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OULNET-250화 (250/492)

00250  제 63 장 - 개성필드  =========================================================================

주상치는 자신의 심복들이 하나씩 쓰러지자 입에서 피를 토하면서도 이를 박박 갈았다.

이제 그의 관심사는 도망치는 것이 되었다.

어떻게 하던, 이 자리를 벗어나 산둥성으로 돌아가야했다.

가서 산둥성의 모든 능력자를 다 끌고 와 복수를 하는 것이 그의 유일한 인생의 목표가 되어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에게 더 이상의 기회란 찾아볼 수 없었다.

푸티나의 두 귀와 가슴 그리고 네 발바닥에서 강렬한 야광색 불빛이 터져 나오고 있었다.

“꾸잉! 꾸잉!”

파츠츠츠츳…….

“으아아아악!”

주상치는 단말마를 내뱉으며 쓰러졌다.

푸티나가 그의 두 어깨를 잡고는 강렬한 일렉트릭 파워를 마구 쏟아 부었기 때문이다.

주상치는 자신의 온몸이 녹아내리는 것을 눈으로 보면서 결국 뇌와 심장이 동시에 터져 즉사하고 말았다.

주상치가 죽자 산둥성 능력자들의 사기는 더 이상 떨어질 곳 없이 바닥을 치고 말았다.

하지만 그들은 항복할 틈도 주지 않고 마구 몰아붙이는 서머너즈 길드의 폭포수 같은 공세에 속절없이 땅바닥에 피를 흘리며 쓰러져야 했다.

벌써 백여 명 이상이 죽어 장내에는 사백 명도 안 되는 산둥성 능력자들이 이제는 살기 위해 발악을 하고 있었다.

소울은 일단 서머너즈 길드의 공세를 조금 늦추고 길드원의 안전을 도모했다.

하지만 자신은 자오셴의 애검인 자오검을 들고 오히려 적진 한복판으로 뛰어 들었다.

그의 양 옆으로 비스크와 푸티나가 같이 달려갔다.

그리고 보이지는 않았지만 까망이가 그의 앞에서 길을 열고 있었고 하늘에는 날개 달린 해골 전투마를 타고 공중을 날아다니는 본이 그의 머리 위를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파워스트라이크!”

파아앙!

으아악 크아악!

강력한 파워스트라이크가 적진 한복판을 가르자 그의 스킬에 당한 적 두 명이 가슴을 잡고 비틀거렸다.

“슬래쉬!”

파츠츠층!

촤아아악!

슬래쉬를 사용하자 보이지 않는 4개의 기류가 사방으로 동시에 뻗어나갔다.

네 방향에 서 있던 적의 가슴에서 역시 동시에 피가 솟구쳤다.

“글람 검법! 몽크의 체술!”

소울은 생기가 쭉 빨려나가자 보충을 위해 글람 검법과 몽크의 체술을 동시에 사용했다.

역시 생각대로 단전의 내단에 집중을 하여 생기를 양손으로 쏟아내며 스킬을 펼치자 그의 검과 주먹에 닿는 적의 몸에서 생기가 쭉쭉 빨려 들어오는 것이 느껴졌다.

파워스트라이크와 슬래쉬를 쓰느라 소모된 생기는 즉시 가득 채워져 흘러 넘칠 정도가 됐다.

실전에서 파워스트라이크와 슬래쉬의 효용을 확인하고, 생기가 가득 채워지는 것을 본 소울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이제는 본격적으로 글람 검법을 사용해 주변의 적을 마구 도륙해나갔다.

난전에서는 역시 검을 들고, 쉐도우 스텝을 밟으며 폭풍처럼 몰아치는 것이 제일 효과가 좋았다.

본의 명령이 있었는지 스켈레톤 부대가 대물저격총과 저격소총을 들고 한 발짝씩 앞으로 나가며 눈에 보이는 적을 닥치는 대로 사살했다.

“으악!”

“방쯔!”

“이 비겁한 놈들…….”

방쯔라고 욕을 하고, 비겁한 놈들이라고 소리치는 소리가 귀에 들려왔다.

한국에서 중국인을 장구이(掌櫃), 즉 돈 궤짝을 꽉 쥐고 있는 돈밖에 모르는 사람으로 폄하하기도 한다. 지금은 아예 이 말이 짱깨라는 비속어로까지 변했다.

그들이 방쯔 또는 가오리 방쯔라고 자신들을 욕하는 것이나, 자신들이 그들을 짱깨라고 욕하는 것이나 도긴개긴이다.

하지만 비겁하다는 소리를 듣는 것은 사양하고 싶었다.

진짜로 비겁한 놈들은 민간인, 그것도 아무런 힘이 없는 연약한 북한 처녀들을 잡아서 윤간하고 주민들을 때려죽인 바로 이놈들이다.

그는 자신과 서머너즈 길드를 노리고 오는 산둥성의 능력자를 상대해 싸우고 있는 것이지만 저들은 용연읍에 들어가 연약한 여자를 강간하고 그들의 가족을 죽이고 재산을 빼앗고 치욕과 모욕을 안겨줬다.

‘우리가 비겁하다고? 아니 전투에서 누가 총 쏘지 말라고 법으로 정해놓기라도 했나? 안 쓰는 지들이 병신이지.’

소울은 이들의 머리구조가 도대체 어떻게 되어 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역시 이런 쓰레기들은 빨리 죽여서 대자연으로 돌아가게 해주는 것이 모두를 위해서 유익할 것 같았다.

처음에 한 놈을 죽였을 때는 가늘게 손이 떨렸다.

하지만 그 숫자가 두 자리 숫자를 넘어가자 더 이상 손은 떨리지 않았다.

세 자리 숫자를 넘기자 이제는 아무런 감정의 동요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서 산둥성 능력자들을 적이라 규정하고 죽이는데 정말 손톱만큼도 양심에 거리낌이 없었다.

그는 자신이 이렇게 사람을 많이 죽이게 될지 미처 알지 못했다. 혹시 이로 인해 자신의 성격이 잔인하게 변하지 않을지 조금 걱정이 되긴 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놈들 모두가 용연읍에서 천인공노할 범죄를 저지른 극악무도한 범죄자들이라는 것이다.

모르긴 해도 아마 자국 내에서 저지른 범죄가 용연읍에서 저지른 범죄보다 몇 배, 아니 몇 십 배는 더 많을 것이다.

어떻게 보면 중국을 위해 이런 쓰레기들을 공짜로 대신 처리해주고 있는 줄도 몰랐다.

산둥성 능력자들의 숫자가 사백에서 반으로 줄어들자 이제는 전투가 아니라 일방적인 학살이라고 말해도 될 정도로 변했다.

하지만 소울은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더욱 강한 공격을 주문했다.

어차피 한 놈도 살려둘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차라리 빨리 모두 죽여 버리고 뒤처리를 하고 떠나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을 것 같았다.

하지만, 모든 일이 그의 생각대로 일이 착착 진행되진 않았다.

“항복!”

“항복합니다.”

“한국 사랑해요.”

“수지 최고!”

“살려주세요.”

…….

한 놈이 항복을 외치며 무기를 땅에 버리자, 옆에 있던 놈들도 겁에 질려 땅에 무기를 내팽개치고 두 손을 들고 애원을 했다.

이렇게 항복을 하겠다는 놈들이 도미노처럼 주변으로 빠르게 퍼져나갔다.

대충 세어보니 백 명 정도 남아 있었다.

‘이런, 이거 일이 아주 골치 아프게 됐네.’

공격중지명령을 내리지도 않았는데 항복하는 적을 향한 서머너즈 길드의 공격은 벌써 뚝 끊겨 버렸다.

그렇다고 항복한 적을 모두 죽여 버리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그렇게 된다면 분명히 서머너즈 길드원들의 마음속에 소울은 잔인한 놈이라는 인식이 박힐 것이고 개중에는 뒤에서 욕을 해댈 것이 분명했다.

고민을 하던 소울은 결국 잠시 이들을 살려주기로 결정했다.

“항복하기를 원하는 자는 즉시 이쪽으로 와서 무장을 해제하라.”

소울이 소리치자 남은 산둥성 능력자들은 일제히 소울이 지시한 곳을 향해 몰려들었다. 그리고는 자신의 몸에 입고 있는 갑옷과 무기를 모두 벗고 한쪽에 쌓아놓았다.

“속옷만 남기고 모든 옷을 벗어라. 숨겨놓은 무기가 있는지 검사하겠다.”

소울의 차가운 말에 그들은 서로 눈치를 보다가 결국 모두 팬티만 남긴 채 옷을 벗기 시작했다.

하나같이 몸이 무슨 도화지라고 생각했는지 온갖 문신을 잔뜩 그려 놓았다.

-마스터,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시는 겁니까?

“나 부장, 소울 디펜스 대원들을 보내 이들을 데리고 용연읍으로 가도록 해. 반드시 포승줄로 꽁꽁 묶어서 가야한다. 이들의 마지막은 용연읍의 사람들이 결정할 거야.”

-아! 그런 묘수가 있었군요.

나인권은 소울의 술수에 감탄하고 말았다.

이거야 말로 진정한 차도살인의 계책이고 손 안대고 코푸는 방법이었다.

용연읍 사람들이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들이라면 모를까, 자신의 아버지와 오빠를 죽이고 어머니와 언니, 여동생을 윤간한 이놈들을 그냥 가만히 내버려둘 리 없었다.

설사 그냥 내버려 둔다고 해도 굳이 서머너즈 길드원들이 이들을 죽일 필요는 없었다.

후환을 남겨두면 안 된다는 것은 나부장이 제일 잘 알고 있으니 최악의 경우에는 그가 알아서 마무리를 잘 할 것이다.

소울은 이제 더 이상 항복한 산둥성의 능력자들에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보다는 천 대 이백의 싸움에서 당당히 승리한 서머너즈 길드의 승리에 초점을 맞췄다.

“모두들 수고했다. 우리는 전투에서 승리했다!”

와아아아아아!

와아아아아아!

소울의 말에 대지가 진동하는 커다란 함성이 일어났다.

그리고는 누가 뭐라고 시키지도 않았는데 일제히 무기를 든 손을 하늘로 치켜들더니 구호를 외치기 시작했다.

“서머너즈에 영광을! 마스터에게 충성을!”

“서머너즈에 영광을! 마스터에게 충성을!”

“서머너즈에 영광을! 마스터에게 충성을!”

…….

소울은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두 손을 번쩍 하늘을 향해 높이 들었다.

그리고 길드원들과 같이 승리의 기쁨을 함께 나눴다.

“자! 이제 전리품을 수거할 시간이 돌아왔다. 각자 원하는 전리품이 있으면 한 두 개씩 챙기고 중형전술차에 타기 바란다. 모두 해주시로 돌아가서 승리의 만찬을 즐기도록 하자!”

와아아아아아!

와아아아아아!

다시 한 번 우레와 같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소울은 서머너즈 길드원들이 전리품을 챙길 시간을 준 후, 중형전술차를 태워 모조리 해주시로 돌려보냈다.

소울 디펜스 대원들이 포승줄을 가지고 항복한 능력자들을 잘 묶어 용연읍으로 끌고 가자 소울은 까망이를 시켜 능력을 흡수하게 하고 푸티나, 본과 스켈레톤 부대 그리고 비스크까지 총 동원해 남은 전리품을 챙기기 시작했다.

무기와 갑옷, 소지품을 몽땅 챙기고 나자 빈털터리가 된 시체를 모아 본이 한꺼번에 가뿐하게 일괄처리 해버렸다.

소울은 다시 한 번 현장을 꼼꼼히 살핀 뒤 푸티나의 등에 타고 용연읍으로 들어갔다.

그곳에 남아있는 적의 시체까지 깔끔하게 정리하려는 생각이었다.

본과 스켈레톤 부대는 시체를 찾는 것에는 도가 튼 소환수들이라서 하나도 남김없이 모조리 찾아내 전리품을 회수하고 까망이가 능력을 흡수한 후, 시체들을 본이 악어 입을 만들어 흡수해버렸다.

그들이 모든 일을 끝냈을 때, 마을 뒤쪽 야산에서는 처절한 비명소리와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굳이 보지 않아도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것 같았다.

착잡한 마음에 인상을 쓰고 앉아 잠시 시간을 보낸 소울은 나 부장이 연락을 주고 나서야 무거워진 엉덩이를 움직였다.

마을 뒤쪽 야산의 공터에는 돌에 맞고 죽창에 찔려 죽은 산둥성 능력자들의 시체가 가득했다.

아무리 죽어 마땅한 놈들이지만 막상 이렇게 사람이 죽은 시체들을 눈으로 보니 마음이 착잡해지고 무거워졌다.

주인의 마음을 느꼈는지 까망이가 알아서 능력을 흡수하자 본도 악어 입을 만들어 시체를 빠르게 처리했다.

어느새 본과 스켈레톤 부대는 사람과 조금도 다름이 없는 피륙을 가진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물론 핏기가 없는 하얀 얼굴과 손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래도 해골바가지와 뼈만 있을 때와는 조금 분위기가 달랐다.

소울은 본이 스켈레톤 부대를 악어 입을 만들어 흡수하자 소환해제하고 용연읍 밖으로 나갔다.

부우우우웅 끼익!

용연읍 입구에 도착한 소형전술차에 올라탄 소울은 운전대를 직접 잡고 있는 실비아를 향해 가볍게 한번 손을 들고는 바로 눈을 감았다.

전투가 끝나고 나자 피곤이 쓰나미처럼 밀려왔다.

하지만 아직 모든 일이 끝난 것이 아니라서 다시 나 부장을 불러야했다.

“나 부장, 황남조의 가족들 구출작전은 어떻게 됐지?”

-황남조 가족 구출 작전은 황남조와 소울 디펜스 대원의 합동작전으로 진행됐습니다. 현재 무사히 구출해서 모처로 이동시키고 있습니다.

“다행이군. 이제 한 숨 돌릴 수 있게 됐네.”

-그렇습니다. 이제부터는 국 사무총장과 김 사장님이 알아서 해결하실 것입니다. 마스터는 좀 쉬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렇군. 다음은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건가?”

-음, 일단 4군단의 지휘부와 공산당 간부들을 모조리 잡아들인 뒤 알곡과 쭉정이를 골라내야 합니다. 황남조도 회유해서 서머너즈 길드에 가입시켜야 하고 4군단도 재편해서 소울 디펜스에서 통합, 흡수시켜야 합니다.

얘기를 듣고 보니 이제 굳이 자신이 나서지 않아도 국정현과 김영신이 알아서 잘 해나갈 수 있는 일들이었다.

-마스터, 오늘 마스터가 한 일은 적극적인 방어, 즉 정당방위에 해당합니다. 만약 오늘처럼 일을 단호하게 처리하지 않았다면 나중에는 마스터의 가까운 사람들이 피를 흘려야 할 것입니다. 그러니 너무 자책은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나 부장, 고마워!”

-천만에요. 저도 가끔 적국의 스파이를 잡아 사살했을 때의 일이 악몽처럼 떠오릅니다. 살인은 어떠한 경우라도 결코 기분 좋은 일은 되지 못합니다. 혹시 나중에라도 견디기 힘드시면 정신과 상담을 받는 것을 추천해드립니다.

“알겠어.”

벌써부터 눈이 감겨오기 시작했다.

나 부장의 말이 멀리서 아련하게 들려오는 것처럼 느껴졌다.

부드럽고 따뜻한 털로 뒤덮인 푸티나의 몸에 기댄 그는 피와 죽음으로 점철된, 고단했던 하루를 잊기 위해 잠을 청했다.

오늘 자신에게 죽은 자들이 귀신이 되어 꿈에 나타나지 않기를…….

그는 정말 간절한 마음으로 빌고 있었다.

부우우우웅!

소형전술차가 달빛 아래로 헤드라이트를 켜고 을씨년스러운 도로 위를 빠른 속도로  질주하고 있었다.

* * * * *

============================ 작품 후기 ============================

* 이번 장으로 북한 스토리는 대충 정리하고, 이제 슬슬 달려봅시다. 필드로 레이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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