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OULNET-262화 (262/492)
  • 00262  제 66 장 - 잠입(潛入)  =========================================================================

    비스크의 말을 들은 소울은 잠시 생각을 해보더니 일리가 있다고 판단했다.

    까망이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으려면 지금보다는 좀 더 강한 이미지를 보여주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본, 들었지. 스켈레톤 부대를 소환해라!]

    [예스, 마이로드!]

    본이 즉시 악어 입을 만들어 스켈레톤 부대를 소환했다.

    까드득 까드드득 까라라라라라라…….

    스켈레톤 부대가 본의 악어 입에서 우수수 쏟아져 나오면서 빠르게 대열을 갖췄다.

    [푸티나, 덩치를 최고로 키워봐!]

    [꾸잉!]

    귀여운 이미지를 고수하고 싶었던 푸티나는 솔직히 마음에 드는 명령은 아니었다.

    하지만 소울이 시키니 별 수 없이 자신의 몸을 최대로 크게 만들었다.

    ‘이, 이건 단순히 불곰의 크기를 넘어섰네.’

    소울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푸티나의 거대한 몸을 쳐다봤다.

    확실히 예전의 불곰 새끼는 더 이상 아니었다. 아니 이제 불곰이라기보다는 괴수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는 푸티나의 앞발을 한번 툭툭 쳐주더니 본을 쳐다봤다.

    [본, 준비가 됐으면 연막을 거둬라!]

    [예스, 마이로드!]

    스스스스스슷…….

    하얀 연막은 나타날 때처럼 빠르게 본의 입속으로 빨려 사라졌다.

    “우와아아!”

    “으아아악!”

    연막이 사라지고 난 웨어울프의 야영지에 달빛이 비춰들자, 놀람과 비통의 감탄사가 여기저기에서 터져 나왔다.

    처음의 것은 자신들의 손으로 처치한 트롤과 오우거의 숫자에 놀라는 소리였고, 두 번째는 가족과 친척, 혈족과 친구들의 죽음을 보고 애통해 하는 소리였다.

    저벅 저벅 저벅 저벅…….

    소울은 비스크와 같이 한쪽에 서서 가만히 주변을 살펴보고 있다가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중무장한 웨어울프를 보며 침을 꿀떡 삼켰다.

    하지만 본과 스켈레톤 부대가 즉시 움직여 그들의 앞을 가로막자 왠지 쫄깃해졌던 심장이 조금 풀리는 기분이었다.

    “본, 길을 열어라! 레이칸 족장님이시다.”

    비스크가 소울에게 급히 귓속말을 하자 소울은 근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예스, 마이로드!”

    본과 스켈레톤 부대가 둘로 갈라지며 그들의 앞으로 길을 열어주자 족장 레이칸과 전사들이 놀랍다는 표정을 지었다.

    “불리, 정말 소환사가 됐구나?”

    “네, 족장님.”

    소울은 괜히 들통이 날까봐 일부러 레이칸에게 깊숙이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레이칸과 전사들은 말썽쟁이 ‘불리’가 소환사로 변한 모습을 보고 놀라고 그의 소환수를 쳐다보느라 자세히 살펴볼 경황조차 없었다.

    얼핏 봐도 만만치 않은 무력이 느껴지는 본과 정예라는 느낌을 주는 질서정연한 모습의 스켈레톤 부대 그리고 트롤의 덩치에 육박하는 푸티나의 박력 있는 모습에 레이칸과 웨어울프 전사들은 크게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였다.

    “몽불란 전사의 아들 불리, 우리 부족이 몰살을 당할 뻔한 위기를 네가 구했다. 정말 장하고 훌륭하다. 고맙다. 너를 이제 우리부족의 당당한 한 명의 전사로 인정하겠다.”

    레이칸은 소울에게 다가와 그를 덥석 끌어안고는 그의 어깨를 두들겼다.

    소울은 불리인척 크게 감동한 표정을 지으며 연기를 했다.

    그러자 웨어울프 전사들이 하나씩 다가와 그의 어깨를 두드리면서 장하다는 말과 고맙다는 말을 교대로 전했다.

    “도대체 언제 소환사가 된 거야?”

    “정말 전설의 웨어울프 소환사가 된 것 맞지?”

    “이 녀석들이 네 부하냐?”

    “세상에 어떻게 트롤과 오우거들을 때려눕힌 거야?”

    “내 동생이 너한테 관심 있다고 했는데 한번 만나봐라.”

    “때맞춰 네가 오지 않았다면 정말 큰 일 날 뻔했다.”

    “저 비스크가 이제 네 꼬붕된거냐?”

    …….

    웨어울프라면 뭔가 근엄한 분위기를 풍기는 줄 알았는데 의외로 모두 자유분방했다.

    무엇보다도 한 명의 전사로 인정하고 나자 그를 대하는 것이 완전히 전과는 딴판이었다.

    물론 소울은 그런 사실을 모르고 있지만 비스크는 그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떠들썩한 분위기도 잠시 가족과 혈족 그리고 친구가 죽은 슬픔이 웨어울프의 야영지를 거대한 슬픔으로 짓눌렀다.

    잠정집계한 부족의 사상자만 156명에 달했다. 이중 80명은 즉사했고 나머지는 장기요양을 해야 할 정도의 중상을 당했다.

    웨어울프 종족의 특성상 경상은 재생력을 이용해 바로 치료가 가능해서 죽거나 중상자 외에는 사상자가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폭군(暴君)이라고 불리는 트롤과 숲의 제왕이라는 별명을 가진 오우거를 잡은 숫자도 결코 적지 않았다.

    죽은 트롤이 26마리, 오우거가 6마리나 됐다.

    웨어울프들은 처음에는 피해가 많아서 슬퍼했지만 트롤과 오우거의 사체를 세어보고는 굉장히 선방했다는 것을 깨닫고 오히려 자랑스러워했다.

    물론 소울과 그의 소환수가 없었다면 아마 부족 전체가 몰살을 당했을 것이라는 것도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소울은 부족의 전사로 인정됨과 동시에 비보를 접해듣고 슬픔을 연출해야했다.

    부리의 가족들이 모두 행방불명된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트롤과 오우거가 이렇게 집단으로 난입한 상태에서 행방불명됐다는 말은 결국 그들에게 잡아 먹혔다는 말이나 마찬가지였다.

    족장인 레이칸과 부족의 전사들은 모두 소울에게 다가와 위로의 말을 전했다.

    소울은 그저 아무 말 없이 땅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 고개를 푹 숙이고 비통한 척 해야 했다.

    ‘아이고, 다리 저려. 이제 좀 그만 가라. 왜 이렇게 내 옆에서 다들 모여 있냐? 차라리 그냥 기절한 척 할까? 아니야. 안 그래도 약해보이는 이미지에 기절을 하면 만만하게 볼 거야. 조금만 더 참아보자.’

    소울은 최대한 오래 무릎을 꿇고 앉아 비통한 척 연기를 하면서 억지로 눈물을 흘렸다.

    군대스리가에서 활약할 때 고참의 워커 발에 무릎이 작살났던 때와 편의점 사장에게 조인트를 까일 때를 생각하니 안 나오던 눈물도 절로 나왔다.

    그러고 보니 정말 예전의 자신은 눈물 없이는 쳐다볼 수 없는 참으로 힘든 삶을 살아온 것 같았다.

    “마스터, 다 갔습니다. 이제 우리에게 배정된 막사로 들어가시죠?”

    “그래?”

    소울은 비스크가 말하기 전까지 땅만 보고 있어서 몰랐는데 막상 고개를 들어보니 정말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까망아, 무릎이 저려서 도저히 못 걷겠다. 좀 치료해줘!]

    [규!]

    소울은 까망이가 몇 번이나 치유능력을 발휘하고 나서야 겨우 자신에게 배정 된 웨어울프 야영지의 막사 하나로 들어갈 수 있었다.

    [마이로드, 저희는 막사 밖에서 경계를 서겠습니다.]

    [응, 그렇게 해.]

    스켈레톤들에게 들어와 쉬라고 하는 것도 좀 이상해서 본이 원하는 데로 하라고 했다. 그러자 푸티나도 막사의 입구에 자리를 잡고 누웠다.

    그러자 비스크가 할 수 없이 트로트를 들고 막사 안으로 들어왔다.

    막상 막사에 들어온 소울은 갑자기 코를 녹여 버릴 것 같은, 썩어서 곯아 내려앉는 쾌쾌한 냄새로 인해 자신의 코를 손가락으로 부여잡았다.

    “아이씨, 이게 무슨 냄새야?”

    “좀 냄새가 나긴 하네요.”

    비스크는 이미 이런 냄새에 익숙한지 별로 신경을 안썼다. 하지만 소울에게는 정말 참을 수 없는 고통이었다.

    소울은 전가의 보도인 까망이를 불렀다.

    [까망아, 이 막사 안 좀 정화시켜라. 냄새가 나서 못 견디겠다.]

    [규!]

    까망이는 즉시 허공에 푸른 물을 소환하더니 이내 막사의 꼭대기에서 아래까지, 바닥에 깔린 카페트와 침대까지 몽땅 청소를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정화까지 하고 나자 놀랍게도 막사 안은 마치 꽃향기라도 날 듯 뽀송뽀송해졌다.

    “그래, 이제 좀 살 것 같네.”

    “제가 안마해드릴까요?”

    “네가?”

    “네.”

    “왜?”

    “그냥요?”

    “정말?”

    “네.”

    “지랄, 너 혹시 까망이가 흡수한 웨어울프의 능력이 담긴 구슬을 노리고 이러는 거 아니야?”

    “무, 물론 그것도 있습니다.”

    갑작스런 비스크의 안마타령은 역시 목적이 분명했다.

    소울은 비스크를 애가 닳게 할 목적으로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까망이를 불렀다.

    [까망아, 오우거와 트롤의 사체를 꺼내서 푸티나에게 줘.]

    [규!]

    아공간에서 꺼낸 커다란 오우거의 트롤의 사체가 막사 안에 나타났다.

    [푸티나, 와서 이놈들 먹고 흡수해서 더욱 크고 강하게 자라라.]

    [꾸이이잉!]

    푸티나가 부정적인 소리를 하자 소울은 푸티나를 살살 달랬다.

    [푸티나, 넌 얼마든지 몸의 크기를 조절할 능력이 있잖아. 그러니까 겉모습에 너무 연연하지 말고 가급적이면 오우거도 한방에 때려잡을 수 있을 정도로 자라도록 해.]

    [꾸잉!]

    그제야 푸티나가 막사 안으로 들어와 오우거 한 마리와 트롤 한 마리를 통째로 씹어 먹었다. 이 두 마리 몬스터는 일부러 까망이가 마석을 빼지 않고 생기도 흡수하지 않았다. 모두 푸티나의 성장을 걱정한 소울의 배려였다.

    푸티나는 이제 더 이상 오크나 고블린을 먹어봐야 성장을 하지 못한다. 중대형 몬스터, 그것도 이런 트롤과 오우거 정도를 먹어줘야 성장을 할 수 있다.

    트롤과 오우거 같은 중대형 몬스터의 사체를 통해 성장을 할 수 있는 것은 비단 푸티나만은 아니다.

    소울은 까망이에게 지속적으로 트롤과 오우거의 능력을 흡수하라고 했고 마석도 꾸준히 제공했다. 물론 웨어울프의 사체에서 마석과 능력 그리고 생기도 빠짐없이 흡수시켰다.

    그로인해 까망이는 점점 D급 소환수의 한계까지 치고 올라갔다.

    아마 이제 어떤 계기만 있으면 당장이라도 C급 소환수로 승급하게 될 것이다.

    D급 소환수의 한계까지 치고 올라간 것은 까망이만이 아니었다.

    본과 스켈레톤 부대도 한계치까지 도달했다. 하지만 그들의 승급은 어쩐일인지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까망이와는 달리 소울과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까망아, 푸티나에게 필요한 마석들 제공해라.]

    [규!]

    [감사합니다. 마이로드!]

    묵직한 본의 목소리가 소울의 뇌리를 울렸다.

    “마스터, 제발!”

    그와 대조되는 간신나라 충신 같은 놈의 목소리도 옆에서 앵앵댔다.

    “비스크, 오늘의 네 공적이 뭐지 들어보고 싶구나.”

    “제 공적 말씀이십니까? 저는 오늘 불리의 가족과 그들의 추종자, 동조자들을 하나도 남김없이 쓱싹했습니다. 그리고…….”

    비스크는 있는 공적 없는 공적을 다 만들어 내느라고 입에서 침이 마를 지경이었다.

    “흐음, 구슬을 줄 정도로 큰 공적은 없었네?”

    “마스터, 은혜를 베푸소서!”

    쿵 쿵 쿵!

    소울의 같잖다는 말에 비스크는 즉시 작전을 바꿔 무릎을 털썩 꿇고는 머리로 땅을 박아댔다.

    “그거 한번 써먹었잖아. 다른 레퍼토리 없냐? 좀 신선한 것으로 해봐!”

    “아잉, 마스터!”

    “으헥, 야! 너 왜 개지랄이야? 내가 그런 거 딱 질색인 거 몰라?”

    “그러세요?”

    비스크는 괜히 아양 떤다고 애교를 부리다가 오히려 소울의 눈 밖에 나는 게 아닌지 걱정이 됐다.

    “구슬을 주긴 주겠는데 대신 조건이 있어.”

    “그게 뭡니까?”

    “제대로 된 공적을 세워야지.”

    “공적이요?”

    “그래. 공적! 너 내가 여기 왜 왔는지 알지?”

    “그거야 차원의 균열 중심부에 있는 코어를 확인하러 오시지 않았습니까?”

    “바로 그거야. 네가 공적을 쌓으려면 코어가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하면 가서 확인할 수 있는지를 알아오라는 소리야.”

    “아! 알겠습니다. 부족의 주술사에게 물어보면 아마 정보를 캐올 수 있을 겁니다.”

    “정말이야?”

    “내일 확인시켜 드리겠습니다.”

    자신 있다는 비스크의 말에 소울은 까망이를 불렀다.

    [까망아, 웨어울프의 사체에서 흡수한 능력을 담은 구슬을 내게 하나만 꺼내줘!]

    [규!]

    소울의 손에 구슬이 하나 뚝 떨어졌다.

    순간, 비스크의 눈에서 불똥이 튀었다.

    어지간히 먹고 싶은 모양이었다.

    “자, 여기있다.”

    “마스터,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그래, 그래. 내일 하는 것 보고 더 줄지 결정하자.”

    “더 있으십니까?”

    “물론이지.”

    비스크는 눈에서 마치 횃불이라도 튀어나올 기세였다.

    역시 그의 의욕을 충만 시키는 것은 웨어울프의 능력을 흡수한 구슬이 최고였다.

    비스크는 소울의 허락 하에 즉시 구슬을 복용했다.

    우드드득 우드드득…….

    이번에는 뼈가 좀 더 자라고 신장이 더 커졌다.

    확실히 비스크에겐 이게 빠르게 성장을 시키는 지름길로 보였다.

    소울은 비스크의 변해가는 모습을 보면서 오우거의 다리 하나를 꺼내 통째로 트로트에게 넘겼다.

    그러자 트로트의 눈빛이 반짝거리더니 소울에게 다가와 먼저 재롱을 떨었다.

    먹고 싶은 오우거 고기를 참고 주인에게 다가와 재롱부터 떠는 것을 보니 확실히 싸가지 없는 비스크와는 질적으로 다른 놈이라는 것이 느껴졌다.

    ============================ 작품 후기 ============================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즐거운 하루 되세요.

    선호작, 추천, 코멘트, 쿠폰, 후원 고맙습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