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OULNET-253화 (253/492)

00253  제 64 장 - 전조(前兆)  =========================================================================

소울은 풍선금속, 한와, 에센티가 가지고 있는 모든 라인을 생체실드 중화탄 만을 생산하기 위해 24시간 풀가동한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 세 회사가 가지고 있는 생산능력이 결코 작지 않았던 것이다.

“일단 우리 서머너즈 길드와 소울 디펜스에서 사용할 충분한 양의 생체실드 중화탄을 미리 확보해 놓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대한민국 국방부에서 요청한 물량도 충분히 제공할 수 있습니다.”

“다행이네요.”

“하지만 미국 정부에서 요청한 양은 앞으로 몇 개월 동안 쉬지 않고 만들어도 해결할 수 있는 양이 아닙니다.”

“그렇게 주문을 많이 했습니까?”

“괜히 천조(千兆)국이라고 불리는 나라가 아닙니다.”

세계의 초강대국으로 군림하는 미국답게, 이놈들의 스케일은 정말 무지막지하게 컸다. 특히 자국에 이롭다고 생각하는 첨단 기술을 확보하는 데는 돈을 아끼지 않고 쏟아 붓는 경향이 있었다.

“그렇다고 미국에만 생체실드 중화탄을 납품한다면 반드시 나중에 유럽과 아시아, 아프리카 등 각국의 원망을 듣게 될 겁니다. 특히 중대형 몬스터 웨이브가 일어나 큰 피해를 입게 된다면 더욱 그럴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니 적은 양이라도 생체실드 중화탄을 각국으로 보내야 합니다. 우리가 미리 선의(善意)를 베풀어 놓는 것이 나중에 일어날 화(禍)를 줄이는 길이 될 것입니다.”

“거기까진 전혀 생각을 못해봤습니다. 유 고문의 말을 듣고 보니 일리가 있네요. 지금 말씀하신 데로 그렇게 진행하세요. 그런데 미국 정부와 독점공급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나요?”

“우리가 말로 하는 독점이란 단어의 의미와 계약상의 독점의 의미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계약할 때 이미 여러 가지 빠져나갈 구멍을 다 만들어 놓았으니 문제가 될 것은 없습니다. 그리고 다른 나라에 공급되는 양 전체를 합쳐도 미국 정부에 공급되는 양을 따라가지 못합니다.”

“계약상의 독점의 의미가 바로 이런 것을 말한 것이었군요.”

“그렇습니다. 쉽게 말해서 서머너즈 길드와 소울 디펜스 그리고 대한민국 국방부에 공급되는 양을 제외하고, 미국 정부에 공급되는 양이 다른 모든 나라에 공급되는 양보다 많기만 하면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복잡한 계약상의 문제는 더 이상 들을 필요가 없을 것 같았다.

이미 핵심사항은 이해했으니 나머지는 유정아가 알아서 해결할 것이다.

지금 당면한 문제는 당장 2군단을 지원하고 있는 화랑, 서울 길드를 도와 개성필드를 정리하는 것이다.

“개성필드에 대 몬스터 장벽을 세우는 것을 지원하는 것은 좋지만 개성레어로 인해 우리 서머너즈 길드의 피해가 커지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소울의 말에 유정아가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제가 방금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몬스터들이 모두 각 몬스터 필드의 중앙, 그러니까 차원의 균열의 중심부로 몰려들고 있다고요.”

“그럼 혹시……. 개성레어에도 몬스터가 없다는 말입니까?”

“전부 필드 안으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유정아의 말에 소울을 비롯한 국정현, 김영신, 나인권, 두보환의 얼굴에서 기광이 흘렀다. 제일 먼저 나인권이 입을 열었다.

“마스터, 이건 기회입니다. 개성필드나 평양필드를 정리하는데 필요한 지원을 하게 되면 메인과 보조로 나뉘어서 필드의 지분을 준다고 했습니다. 당장은 이 지분이라는 것이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나중에 대 몬스터 장벽이 생기고 나면 정말 큰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이 지분입니다.”

“맞습니다. 마스터, 이번 기회에 우리 서머너즈 길드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개성레어를 토벌하고 개성필드 정리를 주도적으로 밀고 나가야합니다.”

두보환까지 흥분해서 말을 잇자 소울은 자신이 뭔가 큰 범죄를 저지르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확실히 이건 나중에 화랑 길드나 서울 길드가 알게 되면 사기를 쳤다고 분통을 터트릴 만한 행동이었다.

하지만 처음부터 얘기를 잘해서 합의를 해놓으면 나중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법적으로 빼도 박도 못하게 될 일이다.

‘이래서 정보가 중요하구나.’

소울은 살짝 고개를 위아래로 흔들면서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올라오는 양심이라는 놈을 발로 지그시 밟았다.

“그럼 누가 나서서 이 건을 해결하는 게 좋겠습니까?”

“아무래도 길드 대 길드의 합의가 될 테니 국정현 사무총장께서 나서시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다들 국정현이 적임자라고 하자 소울도 특별히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바로 통과시켰다.

“그럼 국정현 사무총장이 이 일을 맡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짝짝짝짝…….

모두 동의의 박수를 보내자 국정현이 잠시 일어나 고개를 숙이고 인사를 했다.

그러자 소울이 그를 향해 당부를 했다.

“능력자협회를 통해 연락을 넣어보세요. 능력개발청을 중간에 끌어들여 개성필드 정리 작전의 메인인 화랑, 서울 길드와 협상을 하면 될 겁니다.”

유정아가 그의 말에 첨언을 했다.

“보조로 지원을 해줄 월야, 천마 길드와도 협상을 하시는 것을 잊으시면 안 됩니다. 그리고 최대한 빨리 협상을 해서 2주 안에 대 몬스터 장벽을 세우고 빠져 나가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서머너즈 길드에 최대한 유리한 조건으로 협상을 해오겠습니다.”

국정현이 소울을 보며 말하자 나인권이 일어났다.

“마스터, 이번 기회에 개성레어를 깨끗하게 정리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어차피 몬스터도 안에 없을 테니 소울 디펜스의 영업1부를 출동시키면 금세 정리할 수 있을 겁니다.”

“이것도 협상할 때 집어넣으면 훨씬 유리한 합의를 이끌어 내는데 도움이 되겠네요.”

“그럼 합의를 하고나면 곧바로 전력을 투입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합시다.”

결국 이날 4군단을 탈탈 털어버리고 황해남도를 석권한 서머너즈 길드는 개성까지 진출하기로 잠정 결정을 내리고, 서머너즈 길드의 국정현 사무총장을 전권 협상대표로 뽑아 보내기로 했다.

“오늘 회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몇 가지 중요한 안건을 결정하고 회의가 끝나자, 국정현은 즉시 자기 방으로 가서 서울로 돌아갈 채비를 했다.

회의실에 둘만 남게 된 소울과 유정아는 서로를 힐끔거리며 쳐다봤다. 잠시 서먹한 분위기가 이어지자 참다못한 유정아가 그에게 다가왔다.

그의 어깨에 손을 살며시 올린 그녀는 부드럽게 마사지를 해주면서 그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같이 안 갈 거야?”

“어딜?”

“어디긴? 능력자협회 서울지부지.”

“내가 거길 왜?”

“라면 먹으러 가자!”

“그래.”

소울은 참 가벼운 남자였다.

그녀의 제안에 더 이상 생각도 해보지 않고 얼른 좋다고 대답해버렸다.

안 그래도 라면이 먹고 싶긴 했다. 그것도 곱빼기로 해서 밤새도록 마구 먹어 대고 싶었다. 그래야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가 풀려나갈 것 같았다.

쪽!

유정아는 소울이 기다렸다는 듯 자신의 제안을 받아들이자 그게 마음에 들었는지 그의 입술에 가볍게 키스를 했다.

두 사람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회의실 밖으로 나갔다.

밖에는 실비아가 대기하고 있었다.

유정아는 이미 실비아에 대해 국정현에게 들었기 때문에 그녀의 미모에 그리 놀라지 않았다.

그때 국정현이 그들을 향해 헐레벌떡 뛰어왔다.

“마스터도 서울 가십니까?”

“네.”

“무슨 특별한 볼일이라도 있으십니까?”

“그게 라면……. 컥!”

소울은 자신도 모르게 유정아와 라면 먹으러 간다고 얘기하려 했다가 옆구리에 통렬한 응징을 당했다.

“일, 일이 있어서 갑니다.”

“그러시군요. 그럼 우리 세 사람이 헬기를 타고 가는 겁니까?”

“아마도 그렇지 않겠습니까?”

국정현은 능구렁이처럼 보고도 못 본 척하면서 앞장서서 헬리포트를 향해 걸어갔다.

소울은 옆구리를 손으로 살살 문지르며 유정아를 노려봤다.

유정아는 소울이 자신을 노려보자 황당하다는 표정을 짓더니 고개를 살래살래 흔들었다.

“휴우, 내가 올해 마(魔)가 낀 게 분명해.”

“마같은 소리하고 있네. 날 만날 것을 행운이었다고 하늘에 감사해라.”

“행운은……. 지랄!”

유정아는 더 이상 소울과 말을 섞지 않으려는 듯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소울은 그러든지 말든지 느긋한 걸음으로 걸어갔다.

실비아가 옆으로 다가오더니 그의 옆구리를 살펴봤다.

“마스터, 괜찮으십니까?”

“괜찮아.”

실비아는 걱정스런 표정으로 그를 한번 쳐다보더니 고개를 돌려 유정아를 싸늘한 눈초리로 쳐다봤다.

그들이 헬리포트에 도착하자 기다리고 있던 수리온 헬기의 조종사가 로터를 돌리기 시작했다.

소울과 유정아, 국정현과 실비아가 수리온 헬기에 올라타자 푸티나가 언제 나타났는지 떡 하니 자리를 하나 차지하고 편한 자세로 앉아있었다.

역시 푸티나는 소울이 가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잘도 따라다녔다.

불곰 새끼라고 동작이 느릴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편견이다.

푸티나는 절대 동작이 느리지 않다. 오히려 빠르고 은밀하기까지 하다.

실비아는 그런 사실을 몇 번의 경험을 통해 알고 있었다.

푸타타타타타!

수리온 헬기는 해주시에서 서울 강남구 신사동을 향해 빠르게 날아갔다.

신사동의 능력자협회 서울지부 헬리포트에 도착해 시계를 확인하자 겨우 30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정말 금방이다.

“마스터, 그럼 저는 먼저 가보겠습니다.”

“네, 그럼 수고하세요.”

국정현이 눈치껏 먼저 내려가자 유정아는 실비아를 조금도 신경 쓰지 않고 소울의 팔에 팔짱을 꼈다.

실비아의 눈에서 불똥이 튀어 올랐다.

소울도 유정아와 실비아 간에 뭔가 알 수 없는 이상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하지만 굳이 자신이 나서서 참견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그의 옆으로 푸티나가 다가와 손을 잡았다.

삐이익!

17층 VIP 스위트룸에 도착하자 유정아가 목에 걸어둔 카드키로 문을 열어 주었다.

소울은 그녀의 스위트룸을 마치 자기 것이나 되는 양, 거침없이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푸티나도 그의 손을 잡고 안으로 들어가더니 소파 위에 자리를 잡고는 편하게 앉았다.

“No! 넌 들어오지 마. 밖에서 대기하고 있어.”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전 엄연히 마스터의 비서이자 호위입니다.”

유정아의 말에 실비아가 흥분해서 소리쳤다.

“그럼 넌 네 마스터와 잠도 같이 잘거니?”

“네?”

실비아는 그녀의 말에 놀라서 얼굴이 붉어졌다.

“지금 마스터는 내방에서 잘 거야. 그러니까 넌 밖에서 대기하고 있어. 아니면 2층 뷔페식당에 내려가서 밥이나 먹던가. 때가 되면 부를 테니 그때 다시 와!”

“아니, 그, 그게…….”

쿵!

실비아는 뭐라고 해야 할지 몰라 버벅거리는 사이에 결국 문이 닫히는 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나서야 자신이 문 하나를 사이로 밖에 서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는 유정아에게 뭔가 진 느낌이 들어 주먹을 꽈 쥐고는 입술을 깨물었다.

잠시 어떻게 할까 고민을 하던 그녀는 결국 유정아의 말대로 2층으로 내려갔다.

걸어가는 실비아의 어깨가 힘없이 축 쳐진 것이 너무나도 안쓰러워보였다.

“실비아는?”

“밥 먹고 오라고 했어.”

“하긴 라면을 같이 먹을 수는 없지.”

“호호호, 정말 라면 끓여줄까?”

“어떤 것을 먼저 먹을까 고민되네.”

“그럼 둘 다 먹어.”

“그래, 그게 좋겠다.”

소울과 유정아는 알 수 없는 자신들만의 대화를 나누더니 부엌으로 같이 들어갔다.

냄비에 물을 담아 가스레인지에 올리고 라면을 끓이면서 유정아는 소울에게 아까 회의실에서 말할 수 없었던 일들을 얘기하기 시작했다.

“지금 정력제가 은밀한 루트를 통해 엄청나게 팔려나가고 있어.”

“어떤 정력제?”

“당연히 랩터 간 정령제와 웨어울프 정력제지.”

사실 효과야 무한 정력제인 거대말벌 여왕벌 정력제와 랩터킹 정력제가 좋다. 하지만 재료를 구하기가 어려우니 그건 진즉에 포기해야했다.

오우거와 트롤 생식기 추출 정력제도 재료를 구하기 힘든 것은 마찬가지라 극소수의 부호들에게만 공급되고 있었다.

차원의 균열이 열리고 몬스터의 출현으로 인류에 대한 위협이 현실화되자 정력제는 그런 인간의 심리와 맞물리면서 엄청난 속도로 무지하게 팔려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근데 갑자기 정력제 얘기는 왜 하는 거야?”

“그거야 당연히 자기에게도 배당을 해주려고 그러지. 정산할 것도 좀 있고…….”

“흐음, 복잡하게 일처리 하지 말고 그냥 소울투자의 내 계좌에 넣어줘.”

“그게 편하면 그렇게 해줄게.”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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