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OULNET-254화 (254/492)

00254  제 64 장 - 전조(前兆)  =========================================================================

유정아가 쿨 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참, 이번에 소환수를 소환하는데 성공한 압둘라 왕자 말이야.”

“응, 압둘라 왕자가 왜?”

“서머너즈 길드에 가입하고 싶다는데?”

“압둘라 왕자가 얼마 냈지?”

“300억 냈어.”

소울은 잠시 생각을 해봤다.

그동안 서머너즈 길드에 가입하지 않고 소환수만 소환해서 가지기를 원하는 부호들에게 거액을 받고 소환수를 소환할 수 있게 만들어줬다.

하지만 이렇게 직접적으로 서머너즈 길드에 가입하기를 원하는 자는 거의 없었다.

“정확히 원하는 게 뭔데? 능력자 코스프레 라도 하고 싶은 거야?”

“어차피 왕위경쟁에서 밀려난 상태라 새로운 인생을 살고 싶은 것인지도 모르지.”

“가입시키는 것은 문제가 없는데, 만약 가입하게 된다면 다른 길드원과 똑같이 충성맹세도 해야 하고 특별대우는 기대도 하지 말아야 할 텐데…….”

“알겠어. 무슨 뜻인지. 그렇게 전할게.”

유정아는 소울의 대답의 의미를 알아채곤 더 이상 압둘라 왕자에 대한 얘기는 꺼내지 않았다.

“그런데 넌 언제까지 여기 있을 거야?”

“조금만 더 있다가……. 서머너즈 길드 연구소가 생기면 그리로 갈게.”

“서머너즈 길드 연구소?”

“왜 아직 못 들었어? 동생들이 얘기 안 해?”

“못 들었는데?”

“그럼 나중에 직접 물어봐. 우린 라면 먹어야 하잖아.”

“그렇지.”

소울과 유정아는 라면을 맛있게 나누어 먹었다.

그리고…….

그들은 라면을 정신없이 먹고 또 먹었다.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가 완전히 다 풀리도록 그렇게 날이 새도록 라면을 먹고 또 먹었다.

정말 화끈하고도 뜨거운 라면이다.

둘은 정말 라면을 좋아한다.

아니 미치도록 사랑한다.

* * * * *

개성은 황해북도 남부에 있는 고려의 수도로 오백여 년 간 번영했던 고도(古都)다. 개경(開京), 송도(松都), 송악(松岳) 등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렸는데 지금은 북한의 개성특급시(開城特級市)가 됐다.

개성필드는 도시 밖, 북동쪽에 있는 용흥리에 있었다.

개성필드에서 나온 몬스터들이 북쪽에 있는 극락봉(471m)으로 몰려가 하나 둘씩 둥지를 틀더니 그것이 점점 커지고 확대되어 지금의 개성레어가 됐다.

개성의 주민들은 개성필드와 개성레어에서 쏟아져 나오는 몬스터를 막기 위해 산성을 쌓고 함정을 설치하고 지뢰를 깔고 폭격을 하는 등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산이 많은 지형적 특성으로 인해 이들의 남하를 막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30만을 넘던 개성의 인구는 어느새 15만도 채 안 되는 숫자로 줄어들었고 그만큼 몬스터를 막는 일은 더욱 힘들어졌다.

이제 도시 안에 몬스터가 나타나는 일은 마치 일상처럼 일어나고 있었다.

도시는 공포와 죽음으로 인해 암울한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

사람들의 얼굴에는 생기가 없었고 산성을 보강하는 작업에 강제 동원되어 그저 비쩍 마른 몸을 흐느적거릴 뿐이었다.

그러나 희망을 잃고 죽어가는 도시, 개성에 드디어 구원의 손길이 다가오고 있었다.

부우우웅 부우우웅 부우우웅…….

끝도 없이 이어지는 중형전술차의 행렬이 개성의 서쪽과 남동쪽에서 들어와 도시를 관통해 북동쪽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들의 뒤를 이어 1보병사단(전진부대)의 군용트럭이 쏟아져 들어와 도시 전체로 퍼져나갔다. 군용트럭 안에는 식량과 연료, 의복과 의약품 등이 담긴 상자가 가득했다.

군용트럭의 행렬이 끝나자 이제는 육중한 덩치를 자랑하는 각종 건설 중장비와 덤프트럭이 끝도 없이 꼬리를 물고 나타나 도시를 관통해 개성필드를 향해 올라갔다.

“마스터, 도착했습니다.”

“으음, 여기가 개성필드로군.”

나인권 정보부장의 말에 소울은 아직도 용흥리의 잔재가 남아있는 개성필드를 살펴봤다.

강남필드와는 달리 개성필드는 숲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대신 중심부에 넓은 들판이 펼쳐져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들판이라……. 그럼 이곳은 평야에 사는 그린 오크들이 주종을 이루고 있겠군.”

“그렇습니다. 개성이 아직까지 무너지지 않은 이유는 바로 덩치가 작고 순한 편인 그린 오크들 때문입니다.”

오크도 사실 여러 종류가 있었다.

산에서 주로 사는 브라운 오크, 숲에서 사는 우드 오크, 들에서 사는 그린 오크, 광산에 굴을 파고 사는 마인 오크, 다른 오크를 약탈해서 살아가는 블랙 오크…….

이 중에서 블랙 오크가 가장 호전적이고 그린 오크가 가장 순한 편이라고 알려졌다.

하지만 그린 오크가 순하다는 표현은 다른 오크들에 비해 덜 호전적이라는 말이지 호전성이 아예 없다는 말은 아니다. 당연히 몬스터인 그린 오크는 인류의 미래에 큰 위협이 되는 오크 종족 중 하나였다.

특히 이들의 무서운 번식력은 핵무기에 비견될 정도였다.

“개성 주변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게 천만다행이군.”

“들판이었다면 아마 개성은 더 이상 존재하고 있지 않았을 겁니다.”

개성은 아호비령산맥이 인근에 있어 주변에는 산이 많이 있다. 개성 시가지 주위에 있는 송악산, 자남산(子南山)이 있고 송악산 서쪽에는 만수산이 있다. 북쪽으로 제석산, 천마산, 두석산이 있고 남쪽에 진봉산과 용수산이 있다.

가히 산악인들이 살면 딱 좋을만한 도시가 아닐까 싶었다.

“마스터, 저기 화랑 길드와 서울 길드의 길드마스터가 도착했습니다.”

나 부장의 말에 고개를 돌려보니 화랑 길드의 마스터 김우신과 서울 길드의 마스터 명박인이 각각 외제 최고급 승용차에서 내려 그들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두 사람의 뒤로 월야 길드의 마스터 구문달과 천마 길드의 마스터 마장동도 걸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반갑습니다. 이소울 마스터!”

“반갑습니다. 김우신 마스터! 명박인 마스터!”

소울은 김우신과 명박인을 반갑게 맞이했다. 그들과 악수를 나누며 인사를 하자 곧 구문달과 마장동이 다가와 악수를 청했다.

“오늘 아주 날을 잡으셨네요? 이소울 마스터.”

“일을 열심히 하려다보니 좀 무리를 하게 됐습니다. 구문달 마스터, 마장동 마스터도 그동안 안녕하셨습니까?”

“네, 덕분에 잘 지냈습니다.”

일단 보는 눈도 있고 하니 다들 서로 반갑게 인사를 했다.

하지만 김우신과 명박인, 구문달과 마장동은 모두 내심 크게 놀란 상태였다.

서머너즈 길드에서 애초에 동원하기로 했던 1,200명보다 훨씬 많은 숫자의 길드원과 전투원들까지 동원했기 때문이다.

국정현 사무총장과 개성필드의 지분을 협상하는 과정에서 화랑 길드와 서울 길드는 메인을 서머너즈 길드에 아예 양도하다시피 했다.

원래의 계획은 화랑 길드와 서울 길드가 메인으로 해서 각각 35%씩 가져가고, 월야 길드와 천마 길드가 각각 10%씩, 그리고 서머너즈 길드가 나머지 10%를 가지기로 했다.

하지만 서머너즈 길드에서 중대형 웨이브가 오기 전에 개성필드에 반드시 대 몬스터 장벽을 이중으로 세워야한다고 의욕을 보이자, 지분에 맞춰 길드의 전력을 투사해야 하는 화랑 길드와 서울 길드는 서머너즈에 메인을 양보하기로 전격적으로 합의했다.

이로 인해 서머너즈 길드에서 무려 60% 지분을 가져가고 나머지 40%를 화랑, 서울, 월야, 천마에서 각각 10%씩 동일하게 가져가기로 한 것이다.

개성레어의 존재로 인해, 개성필드를 정리하면서 큰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한 화랑 길드와 서울 길드에서는 자신들이 메인이 되어 주도적으로 처리해야할 일들은 서머너즈 길드에 미루고 얄밉게 보조적 역할로 쏙 빠져 나갔다.

하지만 서머너즈 길드에서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더욱 의욕적으로 전력을 투사하겠다고 나섰다.

이에 능력자협회와 능력개발청의 직원들은 화랑 길드와 서울 길드의 태도에 크게 실망하곤 바로 서머너즈 길드의 손을 들어줬다.

협상이 시작되자 적극 개입하여 서머너즈 길드에서 요구하는 것을 최대한 맞춰줬고 지원도 아끼지 않기로 했다. 지분에 관한 합의도 능력자협회와 능력개발청이 증인의 신분으로 참여해 합의서 한쪽에 서명까지 해줬다.

이렇게 해서 다섯 길드가 개성필드 정리와 개성레어 토벌에 대해 최종적으로 합의하게 된 것이다.

7대 중대형 길드에 속한 화랑, 서울, 월야, 천마 길드는 모두 미리 합의한 대로 200명씩 길드원을 동원했다. 그래서 4개의 길드원을 모두 합쳐 800명이 현장에 도착했다.

서머너즈 길드도 개성필드 지분 60%에 맞춰 1,200명 이상을 동원하겠다고 약속했는데 막상 와서 보니 능력자만 2,000명에, 길드 산하의 소울 디펜스 대원을 5,000명이나 동원했다.

능력자협회와 능력개발청에서 나온 직원들과 1보병사단의 사단장은 모두 서머너즈 길드의 이런 적극적인 전력투사에 쌍수를 들고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화랑, 서울, 월야, 천마 길드, 네 곳의 길드마스터들은 모두 뜨악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길드의 피해를 예상해서 메인을 양보했다고는 하지만 메인과 보조가 이 정도로 차이가 난다면 결국 다른 사람의 눈에는 서머너즈 길드가 혼자 일을 다 한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방송국의 기자들과 카메라맨들이 나타나자 그들의 우려가 바로 현실이 되어버렸다.

“우와, 서머너즈 길드에서 길드원을 2,000명이나 보냈잖아?”

“아주 작정을 하고 전력을 다 투입했네.”

“서머너즈 길드원이 원래 저렇게 많았나?”

“서머너즈 길드에서 동원한 전투원들도 5,000명이나 된다고 하지?”

“어라? 그런데 이게 뭐야? 왜 화랑과 서울 길드에서 200명밖에 안 보냈지?”

“월야와 천마 길드에서도 200명씩 보냈네? 이거 완전히 주객이 전도됐잖아?”

“개성필드 정리는 서머너즈 길드가 혼자 다 하는 셈이군.”

“뭔가 냄새가 나는데…….”

“그러게……. 좀 파봐야 할 것 같아.”

“잘하면 이거 특종이 나오겠는걸!”

…….

기자들이 떠드는 소리에 4명의 길드마스터는 얼굴이 흑색으로 변해갔다.

하지만 애써 냉정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개성필드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서머너즈 길드에 큰 피해가 생기면 결국 자신들의 선택이 옳았다는 것이 증명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된다고 해도 아주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서머너즈 길드에 피해가 생기면 생길수록 동정 여론이 들끓게 될 것이고, 자신들은 상대적으로 욕을 얻어먹을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으음, 이거 어째 일이 요상하게 돌아가네요.”

“그러게 말이에요. 잘못하면 우리가 옴팡지게 뒤집어쓰겠는데요?”

소울은 그들이 소곤거리는 소리를 못들은 척 하면서 나 부장에게 눈짓을 했다.

그러자 나 부장은 즉시 전투헬멧의 통신모듈을 이용해 서머너즈 길드원과 소울 디펜스 대원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서머너즈 길드 제1 전투단, 제2 전투단, 제3 전투단은 개성필드를 포위하고 주변의 몬스터를 소탕하라.”

“서머너즈 길드 제4 전투단은 개성레어 토벌을 시작한다.”

“소울 디펜스 제1영업부 제1 연대, 제2 연대, 제3 연대, 제4 연대, 개성레어 토벌 작전을 시작하라!”

“정보부는 개성필드와 개성레어에 무인기를 보내라.”

…….

나 부장은 소울의 옆에 서서 끝도 없이 명령을 내렸다.

그의 명령에 따라 서머너즈 길드의 4개 전투단과 소울 디펜스의 4개 연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서머너즈 길드에서는 5인 파티를 기본으로 5개 파티를 묶어 팀으로 부른다. 팀 4개를 묶어 공격대로 칭하는데 100명이나 모인 공격대가 5개 모여 500명이 되면 전투단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현재 서머너즈 길드가 동원한 전투단은 4개, 즉 2,000명의 길드원이 이 자리에 있는 것이다.

소울 디펜스는 전투대원들이 모두 영업부에 배치된다. 현재 총 3개의 영업부가 있다.

1개 영업부는 사단에 해당하는 1만 명의 병력을 보유하고 있는데, 현재 이곳에 동원된 대원들은 제1 영업부의 절반에 해당하는 숫자이다.

수십 대의 중형전술차를 타고 이동하는 서머너즈 길드원들과 수십 대의 군용 수송차량을 타고 이동하는 소울 디펜스 대원들의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방송국 헬기가 하늘에서 그들의 뒤를 쫓아가며 생방송으로 중계를 하고 있었고, 지상에서는 방송용 차량의 위에 올라간 리포터가 입에 거품을 물면서 서머너즈 길드의 적극적인 전력투입과 개성레어 토벌에 대한 의지를 칭찬하고 있었다.

그 모습에 소울은 웃었고 네 길드의 마스터는 얼굴은 이제 하얗게 변했다. 하나의 얼굴가죽으로 흑백의 색을 표현하는 특이한 능력을 가진 마스터들이다.

‘크하하하, 이놈들아! 잔대가리를 굴리려면 앞을 보고 제대로 굴려야지. 네놈들은 지금 외통수에 딱 걸린 거야.’

소울은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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