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68 제 67 장 - 타초경사(打草驚蛇) =========================================================================
트롤 종족의 고유특성인 막강한 재생력도 콩기름과 석유에 의해 온몸이 화염에 휩싸이자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트롤 가죽자체도 상당히 강하고 질겼지만 그렇다고 웨어울프의 발톱이 박히지 않을 정도는 아니었다.
생체실드 중화탄에 머리나 심장을 맞아 즉사한 놈들은 그나마 운이 좋은 편이었다.
그렇지 않은 놈들은 죽을 때까지 웨어울프들의 발톱에 난자를 당하며 고통 속에서 처절한 비명을 질러야만했다.
드디어 마지막 트롤까지 바닥에 쓰러지자 환호성이 터졌다.
“이겼다.”
와아아아아아!
승리의 하울링도 연속적으로 터져 나왔다.
아우우우우우…….
아우우우우우…….
소울은 서문 아래로 뛰어 내려 비스크와 하이파이브를 했다.
“잘했다.”
“마스터, 멋진 전투였습니다.”
레이칸 부족은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며 서로의 몸을 끌어안고 기뻐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곧 급보가 들어왔다.
“동문으로 오우거들이 달려오고 있습니다.”
“뭐시라?”
레이칸 족장과 칸슬로가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소울은 동문을 지키는 정찰병의 말에 즉시 본과 푸티나를 불렀다.
[본, 푸티나, 이번에는 동문인가 보다. 모두 같이 가자.]
[예스, 마이로드.]
[꾸잉!]
후다다다닥…….
도도도도도…….
황급히 동문으로 달려와 보니 어느새 오우거들이 커다란 몽둥이를 하나씩 든 채 언덕길을 반이나 올라와 있었다.
[푸티나, 일단 큰 거 한방 먹여라!]
소울은 급한 김에 일단 푸티나에게 적들을 막을 수 있는 스킬을 쓰게 했다.
푸티나는 동문의 앞으로 달려가 두 앞발을 동시에 앞으로 내밀어 부딪치며 일렉트릭 쇼크웨이브를 펼쳤다.
“꾸잉!”
파지지직! 펑!
쿠힉 쿠히익 쿠히익…….
정면에서 달려오던 세 마리의 오우거가 뒤로 살짝 밀려나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 모습은 마치 추운 겨울에 술에 취한 나이 지긋한 아저씨들이 전봇대에 오줌을 싸면서 몸을 부르르 떠는 모습과 비슷했다.
하지만 일렉트릭 쇼크웨이브로 오우거들의 돌진을 막기에는 좀 부족한 감이 있어 보였다.
푸티나는 자신의 일렉트릭 쇼크웨이브가 별로 큰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자 화가 났는지 두 다리를 어깨 넓이로 벌리고 서서 똥을 누는 자세를 하고 잔뜩 힘을 주었다.
그러자 푸티나의 몸이 뻥튀기처럼 급격히 커지더니 3.5m의 거대한 불곰으로 변신했다.
“꾸잉! 꾸잉!”
파츠츠츠츠츳! 펑!
쿠히이이익 쿠히이이익 쿠히이이익…….
다시 한 번 푸티나의 강력한 일렉트릭 쇼크웨이브가 펼쳐졌다.
좀 전과는 달리 이번에는 오우거들의 몸에 스파크가 마구 튀어나오며 뒤로 쭉 밀려나 버렸다.
그제야 만족한다는 듯 푸티나가 자신의 가슴을 두드리면서 포효했다.
크와아아아왕!
푸티나가 벌어준 그 잠깐의 시간동안, 본과 스켈레톤 부대는 전열을 정비하고 저격할 준비를 마칠 수 있었다.
비스크는 아까처럼 콩기름을 붓고 그 위에 석유를 쏟았다.
비스크의 도우미들도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열심히 그를 옆에서 도왔다.
쿠워어어어 쿠워어어어…….
이십여 마리나 되는 오우거들은 이 정도로 포기할 생각이 없는지 곧바로 다시 돌진해왔다.
[저격!]
소울은 지체 없이 저격명령을 내렸다.
퉁 퉁 퉁 퉁 퉁…….
투투투 투투투…….
쿠워엉 쿠워어어엉 쿠훠어어엉!
놀랍게도 오우거들은 빗발치는 대물저격총과 저격소총에서 발사된 생체실드 중화탄의 탄막을 몽둥이로 얼굴을 가리고 팔로 심장을 막은 채 한걸음씩 꾸역꾸역 걸어 올라왔다.
‘지금 쏘고 있는 것은 D급 생체실드 중화탄인데 오우거에게 치명상을 입히지 못하고 있구나. 이건 정말 가성비가 제로다. 아니 마이너스야. 이럴 줄 알았다면 어떻게 해서든지 C급 마석을 넣어 만든 생체실드 중화탄을 잔뜩 만들어서 오는 건데…….’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는 법, 그래도 최소한 이번 일을 통해 오우거에게 타격을 주려면 C급 마석을 넣은 생체실드 중화탄은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것만 해도 일단은 작은 수확이다.
‘흥, C급 생체실드 중화탄이 없으면, D급 생체실드 중화탄이라도 먹히게 만들면 되지.’
그렇다.
생체실드 중화탄의 위력을 올릴 수 없다면 반대로 오우거의 능력치를 내리면 된다.
소울은 다가오는 오우거들을 보며 이를 바드득 갈았다.
[까망아, 저놈들에게 저주와 디버프를 마구 걸어라.]
[규!]
까망이는 소울이 원하는 데로 다가오는 오우거들에게 저주와 디버프 걸어대기 시작했다.
그리스, 슬로우, 블라인드, 중독, 출혈, 마비, 데프, 체력저하…….
오우거들의 몸에 불길한 느낌을 물씬 풍기는 검붉은 색의 빛들이 차례로 스며들기 시작했다.
가끔 마법저항을 하는지 검붉은 빛들을 튕겨 낼 때도 있었지만 그렇다고 아예 하나도 안 먹히는 것은 아니었다.
한두 개만 당해도 제대로 전투를 할 수 없는 지독한 저주와 디버프가 지속적으로 쏟아지자 오우거들도 뭔가 위기의식을 느끼는지 젖 먹던 힘을 다해 돌진해 오기 시작했다.
우두두두두두…….
이십여 마리의 오우거들이 돌진해 오는 모습은 보는 그 자체만으로 박력이 넘쳤다.
아니 당하는 입장에서 보면 꿈에 나타날까 두려울 정도였다.
하지만 그들의 앞에는 푸티나가 당당히 버티고 서 있었다.
“꾸잉! 꾸잉!”
파츠츠츠츠츳! 펑!
쿠히이이익 쿠히이이익 쿠히이이익…….
또다시 푸티나의 강력한 일렉트릭 쇼크웨이브가 펼쳐지자 저주와 디버프에 걸린 오우거들이 온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뒤로 나가 떨어졌다.
그리고 그게 푸티나가 한 공격의 전부는 아니었다.
“꾸이이잉 꾸이이잉!”
두두두두두두!
푸티나는 일렉트릭 쇼크웨이브를 펼친 뒤 총알같이 전면을 향해 달려갔다.
그리고는 곧바로 자신의 몸을 공처럼 말아서 오우거들의 몸에 정면으로 부딪쳤다.
푸티나의 두 귀와 가슴 그리고 네 개의 발바닥은 백색의 빛으로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쾅! 콰지지직!
파츠츠츠츠츳…….
오우거와 맞먹는 덩치를 가진 푸티나가 자신의 몸을 공처럼 말아서 위에서 아래로 던지듯 부딪쳐오자 오우거들은 한꺼번에 와르르 무너져 내리며 줄줄이 미끄러져 언덕 아래로 데굴데굴 굴러 내려갔다.
[본, 파이어볼을 날려!]
[예스, 마이로드!]
화르륵 휘이이익! 휙!
스켈레톤 메이지의 손바닥 위에 활활 타오르는 파이어볼이 각각 소환되더니 곧 언덕 아래를 향해 쏜살같이 날아갔다.
[푸티나, 소환해제!]
순간, 커다란 폭발이 연속적으로 일어났다.
쾅! 쾅
화르르르륵 화르륵!
밝은 빛과 함께 폭음이 들려오자 소울은 다시 푸티나를 소환했다.
“푸티나, 소환!”
그의 머릿속에서 뭔가 쑥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며 눈앞에 푸티나가 소환되었다.
“꾸잉, 꾸잉!”
“잘했다. 푸티나!”
콩기름과 석유로 범벅이 되었던 푸티나는 소환해제에 이은 재소환을 통해 보슬보슬한 털이 바람에 휘날리는 깔끔한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본, 저격해!]
소울의 저격명령에 본과 스켈레톤 부대는 오우거를 향해 대물저격총과 저격소총을 아낌없이 퍼부었다.
퉁 퉁 퉁 퉁 퉁…….
투투투 투투투…….
쿠우어어억 쿠워어어억 쿠훠어어억!
오우거들의 비명소리가 아까와는 달리 참혹하기 그지없었다.
까망이가 건 저주와 디버프에 걸린 상태에다, 푸티나가 일렉트릭 파워를 온몸으로 뿌려대며 자신의 몸을 공처럼 말아서 공격하는 ‘롤링 스트라이크’에 당한 뒤라 본과 스켈레톤 부대가 대물저격총과 저격소총으로 쏘아대는 D급 생체실드 중화탄은 오우거들의 몸통을 사정없이 뚫고 들어가 박살을 내고 있었다.
“지금이다. 총공격!”
오우거들의 몸통에 구멍이 뻥뻥 뚫리기 시작하자 소울은 볼 것도 없다는 듯 총공격 명령을 내렸다.
이번에는 레이칸 족장이 하울링도 하지 않고 급히 엘리트 전사들과 함께 아래로 쏜살같이 달려 내려갔다. 그 뒤를 일반 전사들이 따르고 곧이어 웨어울프들이 우르르 몰려갔다.
전사가 아닌 일반 웨어울프들의 발톱으로는 오우거들에게 어지간해서 상처를 입히기 힘들다. 하지만 레이칸 족장과 엘리트 전사들은 확실히 급이 달라 날카로운 발톱을 이용해 착실히 오우거들의 몸을 북북 찢어 놓고 있었다.
멀쩡한 이십여 마리의 오우거를 상대로 삼백의 웨어울프가 포위공격을 하는 것은 달걀로 바위치기가 되겠지만, 치명적인 부상을 입은 상처투성이 오우거들에게는 해당사항이 없었다.
생체실드가 맥을 못 추고 부상과 디버프로 전투력이 바닥을 기는 오우거들을 공격하는 것은 사실 삼백도 많은 숫자였다.
[날아라! 까망아!]
거기에다 소울이 언덕이 시작되는 곳까지 내려와서 수리검을 날려대니 오우거들은 더욱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아니 미쳐버릴 것 같았다.
쌩!
퍽 퍼퍽!
쌩!
촤아악!
쿠우어어억 쿠워어어억 쿠훠어어억…….
까망이는 이제 수리검을 타고 다니면서 거대말벌의 마비독까지 사용하는 여유를 보였다. 수리검에 익숙해지자 거대말벌의 마비독까지 사용하는 법을 스스로 터득했던 것이다.
오우거들은 이제 도망을 가고 싶어도 삼백의 웨어울프가 단단하게 포위망을 구축해놓은 상태라 도망을 칠 수가 없었다.
하늘에서는 치명상을 입은 상처만을 골라서 공격하는 악독한 무기가 날아다니고, 땅에서는 레이칸 족장과 엘리트 전사들이 빠른 스피드를 이용해 지속적으로 오우거들의 몸을 난자해서 피범벅을 만들어 놓고 있었다.
이십여 마리의 오우거들은 순식간에 열 마리로 숫자가 줄더니 이내 한 자리 숫자로 줄어들었다. 그리고 한 시간도 되지 않아 레이칸 부족을 공격해왔던 스물세마리의 오우거는 모두 온몸에 피 칠갑을 하고는 땅바닥에 그 거대한 덩치를 처박았다.
소울은 본과 스켈레톤 부대를 써서 대물저격총과 저격소총으로 오우거들을 모조리 죽여 버릴 수 있었지만 일부로 레이칸 부족에게 오우거들의 마무리를 맡겼다.
직접 트롤과 오우거들을 죽인 웨어울프들만이 다음에 또 트롤과 오우거를 만나도 두려워하지 않고 용맹하게 싸울 수 있기 때문이다.
승리도 하는 것도 습관이다.
자꾸 지기만 하면 지는 버릇이 든다.
이겨 버릇해야 자꾸만 이길 수 있다.
소울은 레이칸 부족에게 승리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버릇을 들이고 있었다.
“승리했다.”
“우리가 이겼다.”
“트롤과 오우거를 우리가 모두 잡아 죽였다.”
와아아아아아!
아우우우우우…….
아우우우우우…….
승리의 함성이 울려 퍼진다.
환호성과 하울링이 동시에 섞여서 돌로 된 언덕 밖으로 퍼져 나간다.
웨어울프들이 모두 서로의 몸을 얼싸안으며 기쁨을 함께 나눈다.
웨어울프 종족의 한 갈래인 레이칸 부족의 이번 승리는 이들에게 승리의 기쁨과 함께 도구의 중요성을 깨닫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또한 알라야 분지에 있는 몬스터들 사이에 작은 불신의 씨앗을 하나 심어 놓게 됐다.
그리고.…….
그 불신의 씨앗은 알라야 분지를 돌아다니면 분란을 조장하는 한 명의 사악한 인간에 의해 이제 막 싹이 나고 잎이 생기고 열매까지 맺혀가고 있었다.
칠흑처럼 깊은 어둠이 드리운 알라야 분지의 밤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 * * * *
달빛 한 점 없는 어두운 밤, 허공에 붉은 핏방울이 데굴데굴 굴러가고 있었다.
붉은 핏방울은 핏방울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크기가 커서 어린아이 주먹만 했다.
붉은 핏방울, 아니 붉은 핏덩어리는 그리 빠르지 않은 속도로 한 지점을 목표로 나아갔다.
움메에에!
어디선가 송아지가 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핏덩어리는 그 소리를 듣자 더욱 속력을 내어 날아가는 것처럼 보였다.
움메에에 움메에에 움메에에…….
소리가 들려오는 곳으로 다가가자 이제는 송아지들이 합동으로 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핏덩어리는 순간, 허공에 뜬 채로 가만히 서서 살펴봤다.
송아지가 우는 소리처럼 들렸지만 주변을 울리는 울음소리는 송아지가 아니라 미노타우로스의 새끼들이었다.
미노타우로스(Minotauros)는 우두인신(牛頭人身)의 몬스터로 육식을 한다.
특히 인간의 피와 살을 무척 좋아해서 인간을 만나면 환장해서 공격을 한다.
이들은 마나가 풍부한 히물라야 산맥 깊은 곳에 있는 미궁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그래서 인간의 피와 살을 맛보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하지만 굳이 인간의 피와 살을 맛보지 않아도 미노타우로스의 DNA에 새겨진 본능은 그 피 냄새와 살 냄새를 기억하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 목감기가 끝나니까 이제 코감기가 시작되네요. ^^;;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즐거운 하루 되세요.
선호작, 추천, 코멘트, 쿠폰, 후원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