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49 제 63 장 - 개성필드 =========================================================================
사실 그의 생각도 아주 틀린 것은 아니었다.
원래 패자는 말이 없다. 죽은 놈이 무슨 말을 하겠는가?
그리고 언제나 당한 놈이 병신이 되는 세상이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소울의 마음과 같지는 않았다.
“아니, 저런 때려죽일 놈이 있나? 감히 자오셴을 암습하다니…….”
주상치는 눈으로 보고도 소울이 암습을 해서 자오셴을 기습한 것처럼 얘기를 했다.
체면을 중요하게 여기는 자들이니 그런 주상치의 소리를 듣고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같이 분개했다.
“방주, 제가 가겠습니다.”
“아닙니다. 제가 가겠습니다.”
샤오핑과 쑹밍이 나서자 주상치는 고개를 흔들고 다 같이 가자고 했다.
“아니다. 우리 모두 함께 가자.”
괜히 둘을 보냈다가 저놈에게 또다시 무슨 이상한 암습을 받아 허무하게 당할지 모른다. 그러느니 함께 가서 단매에 쳐 죽이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흑사방의 방주 주상치와 아홉명의 C급 능력자가 소울을 향해 다가가자 소울은 나인권 정보부장에게 바로 사실을 확인하고는 얼른 본과 스켈레톤 부대가 있는 곳으로 부리나케 도망쳤다.
자신에게 아무리 날고뛰는 재주가 있다고 해도 주상치 방주를 포함해서 C급 능력자 열 명을 당해낼 정도는 아니었다.
그리고 자신을 잡으러 오는데 멍청하게 가만히 서서 기다리것도 바보짓이었다.
그렇다고 그냥 도망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도망치는 길에 닥치는 대로 적에게 수리검을 날리고, 염산과 황산이 담긴 암기를 마구 뿌려댔다.
덕분에 그들을 공격하던 서머너즈 길드원들만 신나게 쓰러진 산둥성 능력자들을 난도질 해버리고 전공을 세웠다.
D급 소환계·F급 강화계 능력자인 소울에게 이처럼 D급 강화계와 F급 강화계 능력자들이 쉽게 당하는 것은 원래 말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어두운 밤, 빠르게 날아다니는 수리검이 눈에 보이지도 않는데다 막으려고 해도 까망이가 알아서 궤도를 비틀어버리니 막을 도리가 없었다.
또한 소울이 뿌려대고 있는 염산과 황산이 담긴 암기는 막으면 확 퍼져서 팔다리는 물론 얼굴과 목의 피부를 태워버려서 여간 고통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결정적으로 소울은 이들을 죽이려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전투불능을 만들거나 공격하고 있는 서머너즈 길드원들에게 틈을 만들어주려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
어쨌든 미꾸라지 한 마리가 강물을 흐린다고, 소울은 바로 전장의 미꾸라지나 다름없었다.
주상치와 아홉명의 C급 능력자는 이런 소울의 행동을 보면서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았다.
난전의 상황에서 함부로 능력을 펼칠 수는 없었던 그들은 어쩔 수 없이 소울이 도망친 본과 스켈레톤 부대 정면 앞으로 다가와야 했다.
하지만 그들을 기다린 것은 소울이 아니라 본과 스켈레톤 부대, 푸티나와 비스크 그리고 참마조의 열 명의 능력자였다.
“아니 이놈이 어디로 갔지?”
주상치의 말에 본과 스켈레톤 부대 뒤에 몸을 숨기고 있던 소울이 크게 소리쳤다.
“총공격!”
소울의 명령에 대기하고 있던 참마조 열 명의 능력자가 일제히 자신의 능력을 펼치며 주상치와 아홉 명의 능력자를 사정없이 공격했다.
금소희는 바람의 중급정령인 슈나이더의 등에 올라타고 하늘 위로 올라가 날카로운 바람의 칼날을 날렸다. 그녀의 옆에서 박우천이 보낸 갈까마귀가 비행을 하다가 자신의 깃털을 위에서 아래로 직각으로 쏘아댔다.
강수현의 물의 중급 정령인 운다인은 얼음 화살과 얼음 창으로 맹공격을 퍼부었고, 송준기의 번개의 정령 라이오네는 스파크가 번쩍이는 뇌전의 화살을 뿌려댔다.
로이의 땅의 중급 정령 노임이 대지를 흔들어 대며 어스스파이크 공격을 했다.
그에 질세라, 김민호가 거대한 고릴라를 소환하여 전면으로 보냈다.
그 모습에 로날도가 라이언을, 아키라가 텐구를, 슈마허가 치타를 각각 소환해 거대한 고릴라 소환수를 도왔다.
성유나도 숲의 요정 다이애나를 소환하여 참마조 전원에게 버프를 선사했다.
참마조의 다양한 공격이 시작되자, 주상치는 변환계·구현계 듀얼 능력자답게 몸을 바로 강철로 변환시키더니 온몸에 강철가시를 뽑아내고 열 손가락 끝에 강철 클로를 뽑아 정면으로 달려들었다.
그의 뒤에서 창쩌민이 화룡을 소환하고, 후지리가 풍호를 소환했다.
자오짱이 탱커로 전면에 나서자 쑹밍이 금강역사로 변신해 그의 옆에 섰다.
샤오핑이 소림권을 쓰며 상대하자 차오스는 아나콘다를 소환해 탱커들을 보조해줬다.
후요방이 구미호를 소환해 환상술법을 쓰기 시작하자, 야오린은 민첩계 능력자답게 환시(幻矢)를 마구 쏘아대기 시작했다.
예젠윈은 그들의 중앙에 숨어 적의 공격에 다친 동료들에게 힐을 썼다.
참마조가 선공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열 명의 C급 능력자와 정면으로 부딪치자 확실히 밀리는 기색이 역력했다.
이대로는 얼마 지나지 않아 전멸을 당할 것이 분명해 보였다.
하지만 소울의 얼굴에는 걱정하는 빛이 전혀 없었다.
이미 이런 상황을 예상하고 나름 생각해둔 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역시 제일 먼저 움직인 것은 까망이었다.
까망이는 힐러인 예젠윈에게 몰래 다가가 그녀의 목과 가슴, 팔다리를 가리지 않고 날카로운 칼날로 마구 찔러버렸다.
항상 뒤에서 전투를 지켜보며 힐만 했지, 진짜 피와 살이 튀는 전투를 겪어본 적이 없었던 예젠윈은 경동맥이 잘려 피가 분수처럼 쏟아지자 놀라서 급히 주저앉았다. 그리고는 다른 사람은 쳐다보지도 않고 자신의 목부터 치료했다.
“힐, 힐, 힐…….”
그녀는 목과 가슴, 팔다리에서 느껴지는 참혹한 고통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울면서 미친 듯이 힐을 남발했다.
힐러인 예젠윈이 갑자기 주저앉아 울기 시작하자 주변에서 그녀를 보호하고 있던 후요방이 구미호를 이용해 환상술법을 쓰는 것을 중단하고 그녀에게 다가왔다.
야오린도 환시(幻矢)를 쏘는 것을 중단하고 다가와 그녀를 살폈다.
하지만 반정령인 까망이를 볼 수도, 찾을 수도 없어서 그저 몸의 여기저기에서 피를 흘리며 힐을 남발하는 예젠윈을 그냥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엉뚱한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힐러가 전투에 참여하지 못하고 후요방과 야오린까지 신경이 분산되자 주상치를 비롯한 여섯 명의 능력자들은 아까처럼 참마조를 강하게 밀어붙이지 못했다.
그리고 그런 이들을 소울은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았다.
[푸티나, 일렉트릭 쇼크웨이브를 써!]
푸티나는 소울의 명령에 벌떡 일어서더니 두 앞발바닥을 한차례 세게 부딪쳤다.
“꾸잉!”
파지직! 펑!
그러자 주상치와 여섯 명의 능력자들 앞으로 강력한 일렉트릭 쇼크웨이브가 터져 나와 그들의 몸을 휩쓸었다.
크악 케엑 카악 으악…….
정면으로 일렉트릭 쇼크웨이브를 맞은 주상치, 자오짱, 쑹밍, 샤오핑은 강렬한 전격에 비명을 지르고, 쇼크웨이브에 몸이 허공으로 붕 떠서 뒤로 쭉 밀려났다.
그것만이 아니었다.
창쩌민이 소환한 화룡과 후지리가 소환한 풍호 그리고 차오스가 소환한 아나콘다까지 일렉트릭 쇼크웨이브 당해 뒤로 쭉 밀려났다.
비록 주상치와 여섯 능력자 그리고 그들의 소환수들이 큰 피해를 입지 않고 그냥 뒤로 몇 발짝 밀려났지만, 몸이 쩌릿쩌릿할 정도의 감전을 당해 반응속도가 많이 떨어졌다.
[본! 지금이다.]
[예스, 마이로드!]
소울이 본에게 명령하자 스켈레톤 부대는 일제히 대물저격총과 저격소총을 꺼내들더니 일제히 저격을 시작했다.
툭툭툭 툭툭툭…….
투투투 투투투…….
그 모습에 놀란 강화계 능력자들이 얼른 전면에 나서서 방어를 했다.
“아아악!”
“으아악!”
저격소총에는 나름 잘 견딜 수 있었던 강화계 능력자들은 대물저격총을 맞자 큰 고통을 느끼는 지 몸을 비틀며 비명을 질러댔다.
하지만 명색이 C급 강화계 능력자인 그들은 결코 쉽게 당하지 않았다. 방패를 들어 막거나 이리저리 몸을 움직여 회피동작으로 총알을 피해냈다.
하지만 이것은 단순한 속임수에 불과했다.
소울과 본이 노린 것은 강화계 능력자들이 아니었다. 그들이 진짜 노린 것은 바로 소환계 능력자들이었다.
원래 자신이 소환계 능력자로 능력자 생활을 시작했으니 그들의 약점이 뭔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아무리 강력한 C급 소환수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소환사가 죽어버리면 끝이다.
스켈레톤 레인저 넷이 동시에 가장 위협적으로 여겨지던 화룡을 소환한 창쩌민을 저격했다.
툭툭툭툭!
퍽퍽퍽퍽!
동시에 대물저격총 네 발을 맞은 창쩌민의 머리가 터지고 가슴에 구멍이 나고 배가 터져 즉사를 하고 말았다.
촤악!
휘익!
거의 동시에 구미호를 소환해서 소환술법을 쓰던 후요방의 머리가 허공으로 둥실 떠올랐다.
본이 날개 달린 해골 전투마를 타고 빠르게 날아와 그의 대검으로 후요방의 목을 치고 지나갔던 것이다.
“이럴 수가!”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에 주상치는 입을 딱 벌렸다.
아무리 봐도 C급 능력자 열 명으로 구성된 자신들을 상대하는 적은 C급 능력자들로 보이지 않았다. 잘해봐야 D급 능력자에 불과했다.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인지 너무나도 쉽게 이들에게 C급 능력자들이 하나씩 죽임을 당하고 있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도저히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예젠윈!”
그때 그의 정신을 더욱 혼란하게 만드는 일이 벌어졌다.
갑자기 힐러인 예젠윈이 옆으로 픽 쓰러져 버렸기 때문이다.
그들은 전투중이라서 까망이가 힐러 예젠윈의 몸에 거대말벌의 마비독을 찔러 넣은 것을 눈치 챌 수 없었다.
이로써 C급 능력자가 벌써 세 명이나 전투에서 이탈했다.
“안 돼!”
주상치가 놀라서 소리쳤다.
그러나 지금 이것은 주상치 인생, 최악의 악몽을 여는 그 시작에 불과했다.
힐러 예젠윈을 마비독 한 방으로 전력에서 이탈시킨 까망이는 그동안 새롭게 얻은 능력들을 하나씩 사용해보기로 했다.
까망이가 새로 선택한 능력은 바로 저주와 디버프였다.
그리스, 슬로우, 블라인드, 중독, 출혈, 마비, 데프, 체력저하…….
갑자기 주상치를 비롯한 C급 능력자들의 몸에 불길한 느낌을 물씬 주는 검붉은 색의 빛들이 차례로 스며들기 시작했다.
한 두 개만 당해도 제대로 전투를 할 수 없는 지독한 저주와 디버프가 펼쳐지자 C급 능력자들은 더 이상 C급 능력자로써의 능력을 내보이지 못했다.
힐러가 전투불능이 되어 안 그래도 온몸에 상처투성이인 그들의 몸에 온갖 지독한 저주와 디버프가 쏟아져 들어오자 전투력이 수직으로 마구 떨어지는 것이 역력해보였다.
[푸티나, 주상치를 맡아서 이탈시켜!]
[꾸잉!]
소울은 푸티나에게 상대하기 제일 까다로운 주상치를 맡겨 무리에서 떨어뜨렸다.
푸티나는 일레트릭 파워와 일렉트릭 쇼크웨이브를 교대로 써가며 주상치를 이리저리 굴렸다.
아무리 몸이 강철로 변했다고 해도 몸 안까지 전부 강철로 변한 것은 아니라 상성이 최악인 푸티나에게 그저 장난감 공처럼 취급받는 것은 그야말로 순식간이었다.
주상치가 떨어져 나가자 참마조의 파상공세가 시작됐다. 그리고 그 위에 본과 스켈레톤 부대의 집중공격이 더해졌다.
그러자 남은 여섯 명의 C급 능력자들은 똘똘 뭉쳐서 최선을 다해 방어에 전념해야했다.
하지만 그것은 최악의 선택이었다.
차라리 다른 능력자들과 합쳐서 조직적으로 대항을 했다면 상황이 좀 달라졌을 것이다.
주상치가 빠져 나가자 머리를 잃은 그들은 움츠리려고만 들었다.
참마조의 파상공세와 본과 스켈레톤 부대의 집중공격은 움츠려서 해결할 수 있는 공세가 아니었다.
거기에다 지금 이들은 까망이의 온갖 저주와 디버프에 걸려있는 상태였다.
최상의 컨디션을 가진 C급 능력으로도 막을까 말까한데 D급 능력도 제대로 펼치지 못하는 이들이 오래 버틸 리 만무했다.
스켈레톤 레인저들의 집중저격에 풍호를 소환한 후지리가 제일 먼저 피를 토하고 쓰러졌다.
풍호가 사라지자 방어에 구멍이 뻥 뚫린 나머지가 당하는 것은 정말 순식간이었다.
소림권의 달인인 샤오핑이 자신의 장기인 소림권 한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목이 잘렸고, 탱커인 자오짱의 이마에 구멍이 뚫려 쓰러졌다.
금강역사(金剛力士)로 변신한 쑹밍은 온몸에 피칠갑을 한 채 독에 중독되어 결국 눈을 까뒤집었고, 아나콘다를 소환한 차오스의 경동맥이 끊기자 피분수를 흘리며 쓰러져야했다.
마지막으로 민첩계의 야오린 만이 남아 환시를 쏘며 요리조리 피해 도망을 다니다 결국 하늘에서 떨어져 내린 본의 대검에 머리가 두 쪽으로 쪼개져 절명했다.
============================ 작품 후기 ============================
* 이번 장으로 북한 스토리는 대충 정리하고, 이제 슬슬 달려봅시다. 필드로 레이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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