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OULNET-248화 (248/492)

00248  제 62 장 - 인간백정  =========================================================================

그렇다고 당장 항복을 하거나 싸움을 회피할 정도는 아니었다.

자신들의 숫자가 더 많다는 생각이 있어서 그런지 벌써부터 전투를 포기하고 싶은 마음은 별로 없어보였다.

삼면포위공격을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위력이 있었다.

산둥성 능력자들은 일방적인 공격에 간신히 방어만 하면서 제 목숨을 구하기에 바빴다.

남쪽은 본과 스켈레톤 부대가, 서쪽은 제1 공격대, 동쪽은 제2 공격대가 매서운 공격을 퍼부었다.

북쪽을 비워둔 것은 용연읍으로 가서 다시 난동을 피우라는 의미는 아니다.

완전히 포위를 하면 너 죽고 나 죽자는 식으로 나와서 피해가 커질 것을 우려해 일부러 도망치라고 비워둔 것이다.

그렇다고 진짜 도망을 치도록 아무 대책 없이 비워둔 것도 아니었다.

박격포 부대가 혹시라도 북쪽으로 도망치는 놈들의 머리 위로 포탄을 날릴 준비를 끝내고 있었다.

펑 퍼퍼펑 펑펑!

차차창 창창창!

으아악 크악 커억 켁 아악…….

초반은 서머너즈 길드의 공격대의 일방적인 공세로 시작됐다.

산둥성 능력자들에게는 방금 전, 미사일 공격에 의해 당한 부상자가 너무 많았다.

거기에다 진형이 완전히 깨져 있어 조직적인 저항이 불가능했다.

반대로 서머너즈 길드의 공격대는 미리 매복을 한 상태로 철저히 공격준비를 하고 있었다. 기회가 오자 원거리 공격을 시작으로 근거리 공격까지 차분하게 딜링을 했다.

상대하는 것이 몬스터가 아니라 같은 능력자라서 유감이긴 했지만 지금 이 순간 서머너즈 길드원들에게 산둥성 능력자들은 짐승이나 몬스터와 그리 다를 바 없는 존재일 뿐이었다.

하지만 전장의 승기가 흔들릴 변수가 갑자기 툭 튀어 나왔다.

“크하하하하! 한국 놈들이 언제 이렇게 준비를 해뒀지. 우리가 크게 한 방 먹었구나. 하지만 여기까지일 뿐이다. 자랑스러운 산둥의 전사들이여! 위대한 중화의 힘을 보여주자. 모두 방진을 이뤄 적을 상대하라! 승리는 우리의 것이다.”

산둥성 최대의 길드인 흑사방의 방주인 주상치가 갑자기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소리치자 정신없이 밀리기만 하던 산둥성 능력자들이 그의 말을 듣고는 즉시 주변의 동료와 방진을 짜더니 차츰 조직적인 방어를 시작했다.

“주변을 둘러봐라! 적은 겨우 이백 여명에 불과하다. 그에 비해 우리는 오백 명이 넘는 숫자다. 질레야 질수가 없는 싸움이다. 모두 정신 차리고 방진부터 만들어라. 여유가 생긴 자는 동료를 도와 적을 공격해라.”

소울은 주상치를 바라보며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산둥성 최대의 길드인 흑사방의 방주다운 대처였다.

‘저 새끼가 대장인 모양이구나. 그런데 저놈의 주위에 서 있는 놈들의 분위기가 왜 이렇게 살벌한 거지? 영 불길하네. 아무래도 저 열 놈은 C급 능력자가 분명해. 이거 잘못하다간 오늘 대형 참사가 일어나겠는데…….’

그는 주상치를 중심으로 원진을 그리고 서 있는 열 명의 산둥성 능력자를 보며 불길한 기분을 떨쳐 낼 수 없었다.

“제1 공격대 1팀 1파티와 제2 공격대 1팀 1파티는 즉시 전장을 이탈해서 남쪽으로 내려와라.”

-네, 마스터.

“호명한 두 파티의 파티원은 지금부터 한 조가 되어 적의 수장인 흑사방 방주 주상치와 그를 둘러싸고 있는 열 명의 능력자만을 상대한다. 저들이 움직이지 않으면 굳이 움직일 필요 없다. 하지만 저들이 움직이면 저놈들만 집중 공격해야한다. 조의 이름은 참마조로 하고 파티장은 김민호, 부파티장은 로날도다. 이상!”

-예, 마스터.

-네, 마스터.

일단 흑사방 방주 주상치와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열 명의 능력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방비는 해두었다. 하지만 확실히 뭔가 많이 부족해보였다.

C급 능력자 열 명은 그만큼 강력한 전력이었던 것이다.

[푸티나는 본을 돕고 있다가 주상치와 열 명의 능력자가 움직이면 그들을 집중 공격해.]

[꾸잉!]

“비스크, 너도 푸티나와 같이 있다가 주상치와 열 명의 능력자를 상대하도록 해. 지켜보고 있다가 저들이 같이 움직이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잡아 죽여!”

“예, 마스터!”

바닷물로 몸을 깨끗이 씻고 나온 비스크가 몸을 부르르 떨어 털을 말리면서 소울의 명령에 기쁨의 미소를 지었다.

완전히 주인에게 찍혔는지 알았는데 여전히 자신을 중용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남쪽 해안가는 본과 스켈레톤 부대, 푸티나와 비스크가 완벽하게 틀어막고 있었다.

산둥성 능력자들이 아무리 공격을 해와도 스켈레톤 부대의 견고한 방어진은 조금도 무너지지 않았다. 사실 뒤가 바다이니 더 물러 설 곳도 없었다.

서쪽과 동쪽은 1, 제2 공격대가 각각 진형을 이룬 상태로 파티별 포메이션을 이뤄 전투 중이었다.

하지만 처음의 마구 몰아치는 기세는 이미 어디로 날아가 버리고, 숫자에서 밀리기 시작하자 점차 분위기가 공격에서 백중세를 이뤄가고 있었다.

‘한국전쟁 당시, 중공군의 인해전술에 밀려 다 잡은 통일을 날려버렸는데, 수십 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도 또 쪽수에 밀려야 하다니……. 그럴 수는 없지.’

소울은 시작부터 불리했던 것을 이만큼이나 백중세로 만든 것은 생각지도 않고 오로지 쪽수에 밀려서 지는 것만은 절대 안 된다는 생각을 했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주상치 흑사방 방주와 열 명의 불길한 능력자들이 전투에 참여하지 않고 가만히 전장을 주시하는 것을 보자, 소울은 어쩌면 이게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푸티나의 등에서 훌쩍 뛰어내리더니 쉐도우 스텝을 펼쳐 한창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전장으로 물이 땅으로 스미듯 슬며시 파고들었다.

“문신강체술, 실드, 실드, 실드…….”

일단 시작은 문신강체술을 통해 자신의 몸을 강화시키는 것부터였다. 오크샤먼의 액세서리에 내장된 실드를 펼치고, 타이타늄 팔찌에 인챈트 된 실드 마법까지 모조리 펼쳐 온몸에 실드로 도배를 했다.

[까망아!]

[규!]

그리고는 까망이를 불러 손에 쥐고는 마치 소풍이라도 나온 것처럼 전장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수리검을 요요처럼 던졌다가 받기를 반복했다.

휙 휙휙 휙휙휙…….

큭 컥 켁 커억 크악…….

그가 지나가는 주변의 산둥성 능력자들이 갑자기 비명을 지르며 목과 다리를 잡고 쓰러지기 시작했다. 수리검이 그들의 목과 다리를 스쳐 지나가며 부상을 입혔기 때문이다.

사람은 목이나 다리가 잘리면 바로 전투불능에 빠진다. 그의 목적이 적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부상을 일으켜 전투에서 이탈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굳이 무리를 하진 않았다.

하지만 힐러가 눈에 띄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꼭 잡아 죽이고야 말았다. 힐러가 살아있으면 전투불능이 된 놈들이 바로 전투에 복귀할 수 있었다.

이제 아주 익숙해진 쉐도우 스텝으로 인해 난전이 벌어진 곳도 잘만 돌아다닐 수 있게 됐다. 아니 오히려 이런 난전이야 말로 소울이 배운 몽크의 체술을 이용해 적을 전투불능으로 빠뜨리기 아주 좋았다.

그의 몸이 적들이 모인 사이로 파고들어 순간적으로 한 바퀴 돌면서 팔다리가 빠르게 휘둘러 그들의 몸을 한 번씩 후려갈겼다.

퍽 퍼퍼퍽!

크억 컥 케엑 헉!

그들은 소울의 번개 같은 주먹과 팔꿈치에 맞아 코가 깨지고 목이 부러지고 무릎이 꺾여 쓰러졌다.

가만히 서 있으면 주변의 일제공격에 노출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소울은 끊임없이 움직이며 기습공격을 가했다.

그는 빠른 속도와 은밀함을 동시에 가지고, 방진이 잘 짜인 곳도 제집처럼 들락거렸다.

아무리 단단한 방진도 그가 스쳐 가면 여지없이 방진이 흔들렸다.

휘휘휙 휙휙휙…….

파파팟 파파팟…….

으아악 크아악 커억 아아악…….

미리 잔뜩 준비해놓은 염산과 황산이 담긴 암기를 산둥성 능력자들에게 마구 던졌기 때문이다. 그로인해 여기저기에서 고통스런 비명소리를 마구 터져 나왔다.

그것뿐이 아니었다.

타이타늄 팔찌에 인채트 된 그리스 마법을 시기적절하게 사용해 탱커를 넘어뜨려 방진에 틈을 만들고, 그 사이에 그와 같이 다니는 까망이가 거대말벌 마비독을 적들의 목에다 한방씩 쏴주고 다녔다.

단단하던 방진에 틈이 생기자 그들을 공격하던 서머너즈 길드원들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맹공격을 가해 순식간에 적을 짓이겨 놓았다.

이렇게 소울이 산둥성 능력자들이 만들어놓은 방진 사이를 좌충우돌 해가며 신나게 돌아다니자 결국 흑사방의 방주인 주상치의 눈에 띄게 됐다. 그는 소울을 보더니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저놈이 문제군. 아주 비겁한 놈이네? 가만히 내버려두면 간신히 되찾은 승기를 빼앗길지도 모르겠어.”

“제가 가서 처리하고 오겠습니다.”

“자오셴, 자네가?”

“네, 맡겨만 주십시오.”

C급의 강화계 능력자이자 자오(子午) 검법의 달인이라는 자오셴이 나서자 주상치는 잠시 생각을 해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보기에 저놈은 절대 C급 능력자가 아니야. 뭔가 비겁한 술수를 쓰는 더러운 새끼가 분명하다. 적의 암수에만 조심하기만 하면 처리하기가 그리 어려운 상대는 아니야.”

“방주.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저런 놈들 어디 한두 번 처리합니까?”

“하하하, 그건 그렇군. 자네의 능력을 의심하는 것은 아니야. 그래도 조심하게.”

“네, 방주. 저놈의 목을 잘라가지고 오겠습니다.”

결국 소울을 잡아 죽이기 위해 자오셴이 그들의 무리에서 이탈했다.

그런 자오셴의 움직임은 그들을 무인기로 철저히 감시하고 있던 나인권 정보부장에 의해 즉시 소울에게 알려졌다.

-마스터, 자오셴이 다가가고 있습니다.

“자오선? 그게 누구야?”

-C급의 강화계 능력자이자 자오(子午) 검법의 달인입니다.

“그러니까 검을 잘 쓴단 말이군?”

-네, 맞습니다.

“알았어. 내가 처리할 테니까 참마조는 아직 움직이지 말라고 전해.”

-네, 마스터.

소울은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자오셴을 한번 쳐다보더니 씨익! 미소를 지었다.

그렇다고 가만히 서서 그를 기다려줄 필요는 없었다.

그는 부지런히 돌아다니며 만만한 놈들에게 수리검의 맛을 보여주거나 염산과 황산이 담긴 암기를 마구 던졌다.

“으아악, 내 얼굴이 탄다.”

“크아악! 눈이 안보여. 눈이 타들어가는 것 같아.”

“살려줘! 아아악!”

끔찍한 비명을 지르며 고통을 호소하는 산둥성 능력자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자 자오셴은 소울의 행동에 치를 떨며 분개했다.

“네 이놈! 당장 비겁한 암수를 멈추어라.”

화가 머리끝까지 난 자오셴이 자신의 애검을 어깨 위로 쳐들고 그를 향해 정면으로 돌진해왔다. 자오검법이라고 하더니 예전의 왜구들의 검법을 모방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소울은 왼손으로 군용대검을 꺼내 들었다.

소망에게 만들어 달라고 부탁한 검을 아직 받지 못했기 때문에 그가 가지고 있는 검은 지금 이 군용대검이 유일했다.

그 모습에 자오셴은 기가 막힌다는 눈빛을 보이더니 곧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는 더욱 빠른 속도로 날듯이 달려들었다. 아마도 자신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오해를 했나보다.

소울이 군용대검으로 자신의 몸을 막는 동작을 취하자 자오셴은 단번에 그의 몸을 잘라버리려는 듯 검을 완전히 머리 위로 치켜들더니 무서운 속도로 짓쳐들었다.

마지막 스퍼트를 힘껏 한 자오셴의 무시무시한 박력에 누가 봐도 소울은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이한 것으로 보였다.

툭툭툭!

하지만 안타깝게도 자오셴은, 씹어 먹어도 시원치 않을 소울의 몸에 자신의 애검을 박아보기도 전에 머리와 가슴, 배에 50AE탄(12.7 × 33mm)을 한발씩 맞고 땅바닥을 굴러야했다.

이 놀라운 결과에 주변에서 그를 지켜보던 산둥성 능력자들이 입을 떡 벌렸다.

“븅신! 아주 지랄을 하네!”

소울은 오른손에 들고 있는 수제 명품 대형권총의 총구를 한번 훅 불고는, 마치 서부의 총잡이가 권총을 한 바퀴 돌려 멋지게 집어넣듯 자신의 대형권총을 한 바퀴 돌려 권총집에 집어넣었다.

[까망아, 이놈 뭔가 많이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잘 챙겨둬라!]

[규!]

그는 자오셴의 등에서 검집을 벗기고 땅에 떨어진 그의 애검을 챙겨 검집에 집어넣고는 자신의 허리에 찼다.

안 그래도 검이 하나 필요했는데 꼭 필요한 때에 쓸 만한 검이 하나 생겨 참 잘됐다며 좋아한다.

자오셴의 옷 안에는 뭐가 그리 주렁주렁 많이 달려 있는지, 까망이가 그의 명령대로 자오셴의 시체를 한번 훑고 지나가자 꽤 많은 전리품을 챙길 수 있었다.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대인전투에 칼을 들고 설쳐대는 거야? 병신 같은 놈!’

소울은 자신이 마치 군용대검을 써서 그를 상대하려는 것처럼 속임수를 썼다는 것은 생각하지 않고 죽은 자오셴만 병신취급을 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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