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OULNET-251화 (251/492)

00251  제 63 장 - 개성필드  =========================================================================

황해남도 해주시 옥계동 제4군단 본부.

조선인민군 육군의 1제대 전연 군단 중 하나인 4군단의 본부 건물 앞에 인공기와 태극기가 나란히 걸려 바람에 나부끼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 지금 또 하나의 깃발이 힘차게 올라가고 있었다.

하얀 바탕에 포효하는 불곰의 머리가 그려진 깃발!

그것은 서머너즈 길드를 상징하고 있었다.

본부 건물 3층 회의실.

“회의를 시작합시다.”

“네, 마스터.”

회의실에 모인 사람들은 서머너즈 길드의 마스터가 자리에 앉자 차례로 의자에 착석했다.

서머너즈 길드 마스터 소울의 왼쪽으로 길드 사무총장 국정현, 유정아 고문이 자리하자 오른쪽으로 소울 디펜스 사장 김영신과 나인권 정보부장, 두보환 보안부장이 앉았다.

그들의 앞으로 민정돈 관리부장, 박정일 영업1부장, 서이진 영업2부장, 조중삼 영업3부장이 자리했다.

나인권 정보부장이 소울과 눈을 마주치자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먼저, 그동안 밤낮을 가리지 않고 4군단을 장악하고 흡수하는데 힘써 주신 여러분들의 노고를 마스터의 이름으로 치하합니다.”

그의 말에 모두들 말은 안했지만 다들 자부심 넘치는 얼굴에 뿌듯한 미소가 그려졌다.

“그동안 우리에겐 참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4군단 지휘부를 정리하고, 황남조의 가족을 구출하고, 용연읍에 나타난 마적 떼를 소탕하고, 소울 디펜스 영업부를 확장하고, 황해남도 전역에 퍼진 몬스터를 사냥하고, 치안을 유지했습니다.”

나인권은 그동안 일어났던 일을 회상하는 듯 주먹을 불끈 쥐었다.

“처음 우리가 기본 계획을 세웠을 때, 과연 해낼 수 있을까? 하고 걱정했던 일들이 기억납니다. 하지만 지금 보십시오. 이 모든 일들을 우리의 마스터와 함께 거뜬히 해내지 않았습니까?”

“맞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해냈습니다.”

박정일, 서이진, 조중삼이 차례로 맞장구를 치자 다들 그들을 바라보며 웃음을 지었다.

나인권은 그들에게 엄지손가락을 살짝 치켜세우고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

“현재 저희 길드를 제외한, 북한에 배치된 그 어떤 길드도 우리와 같은 엄청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각 군단 지휘부의 반발을 제대로 무마하지 못해 반목하고 싸우는 일이 다반사입니다. 심지어는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누고 직접적인 전투를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8군단과 백제 길드, 10군단과 신경, 엔지 길드 사이엔 실제로 전투가 벌어졌다는 사실을 공식확인했습니다.”

“다들 그동안 수고했어요. 공적에 따라 논공행상을 할 예정이니, 이제 스스로 얼굴에 금칠을 하는 얘기는 그만하고 본론으로 넘어가도록 합시다.”

“네, 마스터.”

소울이 좀 민망해서 중간에서 커트를 시키자 나인권은 즉시 본론을 꺼냈다.

“황해남도의 1시(市) 19군(郡)은 현재 치안부재, 행정공백 상태입니다. 9보병사단이 도와주고 있고 소울 디펜스 대원들이 최선을 다하고 있기는 하지만, 근본적으로 경찰과 지방행정 조직을 제대로 만들지 않으면 앞으로 황해남도를 통치하고 경영하는데 큰 어려움이 생길 것입니다.”

“이번에 4군단 조직개편을 하면서 나이 많은 병사들을 전부 전역시키지 않았습니까? 그들을 활용해서 경찰과 지방행정 조직을 만들면 어떨까요?”

두보환 보안부장의 말에 소울은 고개를 끄덕이며 즉시 찬성했다.

“좋은 생각입니다. 두보환 보안부장이 인선(人選)을 맡도록 하세요.”

“예? 제가요?”

“그렇습니다. 원래 의견을 낸 사람이 제일 잘 아는 법 아니겠습니까? 은퇴한 경찰 간부나 공무원을 초빙하면 그리 어렵지 않게 조직을 짤 수도 있을 겁니다.”

“아! 네.”

“다음 안건 올려주세요.”

소울이 간단하게 두보환에게 일을 떠넘기자 나인권이 웃으면서 말했다.

“두보환 보안부장에게 일복이 터져나는군요.”

“하하하하!”

“하하하하!”

다들 웃음을 터뜨리자 두보환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지근거리는 관자노리를 손가락을 꾹꾹 눌러댔다.

“마스터, 이번에 새로운 4군단장으로 29 해상저격여단장 김중오를 임명할까 합니다.”

김영신 사장이 대뜸 4군단장의 임명 건을 꺼내들었다.

“4군단의 지휘부를 제거하고 우리가 4군단을 장악해서 흡수할 수 있게 도와준 공적이 있으니 당연히 그렇게 해야지요.”

“그럼 4군단장으로 김중오를 승진 발령하겠습니다.”

김영신 사장이 간단하게 안건 하나를 해결했다며 미소를 짓자 소울이 고개를 기울이며 은근하게 물었다.

“안전장치는 마련해 놓았겠지요.”

“물론입니다. 자세한 것은 두보환 보안부장이 설명할 것입니다.”

김영신의 말에 고개를 돌리자 두보환이 일어나 대답했다.

“서면보고 해도 되겠습니까?”

“네, 그렇게 하세요.”

소울은 흔쾌히 승낙했다.

이런 극비사항은 아는 사람이 적을수록 좋은 일이다. 그러니 서면보고도 나쁜 방법은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김중오가 4군단장으로 취임해서 욕심을 부리거나 딴 마음을 먹을 경우, 그것을 잘 제어할 방법을 만들어 놓았느냐는 것이다.

소울 디펜스 영업 1, 2, 3부에서 4군단의 핵심 병력을 모조리 흡수해서 이제는 껍데기만 남은 상태라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4군단의 조직과 체계가 남아있었고 병력도 1만이나 운용하고 있었다.

이렇게 병력을 남겨 놓은 이유는 4군단의 이름이 살아있어야 정부에서 각종 지원을 해주기 때문이다.

원래 4군단에는 4개 보병사단, 3개 여단, 2개 박격포연대 등 총 6만의 병력이 있었다. 4군단을 장악한 소울 디펜스는 이중 나이가 너무 많거나 아니면 너무 적은 2만을 즉시 전역시키고 이중 핵심병력이라고 할 수 있는 3만을 소울 디펜스 영업 1, 2, 3부로 흡수해서 재편했다.

형식적으로 3만을 일시에 전역시킨 후, 소울 디펜스에 새로 입사하는 방식으로 병력을 흡수한 후 적당히 섞어서 조직을 재편했는데 주임, 대리, 과장, 차장 등 중간 간부는 대부분 소울 디펜스 대원들을 임명하여 조직의 장악력을 높였다.

17 저격여단, 60 저격여단, 29 해상저격여단 등 특수부대도 모두 정보부와 보안부 예하부대로 섞어서 재편했다.

이렇게 해서 거대한 공룡이었던 4군단은 알맹이만 쏙 빼서 소울 디펜스에 넘겨준 채 껍질만 남은 조직이 되었던 것이다.

소울은 고개를 돌려 중년 꽃미남의 정취를 물씬 풍기는 국정현을 쳐다봤다.

“참, 황남조와의 협상은 어떻게 됐습니까?”

“어제 김용호 조장과 황남조 전원이 서머너즈 길드에 가입하기로 결정하고 가입서류에 서명했습니다.”

“반가운 소식이네요.”

“그것만이 아닙니다. 김용호 조장이 북한에 있는 다른 능력자 조직인 황북조, 평양조, 남포조, 평남조, 평북조, 함남조, 함북조, 강원조, 자강조, 량강조 이렇게 총 10개 조직에 연락을 해서 이들을 영입해보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래요? 그거 아주 잘 됐군요.”

소울은 그의 말에 크게 기뻐했다.

장비와 지원이 부족해서 그렇지, 북한 능력자들의 실력은 매우 뛰어나다.

황남조 전체를 서머너즈 길드에서 흡수한 것도 서머너즈 길드의 전력에 상당한 보탬이 되는데, 다른 행정구역의 능력자 조직까지 끌어들이게 된다면 서머너즈 길드가 대한민국 최고의 길드가 되는 날도 그리 멀지 않을 것이다.

특히 지금처럼 북한에 배치된 대한민국의 337 길드(3대 대형길드, 7대 중대형길드, 7대 재벌길드)들이 정신없이 바쁜 지금, 북한의 능력자 조직에 대해 전혀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을 때, 영입작전을 벌여야 효과가 극대화된다.

“김용호 조장의 영입활동을 서머너즈 길드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해주세요. 북한의 다른 행정구역에 있는 능력자 조직을 다만 몇 개라도 우리 길드로 흡수할 수 있다면 길드의 전력이 수직으로 급상승 할 것입니다.”

“네, 당장 태스크포스 팀을 조직해서 적극적으로 지원하겠습니다.”

자신 있게 대답하는 국정현의 훤한 얼굴을 보자 소울은 서머너즈 길드의 미래가 환하게 밝아오는 것 같이 보였다.

“우리가 해주시로 온 이후, 비록 몇 가지 어려움은 있었지만 대부분 이렇게 순풍에 돛단 듯 일이 진행되어 기분이 좋네요.”

“맞습니다. 지금까지는 그랬습니다. 하지만 지금 어려움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닙니다. 당장 우리 서머너즈 길드와 길드 산하의 소울 디펜스는 심각한 자금난에 봉착해있습니다.”

“네에?”

갑작스런 국정현의 자금난 발언에 소울의 눈이 알사탕 같이 변했다.

김영신 사장이 슬그머니 국정현이 던진 불씨에 부채질을 했다.

“현재 서머너즈 길드에 가입한 길드원의 무기와 장비 지원 이외에도 생계비와 후생복지 비용으로 천문학적인 돈이 쏟아져 들어가고 있습니다. 거기에다 오늘까지 소울 디펜스에 입사한 삼만 오천 명의 사원들의 월급과 사대보험, 후생복지, 생계비 지원 비용 등을 따지면 당장 뭔가 뚜렷한 대책을 세워야만 합니다.”

소울은 김영신의 엄포에 심장이 쫄깃해지면서 입에 침이 말랐다.

말하는 폼만 보면 당장 서너머즈 길드와 소울 디펜스가 파산이라도 할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도대체 뭐가 문제인 겁니까?”

“여러 가지 문제가 있겠지만 당장 눈에 보이는 것은 갈수록 늘어나는 길드원들의 숫자입니다.”

“현재 서머너즈 길드원의 숫자가 얼마나 되지요?”

“정식 길드원만 벌써 오천 명이 넘었습니다. 3대 대형 길드조차 이 정도의 길드원 숫자는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앞으로 상위 능력자들의 숫자만 어느 정도 채워지면 대형 길드라고 해도 무방할 것입니다.”

4군단을 장악하고 황해남도 전역을 정리하느라 시간이 없어서 틈틈이 소환식을 몰아서 했는데도 벌써 오천 명을 넘어서고 있다니 소울은 잠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멍한 표정을 지었다.

이건 마치 어린 아이가 눈사람을 만들겠다고 덤비다가 눈덩이를 산 아래로 굴려 거대한 눈덩이로 변하며 무서운 속도로 덩치를 키워나가는 꼴이었다.

“서머너즈 길드에 가입한 오천 명의 길드원들이 모두 놀고만 있는 것도 아니고 각 몬스터 필드에서 몬스터를 잡아 마석과 몬스터 사체를 길드로 가져와서 큰 이익을 남기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무슨 자금난입니까?”

“그 말도 맞습니다. 서머너즈 길드만 보면 절대 적자를 내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아니 오히려 서머너즈 길드 직원들의 체계적인 운영을 통해 큰 이익을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렇게 무서운 속도로 길드원을 영입하고 지원금을 부어대는 것을 감당할 정도는 아니라는 겁니다.”

“흐음, 하긴 길드원들의 가입속도가 장난이 아니긴 하지요.”

“우리 서머너즈 길드에 가입하는 길드원의 상당수가 당장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그래서 생활비 지원을 안 해줄 수가 없습니다. 거기에다 최근에 가입하고 있는 길드원들은 해외에서 들어온 F급 소환계 능력자들입니다. 선진국에서 들어온 능력자들도 있지만 아시다시피 대부분 개발도상국이나 후진국에서 들어온 자들이라서 역시 정착금과 생활비 지원을 해줘야 합니다. 그리고 당연히 모든 길드원에게 무기와 전투헬멧, 전투슈트, 전투화 등 장비를 지원해줘야 하고요.”

그제야 소울은 뭐가 문제인지 알 것 같았다.

들어오는 이익금보다 일시적으로 한꺼번에 빠져 나가는 자금이 너무 커서 문제라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서머너즈 길드는 분명히 안정권에 접어들어 막대한 이익을 남기게 될 것이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쏟아져 들어오는 길드원들의 무기와 장비 지원, 정착과 생활 지원을 위해서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부어야만 했다.

“서머너즈 길드에만 자금이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당장 소울 디펜스에서도 자금소요가 급상승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입사한 사원 삼만 명의 월급과 생활비 지원에 필요한 자금은 물론이고 본사에 입사한 오천 명의 사원들의 경상비 지출과 후생복지 비용으로 한 달에 수백억의 자금소요가 발생했습니다. 이것도 최저로 잡은 겁니다.”

“으음.”

소울은 국정현과 김영신이 돌아가면서 한마디씩 던져대는 말이 마치 협박처럼 들려왔다.

“그래서 대책이 뭡니까?”

“그, 그게…….”

“크흠.”

대책을 말하라고 하자 국정현과 김영신은 감히 먼저 말을 하지 못하고 서로의 얼굴을 보면서 소울의 눈치를 봤다.

그 모습이 마치 서로 ‘네가 말해라!’라고 눈으로 말을 하는 것 같았다.

결국 조직의 서열에서 밀린 김영신이 국정현의 눈빛에 밀리고 말았다.

“마스터, 대단히 죄송합니다만, 마스터께서 운영하고 계시는 소울투자에서 자금을 좀 융통해주시면 한결 나을 것 같습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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