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OULNET-263화 (263/492)
  • 00263  제 66 장 - 잠입(潛入)  =========================================================================

    “그래, 알았다. 그만하고 배고플 텐데, 어서 먹어라.”

    “키링!”

    트로트는 소울의 말에 그제야 오우거의 다리 하나를 두 손으로 부여잡고 통째로 오도독 씹어 먹기 시작했다.

    자신의 몸 보다 더 큰 오우거 다리를 먹는 모습이 무척 귀여웠다.

    그리고 오우거 다리가 없어지는 만큼 트로트의 몸도 조금씩 커져가는 게 눈으로 보일 정도였다.

    ‘벌써 1m 이상 자란 것 같은데…….’

    트로트의 경이적인 성장에 소울은 좀 이상하긴 했지만 그러려니 했다.

    언제 트롤 새끼를 길러 봤어야 이게 정상인지 비정상인 알 것이 아닌가?

    모를 때는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기는 것도 삶의 지혜다.

    “마스터, 감사합니다.”

    “오오, 이제 너도 좀 근사해진 것 같다.”

    족장 레이칸 정도의 덩치와 박력에는 아직 못 미치지만 비스크도 이제 부족의 전사들과는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다. 조만간 부족의 전사로 차출되지 않을까 싶었다.

    “모두 마스터의 은혜입니다.”

    “알면 됐다. 그것보다 중대형 몬스터 웨이브는 언제 시작되는지 좀 알아봐! 그리고 누가 이 많은 몬스터를 알라야 분지로 불러 모았는지도 은밀하게 조사해서 알아와!”

    “네, 마스터. 바로 알아보겠습니다.”

    소울은 알라야 분지에 도착해서 궁금한 것이 두 가지가 생겼다.

    하나는 코어가 어디에 있느냐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누가 이 엄청난 숫자의 각기 다른 몬스터들을 알라야 분지로 소환할 수 있었냐는 것이다.

    느낌상 코어는 여기서 그다지 멀지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누가 이렇게 많은 몬스터들을, 그것도 종류가 전혀 다른 놈들을 한 곳에 모아둘 수가 있는지는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자신이 궁금해 하는 이 두 가지가 앞으로 뭔가 큰 변수로 작용할 것 같다는 촉이 오고 있었다.

    비스크는 막사 밖으로 나오자 야영지 중심을 향해 당당히 걸어갔다.

    주먹을 쥐자 무엇이던지 부셔버릴 것 같은 강력한 힘이 느껴졌고 두 다리는 마치 구름 위를 걷는 듯 가볍기 그지없었다.

    단지 마스터에게 구슬 두 개를 받아 복용했을 뿐인데 어느새 자신의 힘은 예전에 비해 두 배 이상 강력해졌다는 확신이 들었다.

    앞으로 공을 더 세워 마스터에게 더 많은 구슬을 받아 복용한다면 나중에는 등급 자체가 아예 다른 엘리트 전사, 아니 족장의 능력에 비견되는 힘을 가지게 될 것 같았다.

    비스크는 웨어울프의 야영지 정 중앙에 있는 커다란 두개의 천막사이에 도착했다.

    왼쪽은 웨어울프의 족장 레이칸의 막사였고 오른쪽은 부족의 정신적인 지주이자 주술사인 칸슬로의 거처였다.

    비스크는 힐끗 왼쪽의 막사를 한번 쳐다보더니 몸을 돌려 오른쪽의 천막을 향해 걸어갔다. 그리고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예의 바르고 친근한 목소리로 천막 안을 향해 말했다.

    “칸슬로 님, 저 비스크입니다. 들어가도 될까요?”

    “비스크? 네가 여긴 웬일이냐?”

    “뭐 좀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어서 왔습니다.”

    “들어와라.”

    칸슬로의 허락을 받자 그는 조심스럽게  천막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동안 안녕하셨어요?”

    “그래, 우리 부족 최고의 악동은 그동안 뭐한다고 돌아다녔기에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지?”

    비스크는 대뜸 나무라듯 물어오는 칸슬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미소를 지었다.

    말 속에 아쉬움과 정이 가득 담겨 있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세상을 둘러보느라 좀 바빴어요. 그런데 칸슬로 님은 여전히 정정하시네요? 아니 오히려 더 젊어지신 것 같아요?”

    “예끼, 이놈아! 어디서 혀에다 기름을 잔뜩 묻혀 와서 제멋대로 나불대는 것이냐?”

    “올해를 못 넘기실 것 같아 이렇게 찾아왔더니 10년 있다가 와도 되겠네요?”

    “이놈이 아주 이제는 나를 놀려먹네?”

    칸슬로는 겉으로 비스크를 나무라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눈은 즐겁다는 듯 웃고 있었다.

    당장 내일 자연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조금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나이를 많이 먹은 늙은 웨어울프의 두 눈은 이 순간 혜성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불리와 같이 왔다고 들었다.”

    “네, 불리를 형님으로 모시기로 했습니다.”

    “정말이냐?”

    “네, 정말입니다.”

    칸슬로는 비스크의 말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불리의 껍데기를 뒤집어 쓴 놈이 부족이 몰살될 뻔한 위기를 구했다고 들었다.”

    “네에? 그게 무슨 말이십니까?”

    비스크는 깜짝 놀라서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크게 떴다.

    “그건 오히려 내가 묻고 싶은 말이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 왜 이미 죽은 불리가 다시 살아나서 부족의 영웅이 되는 거지? 난 도대체 지금의 사태를 이해할 수가 없구나.”

    칸슬로는 죽을 때가 가까워오자 영적인 눈이라도 열린 것인지 불리의 죽음과 부활에 대해 어느 정도 눈치를 채고 있었다.

    하지만 말의 뉘앙스를 봐서는 모든 사정을 다 알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혹시 무슨 예지나 환상이라도 봤어요?”

    “환상이라……. 요새 내 눈에 자꾸 이상한 것이 보이더구나. 우리 웨어울프 부족이 세상으로 나가는 모습도 보이고, 개망나니인 불리가 죽었다가 살아난 것도 보이고 또 그놈의 안에 전혀 다른 존재가 들어가 있는 것도 보인다.”

    “그게 도대체 무슨 말씀이에요?”

    비스크는 속으로 뜨끔했지만 모른척하고 조금 더 정보를 캐내기 위해 물어봤다.

    칸슬로는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비스크를 쳐다보더니 은근한 어조로 말했다.

    “가서 불리를 데리고 와라. 아무래도 내가 직접 만나봐야겠어.”

    “네, 왜요?”

    “왜라니? 너와 얘기를 해서는 오늘 내가 원하는 답을 얻을 수가 없을 것 같아서 그렇다.”

    “제가 어디가 어때서요?”

    “딱 보아하니 너는 불리의 껍데기를 뒤집어 쓴 놈에게 잡혀 있는 것 같구나. 그러데 이상하게 그와 네가 우리 부족을 구원하는 영웅이 되는 그림이 보여.”

    “네에?”

    비스크는 칸슬로가 뭔가 큰 깨달음을 얻은 현자처럼 보였다.

    ‘혹시 예지 능력이 생겼거나 진실의 눈이라도 뜬 건가?’

    칸슬로는 비스크를 쳐다보며 재촉했다.

    “뭐하고 있냐? 가서 빨리 데리고 오지 않고? 둘을 해치지는 않을 테니 가서 조용히 불러와!”

    “정말이죠?”

    “그래, 약속할 테니까 어서 불러와라.”

    비스크는 칸슬로에게 몇 번이나 다짐을 받고 나서야 무거운 엉덩이를 움직였다.

    칸슬로의 천막을 나오고 나서야 비스크는 지금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깨닫고 무거운 얼굴이 되었다.

    ‘무조건 오리발을 내밀었어야 했는데, 이거 아무래도 내가 큰 실수를 했네. 불리가 그 불리가 아니라는 것을 은연중에 시인한 꼴이 됐잖아.’

    비스크는 마스터가 알면 크게 혼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소울에게 돌아와 보고를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빡!

    “야! 이 꼴통새끼야? 그걸 거기서 시인하면 어떻게 해. 그럴땐 무조건 오리발을 내밀었어야지.”

    “죄, 죄송합니다.”

    역시 비스크는 자신의 예상대로 소울의 화를 불렀다.

    비스크는 지은 죄가 있어서 그냥 가만히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소울은 주먹으로 비스크의 머리통을 한 대 더 때려줄까 하다가 길게 한숨을 내쉬며 손을 내렸다.

    “휴우우우! 빌어먹을 새끼. 가자.”

    “네?”

    “어서 가보자고. 이미 들통이 난 것 같으니까 가서 확실히 마무리를 지어야 할 것 아니야.”

    소울의 눈가에 스산한 살기가 언 듯 비치는 것이 비스크의 눈에 들어왔다.

    하긴 자신이라도 지금 이런 상황이면, 칸슬로를 죽여서 입을 봉하려고 들것이다.

    하지만 비스크는 진심으로 칸슬로가 죽지 않기를 바랐다.

    소울과 비스크는 나란히 어깨를 맞대고 빠른 속도로 걸어서 칸슬로의 천막으로 직행했다.

    “칸슬로 님?”

    “들어와라.”

    “네.”

    비스크가 천막을 향해 입을 열자 칸슬로가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을 해왔다.

    소울과 비스크는 각각 길게 심호흡을 하고 천막 안으로 들어갔다.

    “…….”

    “…….”

    서로의 얼굴을 확인한 소울과 칸슬로는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천막 안으로 들어가자 제일 먼저 소울의 눈에 보인 것은 유리알처럼 맑은 눈을 가지 웨어울프 주술사 칸슬로였다.

    지혜와 계시의 영이 충만해 보이는 칸슬로는 마치 세상의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현자처럼 느껴졌다.

    그의 이런 모습에 소울은 슬며시 끌어올렸던 살기를 풀어버렸다.

    굳이 죽이지 않아도 얘기가 통할 것 같았던 것이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칸슬로가 조심스럽게 소울에게 물었다.

    “그러는 너는 누구냐?”

    “저는 웨어울프 부족의 주술사 칸슬로입니다. 다시 한 번 묻겠습니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비스크는 칸슬로가 소울에게 존댓말을 하는 이유를 알지 못해 어리둥절했다.

    소울도 비슷한 마음이었지만 기왕 이렇게 된 것 일단 무조건 세게 나가기로 했다.

    “너희 부족을 구원하러 온 푸른 늑대의 후예다.”

    “아! 전설로만 전해져온 구원자가 나타나다니…….”

    칸슬로는 소울의 말에 크게 놀라 알 수 없는 소리를 하더니 돌연 그 자리에 무릎을 꿇고는 두 손을 벌렸다.

    “칸슬로가 구원자를 뵈옵니다.”

    “엥?”

    소울과 비스크는 칸슬로의 행동에 놀라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특히 소울은 황당하다는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장난삼아 그냥 한번 던진 말이 정말 이상한 쪽으로 흘러가네?’

    사실 소울은 별 뜻 없이 그저 생각나는 대로 지껄인 것뿐이었다.

    어차피 최악의 경우에는 그를 죽여 없애려는 마음을 먹었기 때문에, 유라시아를 평정한 몽골의 영웅 칭기즈칸이 자신을 푸른 늑대의 후손이라고 했던 것이 생각나 그냥 슬쩍 던져본 말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제 오늘, 내일 하고 있는 칸슬로에게는 소울의 말이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지금 자신에 눈에 보이는 그는 불리의 껍데기를 뒤집어쓰고 있을 뿐 속은 전혀 다른 존재라는 것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칸슬로의 상태가 조금 더 온전했다면 소울의 말에 크나큰 허점을 발견했겠지만 그는 지금 영통(靈通)이 된 상태라 평소에 보지 못하는 영적인 것들이 너무나도 잘, 그리고 많이 보였다. 그래서 소울이 하는 말이 그에게는 조금도 이상하게 들리지 않았다.

    결정적으로 소울이 한 얘기가 전혀 없는 말이 아니었다.

    죽은 스승을 통해 구전으로 내려오는 여러 가지 얘기를 듣고 자라온 칸슬로는 푸른 늑대의 후예가 자신의 부족을 구원하러 올 것이라는 전설을 분명히 들은 적이 있었다.

    칸슬로는 눈앞의 소울이 불리를 어떻게 하고 그 안에 들어갔다는 것을 눈치 챘지만 그런 사소한 문제와 부족의 미래는 감히 비교조차 할 수 없었다.

    오히려 그는 소울에게 자신이 평생을 함께 해온 이 웨어울프 족의 미래가 달려있다는 것을 직감하고 그에게 애원이라도 해서 도움을 받아야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구원자시여! 부디 우리 부족을 구원해주십시오.”

    “크흠, 그러려고 왔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뭔가 확실히 어긋나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소울은 이왕 내친걸음, 도대체 어디까지 갈지 한번 지켜보기로 하고 막 나가기 시작했다.

    “구원자시여! 저희가 이제부터 어떻게 해야 합니까?”

    “내가 구원자라는 것을 아직 밝힐 단계가 아니다. 그러니 차라리 마스터라고 불러라.”

    “네, 마스터.”

    소울은 간단히 칸슬로가 자신을 구원자라고 부르는 호칭을 마스터로 바꿨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그를 이용해먹기로 결심했다.

    “먼저 내가 몇 가지 묻겠다.”

    “뭐든지 물어보십시오.”

    “코어는 어디 있지?”

    “코어 말씀이십니까?”

    “그래. 차원의 균열의 중심부에 있는 코어가 어디 있는 줄 알아?”

    “아! 역시 구원자, 아니 마스터시군요. 차원의 문 안에 있는 코어의 존재를 알고 계시다니…….”

    칸슬로의 말에 소울과 비스크는 눈이 번쩍 밝아지는 것 같았다.

    의외의 곳에서 코어의 존재를 아는 자가 나타난 것이다.

    “코어가 어디 있는지 아는 건가?”

    “물론입니다. 당연히 위대한 존재의 레어 안에 있습니다.”

    “위대한 존재의 레어?”

    “그렇습니다.”

    소울의 얼굴이 갑자기 똥 씹은 표정으로 변했다.

    “서, 설마! 그 위대한 존재가 드래곤을 말하는 것은 아니겠지?”

    “정확하게 맞추셨습니다. 드래곤이 아니라면 이 많은 몬스터를 어찌 히물레야 산맥의 알라야 분지로 모두 불러 모을 수 있었겠습니까?”

    “이런 미친!”

    칸슬로의 말로 인해 소울은 자신이 가장 궁금하게 여기던 두 가지의 궁금증이 한꺼번에 해소됐다. 하지만 동시에 큰 절망감도 맛봐야했다.

    ‘세상에, 설마 했는데 진짜 드래곤이 존재했구나. 이거 중대형 몬스터 웨이브의 스케일이 너무 커지는 것 아냐? 드래곤까지 나선다면 이건 밸런스 붕괴야! 그리고 드래곤의 레어에 코어가 있다면 도대체 무슨 수로 거길 들어갈 수가 있지?’

    ============================ 작품 후기 ============================

    * 목감기가 지독하게 안떨어지네요. 여러분 감기 조심하세요.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즐거운 하루 되세요.

    선호작, 추천, 코멘트, 쿠폰, 후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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