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59 제 65 장 - 히물레야 산맥 =========================================================================
웨어울프는 서로 동족을 잡아먹어도 절대 능력이 상승하거나 하지 않는다. 하지만 까망이가 웨어울프의 능력을 흡수해서 만들어낸 저 구슬을 먹는다면 100% 자신의 능력이 상승할 것을 알 수 있었다.
털썩!
비스크는 돌연 소울의 앞에 무릎을 꿇더니 말없이 두 손을 공손히 내밀었다.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고 간절한 열망을 담은 눈빛을 보자 소울은 살짝 갈등이 됐다.
비록 자신에게 충성을 맹세한 놈이긴 하지만 과연 이 사악한 웨어울프를 더 키워줘야 할지 말지 고민이 됐던 것이다.
[까망아, 이놈 테이밍 걸어봐!]
[규!]
까망이가 비스크에게 테이밍을 걸었다.
이미 소울에게 충성맹세를 한 상태라 테이밍이 걸리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더욱이 까망이에게 충성을 보이는 것이 아니라 충성주체가 분명히 소울이라는 것이 아주 특이했다.
그 모습에 소울은 비스크가 한 충성의 맹세가 완전히 거짓은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뭐 이미 조상의 피에 대고 맹세를 한 놈이니 배신은 없겠지만 말이다.
“네가 저놈을 잡아온 공적이 있으니 이것을 포상으로 주도록 하겠다. 앞으로 제발 말 좀 잘 듣자.”
“네, 마스터. 감사합니다. 그리고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 절대 충성을 바치겠습니다.”
자신의 손안에 웨어울프의 능력을 흡수한 구슬이 들어오자 비스크는 정말 감격해서 눈물을 흘리며 머리를 몇 번이나 땅바닥에 박아댔다.
“그만 오버하고 빨리 복용해.”
“네, 마스터.”
소울의 말에 비스크는 즉시 웨어울프의 능력을 흡수한 구슬을 입에 넣었다.
목구멍을 넘어가기가 무섭게 비스크의 몸에서 뜨거운 열기가 확 솟구쳤다.
“으르르릉…….”
비스크는 고개를 위로 젖히며 두 손을 활짝 펴고 섰다.
그러자 그의 온몸의 근육이 무서운 속도로 자라더니 쩍쩍 갈라지기 시작했다.
우두둑 거리는 소리가 들리며 뼈가 자라나고 몸도 전체적으로 조금 더 커졌다.
두 주먹을 불끈 쥔 비스크는 고개를 숙이며 자신의 몸을 쳐다봤다.
간신히 D급 비스트(beast)에 턱걸이를 하고 있던 비스크는 이제 완연한 D급 아니 C급을 바라보는 비스트가 되었다.
이 정도면 웨어울프 엘리트 전사들과 1:1 싸움을 해도 절대 밀릴 것 같지 않았다.
‘이런 것도 가능했구나. 그렇다면 앞으로 사냥하는 트롤은 전부 까망이가 능력을 흡수해서 트로트에 넘겨주면 되겠구나. 그럼 정말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겠지?’
자신이 생각한 아이디어인데도 불구하고 생각할수록 정말 대단하다는 마음이 들었다.
처음에는 그저 돌연변이나 장애를 가진 트롤 새끼라고 생각했는데 앞으로 자신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트로트는 일반 트롤보다 훨씬 더 강력한 비스트가 될 수도 있는 것이었다.
“꾸잉!”
트로트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 어느새 푸티나가 웨어울프의 가죽을 완벽하게 벗겨내는데 성공했다.
“푸티나, 수고했어.”
“꾸잉, 꾸잉!”
“이놈은 트로트에게 먹으라고 줘!”
“꾸잉!”
소울은 미련 없이 가죽을 벗긴 웨어울프의 사체를 트로트에게 먹이로 던져주기로 결정했다.
[까망아, 웨어울프의 가죽을 깨끗하게 씻어줘!]
[규!]
까망이는 허공에 푸른색의 물을 소환하더니 푸티나의 한 손에 들린 웨어울프의 가죽을 허공으로 띄워 올려 깨끗하게 씻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소울은 자신의 무장과 옷을 모두 차례로 벗어 버렸다.
권총집과 도끼집을 풀어서 내려놓고 전투벨트를 끌렀다.
전투헬멧, 전투슈트, 전투화를 벗고 티셔츠와 팬티를 포함한 모든 속옷을 몽땅 벗어버렸다.
차가운 바람이 들어와 사타구니 사이를 휑하니 지나가자 묵직했던 녀석이 급속도로 쪼그라들기 시작했다.
[까망아, 가죽 가져와.]
[규!]
소울은 자신과 덩치가 비슷한 웨어울프의 가죽을 조심스럽게 뒤집어 쓰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비스크는 정말 소울의 몸에 딱 맞는 웨어울프를 선택해 데려온 것 같았다.
아마 웨어울프들 중에서도 좀 작은 편에 속하는 놈이 아닐까 생각됐다.
몸에 딱 맞춰서, 불리의 가죽을 통째로 뒤집어쓰고 손가락과 발가락을 맞춰 넣고 심지어는 생식기까지 정확하게 맞춰 넣었다.
그러자 본이 다가와 등 뒤의 가죽을 잡아주었고 까망이는 웨어울프의 가죽과 가죽 사이를 생기를 이용해 이어 붙였다.
비록 죽은 웨어울프의 가죽이지만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런지 생기를 밀어 넣자 곧바로 재생을 시작해 이내 조금의 상처도 보이지 않는 완벽한 웨어울프의 몸이 되어주었다.
“어때?”
“마이로드, 눈동자만 빼고는 완벽합니다.”
소울은 스켈레톤의 방패를 가져다가 자신의 모습을 비춰봤다.
신기하게도 그 앞에는 자신의 모습이 아닌 죽었던 웨어울프 불리가 서 있었다.
하지만 역시 눈동자가 마음에 걸렸다.
[까망아, 저 웨어울프의 눈동자를 어떻게 떼어다 붙일 수는 없을까?]
[규!]
역시 긍정의 아이콘 우리 까망이는 바로 긍정적인 대답을 했다.
이미 트로트가 웨어울프의 사체를 뜯어 먹고 있었지만 아직 눈까지 몽땅 먹어 치운 것은 아니었다.
까망이는 얼른 웨어울프의 두 눈을 뽑아서 각막과 홍체, 수정체 등을 조심스럽게 벗겨냈다.
그리고는 소울의 눈 위에 콘택트렌즈처럼 얇게 덧씌우기 시작했다.
중요한 것은 기능이 아니라 모양과 색깔이라서 최대한 얇게 떼어 자연스럽게 붙였다.
마지막으로 생기를 조금 불어넣자 신기하게도 마치 소울의 원래의 눈처럼 착 달라붙어 자연스럽게 움직였다.
[이게 얼마나 갈까?]
[규! 생기 충분하면 한 달 가요.]
한 달이면 충분했다.
아니 가급적이면 그것보다 최대한 시간을 단축해 놓는 것이 좋다.
허나 중간에 어떤 돌발적인 상황이 생길지 몰라 일부러 시간을 넉넉히 잡고 있었다.
“이제 내 이름은 불리인가?”
“하하하, 정말 신기합니다. 마스터! 죽은 불리가 이렇게 살아나다니 말입니다.
“네가 보기에도 그럴듯하냐?”
“눈 주위를 조금 더 세밀하게 다듬고 움직이는 동작만 자연스럽게 한다면 쉽게 발각되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우리 종족이 가지고 있는 갑옷과 투구로 무장을 하면 더욱 완벽해질 겁니다.”
“웨어울프도 무장을 하나?”
“그렇습니다. 전사 계급 이상은 무장을 합니다.”
“불리라는 놈도 무장을 했어?”
“네, 그렇습니다. 제 아비를 믿고 전사도 아닌 놈이 무장을 하고 다녔습니다.”
비스크는 밖으로 나가 가죽으로 만든 배낭을 열어서 보여줬다.
거기에는 무슨 가죽으로 만든 건지 알 수 없는 멋진 가죽갑옷과 투구가 들어있었다.
“이 병신 같은 새끼가 아직도 내가 지 셔틀인줄 알고 이걸 들고 따라오라고 하더군요. 덕분에 마스터께 이 와이번 가죽으로 만든 갑옷과 투구를 전리품으로 바칠 수 있게 되어 참으로 다행스런 일입니다.”
와이번의 가죽으로 만든 갑옷과 투구라는 말도 무척 놀랄만한 일이었지만 비스크가 셔틀이라는 말을 쓰는 것에 소울은 더 놀랐다.
“웨어울프도 셔틀이라는 말을 알아?”
“아닙니다. 그건 유정아라는 그 개 같은 년이, 아니 유 고문께서 저의 몸을 통해 실험을 하고 계실 때 틀어놓은 TV드라마를 보면서 배운 것입니다.”
비스크는 유정아에 대한 분노를 보이며 욕을 하다가 유정아가 소울과 교미하는 암컷이라는 것을 깨닫고는 얼른 말을 바꿨다.
역시 TV가 마마나 호환보다 더 무서운 놈이다. 비스크 같은 놈의 머릿속에 온갖 나쁜 것들을 잔뜩 주입해주니 말이다.
소울은 비스크가 불리의 가죽배낭을 가져온 덕분에, 꽤 대물이 됐다고 자부했던 자신의 그것보다 훨씬 크고 묵직한 놈을 더 이상 덜렁거리지 않고 다닐 수 있게 됐다.
기분이 나빠져서 마음 같아서는 당장 잘라버리고 싶었지만 그래도 혹시 모른다는 생각이 마음 한구석에서 비집고 올라오는 통에 그냥 꾹 참고 불리의 껍데기를 온전히 뒤집어쓰기로 했다.
비스크의 도움으로 손쉽게 가죽갑옷과 투구를 걸친 소울은, 까망이의 세심한 배려로 눈 주위의 가죽을 자연스럽게 잘 붙이고 이제 완벽하게 한 마리의 웨어울프로 변신했다.
“참, 본과 푸티나는 어떻게 하지? 데리고 다녀도 괜찮을까?”
“웨어울프 중에서도 소환사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테이머도 있습니다. 마스터의 소환수와 비스트라고 하면 감히 누구도 뭐라고 따지진 못할 것입니다. 사실 조심해야할 것은 동족들이 나타나는 경우입니다.”
“그럴 때는 네가 앞장서서 잘 대처하도록 해. 정 아니다 싶으면 바로 제압해서 처리하고.”
“네, 마스터.”
소울은 자신이 장비하고 있던 전투슈트 세트를 까망이의 아공간에 넣어버리고 마법소음기가 달린 대형권총 2정과 자오검, 군용대검과 토마호크를 장비했다.
손목에 타이타늄 팔찌 두 개를 차고 실드가 내장되어 있는 오크샤먼의 액세서리도 모두 찼다.
무기와 액세서리 전체를 까망이가 정화시켜 냄새를 없애고 비스크가 다시 한 번 세심하게 약초와 풀을 이용해 한 번 더 냄새를 지웠다.
준비가 끝나자 소울은 답답한 나무 구멍 속에서 빠져나와 두꺼운 나뭇가지 위를 천천히 걸어봤다.
처음에는 좀 답답한 느낌이 들더니 조금 익숙해지자 자신의 피부에 완전히 달라붙어 원래 자신의 피부였던 것처럼 편해졌다.
“마스터, 조금 더 등을 꼿꼿이 세우면서 걸으십시오. 그러다가 달릴 때는 상체는 45도 각도로 굽히셔야 합니다.”
“이렇게?”
“그렇습니다. 아주 좋습니다.”
비스크의 조언대로 연습을 좀 하자 소울은 곧 누가 봐도 한 마리의 웨어울프처럼 역동적인 모습으로 움직일 수 있었다.
본이 스켈레톤 마법사와 주술사를 흡수하고, 까망이가 소울의 소지품을 꼼꼼히 챙겨 아공간에 넣었다. 푸티나가 체구를 조금 줄였고 비스크가 불리의 가죽배낭을 등에 매고 손에 작은 전투도끼를 들었다.
이제 모든 준비가 완벽하게 끝났다.
지금부터는 직접 몸으로 부딪치며 해결해나가는 수밖에 없었다.
“히물레야 산맥을 향해 출발하자.”
“네, 마스터.”
소울의 단호한 말에 비스크가 어린 시절 짝꿍처럼 그의 옆에 착 달라붙었다.
본과 푸티나가 그의 뒤를 따랐고 푸티나의 목을 잡은 트로트가 더 바짝 몸을 붙였다.
이들은 빠른 속도로 나뭇가지를 타고 나무와 나무 사이를 뛰어 넘었다.
어느새 두 개의 달빛이 조명처럼 하늘에서 쏟아져 내려와 이들의 앞길을 환하게 밝혀주고 있었다.
* * * * *
히물레야 산맥은 정말 크고, 높고, 광대하다.
구름을 뚫을 듯이 치솟은 산 정상은 하얀 꼬깔 모자라도 쓴 듯 백색으로 뒤덮여 있었다. 굽이굽이 이어진 산과 산에는 거목들이 빠짐없이 두루 꽉꽉 들어차 있었다.
하지만 이런 히물레야 산맥에도 거대한 평원이 하나 존재했다.
알라야 분지.
히물레야 산맥 중심지에 있는 거대한 분지가 바로 그것이다.
해발 1000m 높이에 펼쳐진 거대한 알라야 분지는 수많은 초식동물들의 낙원이자 포식자들의 천국이었다.
풍족한 일조량과 넘치는 강수량으로 인해 알라야 분지는 무성한 풀이 끊임없이 솟아났다. 초식동물들은 한번 이곳에 자리를 잡으면 절대 다른 곳으로 떠나려고 하지 않았다.
덕분에 포식자들도 이곳에 자리를 잡고 배고플 때만 사냥을 해서 배를 채웠다.
이렇게 알라야 분지는 조금은 눌린 듯한 방만한 먹이사슬이 완성되어 있었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지금 알라야 분지는 초식동물들의 그림자 하나 보이지 않았다.
대신 그 넓고 넓은 알라야 분지를 가득 채운 것은 셀 수 없이 많은 몬스터뿐이었다.
수십만 아니 수백만도 넘어 보이는 어마어마한 숫자의 몬스터들은 누가 뭐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각자 자신의 영역을 세워놓고 알라야 분지에 얌전히 모여 있었다.
그러나 몬스터들이 모인 곳에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는 것은 고양이 앞에 생선을 가져다 놓고 먹지 않기를 바라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해가 떨어지고 너른 알라야 분지에 달빛이 비추자, 먹이가 좀 모자랐는지 여기저기에서 서로 죽고 죽이고, 먹고 먹히는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주로 먹히는 쪽은 고블린, 코볼트, 오크 등 숫자가 많은 소형몬스터들이고 잡아먹는 쪽은 같은 소형몬스터의 약탈을 위한 무리나 중대형 몬스터를 비롯한 먹이사슬의 최상위에 포진한 포식자들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꼭 고블린, 코볼트, 오크 등만 습격을 당하는 것은 아니었다.
알라야 분지 중간에 자리를 잡고 야영을 하던 웨어울프 족도 별미를 맛보겠다고 설쳐대는 중대형 몬스터들이 나타나면 여지없이 그들과 피 터지는 혈투를 벌여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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