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OULNET-261화 (261/492)

00261  제 66 장 - 잠입(潛入)  =========================================================================

까망이가 오우거의 몸에서 잘려 나온 것을 잽싸게 챙겨 아공간에 집어 넣었다.

동시에 본의 대검이 오우거의 뒤통수를 무서운 속도로 내려찍었다.

쩍!

커다란 대검으로 오우거의 머리통을 찍었는데 나무가 쪼개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따끈따끈한 뇌수가 흘러나오고 반으로 잘린 오우거의 뜨거운 뇌에서 김이 모락모락 올라왔다.

“흐음, 이건 우리의 전공에서 빼도록 하자.”

“예스, 마이로드!”

겸연쩍은 표정을 짓는 소울의 말에 본은 순순히 그러자고 대답했다.

“다음은 저놈이다.”

“예스, 마이로드!”

소울이 동족의 비명소리가 들려오는 곳으로 조심스럽게 걸어오고 있는 커다란 오우거를 발견하자 본은 지체 없이 움직였다.

“그리스! 어라? 그리스! 그리스…….”

성체 오우거보다 1.5배는 더 큰 오우거라서 그런지 쉽게 그리스 마법에 걸리지 않았다.

아니 땅은 이미 그리스 마법으로 인해 마찰계수가 0인데 경험 많은 노련한 오우거는 쉽게 중심을 잃지 않고 두 다리를 어깨 넓이로 벌리고 그대로 버티고 서서 예의 주변을 경계했다.

[버티고 서있는 다고 문제가 다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 까망아, 최루액을 뿌려!]

[규!]

에취!

까망이가 최루액을 뿌리자마자 오우거가 어떻게 알았는지 바로 재채기를 하는 통에 공격이 실패하고 말았다.

[아니 뭐 저런 놈이 다 있지? 귓구멍에 거대말벌 마비독을 찔러줘라.]

[규!]

하지만 이번에도 까망이가 다가가자 뭔가 불길함을 느꼈는지 순간적으로 고개를 흔들어 털어내는 바람에 또다시 공격이 실패했다.

[이놈이 정말 나랑 한번 해보자는 거야? 까망아, 백린(白燐)을 쓰자.]

[규!]

어지간하면 안 쓰려고 했던 백린 카드를 꺼내들자 오우거는 더 이상 견딜 수 없었는지 펄쩍 위로 뛰어 올랐다.

까망이가 백린을 오우거의 얼굴에다 뿌려버리자 백린이 피부에 달라붙어 타오르면서 깊은 화상을 입혔기 때문이다. 백린은 산소를 차단시키거나 모두 연소되기 전까지 계속 타오르기 때문에 아주 위험한 인의 동소체이다.

물론 소울은 백린으로 오우거를 죽일 생각 따윈 애초에 없었다. 다만 이 노련하고 경험 많은 오우거의 중심을 흩어 놓는 것이 그의 목적이었다.

[다시 최루액 공격!]

[규!]

까망이가 다시 한 번 최루액을 오우거의 얼굴에 분사했다.

그러자 백린 연기에다 최루액까지 흡입한 오우거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정신없이 땅바닥을 굴러댔다.

“파워스트라이크!”

소울이 자오검을 꽉 잡고 오우거를 향해 파워스트라이크를 펼쳤다. 그의 검이 강하게 오우거의 등판을 후려치며 앞으로 밀어냈다. 하지만 반탄력이 만만치 않아 소울도 뒤로 쭉 밀려났다.

‘아! 역시 오우거구나. 조금도 상처를 입지 않았네.’

아까 오우거의 생식기를 잘라 전투불능을 만든 것은 정말 운이 좋았던 것 같았다.

이번에 나타난 오우거는 정말 명이 길고도 질겼다.

하지만 결국 끈질기게 달라붙은 까망이가 오우거의 귓속으로 들어가는데 성공했다.

거대말벌 마비독을 귓속에다 몇 방 박아주자 곧 오우거는 몸이 통나무처럼 뻣뻣해지더니 눈물만 줄줄 흘리며 얌전해졌다.

[이놈은 아무래도 불안해. 지금 바로 죽여!]

[규!]

소울은 까망에게 이 덩치 크고 노련한 오우거를 즉시 죽이라고 명령했다.

까망은 아직 살아있는 커다란 오우거의 몸속으로 들어가 마석을 생으로 뽑아내고 오우거의 능력을 흡수해버렸다.

뇌 속을 한번 크게 휘저어 놓은 다음 생기를 쭉 빨아들이자 천하의 오우거도 결국 푸들거리더니 이내 죽고 말았다.

[본, 이놈의 사체를 챙겨!]

[예스, 마이로드!]

소울은 본에게 죽은 오우거의 사체를 챙겨 놓으라고 했다. 백린의 정체를 들키면 나중에 곤란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본은 즉시 악어 입을 만들어서 자신의 몸속으로 죽은 오우거의 사체를 통째로 빨아들였다.

오우거보다 훨씬 몸이 작은 본이 커다란 오우거 사체를 통째로 입에 빨아들이는 장면은 몇 번을 봐도 기괴하기 짝이 없었다.

아후우우우우!

캬아호오오!

크와아아앙!

달빛 부서지는 밤, 짙은 안개와도 같은 스산한 하얀 연막 속에서 트롤과 오우거 그리고 웨어울프 세 종족은 서로에 대한 진한 증오와 살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피 터지는 혈투를 벌였다.

처음에는 트롤과 오우거 무리가 웨어울프 야영지를 기습공격해서 처참하게 무너뜨렸지만 전혀 짐작조차 하지 못했던 변수의 등장으로 인해 전황은 완전히 미궁 속으로 빠져들었다.

소울과 그의 소환수 그리고 비스크의 개입으로 인해 전력을 재정비할 수 있는 천금 같은 시간을 번 웨어울프들은 이내 복수의 이빨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소울과 그의 소환수들이 트롤과 오우거의 발목과 다리를 공격해서 기동력을 빼놓자 웨어울프들은 땅바닥에 쓰러져 있는 놈들을 한 마리씩 집중포위공격을 해서 제거해나가는 전법을 구사했다.

수십 마리의 트롤과 십여 마리의 오우거가 웨어울프의 야영지에 난입해서 수십 마리의 웨어울프를 쉽게 찢어 죽였지만, 이런 식으로 한 치 앞도 보지 못하는 연막 속에 빠져들자 반대로 속수무책으로 당하기 시작했다.

그것도 자신들의 목숨을 노리는 것이 아니라 발목과 다리만 집중적으로 공격해서 기동력을 무력화시키는 암습은 막으려고 해도 쉽게 막을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발목과 다리에 부상을 입고 웨어울프들의 집중포위공격에 당해 벌써 트롤과 오우거 무리의 반수 이상이 땅바닥에 쓰러져 고통에 찬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나머지 반도 동족을 구해야 할지 아니면 당장 도망가야할지 몰라 망설이는 가운데 또다시 시작된 암습에 하나 둘씩 당해 땅바닥으로 쓰러져갔다.

‘무릇 뛰어난 장수라면 나아갈 때와 물러설 때를 잘 알아야지. 저렇게 멍청하게 서서 발만 동동 굴리고 있으면 문제가 해결 되나?’

소울은 마치 자신이 일국의 장군이라도 된 듯, 트롤과 오우거들을 마구 비웃고 있었다. 대낮에 만났다면 아마 당장 꽁지를 말고 도망쳤을 자신이라는 것은 심중에 전혀 없는 모양이었다.

[푸티나! 오른쪽에 트롤 한 놈 무리에서 떨어져 나왔다. 본! 뒤에서 오우거 한 놈 다가온다. 까망아! 정면에 막 성체로 자란 트롤을 잡아라.]

소울은 열심히 자신의 소환수들을 부려 무리에서 떨어져 나오거나 방심하고 있는 트롤과 오우거들을 집중적으로 공격했다.

일단 아킬레스건이 끊기거나 다리에 심한 상처를 입은 놈은 굳이 자신이 잡으려고 하지 않고 복수에 불타는 웨어울프들이 알아서 처리하라고 내버려뒀다.

한편, 소울이 이렇게 열심히 트롤과 오우거를 사냥하고 있을 때, 비스크도 소울 못지않게 열심히 뛰어 다니고 있었다.

다른 웨어울프와는 달리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본의 연막 속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비스크는, 소울이 명령하고 자신이 소원한데로 불리의 가족과 그들의 동조자들을 하나씩 제거해나가고 있었다.

‘불리의 불알친구라는 콰리라는 새끼가 여기 있었구나. 무던히도 나를 괴롭힌 놈이었지. 크흐흐흐! 지옥으로 잘 가거라!’

훅!

“어어? 크아악!”

콰직! 쫘악! 후두둑…….

갑자기 뒤에서 누가 세게 밀자 콰리는 자신의 몸을 가누지 못하고 앞으로 쭉 밀려나가 오우거의 몸에 정통으로 부딪쳤다. 그러자 당연히 머리끝까지 화가 치솟은 상처 입은 오우거의 손에 그대로 잡혀 바로 머리통이 씹혀 먹히고 사지가 찢겨나갔다.

비스크는 순식간에 찢겨 죽는 콰리의 모습을 보자 10년 묵은 체증이 쑥 내려가는 것처럼 통쾌해졌다.

비릿한 미소를 지은 비스크는 곧바로 다른 복수의 제물을 찾아 자리를 떴다.

‘이것 봐라? 불리의 애비란 놈이 여기 숨어 있었구나? 부족의 전사라는 놈이 자기만 살겠다고 가족들까지 팽개치고 도망치다니…….’

비스크는 주변을 둘러봤다.

불행히도 근처에는 트롤과 오우거가 한 마리도 없었다.

하지만 트롤과 오우거가 없다면 그냥 끌고 오면 될 일이었다.

비스크는 그런 수고를 조금도 아끼지 않았다.

커다란 덩치를 자랑하는 성체 트롤 하나를 작은 돌멩이로 유인해서 죽은 불리의 아비인 몽불란에게 끌고 왔다.

그르릉 그르릉!

하얀 연막으로 인해 앞이 보이지 않는 트롤이었지만 바로 앞에 숨어 있는 웨어울프 한 마리를 발견 못할 정도로 둔한 놈은 아니었는지 바로 몽불란을 향해 커다란 손을 휘둘러왔다.

“으헥!”

갑작스런 트롤의 접근과 기습에 놀란 몽불란은 즉시 바닥을 한 바퀴 굴러 몸을 빼냈다.

사악!

“크윽!”

하지만 뭔가 자신의 발목과 종아리를 거침없이 훑고 지나가자 고통에 찬 비명을 지르며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손으로 만져보니 아킬레스건과 종아리가 날카로운 뭔가에 잘려 있었다.

몽불란은 즉시 웨어울프의 높은 재생력을 발휘해 상처를 치료했다.

그러나 그는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깜빡하고 있었다.

바로 자신의 앞에 피 냄새를 맡은 트롤이 입을 쫙 벌리고 침을 질질 흘리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콰지직 꽈드득 꽈드득…….

몽불란의 머리통이 트롤의 입에 들어가 과자처럼 부서져 내렸다. 트롤에게는 꿀처럼 단 웨어울프의 뇌수가 입에서 흘러나오고 두부처럼 부드러운 뇌를 빨아먹는 것은 쉽게 맛볼 수 없는 별미 중의 별미라고 할 수 있었다.

머리통을 뼈까지 씹어 먹고 나자 곧 사지가 뜯겨 나가면서 차례로 트롤의 입속으로 들어가 사라져갔다.

비스크는 친절하게도 트롤이 몽불란을 다 씹어 먹을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줬다.

그리곤 다시 돌멩이를 이용해 트롤을 끌고 불리의 가족이 모여 있는 곳으로 유인했다.

툭 데구루루 툭 데구루루…….

트롤은 자신을 유인한 돌멩이를 따라가면서 입에 침을 질질 흘렸다.

학습효과라도 있는지 돌멩이를 따라가면 웨어울프를 잡아먹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런 트롤의 예상대로 돌멩이를 끝까지 따라가자 정말 잭팟이 터졌다.

야들야들한 암컷과 어린 것들이 떼로 모여 있는 곳을 발견한 것이다.

크릉 크릉 크릉…….

트롤은 기분 좋은 웃음을 한번 흘리더니, 신나게 두 팔을 휘둘러 웨어울프 암컷들과 새끼들을 모조리 때려잡았다. 그리고는 하나씩 머리부터 꼭꼭 씹어 먹기 시작했다.

꽈드득 꽈드득 오드득 오드득…….

이날 이 트롤은 비스크의 마음에 들었다는 이유로, 트롤 중 유일하게 아무에게도 공격을 받지 않고 수십 마리의 웨어울프를 때려잡을 수 있었다. 그리고 배 터지게 웨어울프를 잡아먹고는 유유히 살아서 동족이 있는 곳을 향해 팔자걸음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이쪽에 또 한 마리가 쓰러져 있다. 즉시 포위공격을 하라.”

와아아아아!

웨어울프들은 땅바닥에 쓰러져 있는 또 한 마리의 오우거를 발견하고는 즉시 포위공격에 들어갔다.

일부러 소리를 질러 사기를 죽이고 파상공세를 펼치자 온몸에 상처를 입은 오우거는 결국 웨어울프 전사 하나에 의해 목이 뜯겨 죽고 말았다.

캬아아아오!

그때였다.

결국 견디다 못한 트롤 무리가 퇴각을 결정했다. 남은 트롤들도 무리의 수장이 내지르는 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향해 쏜살같이 도망쳤다.

크와아아앙!

그러자 오우거들도 트롤 무리가 물러가는 것을 알고 서둘러 퇴각했다. 말이 퇴각이지 역시 부리나케 도망치는 것일 뿐이다.

와아아아아아!

와아아아아아!

“이겼다.”

“트롤과 오우거를 물리쳤다.”

살아남은 웨어울프들은 트롤과 오우거가 물러가자 기쁨의 함성을 질러댔다.

[본은 이놈과 저놈을 챙겨!]

[예스, 마이로드!]

[까망이는 요놈과 조놈을 챙기고, 마석을 잊지 말고 모두 챙겨놔!]

[규!]

소울은 본과 까망이를 부려 가장 덩치가 큰 오우거와 트롤의 사체를 각각 챙겼다. 그리고 마석을 챙기는 것도 절대 잊지 않았다.

싸움이 끝나자 비스크가 귀신처럼 알고 다가오더니 죽은 오우거와 트롤의 피를 자신의 몸에 묻혔다. 그리고는 그것도 모자라서 오우거와 트롤의 목에 자신의 발톱자국을 몇 개씩 새겨놓았다.

“비스크, 일은 잘 처리했지?”

“흐흐흐, 물론입니다. 마스터!”

소울의 속삭임에 비스크가 은근한 어조로 대답했다.

비스크가 불리의 가족과 그들의 동조자들을 모두 제거했다니 이제 소울은 조금도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다.

“이제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

“세(勢)를 과시하는 것이 좋습니다.

“세력을 보여야 한다는 말이야?”

“그렇습니다. 스켈레톤 부대도 꺼내고 푸티나도 최대한 덩치를 키우는 것이 좋겠습니다.”

============================ 작품 후기 ============================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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