 정복하는 대업을 눈앞에 두고 있으니 이번 한번만은 특별히 넘어가도록 하겠다.”

    카람코는 한번 말을 끊고는 다시 한 번 주변을 날카로운 눈으로 훑어보며 있지도 않은 목청을 높였다.

    “그렇다고 그냥 이대로 있다가는 계속 문제가 생길 것이다. 중대형 몬스터들은 알라야 분지에 그냥 있도록 하고, 소형 몬스터들만 즉시 알라야 분지 밖으로 나가서 대기하도록 한다. 알라야 분지 밖에서 무슨 짓을 하던지 상관하지 않을 테니 말썽을 부릴 놈들은 모두 알라야 분지 밖으로 나가서 하도록 해라. 진군의 시간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며칠 더 걸릴 것 같으니까 그렇게 알고 대기하라. 이상이다.”

    카람코는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하고는 귀찮다는 듯이 몸을 돌려 야외경기장 밖으로 사라졌다.

    그제야 한 마디도 하지 못하고 꿀 먹은 벙어리처럼 가만히 쳐다보고만 있던 몬스터들이 일제히 분통을 터뜨렸다.

    “도대체 어떤 자식이 불을 지른거야?”

    “취익, 너희 트롤은 어젯밤 왜 우리 부족을 공격한 것이냐?”

    “뭔 개소리를 하는 거야? 당한 것은 우린데 왜 오크 잡놈들이 여기서 개지랄이야?”

    “음무우우! 드레이크들에게 우리는 어떠한 원한이 없는 것으로 아는데 왜 우리를 공격한 것이냐?”

    “크흥, 모른다. 우린 그저 공격해온 놈들만 상대했을 뿐이다.”

    …….

    다들 어젯밤 서로 물고 물리는 관계가 난마처럼 형성이 되어 있어서 삽시간에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오오오, 이거 분위기 좋은데? 이제 밖으로 나가서 어떻게 하던지 핑계를 만들어서 코어가 있는 그 물결 쪽으로 접근해보자.’

    소울은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좋아했다. 지금까지는 그의 생각대로 진행이 됐다. 이제 조금만 더 뜨거워지면 자신이 기대했던 결과가 나올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웨어울프 부족 중 투멘 부족의 족장이 레이칸에게 다가와 어젯밤의 일에 대해 의논을 원했다.

    보는 눈이 너무 많다고 판단한 레이칸은 투멘 부족의 족장인 투멘을 데리고 야외경기장 밖으로 나왔다.

    야외경기장 밖으로 나와 적당히 떨어진 곳으로 이동하자 레이칸은 자신의 커다란 덩치에 비해 조금도 모자라지 않은 투멘을 걱정스런 눈빛으로 쳐다봤다.

    “어떻게 된 일인가?”

    “우리 부족은 어제 무려 세 번이나 공격을 당했어. 마지막은 와이번한테 공격을 당했다네. 재수가 없어도 이정도면 최악이라고 할 수 있지. 자네 부족은 어떤가? 야영지에서 이동했다는 소식은 들었네.”

    “우리는 괜찮아. 돌로 된 언덕을 인간들의 성벽처럼 만들어서 방어를 하고 있어 견딜 만하네.”

    “그거 듣던 중 반가운 소리로군. 그런데 몬스터들의 행동이 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나? 마치 무슨 미치광이 풀이라도 단체로 씹어 먹은 것처럼 아무나 보고 막 달려드니 말이야.”

    소울은 옆에서 엿듣다가 간이 배 밖으로 튀어나올 정도로 놀랐다.

    어떻게 알았는지 정확히 미치광이 풀을 언급해서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저 새끼, 생긴 것과는 다르게 머리가 좀 돌아가는 놈이네. 조심해야겠다.’

    소울은 투멘의 이름을 경계대상 리스트에 살짝 올려놓았다.

    “글쎄? 거기까진 잘 모르겠네. 우린 레이칸 요새에서 한 발짝도 밖으로 나가지 않았으니 말이야. 그나저나 피해가 얼마나 큰 건가?”

    “부족의 3할이 전사했어. 이대로 가다간 전멸을 당한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거야.”

    “3할이나?”

    레이칸은 놀라서 눈을 커다랗게 떴다.

    부족의 3할이 전사했다는 말은 대부분의 전사들이 죽었다는 말이나 마찬가지였다.

    군사학적으로 봤을 때 이런 부대에게는 전투불능이라는 사망선고를 내리고 무조건 후방으로 빼서 다시 전열을 가다듬어야한다.

    “투멘 부족이 지금 생사의 기로에 서 있구먼.”

    “그런 셈이지. 그래서 자네에게 부탁을 좀 하려고 하네.”

    “무슨 부탁인가?”

    “자네가 투멘 부족을 좀 이끌어 주면 안 되겠나?”

    “설마 투멘 부족을 우리 레이칸 부족이 흡수해달라는 말인가?”

    “우리의 힘만으론 이제 알라야 분지를 벗어날 수 있을지도 의문이네.”

    “으음, 할 수 없군. 정 그렇게 생각한다면 투멘 부족을 우리가 거두도록 하겠네. 하지만 나중에 부족의 숫자가 늘어나면 다시 독립을 시켜주도록 하지.”

    “고맙네. 내 자네에게 충성을 다하겠네.”

    소울은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투멘 부족의 흡수에 그저 눈만 깜빡 거리고 말았다.

    확실히 인간들과는 생각이나 가치관이 정말 많이 다른 웨어울프들이었다.

    어떻게 부족의 생사가 족장 둘이 대화하는 것으로 그렇게 쉽게 결정이 되는 것인지 소울은 이해할 수 없었다.

    중요한 것은 투멘 부족이 들어오는 만큼 레이칸 부족의 힘이 늘어나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웨어울프들은 참 재밌는 놈들이군. 그나저나 어떻게 저 물결 쪽으로 다가가지?’

    소울은 레이칸 부족이 투멘 부족을 흡수하던 말든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해야 저 광장의 끝으로 접근할 수 있는 가였다.

    마침 소울의 눈에 야외경기장 밖으로 걸어 나오는 트롤 전사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트롤 전사는 일반 트롤과는 비교도 하지 못할 정도로 지능이 뛰어나고 무쇠로 만든 철퇴와 몸통을 가리는 흉갑으로 무장을 하고 있었다.

    당연히 일반 트롤과는 클래스가 다른 등급의 몬스터였다.

    날카로운 눈으로 트롤 전사를 살펴보는 소울의 눈에 트롤 전사의 눈빛이 살짝 맛이 가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트롤 전사라고 물을 마시지 않는 것은 아니니 당연히 그도 미치광이 풀과 독에 조금은 영향을 받고 있었다.

    ‘저놈이다. 저놈이 나를 코어로 인도해줄 열쇠다.’

    ============================ 작품 후기 ============================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즐거운 하루 되세요.

    선호작, 추천, 코멘트, 쿠폰, 후원 고맙습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